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월악산 사봉~제비봉’

금산금산 2017. 10. 10. 20:44

단양 '월악산 사봉~제비봉'




장쾌한 암릉 안개낀 호반…이곳이仙界로세

사봉 경유하면 5시간 정도에 주파 가능

안부 능선 올라서면 Y자 적송 군락

제비봉 하산길 충주호 조망 천하절경

장회나루서 유람선 연계 탐승도 해 볼만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완만하고 포근한 산길을 걷는 것은 참 좋다.

숨이 많이 차지도 않고, 또 큰 마음 먹지 않아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

 가까운 근교산은 산꾼들에게 '편안한, 휴식 같은 친구'가 돼 준다.

그런데 가끔씩은 조금 멀리 나가서 옹골찬 바위길을 걸으며 천혜 절경을 누려보고 싶기도 한 것이

 또한 산꾼들의 솔직한 심정일 게다.

이번 주 찾은 코스는 부산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충북 단양 월악산국립공원 구역 내 제비봉(721m)이다.

날렵하고 옹골찬 암릉에서 즐기는 볼거리도 좋지만

 대표적인 봄 손님인 제비의 기운을 미리 느껴보자는 취지도 없지 않다.



   
월악산 북단의 제비봉에서 충주호를 내려다보며 장회나루로 하산하는 취재진. 안개 자욱한 호수와 그 주변에 늘어선 정면의 구담봉 옥순봉 등 단양8경 풍광이 황홀함을 넘어 신비감마저 느끼게 한다.

월악산 산행은 일반적으로 수산리에서 시작해

 보덕암을 거쳐 하봉 중봉 그리고 우뚝 선 바위의 모습을 가진

 정상 영봉(1097m)을 거쳐 신라 마지막 태자인 마의태자와

 덕주공주 오누이의 '망국의 한'이 서린 덕주사 마애불 방향으로

 하산하는 것이 가장 인기있는 코스다.

그 외에도 가슴 섬뜩함과 짜릿함을 맛볼 수 있는

 만수봉 릿지구간을 낀 코스,

 신륵사에서 정상인 영봉을 거쳐 송계리로 내려서는 코스

  역시 빼 놓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공원 북단에 살짝 걸친 제비봉을 찾은 이유는

 순전히 '제비'라는 그 이름에 끌렸기 때문이다.

충주호 쪽에서 구담봉 옥순봉 뒤로 펼쳐진 능선을 바라보면

 마치 제비가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오르는 모습 같다고 해서

 그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도 제비봉만 올랐다 내려 오기엔 넉넉잡아 3시간이라는 짧은 산행시간이 아쉬워

 이웃 봉인 사봉(885m)을 걸쳤다.

사봉~제비봉은 소백산에서 월악산으로 이어지는 소백산맥의 지능선에 속하기도 한다.



산행은 단양군 단성면 외중방리 어름골 식당~버스정류장(구미)~왼쪽 능선길~쉼터~능선삼거리~사봉~

얼음골계곡길 합류 삼거리(옹달샘삼거리)~제비봉~삼거리~안부 이정표~삼각점(548m봉)~

장회나루 국립공원 초소로 이어지는 7.8㎞코스. 휴식시간 포함해 5시간 가량 걸렸다.

사실 제비봉에서부터 장회나루까지 이어지는 하산길에 워낙 풍광이 뛰어나다 보니

 시간을 많이 빼앗겼는데 조망 감상을 최소화한다면 4시간30분 정도면 충분히 주파 가능하다.



월악산 사봉~제비봉 코스는 들머리 찾기가 애매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크게 어렵지 않다.

단양군 단성면에서 단양8경에 속하는 구담봉 옥순봉 가는 방향으로 가다 외중방리를 지나 팔경모텔을 통과한 후 장회나루 못 미친 곡각지점에서 어름골식당을 찾으면 9할은 맞게 찾은 것.

어름골 식당을 포인트 삼아 외중방리 방향으로 36번 국도를 타고 300m가량 가면

 오른쪽에 '구미'라고 표시된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이 버스정류장 왼쪽에 콘크리트 임도가 보이는데, 이 임도를 타지 않고 바로 왼편 능선 쪽으로 난 등산로가 있다. 안내 리본이 2~3개 달려 있는 이곳이 진짜 들머리다.

GPS상에 나타난 들머리 해발 고도는 194m.



   
사봉으로 가는 능선길에서는 Y자 모양의 특이한 적송을 자주 볼 수 있다.

중부내륙의 기세 좋은 산답게 들머리부터 곧장 가파른 경사로다.

얼음골 계곡을 오른쪽으로 두고 경사진 능선을 30분가량 오르며

 숨이 차 오를 즈음이면 좁지만 평평한 쉼터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숨을 한 차례 고른 뒤 계속되는 급경사길을 20분가량 더 오르면 비로소 해발 581m의 능선 삼거리에 닿는다.

왼쪽은 외중방리 마을로 내려서는 길인데

 이 지역 주민들이 나뭇가지로 길을 막아 놓았다.

한 주민의 말에 따르면 산꾼들이 외중방리의 과수원을 지나면서

 허락없이 과일 서리(?)를 하는 일이 잦아 하는 수 없이 막아 버렸단다.

어느 정도 용인될 수준이었다면 이렇게 길까지 막지는 않았을텐데,

 서리를 하는 정도가 다소 심했던 모양이다.



잠시 숨을 고른 후 오른쪽 능선을 타고 사봉 방향으로 이동.

 완만한 오르막 능선길이지만 초반 1시간가량의 가팔랐던 길에 비하면

 고속도로 수준이다.

등산로 주변에는 특이한 모양의 소나무들이 많다.

뿌리는 하나인데 지상 2~3m 높이부터 마치 새총처럼

 Y자 형태로 줄기가 갈라진 아름드리 적송들이다.

목재로서의 가치는 크게 없겠지만 흔히 볼 수 없는 형태의 소나무라는 점에서 산꾼들의 흥미를 돋워 준다.

주 능선길의 왼쪽인 남쪽에는 도락산이 자리잡고 있고, 그 아래 계곡에는 단양8경 중 하나인 사인암이 있을테지만 짙게 깔린 안개로 인해 보이지는 않는다.



40분가량 솔향기를 한껏 맡으며 가다보면 어느새 사봉 정상 100m 못 미친 곳에 자리잡은

 878m 봉우리 쉼터가 나타나는데 1시 방향으로 눈앞에 보이는 사봉 정상까지 내처 오른다.

왼쪽 갈림길로 잘못 내려서면 사인암 가는 쪽 마을인 가산리로 내려서게 되니 주의.

정상에는 높이 1m 내외의 돌무더기 위에 정상석이 있는데 높이를 832.4m라고 잘못 표기해 놓고 있다.

갓 새싹이 날락말락하는 진달래나무 수십 그루가 둘러싼 사봉 정상에서는 동쪽으로 소백산 자락이 눈에 잡히고 진행방향인 서쪽으로는 가깝게는 제비봉과 그 너머로는 월악산의 봉우리들이 첩첩이다.

제비봉 방향으로 살짝 내려선다.

10분 후 해발 856m인 작은 봉우리 쉼터를 거쳐 메타세쿼이아 군락지를 즐기며 40분가량 능선길을 더 가면

 어름골식당 쪽에서 계곡을 타고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안부 삼거리에 닿는다.

사봉 정상에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 줄곧 오른쪽에 얼음골 계곡을 끼고 시계 방향으로 빙 둘러 온 셈이다.

'제비봉 0.5㎞'라 표시된 이정표를 따라 능선을 타고 직진한다.

시원하게 뚫린 능선 외길을 따라 20분가량 가면 드디어 탁월한 조망을 자랑하는 제비봉 정상이다.

이곳 정상에서 북쪽으로 충주호가 내려다 보이고

그 건너 맞은편엔 금수산(1015m) 말목산(715m) 가은산(575m) 등이 눈에 들어온다.

또 왼쪽 아래로는 단양8경에 속하는 구담봉(330m)과 옥순봉(286m),

 장회나루의 유람선 선착장 등도 모습을 드러낸다. 국립공원 구역답게 조망 안내판이 있어 참고가 된다.



   
GPS 트랙 / 트랙 jpg파일

하산은 '공원지킴터 매표소 2.5㎞'라는 이정표를 따라

 장회나루 방향으로 한다.

100m가량 이동하면 오른쪽에 얼음골 입구에서 올라오는 또 하나의 길과 만나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무시하고 '매표소 2.4㎞' 표시를 따라 직진.

 오른쪽으로 '얼음골 1.8㎞'라고 돼 있어 출발지점으로 곧바로 내려 설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제비봉 등반의 하이라이트인 암릉길은 포기해야 한다.



아직은 험하지 않은 흙길을 밟으며 15분 정도 내려서면 '제비봉 0.8㎞,

 공원지킴터 1.5㎞' 이정표가 나오는데 이 지점부터 철계단이 나타나면서 본격적인 암릉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전문 산꾼이 아닌 일반 등산객들이 밟을 수 있는 산행 코스를 전제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돌 길'로

알려져 있다는데 이 말에 동의하든 않든 간에 벌어진 입을 다물기 힘들 만큼 빼어난 경관인 것만은 사실이다.

수십 곳의 전망대와 철계단, 바위벼랑에 버티고 선 천년노송과 인사를 나누며

 충주호와 월악산의 비경을 원없이 즐길 수 있다.

사실 이 구간은 가을 단풍철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지만 그 시기에는 풍광을 즐기려 찾아온 인파에 떠밀려

가야하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어 인적이 드문 철에 방문하는 것이 오히려 여유로운 산행을 위해서는

 나을 성 싶다.

굽이굽이 비경이라 모퉁이와 전망대 마다 멈춰 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 보지만,

 결국 사람의 눈보다 더 뛰어난 사진기는 없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저 아래 보이는 장회나루를 향해 암릉길을 내려서다 문득 눈을 들어 나루 건너편을 바라보면

 작은 무덤이 하나 보이는데 그 곳이 바로 퇴계(退溪) 이황(李滉)과의 애틋한 연정으로 유명한 기생 두향의 묘다.

암릉길을 3분의2 가량 내려섰을까.

뒤돌아 제비봉 정상쪽을 바라보면 날개를 펼친 제비가 날렵하게 날아오르는 모습임을 절감하게 된다.

360도 탁 트인 절경에 입 다물기를 잊은 채 능선 왼쪽의 비경지대인 설마동계곡의 깊은 계곡미까지 음미하며

 10여 분을 더 내려서면 날머리인 장회나루 앞 제비봉탐방지원센터 초소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

- 퇴계 이황을 사랑한 기생 두향 전설

월악산 제비봉 산행의 날머리인 장회나루.

단양군 단성면 장회리에 자리 잡은 장회나루는 조선시대와 근대까지 서해안의 소금배가 올라오고

 목재를 한양까지 실어나르는 뗏목이 출발하던 남한강의 주요 나루터였다.

충주댐 건설로 호수가 생긴 이후로는 나루의 명맥은 잃어버리고 유람선과 관광선(도선)이 운행되는

 선착장으로 변했지만 이 장회나루 부근에는 '퇴계를 사랑한 여인' 두향의 비련의 연가가 전해져 내려온다.

이야기에 따르면 두향은 퇴계 이황(1501~1570)이 단양 군수로 부임했던 1548년 단양 관아의 관기였다.

퇴계 부임 당시 18세에 불과했던 두향은 군수였던 퇴계를 연모해 정을 쌓았고 단 9개월 만에 연모하던 이가

 풍기 군수로 자리를 옮기자 후임 군수에게 기적(妓籍)에서 삭제해 달라고 요청, 청이 받아들여지자 수절했다.

하지만 다시는 퇴계를 만나지 못할 것을 안 두향은 26세 꽃다운 나이에 강선대에서 몸을 던져 숨을 거뒀다.

이 이야기는 한낱 전설에 불과한지, 사실인지 확신하기 힘들지만

 분명한 것은 장회나루 건너편에 두향의 묘가 있다는 것이다.

단양군 사람들은 '수절 기생으로 알려진 춘향이는 소설 속 인물이지만,

 두향은 엄연한 역사속 인물'이라며 매년 5월 장회나루에서 두향제를 지내고 있다.

혹시라도 장회나루에서 유람선이라도 타게 되거든 두향의 묘를 먼발치에서나마 꼭 한번 찾아보길.

2008년 출간된 본지 박창희 기획탐사부장의 저서 '나루와 다리'에도

 두향과 장회나루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돼 있다.





◆ 교통편

- 단성면 소재지 지나 충주방면 36번 국도 타야

사봉~제비봉 등반을 위해서는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이 좀 더 편하다.

중앙고속도로 단양IC에서 내려 단양방면 5번 국도를 타고 가다

 북하삼거리(SK주유소)에서 좌회전, 단양교를 건너 단성면 방향으로 36·59번 국도를 탄다.

단성면 소재지에서 왼쪽 충주 방향으로 가다가 다리를 건너면 36번 국도인 오른쪽 충주 방향으로 가야 한다.

외중방리를 거쳐 팔경모텔을 지나면 '어름골식당'이라는 곳이 나오는데, 이곳에 주차하면 된다.

어름골식당 오른쪽에 제비봉으로 바로 올라가는 국립공원안내초소가 있는데,

 사봉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차도를 따라 300m가량 되돌아가 구미버스정류장을 찾으면 된다.

시외버스는 다소 불편한데 일단 노포동터미널에서 충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한다.

오전 8시40분과 11시, 오후 1시30분 등 5차례 운행한다.

4시간30분 소요.

충주터미널에서는 단양행 시외버스를 타고 가다 장회나루 지나 구미마을 버스정류장에 세워 달라고 하면 되는데 오전 6시40분, 9시40분, 10시40분 등 하루 9차례 운행한다.

소요시간은 1시간.


  • 글·사진 = 이승렬 기자 bungse@


  • GPS 도움=GPS영남 (http://cafe.daum.net/gps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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