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운장산’

금산금산 2017. 2. 21. 07:45

진안 '운장산'




남도의 산도 불붙기 시작했다






단풍 시즌이다.

설악에서 출발한 단풍이 하루가 다르게 남으로 내달리고 있다.

이번 주말이면 월악 청량 계룡산 등 온 산이 붉게 물들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이어 내달 첫 주말이면 '단풍의 고전' 내장산과 백암산의 단풍도 역시 절정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기상청은 흔히 '첫 단풍일'과 '절정기' 두 가지로 나눠 단풍시기를 예보한다.

산 전체 높이로 보아 2할 가량 물들었을 때를 첫 단풍일, 8할 가량 정도 되면 절정기라고 한다.


   
단풍철에는 등산객들이 한꺼번에 대거 몰리는 단풍 명소보다 단풍이 좀 적어도 한적하면서도 여유있게 산행을 할 수 있는 산을 권하고 싶다. 전망이 빼어난 전북 진안 운장산도 그 중의 하나이다.

문제는 절정기 때의 단풍.

진달래나 철쭉의 경우 절정기라고 하면

산사면이 동시에 물들어 이견의 여지가 없지만

단풍의 경우는 받아들이기에 따라 시기적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수년간 경험으로 볼 때 기상청이 밝힌 단풍 절정기는 산 아래, 이를테면 사찰 주변이나 연못의 정자 주변 단풍이 절정일 때를 의미하는 것이지

산 속 등산로 주변의 단풍이 한창이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해서, 제대로 된 단풍산행을 즐기려면 기상청이 발표한 절정기보다

일주일 정도 앞서 가는 것이 현명할 듯 싶다.

무릇 우리나라의 경우 소나무가 우점종인 몇몇 산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단풍나무 또는 잎이 붉게 혹은 노랗게 물드는

수종들이 첩첩산중에 널려 있다.

시골 장터마냥 시끌벅적한 단풍 명소보다 단풍은 좀 적지만

호젓하면서도 한적한 산이 이 가을 단풍 산행지로 적합할 듯싶다.

전북 진안 운장산이 이에 근접할 듯하다.

암수 두 개의 봉우리로 유명한 마이산(686m)과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아홉 개의 기묘한 암봉이 인상적인

구봉산(1002m)과 더불어 진안의 3대 명산으로 손꼽힌다.

이 중 최북단에 위치, 이웃한 완주군에도 걸쳐져 있는

운장산(1127m)은 금강 남쪽으로 뻗은 금남정맥의 최고봉이다.

북으로 대둔산 계룡산으로 이어지고, 남으로 주화산에서 호남정맥과 연결돼

내장 백암 추월 무등 제암 조계 백운산으로 뻗어 나간다.



운장산은 또 조망의 산으로 유명하다.

1000m가 넘는 고봉인 데다 주변에 필적할 만한 봉우리가 없어 날씨가 맑을 경우 남으로 지리산 주능선이,

동으로 덕유산 줄기가, 북으로 대둔산과 서대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호남 제일의 조망대라 불린다.

   
동봉에서 본 중봉과 서봉

산행은 주천면 내처사동~복두봉 구봉산 갈림길~동봉~운장산~상여바위~서봉(독제봉)~활목재~독자골 계류~독자동~내처사동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30분이며

산행기점의 해발이 400~500m대여서

높이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내처사동 버스정류장에서 정면 '운장산 송어횟집' 간판쪽으로 직진,

다리를 건너면 안내 리본이 바로 보인다.

들머리다.

입구에는 '동봉 2.3㎞, 운장산 2.9㎞'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3분 뒤 '등산로'라 적힌 팻말을 따라 계류를 건너 본격 산으로 진입하면 산죽길이 기다린다.

올라갈수록 점차 된비알로 변하지만 '갈 지(之)' 자형이어서 경사도에 비해 힘은 덜 든다.

숲은 거의 하늘을 가리고 곧게 뻗은 낙엽송은 힘이 있어 보인다.

17분 뒤 안부이자 너른 쉼터.

유달리 새소리가 많이 들린다.

정면 숲 사이로 보이는 마루금이 하산할 능선이다.



   
서봉에서 본 동봉과 중봉.

소나무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왼쪽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또다시 된비알로 올라붙는다.

산죽과 더불어 이번엔 바위길로 치고 오른다.

24분 뒤 비스듬히 선 칼날바위 옆을 지난다.

칼날바위 왼쪽 '한 일(一)'자 능선은

구봉산으로 이어지는 복두봉 능선이다.

이 능선을 정면으로 보고 10시 방향으로

저 멀리 운일암·반일암계곡 인근의 명도봉도 확인된다.

잠시 헤어졌던 산죽길을 따라 6분쯤 걸으면 우측 시야가 트이는 바위 위에 선다.

정면으로 서봉이, 바위 끄트머리에 서서 우측 저 멀리 절개지가 보이는 도로 지점이 피암목재이다.

완주 동상면과 진안 주천면의 경계로 금남정맥을 넘어가는 55번 지방도 상의 피암목재는

운장산 산행의 또 다른 산행기점으로 주로 가이드 산악회가 이용한다.

잠시 숨을 고른 뒤 지그재그 오름길을 다시 오른다.

15분 뒤 빨갛게 물이 오른 단풍나무 한 그루가 시선을 붙잡는다.

낭중지추요 군계일학이다.

아직 시기적으로 일러 기대치 못한 단풍이기에 더더욱 반갑다.



이내 너른 쉼터.

정면에는 동봉이, 그 우측 수목 사이로 운장산 정상(일명 중봉)과 서봉이 한눈에 보인다.

그러고 보니 정상부는 크게 동봉 중봉 서봉 등 세 봉우리가 각각 600m의 간격을 두고 우뚝 서 있다.

   

직진한다.

길섶으로 옅은 오렌지색 단풍과 신갈 졸참 등

참나무류의 잎이 노랗게 물들어 있다.

쉼터에서 10여 분이면 첫 갈림길.

이정표가 서 있다.

왼쪽은 복두봉(5.1㎞)을 거쳐 구봉산(7.8㎞) 가는 길,

산행팀은 산죽이 도열해 있는 우측으로 간다.

4분이면 동봉에 선다.

발 아랜 기암절벽이 펼쳐지고

코 앞의 운장산 정상과 서봉이 어서 오라 손짓한다.

남동쪽으로 덕유산이 희미하게 확인되고

정동으로 복두봉과 구봉산 주봉인 천황봉(장군봉)이 앞 능선에 가려 정상의 동그란 부분만 보인다.



운장산 주봉으로 향한다.

비탈진 큰 바위를 내려오는 등 한참 떨어지다 오르는 된비알이 만만찮다.

밧줄이 매여져 있지만 너무 낡았다.

주봉 직전 정면에 밧줄이 보이지만 주변의 멋진 조망을 놓치기 싫어 왼쪽 전망대로 향한다.

뜻밖에 전망대 쪽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이 보인다.

역시 밧줄이 보인다.

올라서면 왼쪽 저 멀리 진안과 이웃한 완주땅이 시야에 들어오고 남쪽의 마이산도 귀를 쫑긋거리며 손짓한다.

동봉에서 20여 분이면 운장산 정상에 선다.

정상 너른 터에는 정상석 대신 대삼각점과 벤치 두 개가 서 있다.

인근에는 이동통신 중계탑이 흉물스럽게 서 있고 그 너머로 연석산이 보인다.

정상에서 본 동봉은 도약하려는 개구리를 영판 닮았다.

무엇보다 동봉이 더 높은 것 같다.

대삼각점이 있어 형님 대접을 받는 것 같다.

이젠 정상부의 3개 봉 가운데 풍광이 가장 빼어나다는 서봉으로 향한다.

6분 뒤 상여바위를 지나면서 확 트인 암릉길이 이어진다.

이름과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산 아래 대불리에서 보면 바위군이 흡사 상여나가는 행렬을 닮았다고 한다. 억새와 단풍이 어우러진 기암괴석군이 장관이다.

손에 잡힐 듯한 서봉은 고래 한마리 위에 거북이 올라와 있는 형상이다.

서봉(1122m)은 중봉에서 20분.

바로 아래 편평한 터에 역시 벤치가 둘 있다.

봉우리의 위용이 주변의 봉우리를 굽어 살피는 듯하여 일명 독제봉(獨帝峰)이라 불린다.

바로 옆에는 전망 좋은 너른 바위가 있다.

멀리서 봤을 때 고래 머리부분이다.

이곳에 서면 만항치에서 뚝 떨어졌다 솟구친 코 앞의 연석산과 그 너머 호남평야도 멋있지만

지나온 동봉과 중봉의 풍광 또한 이에 못지 않다.

   
운일암반일암 계곡

하산은 정상 직전 이정표에서

'피암목재(2.5㎞) 내처사동(3㎞)' 쪽으로 내려선다.

벤치 좌측 뒤로 열린 길은 연석산 가는 길이다.

여전히 산죽길이다.

등로를 감싸고 있는 산죽은 초록 기운을

조금도 흐트러뜨리지 않고 시종일관 뭇 객을 반긴다.

20분 뒤 갈림길.

지도 상의 활목재다.

왼쪽은 피암목재 방향, 오른쪽으로 향한다.

여태까지의 산길과 달리 비교적 거칠다.

오래 전 태풍 탓인지 불규칙한 돌길에 덩굴이 치렁치렁 매달려 있고 곳곳에 쓰러진 나무가 자주 눈에 띈다.

어떤 구간은 아예 길이 보이지 않고 나뒹구는 돌을 밟고 가기도 한다.

활목재에서 25분 뒤 계류를 만난다.

50m쯤 계류를 따라 가면 우측으로 산죽길이 열려 있다.

다시 숲으로 들어와도 거칠기는 마찬가지.

계류에서 9분이면 산을 벗어난다.

인삼농사를 주로 짓는 독자동과 '운장산 진보산장' 및

'내처사마을'이라 음각된 입석을 잇따라 지나면 내처사동 버스정류장에 도착한다.

산을 벗어난 뒤 22분 만이다.




# 떠나기 전에

- 진안 명물 새끼돼지 '애저' 요리 일품

   
애저탕.

'진안군지'에 따르면 운장산(雲長山)의 옛 이름은 구절산인데,

조선 중기 성리학자 구봉(龜峰) 송익필이 서봉 아래 오성대에서

은거한 뒤로 그의 자(字)인 '운장'을 따서

운장산이라 불리게 됐다 전해온다.

하지만 송익필이 세상을 뜬 후 나온 '택리지'나 '대동여지도'에는

모두 주줄산으로 기록돼 있어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또 이웃한 구봉산(九峰山)도 송익필의 호를 따서 명명됐다고 하지만

한자가 달라 역시 궁금증은 풀리지 않는다.

산행 중 산행팀은 서봉 바로 옆 전망대 바위를 오성대라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오성대는 연석산으로 가는 길에 있다고 한다.

서봉에서 10분쯤 떨어져 있으며 지도상의 샘터는 오성대 바로 아래 있다고 한다.

운장산이란 이름이 명명된 계기가 된 오성대쯤 되면 알림판 하나 정도는 세워 뒀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활목재에서 내려오는 하산길은 상당히 거칠다.

지자체에서 이를 파악했는지 도중 '목계단 20+5 독'이라고 적힌 빨간색 리본이 걸려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독'은 계곡 이름을 뜻하는 독자골 또는 독자동 계곡으로 추정된다.

들머리 내처사동으로 가는 도중 주자천 중류의 계곡인 운일암반일암은 경관이 아주 빼어나다.

예전에는 워낙 깊고 험해 구름에 가린 해밖에 볼 수 없어 운일암(雲日岩),

해를 반나절밖에 볼 수 없어 반일암(半日岩)이라 불렸다고 한다.


바위 턱에 세워놓은 정자에서 바라보는 계곡의 경관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금복회관(063-433-0650). 향토전통지정업소이다.

생주 20일 된 새끼돼지를 쪄낸 애저탕 전문점이다.

새끼돼지를 불쌍히 여겨 '애저(哀渚)'로 불리지만 어린 새끼돼지라 '아저(兒渚)'로도 부른다.

진안읍에서 3㎞ 정도 떨어진 마이산 북부주차장 입구에 위치해 있다.

어린 돼지를 4등분해 깨끗하게 씻은 다음 마늘 생강 등의 양념을 넣고 푹 삶은 뒤

묵은 김치에 싸먹거나 초장이나 소금에 찍어 먹는다.

고기는 워낙 부드러워 닭백숙을 연상시키지만 기름은 하나도 없어 깔끔하다.

고기를 대충 먹은 후에는 신김치와 갖은 양념을 넣고 매운탕으로 다시 끓여 밥과 함께 먹는다.





# 교통편

- 대중교통 당일 불가, 승용차 이용해야

대중교통편은 전주~진안~내처사동으로 이어지는 버스를 각각 타야 하지만

부산서 당일치기로는 불가능하다.

진안버스(061-433-5282).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 고속도로 장수IC~장계(진안 전주 주논개 생가 마이산) 19번 국도 우회전~무주 장계~

진안 장계~전주 진안 26번 좌회전~방곡재~(진안군 진안읍)~전주 26번~무주 진안~전주 진안~진안~전주 군청 군의회 경찰서 방향 좌회전~월랑교 건너~진안사거리(군청 직전 사거리)서 우회전~금산(주천 용담) 용담댐 운일암반일암 방향 우회전~금산 정천(운일암반일암) 795번~정천면~금산 주천~금산 용담(댐)~주천(천황사 운일암반일암) 좌회전~운장산 자연휴양림 입구~구봉산 주차장~동상 운일암반일암 방향 좌회전 55번 지방도~고산 대아호~내처사 운장산 좌회전~내처사동 버스정류장 순.


  • 국제신문

  •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






  • '운장산'...

     

    햇님도 바쁜 '노령' 최고봉

     

     


    전라북도 진안군완주군의 경계를 이룬 운장산(雲長山)

    해발 1126m노령산맥의 최고봉이다.

     

    이 산은 하루내내 구름이 끼고 하루해가 절반만 비친다는

    운일암, 반일암 계곡이 있어 더욱 유명하다.

     

    맑은 물과 빼어난 바위로 이루어진 이 명소는 비석바위 용소 대불바위 삼형제바위

    보살암 열두굴비경이 즐비해 국민관광단지지정돼 있다.
    운장산의
    등산 들머리는 처사동으로 산골안쪽에 있는 곳이 내처사동,

    입구가 외처사동인데 등산 방향에 따라 어느곳이든 상관없다.

     

    버스종점인 외처사동에서 등산할 경우 독자동계곡을 거쳐 활목재로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독자동이 개발로 인해 계곡미가 줄어든데다가

    활목재로 오르는 길이 너무 급경사인 탓인지 이 코스를 피하는 경향이다.

     

    요즘은 이 마을에서 오른편 산기슭로 휘감아 오르는

    포장안된 도로를 따라가다 고개(피암목재)에서 산길로 접어든다.

    동네에서 피암목재까지는 20분.

     

    고개는 지금 공사가 한창이라 길찾기가 쉽지 않은데 고개를 넘기직전 흙이 드러나 있는

    왼편 능선 정수리의 숲에 안내 리본이 달려있고 산길이 뚫려 있다.

    여기서부터 활목재까지는 한시간 정도의 보통등산로.

     

    활목재는 독자동에서 올라온 길과 만나고 이 길은

    곧 왼편의 산대나무숲 사이로 난 급경사로 이어진다.

    이 길은 아직까지 얼음이 얼어 있어 봉까지 40여분간 힘들게 올라야 한다.

    운장산은 정상(중봉 또는 칠성대)과 서봉 동봉의 3개 봉우리로 이루어졌는데

    서봉은 암봉이라 가장 멋있는 모습이고 두봉우리는 평범하다(세봉우리는 20분거리).

    하지만 어느 봉우리든 전망은 장관이다.

     

    북쪽대둔산 계룡산, 동쪽의 덕유산 육십령,

    남쪽마이산지리산이 시야를 압도하고 서쪽은 전주시와 호남평야,

    아득히 군산 앞바다가 펼쳐진다.

     

    어디 그뿐인가 산죽잎을 장식했던 상고대가 햇볕을 받아 녹아내리며

    은백색 빛을 바람따라 사방에 퍼뜨려 눈이 아린다.

    하산은 정상에서 동봉을 경유, 북쪽능선길 따라 1시간 30분이면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내처사동의 계곡에 내려서고 여기엔 운장산 등산로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외처사동까지는 한길로 20분 걸린다(총산행시간 4시간 30분).

     

    동봉에서 북쪽능선으로 내려오기전의 오른편길은 각우목재∼큰골∼내처사동으로

    이어진 약간 힘든 등산로.

     

    운장산은 소문난 산이지만 절이 없는 산이 고절이 없음에도

    동네이름중 대불리처사동불교와 연관돼 있어 흥미를 돋운다.

     

    부산서 승용차로 안의∼육십령∼장계∼진안을 거쳐  주천∼외처사동 5시간 30분.

    버스는 전주행을 타고 진안에 가 주천∼외처사동 행(하루 7회).

    진안시외버스 0655(33)2508,외처사동민박집 (32)7121,주천면 사무소(32)6511.


    <김철우·대산련부산연맹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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