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백암산'
우뚝 솟은 저 흰바위, 溫泉水 머금었나 세월에 바랬나
1000년 역사 백암온천 휘감은 1004m '천사의 산'
5시간 가량 산행 후 피로 풀기 온천욕 금상첨화
금송 홍송 소나무숲·백암폭포 장관에 저절로 탄성
겨울 산행을 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할 것 중 하나가 휴식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점이다.
40~50분을 힘들여 걷다가 5분만 쉬려해도 땀이 급격히 식으면서 체온이 뚝 떨어지기 때문.
건강을 위해 산행에 나섰다가 오히려 감기를 달고 귀가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어떤 이는 겨울 산행 때는 아예 쉬지 않는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극단적인 산행. 일반인이 5~6시간 이상 산을 타면서 어떻게 쉬지 않을 수 있는가.
대신에 평소보다 훨씬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잠시 휴식을 취할 때는 배낭에서 두꺼운 방한복을 꺼내 입고 체온을 보호했다가,
출발할 땐 다시 벗어 배낭에 넣는 일을 여러번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겨울 산행을 하고 난 후 날머리에서 피곤에 지친 몸을 풀어 줄 수 있는 온천이라도 만난다면
얼마나 반가울지 두말하면 잔소리.
경북 울진군 백암산은 정상부의 흰바위에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 산 아래 온천 또한 이름의 유래는 같다. 흰바위는 실제 가까이서 보면 이름과 달리 회색에 가깝지만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흰색이다. 이 바위에서 바라본 동해 조망이 일품이다. |
이번 주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찾은 산은
경북 동해안의 대표적 겨울 눈꽃 산행지로 명성이 자자한
울진 백암산(白巖山·1004m).
그 유명한 백암온천을 에워싸고 있는 산이다.
해발 고도가 1004m여서 산꾼들 사이에서
'천사의 산'이라는 애칭을 얻고 있기도 한 백암산은
동해 바다 조망과 백암폭포의 장엄한 모습을 즐기면서도
4~5시간 만에 산행을 마무리 할 수 있는 데다
온천수에 몸까지 담글 수 있어 '피로 풀기 당일 산행지'로는 딱이다.
동해 바다 조망이 뛰어나 일출 산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전체적인 산행코스는 백암태백온천모텔 뒤 주차장~
산림보호감시초소(들머리)~첫번째 갈림길~두번째 갈림길~천냥묘~
흰바위갈림길~능선~헬기장~정상~흰바위~백암산성~백암폭포~
갈림길~감시초소(날머리)로 이어지는 원점회귀 코스.
걷는 거리는 9.5㎞ 정도다.
백암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온천지구 내에서도 여러 들머리가 있지만
이번에는 백암태백온천모텔 뒤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난
포장도로를 타고 시계방향으로 돌아 들머리로 들어선다.
서쪽 가장 높은 봉우리가 우리가 올라야 할 백암산 정상.
한겨울에는 허리춤까지 눈이 쌓인다는 백암산.
초소에서 간단한 인적사항 기재 후 한적한 산길로 접어들었다.
포근한 날씨 만큼이나 부드러운 흙길이 신작로처럼 펼쳐진다.
10분 가량 오르자 길 양쪽 옆으로 금빛 소나무인 '금송'이 마치 터널처럼 에워싸며 길손을 맞아 주는 듯 하다.
붉은 빛을 띤 홍송도 섞여 있는 이 일대 소나무숲은
부산이나 경남권에서 볼 수 있는 소나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못해도 키가 20~30m 이상 되는 소나무들이
깎아 지른듯 경사진 산비탈에 빽빽하게 들어서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다.
울진과 봉화 영양 등 경북 북부 지방에서 많이 자라는 홍송은 춘양목 또는 금강송이라고도 하는데
잔가지가 적고 곧게 뻗은 데다 변형도 잘 안되기 때문에
예로부터 궁궐이나 사찰 등 큰 집을 지을때 건축 자재로 즐겨 쓰였다고 한다.
백암폭포 |
들머리로부터 20분가량 오르면 무덤이 하나 나오고,
10분쯤 더 가면 '왼쪽으로 백암폭포 1㎞ 오른쪽 정상 3.8㎞'를 알리는
갈림길에 닿는다.
백암폭포는 하산길에 들를 예정이기에
취재팀은 오른쪽 정상 방향으로 향한다.
오름길 내내 솔향기에 흠뻑 젖어
숨가쁜줄 모르고 발길을 재촉하다 보면 5분 뒤 두번째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한화리조트쪽에서 올라 오는 길과 합쳐지는 방향이고
왼쪽은 정상 방향이다.
정상을 가리키는 쪽으로 10분가량 가면 작은 능선 안부로 올라서는데
이곳에 천냥묘라고 적힌 무덤 2개가 있다.
비석에는 김녕 김씨 묘임을 표기해 놓았지만
어째서 천냥묘라고 부르게 됐는지에 대한 유래는 찾을 길이 없다.
취재팀은 '이 높은 산 중턱에 묘를 쓰기 위해서는
못해도 1000냥은 들였지 않았을까'라는 유추를 해 보며 통과한다.
300여m가량 더 가면 갑자기 왼쪽이 확 트이고
오른쪽은 전망대가 나타난다.
남쪽 발 아래로 백암폭포를 품고 있는 계곡인 모르시골과
그 건너편 능선길이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를 지나 10분가량 더 오르면 흰바위갈림길.
왼쪽으로 가면 정상을 거치지 않고 흰바위로 갈 수 있는 길인데, 실제로는 산행하는 이가 거의 없는 길이다.
오른쪽 정상부를 향해 오르는 것이 길도 명확하고 일반적인 코스이기에 이 길을 따른다.
5분 여를 바짝 오르면 계곡 최상단부의 너른 터가 나오는데 점심 식사를 하거나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이곳으로부터 능선 갈림길 까지는 30분 정도 가파르게 치고 올라야 한다.
주 능선에 닿으면 왼쪽은 정상, 오른쪽은 한화리조트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임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있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눈도 이 곳부터는 제법 발에 밟힌다.
능선을 따라 정상 방향으로 200여m 가다보면 용소 가마소 등
수많은 소와 원시림을 자랑하는 백암산의 대표적인 주 계곡
선시골(신선골)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있지만 직진한다.
곧이어 헬기장이 마련돼 있는 해발 940m 봉우리 정상에 서면 진행방향 눈앞에 백암산 정상이 성큼 다가온다.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길은 눈이 녹은 곳과 녹지 않은 곳이 뒤섞여 있는 바람에
등산화 바닥에 흙덩이가 감기기도 하지만 20분 안에 정상에 닿는다.
울진군 온정면 청년회에서 세운 표지석 옆에 헬기장이 있는 정상에서는 동서남북으로 탁 트인 조망이 시원하다. 남서쪽으로는 영덕군 칠보산, 청송군 주왕산으로 뻗어 있는 낙동정맥 주능선과 태백산맥 남단의 영양 일월산,
영덕풍력발전단지가 눈에 들어오고 동쪽 멀리로는 짙푸른 동해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북쪽으로는 덕구온천을 감싼 응봉산이 떡 버티고 섰다.
하산길은 남서쪽 흰바위쪽 이정표 쪽으로 택한다.
200여m 한달음에 내려서면 바위가 온통 희끄무레한 큰 바위에 닿는데
이것이 바로 백암산과 백암온천 명칭을 잉태한 '흰바위'다.
높이 100m 가까운 4개의 큰 바위 무더기가 모여져 있다.
남서쪽으로 탁트인 조망을 만끽한 후 하산길을 재촉하면 5분 뒤 갈림길이다.
왼쪽 길은 올라갈 때 만났던 흰바위갈림길쪽으로 난 길이지만 이용객이 거의 없다.
백암폭포 방향으로 5분가량 더 내려서면 백암산성(고모산성)에 닿는다.
통일신라때 구대림(丘大林), 황락(黃洛) 2명의 장군이 축조했다는 백암산성은
신라왕이 왜구를 피해 피신해 있었고 고려말 공민왕 또한 난을 피해 피신처로 삼았다는
전설이 전해지지만 현재는 그 자취만 남아 있을 뿐 성으로서의 위용은 찾을 길 없다.
백암산성을 지나면 가파른 내리막이 잠시 이어지다 10분 뒤 무덤 2기가 나란히 있는 곳을 통과해
두번째 무덤을 만나면 왼쪽 백암폭포 방향으로 들어선다. 백암폭포 방향은 또 한번 가파른 내리막이다.
눈이 많이 올 때는 이 길 또한 상당히 위험한 곳인데,
요사이는 봄 기운에 길이 녹아 흙이 무르기 때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갈림길에서 20여분 지나면 왼쪽 전망대를 만나는데 잠시 올랐다가 300m가량 밧줄을 잡는 등
험로를 내려서면 백암폭포가 자리잡은 계곡이다.
높이 40m에 달하는 2단 폭포인 백암폭포는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폭포수 안쪽으로
마치 속삭이는 듯한 가는 물소리가 들린다.
봄이 오는 소리인가 보다.
폭포를 뒤로 하고 계곡을 건너 왼쪽 능선 사면을 휘돌아 1㎞가량 더 내려오면
올라갈 때 지나쳤던 백암폭포 갈림길을 만난다.
이후 30분 정도 더 내려서면 들머리이자 날머리 포인트인 산림보호감시초소를 통과, 산행을 마무리한다.
◆ 떠나기 전에
- 백암온천, 치료 효과 유명세로 장기 체류객 많아
- 불영계곡 성류굴 등 주변 둘러봐도 좋을 듯
GPS 트랙 / 트랙 jpg파일 |
경북 울진군 온정면과 영양군 수비면의 경계 역할을 하는 백암산은
사실 백암온천과 묶어 '온천 산행지'로 산꾼들에게 통하는 산이다.
신라시대때부터 약효가 뛰어난 곳으로 알려져 있는 백암온천은
창에 맞은 노루를 쫓던 사냥꾼이 발견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라돈(Rn)이 포함된 국내 유일의 방사능 유황 복합온천으로
무색 무취한 데다 수질이 매끄럽기로 유명한데
수온은 섭씨 40~52도 정도. ph 9.35의 강 알칼리성의 최상급 온천수인 백암온천은 철 나트륨 칼슘 마그네슘 등이 풍부하게 포함돼 있어
피부병과 신경통 위장병 류머티즘 만성관절염 피로회복 동맥경화 부인산후조리 당뇨병 등에
치료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 효능 때문인지 온천장에는 장기 투숙객들이 많다.
1979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백암온천에서 산행 후 반드시 온천욕을 즐기는 것이
차로만 3시간여를 달려간 보람을 배가시킬수 있는 방법일 듯 하다.
불영계곡과 성류굴 등 인근에 둘러볼 만한 곳이 많고, 평해항이나 후포항 등에서
이 지역 특산품인 대게요리를 맛볼 수도 있다.
또한 백암산은 자연산 송이 산지로 유명하기도 한 곳이라는 점도 떠나기 전에 알아둬도 괜찮겠다.
◆ 교통편
- 노포동터미널서 평해까지 하루 15회 시외버스 운행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1577-9967)에서 경북 울진군 평해읍까지 가는 시외버스는
완행이 오전 5시56분, 6시22분, 7시52분 7시59분 등 하루 15회 운행한다.
소요 시간은 4시간30분가량 걸린다.
평해읍에서 12㎞떨어진 온정면 소태리 백암온천지구까지는 30분~1시간 간격의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온천발 평해행 시내버스 막차는 오후 6시55분이다.
평해발 부산행 버스는 오후 3시10분과 3시30분, 오후 6시30분 등 하루 15회 운행한다.
울진행 직행 시외버스도 있지만 오전 10시40분 등 3차례 밖에 없어 불편하다.
백암온천지구에서 시내버스를 내려 산행 들머리인 백암태백온천 뒤 주차장으로 가면 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건천IC에서 내려
포항방면 20번 국도를 타고 가다 7번 국도로 옮겨타면 시간이 단축된다.
울진군 평해읍으로 들어가는 평해교를 건너 백암온천지구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 88번 국도를 탄다.
소요시간 3시간.
백암온천지구에 도착하면 왼쪽으로 버스터미널을 끼고 좌회전해 올라가다 백암태백온천모텔을 찾아가면 된다.
울진 '백암산' 신선계곡
여기가 선계(仙界)런가…오싹! 여름을 잊다
- 태고의 신비 간직한 명품 계곡
- 초입길 소나무 숲길 걸으며 힐링
- 헬기장옆 정상 서면 시원한 조망
- 하산길 선녀가 목욕한 소 눈호강
- 용소전망대 지나 힘든 여정 마감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두 번째 계곡산행 코스로 신선계곡을 품은 경북 울진 백암산을 찾았다.
울진의 계곡 하면 통고산의 불영계곡과 왕피천을 떠올리는 이가 많지만
그에 못지않은 계곡으로 백암산 신선계곡을 꼽을 수 있다.
계곡 전체에 소나무와 참나무가 울창하게 덮여있고 계곡은 마치 용이 꿈틀거리는 것 같다.
본래는 신선골(속칭 선시골)으로 불리다 몇 년 전부터 신선계곡이란 이름으로 통일됐다.
용소에는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과 큰 바위들은 태곳적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산행을 위해 부산포항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동해를 만날 수 있는데
1000m대 산을 오르고 계곡까지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피서를 온 듯 마음이 가벼워진다.
신선계곡 갈림길에서 내려서면 합수곡을 만난다. 이후 신선계곡 대형주차장까지 약 6㎞에 걸쳐 조성된 탐방로를 따라 기암절벽이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
이번 코스는 변화무쌍하다.
산행 초기에는 1000m 고지를 오르는 데다 된비알과 개척구간이 버무려져 생각보다 험난하다.
하지만 신선계곡 갈림길에서 백암산 정상을 찍고 돌아 나와 신선계곡 합수점에 이르는 길은 수월하다.
마지막 신선계곡 합수점에서 신선계곡 대형주차장까지는 계곡과 볼거리가 이어지지만
스무고개를 넘듯 오르내리면 마지막 체력까지 끌어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다.
산행은 신선계곡 소형주차장에서 시작해 시멘트 길 진입~잇단 갈림길~한화콘도 갈림길~신선계곡 삼거리~
헬기장~백암산 정상~신선계곡 합수점~전망 덱~계곡 만남~계곡 헤어짐~샘물바위~용소전망대~잇단 전망대~신선계곡 대형주차장을 거쳐 신선계곡 소형주차장으로 원점회귀한다.
총산행거리 약 15㎞에 순수산행시간은 6시간30분가량 걸린다.
백암온천 쪽에서 올라 신선계곡에서 원점회귀하거나 신선계곡 대형주차장으로 내려서는 코스,
신선계곡 대형주차장에서 신선계곡 합수점에 올랐다가 원점회귀하는 코스가 일반적이지만
옛길을 살려 원점회귀하는 코스를 소개한다.
취재팀이 백암산 정상에서 낙동정맥 능선을 바라보고 있다. |
신선계곡 소형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주차장 맞은편 시멘트 길을 따라 산길로 접어든다.
50m 앞에서 왼쪽으로 희미한 길이 보이지만 그대로 직진한다.
개척산행이 시작되고 된비알이 이어진다.
한참을 오르다 옛길과 만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는다.
약 10분 후 갈림길에서도 오른쪽으로 간다.
431m 봉을 지나면서 길이 좋아진다.
약 20분 뒤 Y자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간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어 바람이 불지 않으면
습한 기운을 머금고 산행해야 한다.
한동안 소나무 숲길을 걷는다.
평소 같았으면 솔숲의 풍광에 빠져들었겠지만
이날은 개척산행을 하느라 체력 소모가 커 풍광을 감상할 마음의 여유도 없다.
한화콘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향한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백암온천 한화콘도 방면이다.
이제부터는 다시 길이 좋아진다.
조금 더 나아가면 첫 이정표가 나타난다.
이창우 산행대장도 이날은 힘들었는지 “이제 길다운 길이 나왔는데 몸은 만신창이가 됐다”며 웃음을 짜낸다.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서 정상 쪽으로 직진한다.
왼쪽으로 향하는 화살표의 글은 지워졌는데 온천장이라고 적힌 듯하다.
신선계곡 마당바위의 협곡. |
오른쪽으로 가면 신선계곡이,
왼쪽으로는 백암산 정상이 이어지는 신선계곡 갈림길이 나온다.
신선계곡으로 바로 가고 싶었으나 여기까지 와서 정상을 밟지 않으려니 아쉬워 시간이 빠듯하더라도 정상에 들르기로 한다.
정상까지 1050m로 표기돼 있는데
대체로 평탄해 왕복에 40분가량 소요된다.
상황에 따라 정상을 버리고 곧장 신선계곡으로 가도 된다.
폐헬기장과 정상까지 400m가 남았음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잠시 오르막을 오르면 백암산(1000m) 정상이다.
거대한 헬기도 착륙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헬기장이다.
정상석도 있고 사실상 첫 조망이 펼쳐진다.
왼쪽으로 가면 백암온천 쪽으로 원점회귀하는 길이,
오른쪽으로는 낙동정맥으로 연결되는 능선과 만난다.
신선계곡 갈림길로 되돌아와 신선계곡으로 내려가는데
완만한 내리막에 길이 꼬불꼬불 이어져 발걸음마저 가볍다.
멀리서 계곡 물소리가 들리더니 갈림길이 나온다.
지그재그로 내려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왼쪽으로 갔는데
여기선 리본이 많이 묶인 오른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5분가량 내려가면 신선계곡 합수점이 나온다.
GPS 상 고도는 387m. 1000m에서 상당히 많이 내려와서
내려가는 길은 편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나만의 착각이다.
주차장으로 향하자마자 신선계곡탐방로 코스 안내도가 나타나는데
이에 따르면 신선계곡 대형주차장까지 총 6㎞ 거리인데 3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완만한 하산길을 생각했다가 허를 찔렸다.
하산길에 만난 전망 덱에서 아래를 보니 선녀가 목욕했을 법한 소가 여러 개 보인다.
계곡과 만났다가 헤어지는 구간이 몇 차례 나타난다.
처음에는 계곡과 만나니 반갑고 좋았는데 계곡과 만나고 나면
오르막이 심해져 점점 계곡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능선에서 계곡까지 내려왔으니 다시 올라가는 것이 힘든 건 당연한 이치임에도 판단력이 흐려지는 듯하다.
탐방로에서 만난 신선계곡의 소. |
샘물바위 갈림길이 나타난다.
왼쪽으로 50m만 가면 되는데 발길이 끌리지 않는다.
물통에 물을 받기 위해 잠시 내려섰다 다시 되돌아온다.
많이 걸었다 싶었는 데도 아직 주차장까지 3㎞나 남았다.
가도 가도 끝나지 않는 길을 걷는 듯하다.
용소전망대와 전망대 2곳을 지나니 겨우 끝이 보인다.
스무고개를 하면서 마지막 남은 체력을 모두 소진할 즈음
신선계곡 주차장이 나온다.
젖먹던 힘까지 짜내 소형주차장에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 교통편
- 동부터미널서 평해로 이동
- 백암온천행 버스로 갈아타
부산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동해선 완행버스(오전 6시, 6시30분, 9시30분, 10시30분, 낮 12시)를 타고
평해에서 내려 백암온천행 버스(7시5분, 8시, 8시40분, 9시20분, 10시, 11시25분, 낮 12시, 낮 12시40분)에
탑승해 백암온천에서 내린다.
백암온천에서는 온정개인택시(054-787-3540)를 타고 신선계곡 소형주차장까지 1만 원 안팎이면 이동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오전 6시25분, 오후 1시20분 버스를 타고
산행출발지(신선계곡 소형주차장) 인근 내선미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해 도보로 500m 이동하면 된다.
산행을 마친 뒤 온정면 백암온천에서는 평해행 버스(오후 1시50분, 2시30분, 3시30분, 5시35분, 6시45분)를,
내선미 버스정류장에서는 온정종합터미널에서 오후 2시30분, 6시35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면 된다.
이어 평해버스정류장에서 부산행 완행버스(오후 4시35분, 5시45분, 6시45분)를 탄다.
이후에는 심야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차량을 이용할 때는 내비게이션으로 신선가든을 검색하자.
이어 신선가든을 지나친 뒤 신선계곡 표지석을 따라
왼쪽으로 꺾으면 주차장이 나온다.
문의=스포츠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글·사진=유정환 기자 defiant@
울진 '백암산'
북서풍이 맵다, 산 아래 온천이 있어 마음은 따뜻하다
▲ 백암산은 주변 산 가운데 높이가 으뜸이라 일망무제의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정상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통고산에서 이어오는 낙동정맥 산줄기와 검마산이 뚜렷하게 보인다. |
그 산엔 흰 바위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름도 흰 바위(백암·白岩)산이다.
백암산(1,002.2m)은 경북 울진에 있다.
정상에 오르면 푸른 동해가 보인다.
백암산엔 유독 소나무가 많다.
겨울에도 짙푸른 금강송이다.
금강송으로 뒤덮인 산기슭은 굽이굽이 바다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우뚝 솟은 정상은 동해 한복판에 솟은 거대한 망루 같다.
태평양을 건너 한반도를 넘보는 어떤 세력도 막아낼 듯한 헌걸찬 자세다.
한반도의 등뼈 낙동정맥은 정상에서 불과 500m 뒤에 버티고 서 있다.
든든하다.
백암산에는 겨울이면 눈이 많이 쌓이지만, 산기슭에는 온천이 있어 늘 따뜻하다.
■ 유명한 게 결코 허세가 아니네
울울창창한 금강송 수묵화인 양
정상서 보는 산군들 파도 장관
주머니까지 들어와 머무는 한기
보온도시락에 된장국 '보약'
백암온천이야 물 좋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백암산도 덩달아 이름이 났던가.
온천은 화살을 맞은 사슴이 노천욕을 통해 자가 치료를 했다는 신라시대 전설에 의해 알려졌고,
조선 광해군 때 문헌에도 관료가 풍질 치료를 위해 온천 휴가를 신청했다는 기록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인 1912년에 벌써 대규모 현대식 온천시설을 지었다고도 한다.
온천 덕인지는 모르지만, 백암산도 전국구다.
유명세로 인한 번잡함이 싫어 소개를 미뤘던가.
아주 멋진 산이라 아껴 두었던가.
백암산은 미답의 세계였다.
단숨에 백암산으로 내달렸다.
백암산 산행은 백암온천 관광안내소에서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관광안내소에서 피닉스호텔 쪽으로 난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산불감시 초소~갈림길 이정표~백암폭포~새터바위~백암산성~흰 바위~백암산 정상~헬기장~신선골 갈림길~산불감시 초소~한화콘도~백암온천 관광안내소까지 10.3㎞를 5시간가량 걸었다.
산으로 들어서자마자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전부 금강송이다.
붉은빛이 도는 소나무는 하늘을 향해 쭉쭉 곧게 뻗었다.
순결한 솔숲이다.
잡목은 보이지 않는다.
바닥에는 솔잎이 융단처럼 깔렸다.
처음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 백암폭포 방면을 택한다.
오솔길처럼 편안한 길을 휘휘 도니 계곡이다.
물소리가 제법 우렁차다.
조금 더 가니 백암폭포다.
겨울인데도 위세를 잃지 않았다.
폭포 양옆 절벽에 꽂힌 듯 빼곡하게 서 있는 금강송이 신기하다.
물줄기가 장쾌한 백암폭포. |
■ 1천m급 고산에 오르다
폭포를 지나 백암산성터까지는 제법 된비알이다.
폭포 옆으로 돌아 올라가니 커다란 바위 하나가 있다.
새터바위라고 했다.
바위 절벽에 깃든 새들이 많아 그렇게 이름이 붙었다고 했다.
새터바위에서 골짜기마다 울울창창한 금강송을 바라보는 풍경이 기가 막히다.
한 폭의 긴 수묵화인 양 그윽하다.
바위 아래에는 고드름이 달렸다.
제대로 겨울이라는 증표다.
하나 뚝 분질러 오도독 씹어 먹었다.
비탈진 능선을 올라가니 따뜻한 양지쪽에 무덤과 이정표가 나란히 있다.
돌무더기가 사면에 많은 것으로 보아 성터 흔적이었다.
백암산성이라고 안내판이 붙은 산성터는 여기서 또 능선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야 있다.
백암산성은 신라 때 쌓은 성터인데 남동쪽 아래 골짜기의 이름이 '모르시골'이라고 한다.
옛적 왜구가 침범해 왔을 때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란다.
불침번 잘못이다.
성터를 지나자 제법 연륜이 깊은 철쭉나무가 지천이다.
철쭉나무 터널을 지나니 이정표가 있는 안부가 나오고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흰 바위 아래의 조망이 일망무제다.
나중에 오른 정상은 제법 나무가 자라 동쪽은 조망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흰 바위에서의 조망은 남으로 물결치듯 흘러가는 산군들의 파도가 장관이다.
1천m 고도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한화콘도에 있는 노천온천. |
■ 찬기운 내몰고 온기를 품다
정상은 넓었다.
정상석에는 높이가 1,004m로 적혀 있었다.
정상석을 보고 난 사람들은 백암산을 '천사산'이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아쉽게도 국토지리정보원이 발행한 지형도의 정상 높이는 1,002m다.
사람의 키를 더하면 얼추 '1,004'가 되겠지만 억지를 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북서풍이 매섭게 불어서 오래 견딜 수가 없었다.
한기가 주머니까지 들어와 머물고 있다.
겨우 바람 찬 정상을 벗어나 조금 아래로 가서 보온 도시락을 꺼냈다.
새벽에 담은 된장국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고지대에는 참나무가 우점종이다.
이제 소나무는 아예 없고, 떡갈나무와 상수리나무만 빽빽하다.
키도 그리 크지 않다.
높은 자리에서 오래 견디려면 포기할 것도 많은 모양이다.
군데군데 잔설이 남아있다.
눈이 더 내리면 내년 봄까지 녹지 않을 것이다.
942봉까지는 편안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백암산 능선의 잔설과. |
계곡으로 내려가는 대중적인 길을 마다하고 능선을 고집한다.
'한화콘도' 이정표를 따르면 된다.
조금 가니 왼쪽에 신선골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다.
여름에는 주로 이곳으로 하산한다.
취재팀은 능선을 고집한다.
모양 좋은 소나무가 많다.
연륜이 오래된 나무는 어김없이 송진 채취 상흔이 뚜렷하다.
한화콘도 뒷마당으로 내려서니 신기하게도 노천 족탕이 있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화살 맞은 사슴이 머물던 그 자리일까.
차가운 것은 뜨거운 것으로 다스린다.
올해도 막바지다.
연휴를 맞아 산행하며 한 해를 되돌아보고 뜨거운 온천도 즐기고, 울진 대게도 맛보기엔 백암산이 최고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울진 백암산 '산행지도'
울진 백암산 '산행팁'
▲ 송이버섯 모양의 백암온천 관광안내소 |
울진 백암산으로 자가용을 타고 가려면 내비게이션에
백암온천 온정종합터미널(울진군 온정면 백암온천로 1298-4)을 입력하면 된다.
부산에서 경주, 포항, 영덕 등 동해안을 거쳐 평해에서 내륙으로 백암온천까지 가는 길이다.
소요 시간은 3시간 정도.
보통은 경주나들목에서 내려 경주 시내를 관통하여 포항으로 가지만 건천나들목까지 더 올라가서
포항으로 가는 길도 많이 이용한다.
복잡한 경주 시내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에 거리는 멀지만 오히려 시간 단축 효과가 있다.
교통량이 적어 운전하기에도 편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부산동부버스터미널(1688-9969)에서 울진이나 삼척으로 가는
동해 노선버스를 타고 평해에서 내려야 한다.
부산에서 평해로 가는 버스는 강릉행(06:00 06:30 12:00 14:00) 울진행(09:30 10:30 16:30)
속초행(13:00) 등 하루 8차례가 있다.
소요 시간은 3시간 50분, 요금은 1만 8천100원이다.
평해터미널에서 내려 산행지인 백암온천까지는 시내버스를 타야 한다.
오전 6시 25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온정(백암온천)행 시내버스가 있다.
인근에 장이 서는 날이면 운행 횟수가 추가 된다.
소요시간은 40분, 요금은 1천 원이다.
산행을 마치고 백암온천 온정종합터미널(054-787-3920)에서 평해터미널로 나오는 시내버스는
오전 7시 20분부터 오후 6시 45분까지 약 1시간 간격으로 있다.
평해터미널(1666-5703)에서 부산으로 오는 차는 준 무정차(09:10) 한 대와
터미널마다 정차하는 버스(07:15 10:15 12:25 13:15 16:35 17:45 18:45) 등 8대가 있다.
부산까지 준 무정차는 3시간 10분, 중간 정차 버스는 3시간 50분이 걸린다.
부산으로 오는 버스가 여의치 않으면 평해터미널에서 대구나 포항까지 운행하는 차량을 이용해도 된다.
상대적으로 운행 차량이 많기 때문에 포항이나 대구로 가서 부산으로 오는 버스나 열차 편을 이용하면 된다.
백암온천 지구에는 유명 콘도미니엄과 온천이 즐비하기 때문에
당일 산행 피로를 그 자리에서 풀고 올 수 있다. 대중탕의 요금은 7천 원이다.
백암온천은 최고 수온이 53도인 강한 알칼리성으로 만성 피부염이나
외상 후유증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희 기자
|
|
|
|
|
|
|
|
|
|
'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도 ‘해들게봉~도롱굴산’ (0) | 2017.10.12 |
---|---|
단양 ‘월악산 사봉~제비봉’ (0) | 2017.10.10 |
하동 ‘지리산 삼신봉’ (0) | 2017.09.29 |
통영 '천개산~벽방산' (0) | 2017.09.25 |
밀양 ‘천지봉~구천산’ (0) | 2017.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