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승학산 억새군락' 점차 사라져…지자체는 덩굴 제거만

금산금산 2016. 11. 28. 16:54

'승학산 억새군락' 점차 사라져…지자체는 덩굴 제거만



사하구의 명물 보존책 시급






- 척박한 곳서 자라 2000년대 절정
- 땅 비옥해지자 다른 식물에 밀려

- 구, 생태조사용역 등 보존 나서
- 성근 억새밭이 절반 이상 차지

- 도심 가까워 산불 놓기 쉽지않고
- 매년 억새 수확도 인건비 부담
- 국·시비 지원 요청했지만 미반영



부산의 대표적인 억새 군락지인 사하구 승학산 억새밭 면적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승학산의 장관이 사라져 가고 있지만 관할 지자체는 칡덩굴 제거 등 형식적인 관리만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산 사하구 승학산 정상 갈대밭을 뒤덮은 칡덩굴을 지난 17일 구청 관계자들이 제거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




■ 억새는 왜 줄어드나

우리나라 산림에서 자라는 억새군락은 산림환경이 변하는 과정에서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식물군락이다.

억새는 식물들이 비옥한 토양에서 잘 자라는 것과 달리

척박한 땅에서 자란다.

이런 특성으로 억새는 산불로 번성했던 식물군락이

훼손되거나 목축 등으로 척박해진 땅에 일시적으로 발생한다.

억새가 영양이 부족한 땅에 자리 잡아 10~20년 정도 군락을 이룬 뒤에는

진달래, 철쭉, 소나무에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자연스러운 식생의 흐름이다.

27일 사하구에 따르면 승학산 일대는 1980~1990년대에 잦은 산불로 인해

황폐해진 곳에 억새밭이 들어서 2000년대 초 절정을 이뤘다.

승학산은 산이면서도 정상부근에 지하수가 풍부하다.

게다가 그동안 수확하지 않고 죽은 억새들이 자체적으로 비료 역할을 해 억새밭 일대가 비옥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척박한 땅에 억새가 천연비료 역할을 하자 비목나무, 느릅나무 등

물과 영양소가 필요한 나무들이 다시 억새밭 곳곳에 자리 잡게 됐다.

인위적인 손길이 없다면 억새는 나무들과 경쟁하며 점차 면적이 줄어들게 된다.

2014년 용역 결과 승학산 억새평원의 전체 면적은 26만3000여 ㎡이다.

일부에서는 억새밭의 쇠퇴는 식물환경의 자연스러운 변화로 거스를 수 없다는 의견이 있으나

시민들이 즐겨 찾는 승학산 억새밭을 보호해야 한다는 뜻에서 사하구는 억새 보존방법을 찾고 있다.




■ 보존방법은 있나

   

사하구의 억새군락지 보존을 위한 움직임은 2002년 처음 시작됐다.

처음으로 넓게 형성된 칡덩굴과 잡풀을 베어낸 데 이어

2005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칡덩굴을 제거하고 있다.

가을철 등산객의 빈번한 방문으로 억새밭이 훼손될 것을 염려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탐방로 가장자리에

억새 보호 펜스를 치기도 했다.

2012년에는 구 자체적으로 승학산 억새평원에 억새생태 대조군 3곳을

조성해 조사를 벌였고 억새 이식, 비료살포 등을 벌였다.

2014년에는 1800만 원을 들여

부산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승학산 억새보전 관리용역을 실시했다.

용역 결과 승학산 억새평원의 전체 면적 가운데 피도(전체 면적 중 억새가 차지한 면적의 비율)가 50% 미만이 총면적의 51.2%를 차지했다.

성근 억새밭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반면 피도가 70% 이상으로 밀도가 높은 지역은 28.3%에 그쳤다.


용역팀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산불, 수확, 이식 등의 방법이 억새밭을 유지하는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산불 놓기는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억새 유지를 위한 가장 유리한 방법이다.

억새는 지상에 드러난 부분은 불에 타지만 뿌리로도 번식할 수 있어 산불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종이다.

억새밭 관리에 산불을 사용한 대표적인 곳이 화왕산이다.

억새 군락지로 유명한 화왕산에서는 1995년부터 2009년까지 총 6회에 걸쳐

억새 태우기 행사가 열렸지만 2009년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폐지됐다.



이처럼 산불을 놓는 방법은 효과가 큰 만큼 피해도 우려된다.

승학산은 도심 산림으로, 인구가 밀집한 시가지에서 1㎞ 거리다.

이에 산불을 놓는 방법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매년 억새를 수확하는 방법도 억새밭 유실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토양의 영양을 먹고 자란 억새를 제거한 뒤 다시 영양을 공급하지 않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억새 성장에 적합한 척박한 토양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승학산 정상 부근에 위치한 억새밭은 농기계를 투입하기 어려운 데다 인건비 마련이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억새밭 유지를 위해 매년 또는 격년을 주기로 칡 제거, 억새 심기, 구간별 억새 베기 등의

방법이 있다.

용역팀이 책정한 관리 비용 12억 원을 바탕으로

사하구는 지난해 1월 억새보전 비용 20억 원을 국·시비 보조사업비로 요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사하구는 현재 민간의 협조를 받아 억새밭을 뒤덮은 칡 등 덩굴류를 제거하는 작업만 하고 있다.




■ 줄어드는 억새 보며 주민들 한숨

억새밭이 줄어들자 구민들은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승학산 등산로에서 만난 이모(여·59) 씨는 "승학산은 가을철 억새가 장관이라 이때에 맞춰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들이 놀러 온다"면서 "앞으로도 승학산에 오르긴 하겠지만 억새가 줄어들면 아무래도 발길이 뜸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박광원(29) 씨는 "억새가 없어지면 현재까지 승학산의 명성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사하구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부산시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1년에 6번 이상 승학산을 찾는다는 이모(26) 씨는 "완만한 산세가 좋은 승학산에 가끔 들르는데 억새밭이 줄어드는 게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사하구 안수갑 산림녹지과장은 "억새군락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식생의 변화로, 억새 보존구역을 따로 지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드론 촬영 등으로 억새밭 변화 추이를 파악하는 등 다각적인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



◇ 승학산 억새군락지 억새피도별 
  분포현황에 따른 면적 및 비율

억세 피도(%)

면적(㎡)

면적비율(%)

10 미만

17,533

6.6

10 ~ 20

18,293

6.9

20 ~ 30

5,705

2.2

30 ~ 40

54,406

20.6

40 ~ 50

39,278

14.9

50 ~ 60

19,887

7.5

60 ~ 70

33,783

12.8

70 ~ 80

10,372

3.9

80 ~ 90

60,619

23.0

90 이상

3,781

1.4

합계

263,657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