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476억 들인 [화명고가] '3년째' 방치

금산금산 2017. 7. 28. 22:30

1476억 들인 [화명고가] '3년째' 방치




산성터널 내년 개통 일정 무시…부산시, 국비 반납 피하려 주민요구 묵살하며 먼저 완공







- 9년 공사에 인근 상권 타격

- 소음·분진에 폐업·이전 속출




  부산 북구 화명대교와 산성터널을 연결하는 화명고가도로가

   대표적인 행정 실패 사례로 비판받고 있다.

   산성터널이 아직 뚫리지 않아 준공 2년이 넘도록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10만 명인 화명신도시의 상권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26일 ‘통행금지’라고 적힌 간판이 출입구를 가로막고 있는화명고가도로.   도로 양쪽으로 듬성듬성 자란 풀이 이어졌다.

  흰색 점선  페인트 도색은 관리가 안 된 탓인지 쩍쩍 갈라졌다. 



  고가도로 주위 상가는 을씨년스러웠다.

  문을 닫은 가게가 자주 보였다.

  깨진 창문을 합판으로 막아놓은 곳도 있었다.

  멀리 내년 9월 완공 예정인 산성터널로 트럭만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완공 3년째 차량 통행이 금지된 부산 북구 화명고가도로와 주변 상가 건물들.

사진 아래쪽이 공사 중인 산성터널 입구이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


한때 이곳에서 음식점을 운영했던 A 씨는 “착공과 함께 먼지와 소음이 날려 손님이 급격히 줄었다”고 말했다.

A 씨는 현재 고가도로와 떨어진 곳으로 가게를 옮긴 상태다.

화명신도시발전위원회 백순택 사무국장은 “착공 당시 문을 닫거나 자리를 옮긴 업소가

10곳이 넘고 50여 곳은 경매에 나왔다”고 전했다.




화명고가도로는 2007년 12월 첫 삽을 떴다.

총사업비는 1476억 원.

길이 600m 구간 가운데 1공구(330m)를 2012년 4월 준공했고

나머지 2공구(270m)는 2010년 12월 착공해 2015년 5월 완공했다.

화명신도시의 핵심 상권이 지난 9년간 공사장으로 변한 것이다.



화명동 상인들은 화명고가도로 설계가 한창이던 2007년 9월

‘고가도로 대신 지하화해달라’는 2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부산시에 제출했다.

상인들은 또 “지하화가 안 되면 산성터널 개통과 화명고가도로

완공 시기가 맞물리도록 화명고가도로 착공을 3년 늦춰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부산시는 “도로 구조상 지하화가 불가능하다.

이미 국비 186억 원을 확보한 상태여서 올해 집행하지 않으면

반환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산성터널이 화명고가도로보다 3년 늦게 완공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조기 착공한 것이다.




완공 3년째 방치된 화명고가도로 가장자리에 풀이 자라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피해는 고스란히 상인 몫으로 돌아왔다.

부산 북구의회 이동호 의원은 “2007년 3.3㎡당 2500만~3000만 원이던 1층 상가의 재산 가치가 2010년에는 1500만~1800만 원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착공 시기를 늦춰달라는 요구만 수용됐어도 이렇게 분통 터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잘못된 행정 때문에 1000억 넘게 투입된 다리에는 풀이 자라고 상권은 엉망이 됐다.

고가도로가 동네를 단절시켜 앞으로 손해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