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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난민 차별]…'장애인 등록 거부당한' 파키스탄 소년

금산금산 2017. 6. 21. 21:37

여전한 [난민 차별]…'장애인 등록 거부당한' 파키스탄 소년




뇌병변장애 1급판정 받고 혼자서는 집 밖 못나가지만 복지법상 이민자 등만 혜택






- 주민센터서 장애인 등록 거부

- 인권위, 복지법 개정 권고
- 90일 이내 이행조치에 희망



부산 사상구 괘법동에 사는 미르(10)는 난민이다.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어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나들이를 못 한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미르의 장애인 등록을 거절했다.

국제법상 난민은 자국민에 준하는 대우를 받게 돼 있는데도 보건복지부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난민도 장애인 등록이 가능하도록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도 복지부는 묵묵부답이다. 세계난민의 날인 20일 미르 가족의 눈물이 마르지 않는 이유다.

   
파키스탄 난민인 미르(오른쪽) 군과 여동생. 미르 군의 아버지 무하마드자이 씨 제공

미르는 파키스탄 발루치스탄 출신이다.

파키스탄 분리 독립운동을 하던 아버지 칼레드 발로츠 무마하마드자이(49) 씨는 2014년 우리나라 정부로부터 난민 인정을 받자 이듬해 4월 가족을 데리고 부산에 정착했다.

장애인특수학교인 부산 사상구 솔빛학교 3학년인 미르는 날마다 등교하는 과정이 고난의 연속이다.

매일 아버지와 함께 가파른 언덕길과 인도 없는 터널을 지나 통학버스 정류장에 간다. 평지에서도 넘어지기 일쑤인 미르에게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무하마드자이 씨는 장애인 활동보조인 지원을 받기 위해 주민센터를 찾아 장애인 등록 신청했다.

미르가 병원에서 뇌병변장애 1급 판정을 받았고 자신도 난민 자격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됐기 때문에 어려움이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주민센터는 장애인 등록을 거부했다.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는 외국인은 재외국민·동포·영주권자·결혼이민자로 한정된 탓이다.

국제법상 난민은 자국민에 준하는 사회보장 혜택을 받게 돼 있는데 장애인복지법이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무하마드자이 씨는 시민단체 '이주민과 함께'의 도움을 받아 복지부 장관에게 질의서를 보냈다.

복지부는 "장애인복지 예산이 한정돼 난민을 지원 대상에 포함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지난 2월에는 공익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사상구를 상대로 '장애인 등록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부산지법은 지난 9일 '장애인복지법 적용 대상에 난민이 빠져 있다'는 이유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현재 미르 가족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희망을 걸고 있다.

지난 3월 30일 인권위가 복지부 장관에게 난민 장애인도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도록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복지부는 아직 인권위의 권고에 대해 아무런 의견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인권위의 권고를 받은 당사자는 90일 이내에 권고에 대한 수용 여부와 이행 조치를 회신해야 한다.

복지부가 인권위의 권고에 따라 미르를 품에 받아들일지 결정해야 하는 시간도 10일가량 남았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인권위의 권고를 부처가 적극적으로 수용하라고 지시하자 미르 가족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무하마드자이 씨는 "2012년 문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다"며 "대통령이 바뀌었으니 미르를 꼭 도와줄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