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 '연점산'
봄을 시샘한 춘사월 새하얀 눈…어느새 머릿속도 하얗게 비워지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경북 내륙의 보석 코스
안동 지역 드문 800m급 고봉 답사 의의 커
봉우리 많고 걷는 시간 6시간 넘어 만만찮아
천지갑산과 연계해 걷는 맛과 경치 일거양득
예부터 물 맑고 인물 많이 나기로 유명한 안동은 경북 내륙지방의 중심지 중 하나지만
산에 대해서 논할 때 만은 늘 소외되곤 했다.
누구나 탄성을 지를 만큼 빼어난 풍광의 산도, 꼭 한번 올라보고 싶어질 만큼 높은 산도 별로 없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안동에는 경북 내륙 지방 가운데 드물게 해발 1000m를 넘는 산이 단 한 곳도 없다.
가장 높은 산이 안동 서북부의 예천·영주에 면해 있는 학가산(鶴駕山·882m) 정도이고
두번째로 높은 산은 안동 남동부 끝에 우뚝 솟아 청송군과 경계를 이루는 연점산(鉛店山·870.5m) 정도다.
그 외에 황학산(782m) 갈라산(597m) 천등산(575m) 등이 있다.
800m 이상의 안동 고봉 중 학가산이야 안동의 주산으로 지명도도 제법 있다.
하지만 연점산은 안동 사람들, 좀 더 넓게 봐서 대구 경북권 산꾼들에게만 조금 알려져 있을 뿐
그 외 지방 사람들에게는 그 존재조차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산이다.
그러나 학가산이 정상부 통신탑 등 각종 시설물 때문에 산으로서의 감흥이 다소 줄어들었다면
연점산은 원시림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말 그대로 '산다운 산'이라 할 것이다.
더구나 북쪽 날머리 직전 '방점'을 찍어주는 천지갑산(天地甲山·462m) 일곱 봉우리의 비경까지 더해지면
수려함에서도 여느 명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젓한 길을 걸으며 당일 산행으로는 딱 적당할 정도의 땀을 흘리고 비경까지 즐길 수 있는 연점산.
이번 주 '근교산 & 그 너머' 취재팀이 찾아간 산이다.
물론 본지에서도 처음 소개한다.
경북 안동의 연점산은 북으로 길안천과 천지갑산, 동쪽으로는 청송 주왕산, 서쪽으로는 황학산과 의성 금봉산에 둘러싸인 내륙의 명산이다. 김운만 산행대장이 4월 함박눈을 맞으며 연점산 정상에서 천지갑산쪽으로 가는 능선길을 걷고 있다. |
전체적으로 육산에 가깝지만 정상 가기 전
산지봉 마루금 주변은 바위길을 타야 하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크고 작은 봉우리가 10여 개나 있어
결코 녹록한 코스는 아니다.
전반적인 코스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능선을 타고 가는 구성이다.
마사터널 앞~임도~터널 위~철탑~515m봉~갈림길~653m봉~
740m봉 갈림길~산지봉(829m)~안부 임도~연점산 정상~719m봉~
610m봉 갈림길~천지갑산~송사리 주차장으로 연결되는 총 15.2㎞ 코스. 걷는 시간만 6시간가량 걸린다.
산행 들머리는 청송군 현서면과 안동시 길안면을 연결시켜주는
35번 국도의 마사터널 청송쪽 입구 200m 앞 왼쪽 임도다.
임도를 타고 10분가량 천천히 오르면 터널 위 마사고개.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 정면 능선으로 들어선다.
산악회 리본이 1~2개 보인다.
많은 산꾼들이 찾는 코스는 아니지만 등산로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또렷하다.
서쪽 멀리 금봉자연휴양림으로 유명한 의성 금봉산(834m)이 나무 틈새로 얼굴을 내민다.
10분 정도 능선길을 타고 가면 철탑이다.
주변에는 남도보다 다소 늦은 개화시기 때문인지 이제서야 진달래가 붉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살짝 내리막.
5분 후 봉분 3개가 있는 무덤을 지나면 다시 5분가량 오르막이다.
왼쪽 아래에 마사터널을 뚫고 지나온 35번 국도가 북쪽 안동 방면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내려다보인다.
도로변에 보이는 휴게소는 송사휴게소. 오르막 끝에서 오른쪽으로 1분만 가면 지형도상에 표시된 515m 봉.
내리막을 거쳐 살짝 오르막을 타면 5분 후 갈림길이고 왼쪽 직각 방향으로 길을 잡고 내리막을 탄다.
GPS 트랙 / 트랙 jpg파일 |
사실 이번 산행에서는 전체적으로 왼편에 35번 국도를 끼고
주 능선 칼등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진행하면 길을 잃을 염려는 크게 없을 것 같다.
5분 정도 더 가다보면 502m봉.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가량 됐지만 정면 멀리 산지봉의 웅장한 모습이
눈에 들어올 뿐 연점산 정상은 아직도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20분가량 능선을 따라 내리막을 타면 안부 갈림길이다.
이곳부터는 제법 된비알을 30분 정도 올라야 한다.
봉우리 직전에 왼쪽으로 우회로가 있지만 549m봉 갈림길까지 오른다.
이곳에서는 오른쪽으로 청송군 현서면 두현리로 내려서는 탈출로가 있다. 하지만 취재팀은 왼쪽 11시 방향으로
산지봉이 보이는 쪽 주능선을 타고 간다.
곧바로 조금전 우회로와 합류한 후 능선을 따라 직진하다 보면
능선 왼쪽 사면에 산불 피해지가 있다.
모양으로 봐서 2~3년도 채 안된 듯하다.
그나마 살아남은 소나무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산의 한쪽 사면 대부분이 불에 타 버린 것을 보면 마음 한 구석이 아린다.
남서쪽 더 먼 곳으로 들머리인 마사터널과 철탑이 보인다.
곧이어 GPS상 해발 613m로 표시된 고개마루.
549m봉에서 25분 걸렸다.
다시 능선을 따라 북쪽으로 10분쯤 직진하면 653m봉이 있고 곧바로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 등산로는 35번 국도변의 안동시 길안면 계두리 설록펜션산장(구 약수산장)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일반적인 연점산 산행에서 들머리로 삼는 곳이 설록펜션산장이다.
그래서인지 이 갈림길 이후로는 등산로상에 안내 리본이 더 자주 보인다.
여기서부터는 병풍처럼 떡 막아선 산지봉 정상을 보며 20분가량 가파른 오르막을 탄다.
해발 700m를 넘기면서부터는 그동안 보이지 않던 암릉이 나타난다.
오르막 끝에 740m봉 갈림길. 왼쪽으로 내려서면 35번 국도 변 명곡마을로 탈출할 수 있지만
오른쪽 산지봉으로 향해 걸음을 옮긴다.
잔뜩 찌푸려 있던 하늘이 드디어 진눈깨비를 흩뿌린다.
벚꽃 잔치가 열리는 진해나 경주에서는 꽃비가 내리는 계절인 이 4월에 이곳에서는 눈비가 내린다.
어른 키보다 조금 큰 돌탑이 세워져 있는 연점산 정상. |
살짝 내리막을 거쳐 다시 조금 오르면 10분 뒤 산지봉 정상이다.
해발 829m. 그러나 주변에 잡목이 많아 조망은 시원하지 않다.
동남쪽인 오른쪽으로 청송군 안덕면 명당리 신성리로 내려서는
탈출로가 있다.
취재팀은 북쪽 정면에 우뚝 솟은 연점산 정상을 향해
가파른 내리막을 탄다.
25분가량 내려서면 임도를 만난다.
GPS에서 가리키는 해발고도는 641m.
수직고도 200m 이상의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는 부담감도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25분 정도 오르면 드디어 삼각점이 있는 연점산 정상이다.
들머리에서부터 10.6㎞ 지점.
어른 키 높이의 작은 돌탑과 안내판이 서 있다.
작은 나무 가지들 사이로 서쪽의 황학산과 금봉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 갈림길에서 하산길은 왼쪽 천지갑산 방향 능선을 탄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813m봉을 거쳐 대사리로 가거나 청송군 안덕면 지소리 소미마을로 가는 길이다.
하산길은 곳곳에 이정표가 서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송사리주차장이라고 표시된 방향을 보면서 능선을 타고 가면 되기 때문.
그러나 무작정 내리막만 있는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에 자그마한 봉우리들을 넘어야 해 제법 힘이 든다.
내리막과 오르막이 모두 가파르다.
5분쯤 내려서면 천지갑산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오고
다시 5분 뒤 '송사리주차장 4.2㎞(약 2시간10분)'이라고 쓰인 두번째 이정표가 반긴다.
잠시 잦아들었던 눈발이 더 거세져 함박눈으로 변했다.
비록 쌓이지는 않았지만 때아닌 눈산행이 되는 바람에 취재팀원 모두가 즐거워한다.
정상으로부터 30분가량 진행해 네번째 이정표를 지나면
668m봉과 719m봉으로 이어지는 오르막을 25분 가량 올라야 한다.
719m봉에서 살짝 내려서면 오른쪽 대사리 사실방마을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나오고
계속 직진하면 본격적인 내리막이다.
칼날같은 능선길에서 오른쪽을 보면 멀리 주왕산 자락이 들어온다.
연점산 정상 부근은 경북 내륙의 산답게 아직까지 겨울의 끝자락을 속시원히 놓지 못한 채 봄을 기다리고 있다. |
20분 후 610m봉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면
둔전마을로 탈출하는 길이지만 오른쪽 주 능선을 타고 계속 직진.
30분 후 천지갑산 밑 모전석탑 갈림길을 거쳐
곧바로 천지갑산 정상(4봉·462m)에 선다.
벤치 5~6개와 정상 표지석, 무덤 등이 눈에 띈다.
흐리고 눈까지 오는 날씨 탓에 조망은 별로지만
원래 천지갑산은 하늘 아래 으뜸인 비경을 자랑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만큼이나 산새가 수려한 곳.
천지갑산에서 내려다보이는 천용사 부근 한반도 지형의 땅을 휘돌아
나가는 길안천 물돌이가 멋더러지다는데 연무가 끼어 아쉽다.
정상인 4봉을 거쳐 왼쪽 1봉 방향으로 40분 만에 천지갑산 등산안내도와 팔각정자가 있는
송사리 주차장에 내려서며 산행을 마무리한다.
마지막 구간 내리막이 상당히 가파르다.
특히 1봉부터는 밧줄구간도 많고 바닥이 미끄러워 조심해야 한다.
사실 이번 연점산 산행에서는 하산길이 그렇게 순탄하지 않았다.
5~6개의 뾰족한 봉우리를 올랐다 내렸다 하며 지친 산꾼의 다리는 적잖은 피로감을 느낀다.
내리막조차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것은 인생도 마찬가지일 터. 하지만
육체 피로가 더해질수록 머리 속은 점점 하얗게 비워진다.
그래서 산에 가나 보다.
◆ 떠나기 전에
- 날머리 천지갑산서 한반도 지형 물돌이 조망
산 위에서 내려다 보면 강물이 '한반도 지형'을 휘돌아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전국에 몇 군데 있다.
대체로 유명 '한반도 지형' 물돌이는 강원도 지방에 집중돼 있는데
영월군 서면 선암마을이 지명도 면에서 으뜸이다.
차도에서 내려 약 300m만 산으로 올라가서 뒤돌아보면 전망대에서 한반도 지형의 물돌이를 볼 수 있다.
또 정선군 북평면 남평리 상정바위에서 내려다본 '한반도 지형'과 정선군 정선읍 북실리
일명 '병방치'라는 곳도 유명하다.
그러나 부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경북 안동 길안면 송사리의 천지갑산에서도
이 같은 한반도 지형을 산 위에서 감상할 수 있다.
길안천이 수태극을 이루면서 휘도는 모양새가 영낙없는 한반도와 3면의 바다를 연상케한다.
특히 천지갑산 7개 봉우리 가운데 5봉과 6봉 쪽에서 볼때가 가장 볼 만하다.
5봉과 6봉을 가려면 정상 아래 갈림길에서 모전석탑 방향으로 내려서야 한다.
천지갑산만 떼 놓고 보면 1시간 20분이면 완주가 가능해 어쩌면 관광산행 코스라 할 것이다.
하지만 연점산과 연계해 산행을 한 후 수태극의 한반도 지형을 조망하고 하산하면 감흥이 배가 될 수 있다.
◆ 교통편
- 청송행 버스 노포동서 하루 2차례 운행
노포동버스터미널에서 청송(주왕산)행 버스를 타고 청송군 현서면에서 내린다.
오전 7시40분과 오후 1시20분 등 하루 2차례 운행하며 2시간20분 걸린다.
들머리인 마사터널 입구까지는 현서에서 안동행 노선버스를 타고 가다
운전기사에게 얘기해 터널 입구에서 하차하면 된다.
오전 9시15분, 낮 12시20분 등 하루 5차례 운행, 소요시간 10분.
버스 연계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택시를 이용하자.
산행후 날머리인 안동시 길안면 송사리에서도 현서면으로 가는 것이 편하다.
송사리에서 버스 막차가 오후 6시20분에 있다.
현서에서 부산행 버스는 오후 5시50분, 7시20분에 있다.
송사리에서 현서로 가는 막차를 놓쳤을 경우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자가운전의 경우는 부산에서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영천TG에서 내려 영천시내를 거쳐
안동 방면 35번 국도를 타고 노귀제, 청송군 현서면을 지나 계속 가면 덕계리 덕계삼거리에서
왼쪽 안동쪽으로 좌회전해 올라가면 마사터널 입구에 도착한다.
산행후 차량을 회수할 때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송사리에서 현서행 버스를 이용하거나
전화로 현서택시(054-872-5101)를 불러 이용할 수 있다.
GPS 도움=GPS영남 (http://cafe.daum.net/gps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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