부산 이바구

[속속들이 부산투어] '시네마 투어'

금산금산 2016. 10. 18. 12:19

[속속들이 부산투어] '시네마 투어'




광안대교 보며 '찰칵' 부산 매력에 '풍덩'





 

▲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꾸며진 해운대 영화의 거리에

서면 부산을 배경으로 촬영된 영화가 얼마나 많은지 실감할 수 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간을 맞아 부산은 '영화의 바다'에 빠져 있다.

축제는 참여해야 맛이 아니던가. 부산일보사와 부산시, ㈔서비스기업경영포럼이 공동 주최하는

 '부산 속 들여다보기'도 8일 번외 편으로 '시네마 투어'를 열었다.

시네마 투어는 부산의 영화 촬영 명소를 둘러본 뒤 영화를 함께 보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부산 속 영화 읽기'가 그 취지다.
 
부산역에서 출발한 투어버스는 한창 BIFF가 진행 중인 영화의전당을 비롯해

첨단 도시 장면의 촬영 명소가 된 마린시티와 센텀시티가 있는 해운대로 향했다.

이날 버스에는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안성희 씨가 해설사로 동행했다.

안 씨는 "한국 영화의 출발지인 부산에서 영화제가 생겨나

세계적인 영화제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 지난 21년은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영화 '부산행' 좀비 장면 찍은  
실내 스튜디오서 촬영 분주  

묘박지 보이는 흰여울마을엔  
배우 송강호 대사 새긴 글귀  

'친구' '마더' 촬영한 매축지  
미로 같은 골목길 인상적
 



첫 목적지인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는 수영만 요트경기장 안에 있었다.

250평과 500평 규모 2개의 실내 스튜디오를 갖췄다.

단일 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먼저 부산의 영화 촬영 명소를 소개하는 동영상 관람부터 시작했다.

지난해 상영관에 걸린 영화 70~80편 가운데 부산에서 촬영된 작품이 30편이나 된단다.

김윤재 스튜디오운영팀장은 "영화 '부산행'도 열차가 나오는 장면은 이 스튜디오에서 찍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한창이던 시절 좀비 분장을 한 엑스트라들이 돌아다녀 사람들이 깜짝 놀라기도 했다"며 일화를 털어놓는다.


스튜디오를 가렸던 블라인드를 살짝 올리자 지금 촬영 중인 영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주 잠깐, 아주 일부만 보았지만 가슴이 설?Т?.  

요트 경기장을 나와서 근처, 마린시티에 있는 해운대 영화의 거리를 찾았다.

재난영화 같았던 태풍 차바 피해가 눈앞에 펼쳐졌다.

보도블록은 일어나고, 가로수도 바닷물이 덮쳐 죽어가고 있었다.

영화의 거리는 산토리니 광장, 해운대 배경 영화 존, 애니메이션 존, 천만 관객 영화 존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천만 관객 존에 영화 '변호인'과 '국제시장'이 보인다.

이제 곧 이 영화를 찍은 장소를 만나러 간다.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마린시티 앞바다에서 하는 해녀의 물질은 참으로 영화적이다



영화 '해운대'에서 쓰나미는 광안대교를 사정없이 덮친다.

다행히도 우리 버스는 광안대교를 무사히(?) 지났다.

부산항대교까지 통과해 요즘 뜨고 있는 영도 흰여울마을로 향했다.


봉래산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빠르게 바다로 굽이쳐 내리는 모습이

마치 흰 거품이 내려가는 듯해서 흰여울길이다.

최근 영화 촬영지로 각광을 받으며 몇 년 전부터 흰여울문화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영도구청은 빈집을 예술공방으로 리모델링해 지역작가들에게 제공했다.

영화 '변호인'과 '범죄와의 전쟁'의 촬영지도 바로 여기다.

"이런 게 어딨어요?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할게요! 변호인하겠습니다!"

벽에 붙은 송강호의 대사가 생생하게 살아났다. 



최근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는 영도 흰여울마을.


흰여울마을에서 보이는 영도 앞바다는 묘박지다.

배가 많이 떠 있을수록 우리나라 경제가 어렵다는 증거란다.

조선 산업이 많이 어려워지고 있다는데, '한국 경제호'가 다시 순항하기를 기원한다. 

이제 버스는 예전에 영화관이 많았던 BIFF 광장으로 달린다.

포동에는 광복 후 극장이 생기기 시작해 1960년대에 이르러서는 20여 개에 달했다.

광장의 작은 무대에서는 영화 상영을 하고 있었다.

예전에 좋아했던 배우의 오래된 핸드프린팅을 찾아보고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걸어서 국제시장으로 향했다.

영화 '국제시장'에 나왔던 '꽃분이네집'은 아직도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 북새통이다.

심지어 주변에는 '덕수, 오달수 액세서리' 가게까지 생겨났으니 영화의 위력은 참 대단하다. 안 감독 해설사는 국제시장과 관련된 임권택 감독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전남 장성이 고향인 감독님은 데뷔하기 전에 일찍이 가출해 부산으로 오셨어요. 부두 하역 일을 하다 국제시장에서 군화를 고쳐 팔아 생계를 꾸리기도 하셨어요."

센텀시티에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이 세워졌으니 영화 같은 인생이다.



다시 버스는 범일동 매축지 마을로 향했다.

1913년부터 1938년까지 일제는 부산 일대의 해안을 매립해 매축지(埋築地)를 조성했다.

매축지에는 세 가지가 없고 세 가지가 많아 '삼무삼다(三無三多)'의 마을이라고 부른다.

없는 것은 마당, 햇빛, 바람이고 많은 것은 노인, 빈집, 공동화장실이다.

공중화장실이 무려 92개 있단다.

옛날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만든 마구간하우스 마당에는 빨래가 널려 있다.

역시나 햇빛이 잘 드는 마당을 놓치지 않는 모습이다.

신기하게도 벽시계를 집안이 아니라 골목에 걸어두었다.

이 마을엔 안과 밖의 구분이 없나 보다.

매축지는 처음 온 사람이라면 길을 잃을 수밖에 없는 좁은 미로 같다.

영화 '친구' '아저씨' '마더'를 이곳에서 찍었다.

이 마을에서 활동하는 김일범 사회복지사는 "추억이 깃든 물건을 발굴해서 스토리를 입히는 마을 문화재 사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해 박수를 받았다. 



초량 산복도로의 도시민박촌 이바구 캠프.


저녁 식사와 영화 관람을 위해 초량 산복도로의 도시민박촌 이바구 캠프로 향했다.

요즘에는 영화를 읽는다고 말한단다.

비가 와서 옥상이 아니라 실내에서 영화 '코러스'를 읽었다.

음악을 통해 아이들의 영혼을 구원하는 선생님의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다.  

이날 투어에 참가한 중국인 유학생인 이아위(부산대 사회복지학과 대학원) 씨는 "영화와 영화 촬영지를 통해 부산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영화에 관심이 많은 중국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시네마 투어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면 인기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멀리 부산항대교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참 영화 같은 도시 부산이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