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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부 동헌 문화재 건물, '창고'로 전락

금산금산 2017. 1. 11. 21:13

동래부 동헌 문화재 건물, 창고로 전락



연심당, 고마청, 내삼문 총 3곳…안내판·북 등 잡동사니 보관










- 시 감사 지적받고도 개선 안 해
- 난로 피우며 소화기 관리도 부실


조선 시대 동래의 관청이었던 동래부 동헌 내 일부 문화재 시설이 각종 공사 자재 등을 보관하는

창고처럼 방치되고 있다.

동래구는 지난해 부산시 감사에서 문화재 시설을 부실하게 관리한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6일 부산 동래구 동래부 동헌 내 연심당에서 관계자들이 문짝을 수리하고 있다.

성효 기자 kimsh@



6일 부산 동래구 수안동에 위치한 동래부 동헌(건물 9동) 내 연심당, 고마청, 내삼문 등의 문이 닫힌 채

창고로 쓰이고 있었다.

문화재 시설의 내부는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조선 시대 동래부사의 관사 또는 6방 관속 등의 대기소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연심당 내부에는 안내판, 북, 초가집 모형 등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2015년 12월 총 43억을 투입해 복원한 고마청에는 예초기 3대가 보관돼 있다.

고마청은 조선 시대 가장 빠른 운송 수단이자 주요 군수물자였던 말을 관리하던 관청이다.

동래구는 관람 시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내삼문 왼쪽 공간에 폐소화기, 각종 공사 자재 등을 보관하고 있었다.

동래부 동헌은 조선 시대 동래부 관아시설의 핵심 공간으로 당시의 역사와 문화를 함축하고 있는 역사적 장소다.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높아 부산시는 시 지정기념물 제60호로 관리하고 있다.



   
앞서 연심당 내부에 각종 안내판, 북, 초가집 모형 등이 적재돼 창고를 방불케 했지만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모두 치워졌다.

동래구는 동래부 동헌 관리위탁을 맡아 문화재를 보존하는 기관임에도

이처럼 부실한 관리를 해오다 시의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시 감사실의 종합감사에서 "'부산시 문화재 보호 조례' 제9조(소유자관리의 원칙)에 따라 문화재를 창고로 활용되면 안 된다"고

지적됐다.

이어 동래구는 지난해 12월 29일 시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지만

아무 조치를 하지 않다가 이날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연심당에서

보관 중이던 물품들을 급하게 치웠다.


동래구 관계자는 "고마청 내 예초기는 과거에도 창고 용도로 사용해 그대로 놔뒀다. 내삼문은 애초 관람 시설이 아니다"고 말했다.

게다가 목재 문화재 특성상 겨울철 화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지만

동래부 동헌 내 충신당에서는 난로가 버젓이 사용되고 있었다.

시 유형문화재 1호인 충신당은 이곳의 중심 건물로, 조선 시대 수령이

직접 공무를 처리하던 곳이다.

이 밖에도 동래부 동헌에 비치된 총 29개의 소화기 중 안전핀이 뽑힌

소화기 1개, 손잡이가 녹슨 수십 개의 소화기가 발견되는 등

관계 기관의 안전 불감증이 여실히 드러났다.

동래구 측은 소화기 문제는 바로 조치하겠다면서도

난로는 자원봉사자들이 사용하는 것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진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