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 북쪽 능선 '습지'
넓고 청정한 습지·끝 없는 산죽터널…금정산은 역시 `보물산`
호포~729m봉~습지~양산 금산마을 새 코스
오를 땐 조망에 감탄·하산길은 한적함 만끽
장군봉 아래 수만 평 습지 생태계 신비 체험
내리막 산죽밭 지나 개울 청정 물 맛 최고
색다른 금정산 산행길 찾는 산꾼에 적격
부산의 산꾼들에게 금정산(801m)이 어떤 의미냐고 묻는다면 어떤 답들이 나올까.
셀 수 없이 다양한 대답들이 있을 것이다.
금정산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부산 산행의 클래식(Classic)'이요, 오래 사귄 벗이요, 마음의 고향이리라.
그렇다!~
금정산은 저 북쪽 백두산에서부터 흘러 내려온 백두대간이 동해안을 따라 꼬리를 잇댄 낙동정맥의 남쪽 끝에
마치 방점을 찍듯이 우뚝 솟은 명산이자 부산 사람들에겐 기쁠때나 슬플때나 큰 울타리가 되어 주는,
'어머니산'이다.
그렇게 많은 사랑이 쏟아지다 보니 주말이면 말 그대로 인산인해.
등산객이 많이 몰리는 북문~동문 간 산성 능선로는 조금 과장하자면 발디딜 틈조차 찾기 힘들 정도다.
특히 요즘 같은 봄의 들머리에는 사정이 더욱 심하다.
양산 방향에서 출발하는 금정산 등산로 중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호포역 출발 코스는 고당봉 서쪽 사면의 기암괴석과 낙동강 일대의 광활한 조망을 즐길수 있다. |
그동안 가깝게 있어 언제든 갈 수 있다는 핑계로
홀대 아닌 홀대를 해 온 '부산의 진산'을 찾을 계획을 막상 잡았지만
마땅히 소개할 만한 코스를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워낙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취재팀은 궁리 끝에 비교적 인적이 드물어 한적하면서도
명산으로서 갖출 것은 다 갖춘 알짜 코스를 소개키로 하고
'호포~북능선 습지~금산마을'로 이어지는 루트를 잡았다.
대신에 정상인 고당봉은 생략.
굳이 정상을 밟지 않더라도
충분히 보석같은 코스라 자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암괴석, 조망, 봄 꽃, 산죽밭, 고산 습지, 솔숲, 시원한 계곡물 등
사람들에게 마땅히 사랑받을 요소들을
어느 것 하나 모자람 없이 갖춘 코스다.
또한 호포~주능선까지의 오름길 중 60% 정도는 '근교산' 지면을 통해 소개한 바 있지만
하산코스는 처음 소개하는 보석같은 코스다.
전체적인 코스는 호포 지하철역~금호사~경주 이씨 묘~가산소류지~임도~큰바위~흔들바위~전망대~
산죽밭~석문~729m봉~주능선~장군평전 아래 갈림길~북능선 습지~전망대~함안 조씨 묘~임도~철탑~
금산마을(아파트 공사장)~동산초등학교 앞까지 이어지는 10.5㎞ 구간.
힘들이지 않고 걷는 시간만 4시간이면 충분해 주말 반나절 만에라도 주파할 수 있다.
취재팀이 하산길에 만난 개울에서 물을 떠 마시고 있다. |
들머리는 지하철2호선 호포역 공영주차장.
일단 금정산 쪽으로 지하도를 통과한다.
임도길.
10분 뒤 호포새마을 금호사(金湖詞) 앞을 지나 100m가량 가다가
갈림길에서 임도를 버리고 왼쪽 숲길로 들어선다.
50여m 가면 Y자 형태로 길이 갈리는데
왼쪽 길을 택해 계곡을 따라 오른다.
연분홍 진달래 꽃잎이 수줍은 새악시마냥 곱게 미소 짓는다.
작은 계곡을 건너면 경주 이씨 무덤.
주변 나무들은 연둣빛 새싹을 막 쏟아내고 있다.
곧이어 오른쪽으로 가산소류지를 낀 갈림길에서 우측 2시 방향으로 길을 따라 오른다.
50여m 가면 시멘트로 만든 폭 50㎝ 정도의 배수로를 지나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휘도는 길을 택해 진행. 의춘 방씨, 파평 윤씨 묘가 잇따라 나오고 5분 후 갈림길에서는 우측 오르막 능선길로 접어든다.
왼쪽은 가산리 금정암 방향.
10분쯤 능선을 따르면 철탑 옆 갈림길이다.
이곳에서 일단 오른쪽으로 꺾었다가 10m 뒤 철탑 앞에서 다시 왼쪽 오르막 능선길로 접어든다.
2분 후 두번째 철탑 밑을 통과해 5분 정도 더 오르면 금선사 방면에서 올라오는 임도를 만난다.
오른쪽 오르막 쪽으로 300m가량 빙 돌아가는 임도를 타고 가다
두번째 곡각지점에서 임도를 버리고 왼쪽 능선길로 들어선다.
10분 정도 산길을 가면 지도상의 407m봉 앞에서 조금 전 헤어졌던 임도와 재회.
그러나 왼쪽으로 200m만 도로를 타고 가면 정면에 넓은 무덤이 나오고 임도도 끝난다.
3월 셋째주 현재 금정산의 진달래는 해발 400m선까지 개화됐다.
무덤을 통과해 제법 가팔라 보이는 정면 능선으로 곧바로 붙는다.
이때부터는 '천구만별(千龜萬鼈·천 마리의 거북이와 만 마리의 자라)'로 불리는
금정산 특유의 기암괴석을 감상하며 주능선을 향해 오를 수 있다.
밧줄 구간을 올라 뒤돌아보면 낙동강과 그 건너 신어산 무척산 등이 한눈에 들어오고
오른쪽으로는 양산천과 물금읍 오봉산, 그 우측으로 남부 영남알프스 연봉들이 이어지는 모습이 아득하다.
5분쯤 오르면 웬만한 실내체육관 크기의 '큰 바위'다.
바위를 왼쪽으로 돌아 오르면 갈림길.
오른쪽은 호포에서부터 올라오는 주 등산로다.
왼쪽 오르막으로 길을 잡는다.
금정산 고당봉~ 장군봉 간 북쪽 주능선 갈림길에서 금산리 방향으로 3분만 내려 서면 만나는 고산습지. |
바위길과 숲길을 번갈아가며 10분가량 오르면 일명 '흔들바위'.
한 사람의 힘으로는 좀 부족하고 두명이 힘껏 밀면 조금씩 움직인다.
다시 7분가량 더 올라가면 오른쪽이 탁 트인 전망대다.
바위 위 전망대에선 산사면에 보석처럼 박혀 있는
기암괴석들의 모습이 장관이다.
주능선 바로 아래 가산리 마애여래입상이 음각된 벼랑도 눈에 들어온다. 이번 산행 중 최고의 조망 포인트.
전망대를 지나면 어른 키보다 큰 산죽터널이 20분가량 계속된다.
월악산 치악산 부럽잖은 기암괴석과 조망,
지리산 황금능선도 이보다 인상깊을 수 없을 것 같은 싱그러운 산죽밭.
이쯤 되면 금정산이 어째서 명산인지 부연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
산죽밭 끝부분에 자그마한 석문이 나타난다.
석문 사이로 통과해도 되고 타고 넘어도 된다.
5m 뒤에 바로 729m봉 정상이다.
이 봉우리는 금정산의 양산 쪽 주봉 역할을 하는 장군봉(737m)에서
정상인 고당봉으로 향하는 주능선 중간 갈림길 역할을 한다.
취재팀은 예정대로 주능선에서 장군봉 방향인 왼쪽 안부로 향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주능선 길은 가히 '고속도로'다.
중간에 여러 갈림길이 있지만 능선 칼등을 타고 15분가량 가면 철탑이 나오고 3분 후 안부 사거리 갈림길이다.
정면 1시 방향에 철탑 3개가 보이고 11시 방향에는 장군봉이 피라미드처럼 우뚝 솟아 있다.
GPS 트랙 / 트랙 jpg파일 |
이 곳에서 왼쪽으로 90도 꺾어 하산길을 잡는다.
50m쯤 가서 다시 갈림길.
재차 왼쪽 길을 택해 3분가량 여유있게 걸으면
주변에 습기 머금은 수풀이 짙어진
높이 20~30m 아름드리 소나무 3그루가 있다.
이 지점이 바로 이번 산행의 목적지인 금정산 북쪽능선 고산습지.
소나무를 중심으로 좌우 수만 평의 습지 군데군데
물이 고인 웅덩이가 산재해 있다.
북문 습지와 남문쪽 수박샘 인근 습지가 겨우 명맥만 유지할 정도로
크게 훼손돼 있지만 고당봉과 장군봉 사이의 이 북쪽 능선 습지는
아직까지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듯 하다.
주능선에서 살짝 비켜나 있는 데다 인적이 드문 곳에 있다는 점이 다행스럽다.
큰 소나무 옆에는 맑은 개울이 흐른다.
해발 562m(GPS 기준)에 이런 습지와 개울물이라니.
습지를 통과하면 다시 산죽터널.
오름길에 만난 산죽터널과 흡사하다.
10분 후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
오염되지 않고 티없이 맑은 물을 마셔본다.
참 달콤하다.
김운만 산행대장은 "금정산에 몇 개의 샘이 있지만 흐르는 개울물을 마실 수 있는 곳은 아마도 이곳이
유일할 것"이라며 "주말에도 이 코스는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기 때문에 오염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개울을 2차례 건너 10분가량 더 내려가면 등산로에서 왼쪽으로 살짝 비켜선 전망대.
오름길에 밟았던 능선과 동남쪽 멀리 고당봉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낙동강과 광활한 김해평야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15분 가량 편안한 산길을 내려 오면 왼쪽에 분화구처럼 움푹 패인 함안 조씨 가족묘.
곧이어 임도다.
임도를 건너 정면 철탑이 보이는 곳으로 직진한 후
구릉을 살짝 넘어서 약간 가파른 경사길을 내려오면
금산마을 아파트 공사현장이 보이고 35번 국도에 닿는다.
산행 종점이다.
◆ 산중정담(山中情談)
- 고산 습지, 훼손되기 전에 미리 보호해야
금정산은 국내 최대의 산성을 8부능선에 안고 있는 명산이지만 한편으로는 고산습지가 많기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한 해에 700만 명이 넘는 등산객들이 이 산을 찾다 보니 습지가 파괴되었고 이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자
지난 2004년부터 보호대책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습지인 북문 광장 일대 5개 습지에 보호휀스가 처졌고 습지를 살리기 위한 복원 프로젝트도 마련됐다. 아울러 남문 인근 수박샘 주변의 습지에 대한 보호대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처럼 고산습지에 대한 보존 및 복원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고산습지에는 수많은 희귀 동식물과 곤충들이 터를 잡고 살아가는 생태계의 보고이기 때문.
하지만 이번에 취재팀이 답사한 고당봉과 장군봉 사이, 특히 장군평전 아래 금산리 방향 습지는
아직은 크게 훼손되지는 않았지만 별도의 생태조사나 보존대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
거의 방치되다시피 한 것.
행정구역상 양산시에 속하지만 금정산 습지 복원 프로그램이 부산 금정구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신경을 덜 쓴 측면도 없지 않은것 같다.
어떤 형태로든 지혜를 모아 장군평전 밑 습지에 대한 보존 대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 교통편
- 날머리서 호포역까지는 버스로 10분
들머리인 호포역으로 가는 방법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지하철 2호선 호포역에서 내려 공영주차장쪽으로 나가면 된다.
하산 후 양산시 동면 금산리 금산마을 앞에서는 호포 방면으로 가는 버스를 타면 10분 안에 도착한다.
\승용차로 갈 경우는 호포역 공영주차장에 주차하면 된다.
GPS 도움=GPS영남 (http://cafe.daum.net/gps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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