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닫는 부산, 가로막힌 집시권
시청 앞 대형화분·볼라드…市가 집회공간 봉쇄 꼼수
부산역광장도 규모 축소…집회보장 서울시와 대조적
부산시청 주소인 연제구 연산동 1000번지는 광장 역할을 한다.
이곳에선 매년 100여 건의 집회가 열린다. 지난해 연제경찰서에 접수된 집회신고만 117건에 달했다.
부산시청 건너편에 자리 잡은 부산고용노동청도 단골 집회장소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열린 사회'의 상징인 광장이 사실상 닫혔다.
대형 화분과 화단, 볼라드가 설치되면서부터다.
26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 대형 화분이 듬성듬성 놓여 있다. 시민사회는 "집회를 막기 위한 부산시의 꼼수"라고 비판했다. 전민철 기자 jmc@ |
26일 부산시청사 앞 광장. 듬성듬성 놓인 대형 화분 탓에 공간이 파편화됐다.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집회를 열 수 없다.
시는 2015년부터 후문 택시 승강장 주변 인도에도 4500만 원을 들여 로프를 이용한
화단 11개와 광안대교·등대 모형을 설치했다.
광장이 '출입통제'되자 경찰도 태도를 바꿨다.
2015년 10월 금속노동조합이 PSMC 정리해고 반대집회 신고를 하자 경찰은 '부산시 공유재산인 화단이 조성돼
있다'며 시장의 허가를 받거나 장소를 변경하라고 통보했다. 시 역시 당시 '집회를 제한하고 행정재산을 보호해달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노조가 집회금지 통고에 맞서 소송을 제기하자 부산지법은 지난해 5월 "집시법이 정하는 집회 금지장소가 아니다.
집시법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주요 도로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시는 여전히 '1000번지 집회'에 부정적이다.
지난 12일에는 고위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시청 주변 상시 집회 해소 회의'도 열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에서는 "시가 집회를 원천적으로 막는 대책을 논의한 게 아니냐"고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촛불집회를 이끈 '박근혜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억울한 사람들이 읍소하는 공간인
광장이 대형 화분과 화단이라는 '꼼수'에 차단당했다.
적폐는 가두고 광장은 여는 게 민주주의"라고 주장했다.
부산역광장도 광장의 기능이 위축되는 추세다.
시가 280억 원을 투입해 광장 주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창조경제 거점시설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은 6450㎡ 규모에 별다른 시설물 없이 잔디만 심어 개방하고 있다.
서울시는 촛불집회가 열릴 때는 개방 화장실을 확보하고 미아보호실·분실물센터도 설치했다. "평화롭고 안전한 집회 보장을 위해서"였다.
부산참여연대 김종민 공동대표는 "광장의 목소리를 봉쇄하려고 설치한 화단은 차벽이나 물대포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현재 시청사 주변에서 자유롭게 집회가 열리고 있다"면서 "집회 관련 회의는 갈등의 원인과 해결책을 고민하기 위한 자리였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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