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갈기산’

금산금산 2017. 2. 14. 20:09

영동 '갈기산'





발아랜 금강 강건너 천태산, 천하 절경이 이곳이로세





굽이치는 강줄기를 바라보며 마루금을 걷는 산행은 꿈만 같다.

콧잔등을 가볍게 스쳐가는 시원한 강바람과 근육질의 기암괴석이 즐비한 산길을 내딛는 기분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상상을 못할 정도로 짜릿하며 황홀하다.

산꾼들은 이쯤 되면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한마디씩 거든다.

"그래, 이 맛이 없으면 산엘 왜 와."


굽이치는 강줄기가 영남의 젖줄 낙동강 하류 쪽이면

토곡산이나 천태산 오봉산 금동산 등지에서 그 기분을 만끽할 수 있겠고

상류 쪽이면 청량산이나 갑장산에서 느낄 수 있다.



이번 주 산행지는 영동 갈기산.

무대를 옮겨 수려한 금강의 굽이치는 물줄기를 감상하는 산길이다.

갈기산.

혹자들은 '산 이름이 왜 이래' 하고 의문이 들 게다.

사실 기자도 그랬다.

알고 보니 갈기산의 갈기는 말이나 사자의 갈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산행 중 만나는 울퉁불퉁한 바위능선길이 마치 갈기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 이름 속에 산세가 내포된 특이한 케이스인 셈이다.



   
영동 갈기산 정상에 서면 발아래 굽이치는 금강줄기와 강 건너 명산 천태산이 한눈에 펼쳐져 전망이 아주 빼어나다.

갈기산은 금강을 중심으로 마주보고 있는

같은 영동 양산면의 명산 천태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명도는 떨어진다.

그러나 금강의 푸른 물줄기를 굽어보며 말갈기 능선을 걷는 그 순간만은 천태산을 넘어 우리땅 최고 조망의 산으로 손꼽아도

하등 손색이 없을 듯하다.

바위 낭떠러지라는 의미의 영동 일대 사투리인 '덜게기'는

금강 쪽으로 수 백길의 절벽을 이루고 있고

강 주변의 황금들녘은 한폭의 한국화를 연상시킨다.

산행은 충북 영동군 양산면 호탄리 간이주차장~헬기장~갈기산(585m)~차갑고개(소골 갈림길)~성인봉~자사봉~월영봉 갈림길~월영봉~월영봉 갈림길~간이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40분 정도.

산행 내내 거의 외길이라 길찾기는 크게 어렵지 않다.

영동에서 금산으로 넘어가는 68번 지방도변에 위치한 간이주차장이 들머리다.

차에서 내리면 바로 산길이 열려 있다.

금강 상류지역에 해당되는 이곳은 주변 경관이 무척 아름다워

산을 찾지 않더라도 강변 드라이브 코스로도 일품이다.

   
말갈기 능선.

입구에 갈기산 등산안내도와 간이화장실

그리고 입산통제 안내판이 나란히 서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도로변에서 바로 시작되는 산길은

늘 그렇듯 처음부터 된비알이라 숨이 가쁘다.

6분 뒤 갈림길.

이내 만나므로 무시하자.

이어 시야가 트이면서 우측 뒤로

금강의 푸른 물줄기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낙동강에 비해 강폭은 좁지만 산기슭을 휘돌아 흐르는 물줄기는

주변 산세와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산수미를 뽐내고 있다.

우측 발 아래 푹 꺼진 곳이 소골이며, 소골 뒤 힘찬 산줄기가 하산길 능선이다.

그 능선 위 정점이 월영봉이다.



들머리에서 20분이면 헬기장에 닿는다.

숨을 한 번 고르고 바로 산길로 올라선다.

이번에는 왼편 강쪽으로 벼랑이 나타난다.

전체적으로 오르막길이지만 산발적으로 평평한 길과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등로 곳곳에는 바위길이 복병으로 숨어 있고 그 바위길 끄트머리에는 낙락장송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한 굽이 올라서면 일순간 내리막.

집채만한 바위가 버티고 있어 우회하는 셈이다.

도중 돌탑을 지나면서 경사가 다소 주춤하더니 다시 오름길이 이어진다.

일순간 등로 좌측 집채만한 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힘겹게 올라 보니 뜻밖에도 갈기산 정상이다.

들머리에서 55분.

그간 올라오며 간간이 봤던 기암괴봉과 낙락장송, 굽이치는 금강 물줄기

그리고 황금들녘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아름답게 다가온다.

발아래 금강은 돌멩이를 던지면 풍덩하고 떨어질 것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정상에서 본 금강.

하산은 바위를 내려와 밧줄을 잡고 내려서자마자 바로 왼쪽으로 향한다. 쏟아지는 급경사 내리막이다.

이후 산허리길로 5분 정도 가면 너른 터에 닿는다.

왼쪽 뒤편으로 이곳 너른 터와 합류하는 산길이 보인다.

곰곰이 정리해보니 이 길은 정상석 뒤로 곧바로 내려서면

만나는 길인 듯하다.

오름길로 직진한다.

이후 시야가 트이는 지점에 서면 향후 나아갈 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저 멀리 건너편 푹 꺼진 곳이 차갑고개(소골재)이고

그 우측 높은 봉우리가 월영봉이다.

그러고 보니 갈기산은 가운데 푹 꺼진 소골을 중심으로

갈기산과 월영봉이 마주보는 반원형 산세를 지녔다.

10여 분 뒤 다시 시야가 트이면서

좌우가 직벽 낭떠러지인 암릉길을 만난다.

말갈기 능선이다.

아슬아슬한 말갈기 능선 양편의 바위벼랑은 무시무시하지만 한편으로 장관이다.

한 발짝만 잘못 디디거나 거센 바람이 불면 큰 사고가 날 것 같아 한결같이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어느새 너른 터.

지도 상의 555봉으로 말갈기 능선이 끝나는 지점이다.

정상에서 대략 25분.

이어지는 산길은 안내 리본이 많이 걸려 있는 우측으로 내려선다.

이후 산길은 크고 작은 봉우리를 수 차례 오르내린다.

한동안 흙길을 걷다 암릉과 낙락장송들을 만난다.

다시 한 굽이 오르면 갈림길.

 역시 우측으로 내려서면 곧 안부에 닿는다.

지도 상의 차갑고개(소골재)로, 우측 소골로 내려서는 길이 열려 있다.

여름철엔 대개 이 계곡으로 하산한다.

산행팀은 오름길로 직진한다.

10여 분 오르면 무덤이 보이고 거기서 150m쯤 떨어진 지점에 돌탑이 서 있는 너른 터가 기다린다.

성인봉이다.

누군가 명패를 나무에 달아놨다.

이 봉우리는 영동군 양산면과 학산면, 금산 제원면의 경계를 이루는 이른바 삼면봉(參面峰)이다.

다시 내려섰다 잠깐 올라서면 자사봉에 도달한다.

성인봉에서 15분.

역시 우측으로 내려선다.

오르락내리락하지만 경사가 미미한 데다 바닥이 푹신푹신해 모처럼 편안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암릉길이 즐비한 갈기산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잠시 고개를 우측 뒤로 돌리면 방금 지나온 능선이 보이고, 정면으론 월영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30분이면 월영봉 갈림길.

'성인봉·월영봉'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나무에 걸려 있다.

월영봉은 주맥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

넉넉잡아 왕복 15분쯤 걸린다.

배낭을 풀어놓고 잠시 다녀오자.

삼각점이 있지만 주변 조망이 없는 등 별 특징이 없다.

이제 본격 하산.

역시 급경사 내리막길이 15분쯤 지속된다.

이후 15분 정도 유유자적하게 걷다 소골 계류를 건너 인삼밭을 지나면 들머리인 간이주차장에 닿는다.

월영봉 갈림길에서 40분쯤 걸린다.






   

# 떠나기전에
- 갈기산, 삼국사기에 언급된 애국의 노래 '양산가' 배경

갈기산(585m)은 영동의 터줏대감 명산인 천태산과 흔히 비교된다.

해서, 간혹 손해를 본다.

갈기산 들머리 간이주차장에서 차로 10분 걸리는 천태산(715m)에는

고려 공민왕과 노국대장공주의 애틋한 전설이 서린 영국사(寧國寺),

천연기념물 제233호인 1300년 된 은행나무,

 75m 높이의 스릴 넘치는 완경사 암벽, 진주폭포와 3단폭포의 물소리,

천태산 지킴이 배상우(76) 옹 등 다양한 콘텐츠가 즐비한 데다 산세까지 수려해

전국에서 많은 산꾼들이 즐겨 찾는다.

영동 토박이로 천태산 인근에서 금오약방을 운영하는 배 옹은

천태산 등산로에 설치된 안내 이정표와 침목계단 밧줄 등 안전시설물을 사비를 들여

홀로 직접 설치해 '천태산 산신령'으로 불린다.



금강을 중심으로 천태산과 마주보고 있는 갈기산은 천태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아 왔지만

최근들어 산꾼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찾는 이가 증가하고 있다.

영동 지역의 산꾼들도 갈기산에 비해 천태산의 명성을 인정하면서도 갈기산에서 내려다보는 금강의 굽이치는

물줄기와 황금들녘의 수려함과 말갈기 능선만큼은 천태산의 그것보다 한 수 위라고 강조했다.

주변 조망도 빼어나 날이 맑을 경우

충남의 최고봉인 서대산과 마니산 국사봉 대둔산 덕유산 적상산까지도 확인된다.

갈기산은 삼국사기 열전에 나오는 애국의 노래 '양산가'의 배경으로 알려져 있다.

사연이 이렇다.

태종무열왕 때 신라가 백제를 칠 때 선봉장이었던 김흠운 장군은

이곳 영동 양산에서 백제군의 기습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그는 갈기산으로 몸을 피할 것을 간곡히 권하는 군사들의 권유를 뿌리치고

끝까지 백제군과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했다.

후에 신라인들은 김 장군의 용맹과 장렬한 전사를 기려 '양산가'를 지어 불렀다고 전해온다.

또 한가지.

이동할 때 금강에서 허리춤까지 차는 물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강태공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쏘가리 루어낚시꾼들이다.




# 교통편
- 경부고속도로 황간IC로 나와 영동 방면 4번 국도 타야

부산역에서 경부선 열차를 타고 영동역에서 내린다.

무궁화호는 오전 5시10분, 5시30분, 7시5분, 7시45분,

새마을호는 오전 6시3분에 각각 출발한다.

3시간10분 걸린다.

버스정류장은 영동역에서 나와 우측으로 50m쯤 가면 만난다.

이곳에서 지내리 또는 양산행 동일버스를 타고 호탄리 갈기산 간이주차장에서 내린다.

오전 9시50분. 30~40분 걸린다.

이 때문에 부산서는 늦어도 오전 6시3분 출발하는 새마을호를 타야 된다.

호탄리 갈기산 간이주차장에서 영동행 버스는 오후 4시, 7시20분께 있다.

 영동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는 오후 5시54분, 6시58분, 7시43분, 새마을호는 밤 9시25분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황간IC~대전 영동 4번 국도 좌회전~대전 영동 직진~대전 옥천 직진~대전 무주 직진~대전 옥천~영동제3교 건너자마자 장수 무주 방향 19번 좌회전~장수 무주 직진~묵정리~무주 방향 좌회전~천태산 송호관광지~금산 구강~금산 양산~금산 옥천 우회전 68번 지방도~금산 무주~금산 제원~호탄리 갈기산 간이주차장 순.



  • 국제신문

  •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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