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조항산'
떼묻지 않은 원시림 헤치니 20리 몽돌 계곡 베일을 벗네
주먹만한 자갈 덮인 시무내계곡 휘도는 코스
조항산과 형제산 연결하면 총 길이 16㎞ 남짓
정상 조망 별로지만 계곡 내려오면 절로 탄성
초반 등산로 희미해 안내 리본 꼭 참고하길
신라 천 년의 고도 경주.
산봉들이 마치 성처럼 둘러싼 분지인 경주에는 남산과 토함산, 삼태봉 등 널리 알려진 산행지가 즐비하다.
그러나 일반 산꾼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산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 가운데 양북면 조항산(鳥項山·596m)은 높지는 않지만
호젓한 숲길을 걷는 재미와 청량감을 한껏 맛보게 해주는 미개척지로 남아 있다.
특히 조항산에서 형제산(530m)을 거쳐 계곡으로 내려서면 최대 폭 100m가 넘는 계곡이 4㎞가량 이어지는데
계곡 바닥에 커봐야 어른 주먹만한 자갈이 지천으로 깔려있는 장관이 펼쳐져 신비로움을 맛보게 하기도 한다.
13㎞ 가까운 산행 후에 좌우의 능선들로부터 호위를 받으며
자갈이 깔린 계곡을 따라 편안하게 4㎞가량을 걷는 발걸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 없다.
경주 조항산 코스는 그동안 산꾼들의 발길이 거의 없었던 숨겨졌던 산행지여서 한적함을 만끽할 수 있다. 조항산 정상부에서 까마귀 수십 마리가 군락을 이룬 모습이 렌즈에 포착됐다. |
이번 주 \선택한 코스는 경주 조항산 원점회귀 개척산행이다.
오랜만에 굳이 개척산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아예 길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이번 코스만큼은
기존에 알려져 있는 어떤 산행정보에서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재하는 동안 단 한개의 안내 리본도 발견할 수 없었다.
취재팀은 이번 개척산행을 통해 처음으로 경주 조항산과
인근 형제산의 꼭꼭 숨겨진 면모를 공개한다.
전체 산행은 경주시 양북면 입천리의 시무내마을 공터~대밭~
오천 정씨 무덤~369m봉~숙부인 묘~434m봉~창원 황씨 무덤~
483m봉~591m봉~임도~조항산 정상~임도~임도갈림길~
무덤~520m봉 갈림길~형제산~갈림길~안점(계곡)~시무내 공터 순이다. 원점회귀 코스에 총 연장 16.7㎞. 걷는 시간만 6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
양북면 소재지에서 입천리로 가려면 대종천을 가로 지른 입천교 다리를 건너야 한다.
산행 기점은 입천리 3개 마을 중에서 가장 안쪽에 있는 시무내 마을.
시무내 마을 제일 안쪽 당산나무 아래에 주차할 수 있는 너른 공터가 있는데 여기서부터 출발하면 된다.
전체 산행이 오른쪽 능선을 타고 시계 반대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 계곡을 타고 다시 돌아오는 코스로 진행되는데 일단 공터에서 마을 안쪽 입천마을복지회관 방향으로 100여 m 되돌아가면
왼쪽 능선 끝자락에 대나무숲과 무덤이 보이고 그 위 철탑도 눈에 들어온다.
대밭 사이로 난 길이 들머리다.
산행 후반부에 만나는 시무내계곡은 넓고 깊다. |
대밭을 지나 10분 후 철탑을 통과하면
왼쪽에 무덤이 있고 왼쪽 멀리 시무내계곡이 눈에 들어온다.
잘 나 있는 능선길로 좀 더 진행하면 200m, 100m 간격으로
오천 정씨 묘와 또 다른 무명 묘가 나타난다.
이 무덤 앞을 통과해 곧바로 5분 정도 잡목을 헤치고
능선으로 치고 오른다.
길 흔적이 거의 없어 취재팀이 안내 리본을 꼼꼼히 달았다.
곧이어 작은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무덤이 또 하나 나타나는데 계속되는 능선 주변에
진달래 나무가 빽빽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다.
4월엔 분홍꽃잔치가 펼쳐지겠다.
무덤에서 10분 정도 가면 주의해야 할 갈림길이 나타난다.
능선길이 워낙 좋아 자칫 하면 직진하기 쉬운데 GPS기준 해발 280m인 작은 봉우리 갈림길에서
잘 뚫린 길을 버리고 리본을 참고해 왼쪽의 살짝 내리막길로 들어서야 한다.
안부에서 잇따라 나타나는 2개의 무덤을 통과해 5분 뒤 갈림길에서 오른쪽 낙엽이 쌓인 길로 내려선다.
경주 김씨 묘와 연안 차씨 묘 등 4개의 봉분이 있는 무덤 뒤로 올라서서 능선을 타고 10분가량 가면
또 다른 무덤을 만나는데 정면에는 수풀이 너무 무성해 오른쪽 3시 방향으로 우회해 능선으로 오른다.
이후는 한동안 제법 잘 닦인 능선길.
20분 뒤 능선상의 무덤을 통과하면 200m 간격으로 무덤이 잇따라 나타난다.
이때 두 번째 무덤인 단양 우씨 묘에서 오른쪽으로 능선을 살짝 넘어가면 임도 못잖은 편안한 길이 나온다.
300m가량 진행하다 간이 임도길을 버리고 오른쪽 능선길로 올라선다.
취재팀이 리본으로 표시해 두었다. 능선에서 왼쪽으로 200여 m 가면 T자 형 능선 갈림길인데 왼쪽 길을 택한다. 이 능선길 양 옆으로도 진달래나무가 빼곡히 도열해 있다.
오른쪽인 북서쪽 멀리 토함산과 석굴암 주차장이 눈에 들어온다.
토함산 오른쪽으로는 삼태지맥을 따라 추령고개가 보이고 그 북쪽으로는 호미지맥 연봉들이 멀리 꼬리를 문다.
10분 후 GPS 기준 해발 369m봉 갈림길에서 오른쪽 1시 방향(토함산이 보이는 쪽)으로 능선을 타고 내려서면
폐무덤이 나오는데 이때 다시 왼쪽으로 사면을 타고 300여 m 가면 숙부인 월성 김씨 묘를 만난다.
숙부인 묘를 지나 능선 왼쪽 사면을 타고 가는 길은 편하다.
왼쪽 계곡 너머로 형제산 정상이 눈에 든다.
7분가량 걸으면 366m봉이다.
약간 급한 내리막 경사길을 100m 정도 내려섰다가 직진하면 길이 잘 보이지 않지만
능선을 보고 10분가량 수풀을 헤치고 가면 능선길에 올라선다.
여기서 길은 왼쪽 오르막 방향이다.
15분 뒤 지형도에 434m봉으로 표시된 봉우리를 정상 오른쪽 사면의 낙엽 수북한 넓은 길로 우회 통과해
내리막을 잠시 탔다가 다시 399m봉의 오른쪽 사면을 타다 능선으로 치고 오르면
비로소 남서쪽 가까이 조항산 정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조항산 능선길은 사람 키 열 배가 넘는 원시림 천국이다. |
7분가량 능선을 따라가면 창원 황씨 묘를 지나고
2분 뒤 다시 무덤을 만난다.
5분 정도 오르막을 치면 483m 봉우리에 오르는데 곳곳에 간벌로 인해
어지럽게 널브러진 나뭇가지들이 초행길 산꾼의 발걸음을 방해한다.
남쪽에 가깝게 보이는 봉우리인 591m봉까지는
30분 정도 급하지 않은 오르막이다.
살짝 내려서면 무덤을 지나고 갑자기 나타난 임도와 조우한다.
이 임도는 시무내계곡에서 조항산 정상부 부근을 넘어
토함산휴양림 쪽으로 내려설 수 있도록 연결돼 있다.
임도를 가로질러 건너편 산자락으로 올라서지만 길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땐 지형도를 참고해 정면의 정상 쪽으로 바로 치고 오르는 것이 정석이다.
그런데 조금 가다보니 희미하지만 길이 보인다.
형제산으로 향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벗어나 200m가량 가면 조항산 정상이다.
정상이라고는 하지만 주변에 중간키의 나무들이 빼곡해 조망미는 없다.
다만 그 누구도 잘 오르지 않는 산을 개척산행으로 올랐다는 성취감과
고요함 속에 느끼는 마음의 평화만 있을 뿐.
다시 조금 전 갈림길로 돌아와 형제산 방면인 북동쪽으로 방향을 잡고 진행하면
5분 뒤 방금 헤어졌던 임도와 다시 만난다.
지금부터는 400m가량 임도를 걷는다.
크기가 매에 버금갈 정도로 살찐 까마귀 10여 마리가 나뭇가지에 터잡고 있는 중간 고갯마루에는 너른 터가 있고 왼쪽 능선길도 보이지만 무시하고 계속 임도를 타고 완만한 내리막을 200m가량 가다보면
오른쪽 산길로 접어드는 갈림길이다.
형제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임도를 버리고 리본을 참고해 숲길로 접어든다.
길은 제법 선명하다.
곧바로 무덤 하나를 통과해 10분 정도 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 10시 방향에 우뚝한 형제산을 보면서 왼쪽 길을 택한다.
10분가량 약간 오르막을 치면 형제산 100m 앞에서 520m봉 갈림길을 만나는데
왼쪽으로 내려서면 바로 계곡으로 떨어지는 길이다.
취재팀은 형제산을 향해 오른쪽으로 향한다.
이윽고 형제산 정상.
양북중학교 22회 동창회의 한 모임인 듯한 '형제봉회'가 세워 놓은 흑색의 정상석에는
'형제봉 530m'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정상석 뒷면엔 교가를 새겨 놓았다.
형제산 정상은 한때 헬기장으로 사용된 듯한 흔적이 있고 주변 조망도 제법 탁 트여
정상다운 기풍은 오히려 조항산에 비해 높은 편이다.
GPS 트랙 / 트랙 jpg파일 |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북동쪽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5분 뒤 안부 작은 언덕의 무덤을 지나 5분가량 능선을 더 타면
정면 487m봉으로 오르는 능선길과 왼쪽 계곡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만난다.
취재팀은 이곳에서 능선길을 버리고 왼쪽 내리막으로 계곡을 향했다.
봉우리에 올랐다가 다시 내려서도 무방하다.
갈림길에서 30분가량 급한 내리막을 타고 계곡 상류에 닿으면
순간적으로 정신이 멍해진다.
'안점'이라는 옛 마을 이름을 가진 곳 앞에서 계곡과 만나는데
깎아지른듯한 양쪽 능선 사이에 주먹 보다 작은 자갈들이 계곡 바닥을 가득 메우고 있다.
몽돌 해수욕장을 산으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이 신비스럽다.
들머리부터 이 곳까지 산길 13.6㎞를 걸었지만
이번 코스의 클라이막스는 산에서 내려와 계곡에 섰을 때라는 것을 마침내 깨닫는다.
남서쪽 깊숙이 1㎞가량 계곡이 더 들어가지만
취재팀은 몽돌같은 자갈이 지천으로 널린 계곡 한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
하류쪽으로 3㎞를 걸어서 출발지에 도착, 길었던 산행을 마무리했다.
폭이 좁은 곳은 10m 안팎, 넓은 곳은 100m 가까이 되는데
양 옆의 산자락이 급경사를 이루고 있어 묘한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이 계곡의 이름과 관련해 입천리 이장에게 문의한 결과 "딱히 정확한 명칭 유래는 모르겠지만
옛날부터 10리 계곡에 20(스물)개 작은 계곡이 있다고 해서 시무내라 불렀고
마을 이름도 시무내마을이라 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떠나기 전에
- 산행지도 개선… GPS 이용해 정확·입체성 높여
경주 조항산 코스는 새롭게 개척한 산행지인 데다 지능선이 많아 중간 중간 헷갈릴 수밖에 없다.
특히 정상을 향해 오르는 전반부가 그렇다.
하지만 오름길에서는 시무내 계곡을 왼쪽에 끼고 진행한다는 점만 염두에 두고 길을 찾으면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나침반과 본지에 함께 싣는 산행지도를 챙겨서 길을 떠나면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최근 어느 독자가 전화를 걸어와 "근교산 산행기를 잘 보고 있는데,
다만 인터넷 신문에서 인쇄한 산행지도의 축척이 잘 맞지 않는다"는 불만을 얘기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독자의 문제점은 인쇄 옵션을 '용지 크기에 맞춰 인쇄'로 설정했다는 점이었다.
'용지에 맞춰' 옵션을 해제하고 원본 비율대로 인쇄해야만
정확한 축척의 안내도가 된다는 것을 유념해 주길 바란다.
◆ 교통편
- 경주~감포 4번 국도 타고 입천교서 우회전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 수월하다.
경부고속도로 경주나들목을 통과해 보문단지 방면으로 4번 국도를 탄다.
보문호를 지나 덕동호와 추령터널을 통과해 감포 쪽으로 길을 잡는다.
골굴사와 기림사로 갈라지는 안동삼거리를 통과해 양북면 소재지인 어일리 어일삼거리에서
4번 국도를 버리고 감은사지와 대왕암으로 향하는 오른쪽 14번 국도로 들어서 300m가량 가면
오른쪽으로 '입천리' 이정표가 보인다.
대종천을 가로지른 입천교를 건너면 콘크리트 바닥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잡고 작은 마을 안길을 통과해 또 다른 입천교를 재차 건넌다.
왼쪽으로 1㎞가량 가면 시무내마을이다.
입천마을복지회관 앞을 통과해 가장 안쪽까지 가면 주차할 공터가 있다.
대중교통은 좀 불편하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감포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 양북면 소재지에서 내린다.
오전 6시부터 밤 9시20분까지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그러나 문제는 양북면 소재지에서 내려 입천리 시무내마을까지는 버스편이 없어
3㎞가량 걷거나 택시를 타야 한다.
GPS 도움=GPS영남 (http://cafe.daum.net/gps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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