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여행

3대가 함께 [추억여행]…경북 군위 '화본마을'

금산금산 2016. 12. 17. 14:10

3대가 함께 추억여행…경북 군위 화본마을




할머니 어린시절로 가는 기차역, 엄마 학창시절 되살린 학교…이 마을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경북 군위군 화본마을은 '추억 박물관'으로 언젠가 한 번은 가봐야 할 곳으로 '콕' 찍어뒀던 곳이다.

오래지 않은 과거, 할머니와 어머니가 살았던 시절의

증기기관차 간이역 방앗간 시골찻집 전파상 소학교 등이 지금도 생활 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1930년대 모습을 되살린 화본역에서 엄마와 딸이 사진 삼매경에 빠졌다.



- 1936년 모습 복원한 화본역,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 뽑혀
- 벽화 감상 뒤 철길로 가면 긴 세월 버텨온 급수탑


- 폐교 활용해 꾸민 체험시설엔 1960, 70년대 삶 재현
- 쪼그려 앉아 '쪽자' 만들어 먹고, 교실 안 풍금 쳐보고


1936년 완공돼 사용되다 2011년 옛 모습을 그대로 살려 보수한 그림 같은 화본역과 급수탑, 폐교가 된

산성중학교를 체험공간으로 변모시킨 '아빠엄마 어렸을 적에'를 3대가 찾아 나섰다.

시간을 거스른 이번 여행에서 과거를 살아왔던 할머니는 꼬마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 일본풍의 그림 같은 화본역

   

지난 주말 찾은 군위군 화본마을은 평화로웠다.

띄엄띄엄 차가 지나다니고 벽면에는 갖가지 벽화가 그려져 있다.

잠에서 깬 4살짜리 꼬마는 날씨가 추워서인지 잠이 덜 깨서인지

한껏 움츠러든다.

화본역 입구를 배경으로 한 사진들이 블로그에 줄을 이었지만,

날씨가 추워 마스크만 찾는 꼬마 때문에 사진은 꽝이다.

화본역은 중앙선의 아담한 간이역으로 1936년 완공해

1938년 2월 1일부터 보통역으로 출발했다.

현재의 역사는 2011년 코레일과 군위군이 합작해

1930년대 모습을 그대로 살렸다.

네티즌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뽑히기도 한 화본역에는

하루에 6회(상행 3회, 하행 3회) 열차가 정차하며 여객 및 화물 열차는 40여 회 통과한다.

   
화본역 인근 1960, 70년대를 체험할 수 있는 '엄마아빠 어렸을 적에(구 산성중학교)'에 전시된 모자를 써보는 꼬마.

화본역 안으로 들어선다.

갑자기 훈훈해진다. 화본역과 급수탑 사진이 들어간

1000원짜리 플라스틱 입장권을 산다.

화본역 안에는 사진을 찍을 때 쓸 수 있는

다양한 역무원 모자가 전시돼 있다.

아이에게 씌우니 모자가 커서 얼굴을 덮기도 한다.

그제야 따뜻해졌는지 마스크를 벗어 던진 꼬마는

모자를 쓰고 각종 포즈를 지어본다.

할머니도 쑥스러운 듯 모자를 쓰고는 사진을 퍼뜩(빨리) 찍으라 한다.

(열차) 타는 곳으로 나간다.

여고 동창인 아주머니들은 철로에 누워 포즈를 취하고

연인들은 셀카봉을 들고 급수탑과 화본역을 배경으로 셔터를 눌러댄다. 한쪽에 놓인 투호 던지기에 관심을 가진 꼬마는

한참 동안 투호를 들었다 놨다 한다.

철로를 지나 나무 계단을 내려가 급수탑으로 간다.

높이 25m 급수탑의 위용이 느껴진다.

밖으로 나와 쌀쌀해졌지만 이제 꼬마는 마스크를 찾지 않고 추위를 온몸으로 버텨내고 있다.

급수탑 인근 벤치에 올라간 꼬마는 할머니와 손을 잡고 사진찍기를 즐긴다.

급수탑을 배경으로 한 한 쌍의 연인(?) 같다.

다시 화본역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확이 끝난 논에 원통형의 짚단이 곳곳에 한가로이 서 있다.

꼬마는 처음 보는 짚단 위에서 편한 듯 앉아 짚단을 묶어놓은 끈을 이리저리 뜯는다.

화본역을 배경으로 찍으니 이것 또한 작품이다. 날이 풀리니 논바닥이 물러지면서 옷과 바지에 흙이 묻는다.




■ '엄마아빠 어렸을 적에'

   
'엄마아빠 어렸을 적(1960, 70년대 체험시설)'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 풍금을 치는 꼬마.

폐교가 된 산성중학교를 활용해 1960, 70년대를 체험할 수 있도록 꾸민 '엄마아빠 어렸을 적에'로 향한다.

아이들은 신기한 옛날 물건들을 볼 수 있고

어른들은 옛 기억을 더듬어보는 추억여행이 된다.

교문에서 입장권을 판다.

성인은 2000원, 36개월 이상 꼬마는 1000원이지만

꼬마는 공짜로 보내준다.

체험비로 만회할 생각인가 보다.

교문을 지나 쭉 들어가니 미니 기차가 운행 중이고

승마체험도 할 수 있다.

어릴 적 쓰러질 때까지 타고 놀았던 '스카이 콩콩'도 눈에 띈다.

   
역전상회와 시대소리사 등 당시 시대상을 재현한 골목.

운동장 반대편에는 쪽자(달고나)가 인기다.

부모와 아이가 간이의자에 앉아 연탄불에 설탕을 녹이고

소다(탄산수소나트륨)를 뿌려 황토색의 쪽자를 만드는 것.

초등학생 때 별 모양 등을 시침핀으로 콕콕 찍어 모양을 성공적으로

분리해내면 '한 개 더'를 외쳤던 기억이 난다.

조례대 근처로 가니 비눗방울 놀이를 할 수 있게 해놨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즐거운 모습이다.

오랜만에 하는 놀이라 꼬마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비눗방울 삼매경에 빠졌다.

비눗물이 점퍼에 스미는 줄도 모르고

입을 쭈욱 내밀고 바람을 불어 비눗방울을 만든다.



   
옛 모습으로 복원된 화본역 내 매표소.

한참을 기다려서야 건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나무복도 옆 창문에 흑백 TV, 타자기, 미싱 등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다양한 모자를 하나하나 써보더니 타자기를 마구 두드린다.

'만지지 말고 눈으로 보라'는 경고문이 있지만,

글을 제대로 읽을 줄 모르는 꼬마에게는 무용지물이다.

할머니는 "요즈음엔 컴퓨터를 쓰지만 옛날에는 타자기로 글씨를 썼단다"라고 말하지만 꼬마는 고개만 끄덕이다가 교실로 뛰어든다.

전시장엔 자주색 포니2 픽업차량과 곤로, 아이스께끼 통 등이 쌓여 있다. 옆방 교실 중앙에 난로가 있고 양은도시락이 올려져 있다.

교단 양옆에 풍금이 있다.

한 번도 피아노를 쳐보지 않은 꼬마지만 양손을 풍금 건반에 올려 피아니스트 못지않은 포즈로 건반을 눌러댄다. 시대소리사, 극장, 역전상회, 공중변소(화장실) 등도 재현해 놓았다.

건물 뒤편으로 가니 석고로 방향제 만들기, 지갑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석고로 방향제 만들기 체험에 나선 꼬마는 저울에 올려놓은 바가지에 선생님과 함께 물을 붓고

석고 가루를 넣어 젓더니 틀에 부어놓는다.

얌체볼도 사고 불량식품도 사서 먹는다.




■ 김밥 대신 주먹밥 '마중'

   
화본역 철로 옆에 자리잡은 급수탑.

출출한 배를 움켜쥐고 화본역을 지나 산성초등학교 가는 길에 있는

카페 겸 분식집인 '마중'을 찾는다.

자그마한 꽃게를 한 마리 퐁당 빠뜨린 라면과 가게에서 만든

육수를 사용한 우동에 공기밥을 시킨다.

한때는 김밥을 팔기도 했는데 여사장님 혼자 카페와 식사를 함께

준비하다 보니 손이 부족해 김밥은 접었다고 한다.

그 대신 셀프로 주먹밥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재료를 갖춰놨다.

노란 양은냄비에 넉넉하게 담긴 밥에 참기름, 간장, 잘게 썬 김, 볶음김치를 넣고 일회용 장갑을 끼고 주물러 주먹밥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김밥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가격도 1000원으로 착하다.

꼬마는 할머니가 주시는 우동과 아빠가 주는 라면을 골고루 받아먹는다.

1인분은 족히 먹는 것 같다.

종일 뛰어다닌 결과겠지.



# 돌담 도란도란 한밤마을…제주도를 옮겨 놓은 듯

   

화본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내륙의 제주도'라 불리는 대율리 한밤마을이 있다.

집을 지을 때 땅 밑에서 파낸 많은 돌을 처리하기 위해

땅의 경계로 삼은 것이 돌담의 시초다.

수백 년 된 전통가옥이 수두룩한 가운데 집집마다 야트막한 돌담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듯 정겨운 모습으로 둘러서 있다.

마을 입구에는 아름다운 송림과 대율리 석조여래입상(보물 제988호)이 있으며 한밤마을의 상징 조형물로 팔공산의 팔(八)자를 본떠 만든

문인 '성안문'이 있다.

주변에 대율리 대청(유형문화재 제262호), 남천고택(민속자료 제164호) 등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화본역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는 군위의 역사와 문화관광, 조선시대의 생활과 전통놀이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테마공원인 사라온이야기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외갓집 겨울나기 체험을 테마로 진행하는 어린이 체험학습이 인기를 끌고 있다.

 덕치본원 관아에서는 곤장 체험을, 도화원에서는 탈과 산타 인형 만들기, 삼국유사 목판인출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또한, 사또와 포졸 옷을 입고 암행어사 체험도 할 수 있고 달고나 솜사탕 만들기와 떡메치기도 인기다.

입장료는 성인 3000원, 청소년·군인 2500원, 경로자·어린이 2000원.



글·사진=유정환 기자 defi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