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용당산~시루봉~중산봉’

금산금산 2017. 11. 7. 12:47

청도 '용당산~시루봉~중산봉'




저기 들녘에 초승달일까, 고운 님 눈썹일까

산매화 진달래 만발한 걷기 좋은 원점회귀

20㎞ 꽤 먼 거리, 험하지 않아 부담 덜해

반환점 부근 골프장 공사에 조금은 씁쓸

온막리 들판에 허리 잘린 달모양 언덕 조망





주말이면 웬만큼 이름난 산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다.

그만큼 산에 가기 좋고, 걷기에 좋은 계절이기 때문일 게다.

특히 꽃이 만발한 산들은 더욱 더 봄산꾼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진달래 매화 배꽃 등 봄꽃이 흐드러지면서도 한적한 근교산도 많다.

취재팀이 찾은 경북 청도군 매전면의

 용당산(龍塘山)~시루봉~중산봉 순환코스도 그 가운데 하나다.

해발 500~600m 높이의 그리 높지 않은 산봉들로 연결된 코스지만 뒤늦게 피어난 진달래와 산매화가 가득하고

 길도 뚜렷한 데다 한적하기까지 하니 지친 심신을 달래기엔 딱이다.

게다가 용당산 오름길에 내려다 본 매전면 온막리의 들판과 들판 한가운데 신비스럽게 솟아 오른

 초승달 지형을 확실히 볼 수 있는 '보너스'까지 던져준다.

굳이 '옥에 티'를 꼽자면 코스가 평소 소개하던 것보다 5~6㎞가량 길기 때문에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해야 한다는 점 정도다.

하지만 마음 맞는 '산 친구'끼리 제대로 한번 걸어보고 싶은 열망이 강한 산꾼들에게는

 더이상 바랄 게 없는 코스이기도 하다.



   
청도 용당산 정상 아래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매전면 온막리 일대. 들판 중간에 초승달 모양의 구릉이 불룩 솟아나 있는 것이 이채롭다.

전체코스는 들머리인 청도군 매전면 온막리 경의당에서 출발~

능선 무덤~갈림길~전망대~용당산(596m)~삿고개~

대남바위·시루봉 갈림길(사거리)~시루봉(678m)~비룡산 갈림길~

청도CC 공사현장~중산봉(578.7m)~청도CC정문~임도삼거리~

630m봉~안부갈림길~도선사~밖중산마을~불영사~용산교~

음지마을앞~온막교회~경의당으로 돌아오는 총 20.1㎞ 구간이다.


시계 반시계방향으로 한바퀴 도는 꽤 긴 원점회귀 코스.

하지만 산길을 걷는 거리는 13.8㎞ 정도이고

  도선사 앞에서 출발지까지 6.3㎞는 도로를 걷는 것이기 때문에

   웬만한 산꾼이라면 충분히 주파 가능하다.



산행 기점인 경의당(景義堂)은 고성(철성) 이씨의 재실로 알려져 있는 곳.

재실 왼쪽 공터 뒤로 난 임도를 따라 산으로 들어서면

 왼쪽에 감나무밭이 있고 30m가량 가면 철성 이씨 무덤이 있다.

무덤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었다가 곧바로 왼쪽으로 틀면 막사 건물을 지나는데 또 한번 무덤이 나타나고

 오른쪽의 간이 차단막을 넘어 숲속으로 들어서면 작은 능선상의 무덤에 닿는다.

능선을 타고 2분 정도 오르면 오른쪽의 온막리에서 오르는 또 다른 등산로와 합류하는 삼거리.

이제 잘 닦인 산길을 따라 천천히 오른다.



   
GPS 트랙 / 트랙 jpg파일

가의 산매화가 반겨주고

 키 작은 소나무들도 한창 진한 연둣빛 새옷으로 갈아 입고 있다.

15분가량 완만한 길을 오르다 보면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이곳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자칫하면 직진하기 쉬운데 오른쪽 소나무 숲 방향으로 길을 잡아야 한다. 직진하면 용당골 계곡을 따라 삿고개로 가는 길이다.

특별한 지형지물이 없어 약간 헷갈리지만 오른쪽 숲 입구를 잘 살피면

 리본을 여러 개 발견할 수 있다.

오른쪽 길을 택해 진행하면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새싹이 움트는

 봄 숲의 향기에 흠뻑 젖을수 있다.

탐진 안씨 묘를 지나 15분가량 능선길을 오르면 철성 이씨 묘.

무덤 앞에서 잠시 땀을 훔치는데 인근 마을 주민 2명이

 "방목중인 염소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리 저리 찾아다니고 있다.



완만하던 경사가 조금씩 급해지고 10분 뒤 오른쪽이 탁 트인 전망대다.

동북쪽으로 호랑산(579m)이 우뚝 솟아 있고 발 아래로

는 매전면에서 가장 넓은 들인 온막들 중간에 초승달 처럼 생긴 구릉지대가 보인다.

이 구릉지대는 산 위에서 보면 영락없는 초승달 모양이지만 58번 국도가 정확히 중간을 남북으로 가로 질러

 나 있는 바람에 일명 '허리 잘린 초승달'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동남쪽으로는 운문호에서 흘러 내리는 동창천이 들판을 유유히 휘감아 도는 모습과 그 너머로 육화산(675m),

 구만산(785m) 등 영남알프스 연봉들이 늘어선 광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삿고개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 산행객들.

전망대에서 용당산 정상까지 가는 능선길은 주변에 온통 진달래 천지다. 연이어 나타나는 또 다른 전망대와 우뚝 솟은 서쪽 대남바위산의 모습

 등 경치를 감상하며 분홍빛 능선길을 따라 20분가량 오르면

 드디어 용당산 정상.

특별한 표지석은 없고 조망도 그렇게 뛰어나진 않지만

 북쪽 정면으로 시루봉 정상이 보이고 오른쪽인 동쪽으로는 호랑산이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내리막을 타고 10분만 내려서면

 민가 4~5채가 촌락을 이루고 있는 삿고개에 닿는다.

솟대 2개와 함께 나뭇잎 모양의 이정표가 정감난다.

이정표는 왼쪽은 용당골, 오른쪽은 용산리, 정면 1시 방향은 시루봉으로 가는 길임을 가리켜준다.

부근 양지바른 곳에서 점심 식사중이던 부산에서 온 산행객 4명이

 취재팀에게 과일과 마실거리를 건네며 인정을 전해준다.



   
삿고개 마을 입구 솟대와 나뭇잎 모양의 이정표.

시루봉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북쪽 대나무밭 사잇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대밭을 오른쪽에 끼고 올라 다시 왼쪽으로 휘감아 돌면

 소나무숲을 통과한다.

날씨가 제법 더워지려는 계절에 울창한 소나무숲으로 들어서게 되면

 그 시원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다.

곧이어 갈림길에서 직진해 오르막을 3분가량 오르면

 길이 왼쪽으로 휘돈다.

평지나 마찬가지인 길을 7분 정도 걸으면

 봉분 2개가 있는 무덤을 지나고 5분 뒤 능선 사거리 갈림길이다.

왼쪽은 대남바위산을 거쳐 오례산성까지 이어지는 길이고 오른쪽은 시루봉 비룡산 방향이다.

시루봉을 향해 15분 정도 제법 된비알을 타면 전망대가 나오고 5분 뒤 삼각점이 있는 암봉인 시루봉 정상.

해발 678m로 이번 산행에서는 최고봉이다.

서북쪽 멀리 용각산(693m)과 청도읍, 북쪽 가까운 곳에 비룡산,

 그 너머로 이번 산행의 반환점인 578.7m봉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북쪽 비룡산 방향으로 길을 재촉한다.

15분가량 내리막을 타면 비룡산(오른쪽)으로 가는 갈림길.

비룡산은 근교산 시리즈에서 다룬 바 있기 때문에 무시하고 직진한다.


10분가량 더 가면 안부 오른쪽이 갑자기 확 밝아지는데 골프장인 청도CC .

비룡골 최상단부의 안중산 마을 일대를 골프장으로 조성하였는데

 '과연 이 깊은 산중에 골프장을 지어야만 할 것인가'하는,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골프장을 오른쪽에 끼고 25분가량 능선을 타면 어느새 반환점인 578.7m봉이다.

삼각점을 확인하고 오른쪽으로 10분 만에 골프장 정문에 닿는다.

왼쪽 멀리 공사차량이 올라오는 도로끝머리 너머로 청도읍이 보일락말락한다.

아스팔트 포장 도로를 타고 100m쯤 이동한 후 왼쪽으로 비포장 임도를 탄다.

가뭄이 얼마나 심한지 흙가루가 마치 밀가루처럼 날린다.

200m 뒤 만나는 삼거리에서 우회전한 뒤 골프장을 내려보며 5분쯤 가면 또 다른 임도삼가리.

왼쪽 길을 택해 10분가량 더 가다보면 어느새 임도가 끊어지고 다시 숲길이다.

우리땅 어느 산이라고 그렇지 않겠는가만 이곳에도 어김없이 진달래가 흐드러진다.



   

시루봉에서 중산봉 가는 길에 만나는 청도CC.

길은 오르막 외길이다.

20분 후 630m봉.

그러고보니 골프장을 오른쪽에 끼고 한바퀴 돈 셈이다.

정면 호랑산을 보면서 급경사길을 내려서면

 15분만에 안부 갈림길에 도착한다.

정면으로 다시 오르막을 치면 호랑산으로 오르는 길이지만

 취재팀은 오른쪽 계곡쪽으로 내려선다.

15분만 내려오면 임도가 나오고 곧이어 비룡곡 상류 도선사에 도착한다. 이 절 무상스님 말로는 도선사는 창건된 지 9년된 새내기 사찰이지만 곧 대규모 중창을 할 예정이란다.

들머리로부터 13.8㎞ 지점. 산행은 사실상 이 곳에서 끝난 셈이다.

이제부터는 줄곧 도로를 걷는다.

밖중산 마을을 거쳐 내려서면 깎아지른 호랑산 절벽이 왼쪽에 나타난다.

못해도 70~80m는 되는 듯한 이 절벽은 호랑산 정상쪽에서는 볼 수 없고 이 길에서만 볼 수 있다.

오른쪽은 비룡골. 도선사에서 2㎞가량 도로를 따라 내려온 곳에 불영사가 있다.

신라 선덕여왕 14년(645년)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하는 불영사는

 대구 동화사의 말사로 사찰내에 경북도문화재 제294호인 3층 전탑이 있다.

탑을 구성하는 벽돌 한장 한장마다 불상이 새겨져 있는 특이한 구조지만 현재 보수작업 중.



불영사에서 도로를 타고 300여m만 내려서면 비룡산 등산로 입구가 있고 좀 더 걸으면 용산교가 나온다.

용산교 부근 매실농장에는 거대한 매화꽃 단지가 조성돼 있다.

3분 뒤 용산리 마을 중간에 온막지 방향으로 난 도로를 따라 들판 한가운데로 들어서 2.5㎞가량 걸으면

 온막교회와 온막교를 거쳐 들머리인 경의당 재실로 돌아 올 수 있다.




◆ 떠나기 전에

- 매전면 처진소나무 천연기념물 제295호

   
중산봉에서 호랑산 방향 능선길은 진달래가 한창이다.

용당산과 시루봉이 자리잡은 경북 청도군 매전면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나무가 있다.

다름 아닌 '매전 처진소나무'가 그 주인공.

천연기념물 제295호로 지정돼 있는 이 소나무는

 매전면 소재지인 동산리의 동창천 변 언덕에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며 서 있다.

가지가 수양버들같이 아래로 처진다고 해서

 처진소나무 또는 '유송(柳松)'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우리나라 처진소나무 중 가장 전형적인 것이 바로 이곳 매전면 소나무다.



수령(樹齡)은 약200년 정도로 추정되는데 높이가 14m, 지상부 줄기의 둘레가 2.4m,

 가지 길이는 4.8~6.2m 정도의 크기다.

하천 위 언덕에 자리잡은 이 처진소나무는 겨울철 내린 눈이 가지에 쌓였을 때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고 한다.

당초에는 열그루 정도가 함께 자라고 있었지만 이 한 그루만이 살아 남아 더욱 귀한 존재다.

무슨 연유로 가지가 처지게 됐는지 알 길은 없으나 마을에는 '옛날 어느 정승이 지나갈 때 갑자기 큰절을 하듯

 소나무 가지가 밑으로 처지더니 다시 올라가지 않았다'는 전설도 있다.

처진소나무에서 동곡 방향으로 약 500m 떨어진 금곡리 동창천 절벽 위에는 조선 중종14년(1519년)에

 삼족당(三足堂) 김대유 선생이 후진을 교육하기 위해 창건한 삼족대가 있는데

 청도군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정자다.

한번쯤 들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 교통편

- 부산서 상동역행 무궁화호 오전 7시50분 출발

   
밖중산 마을에서 내려서는 길에 호랑산 벼랑을 만난다.

산행 들머리인 청도군 매전면 온막리까지 가려면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해 밀양 상동역까지 가서

  청도 매전면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는 방법이 가장 좋다.

부산역에서 오전 7시50분과 10시30분에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가 상동역에 정차한다.

 55분 걸린다.

상동역 앞 버스터미널(055-352-8039)에서 매전면 온막리까지 가는

 버스는 오전 7시15분, 8시15분, 10시, 11시에 있다.

산행 후 온막리에서 상동역으로 가는 버스는

 오후 4시, 5시10분, 6시, 6시10분, 8시에 있다.

버스 소요시간 20분.



자가운전의 경우는 대구~부산간 고속도로를 타고 밀양IC에서 내려

 밀양 청도방면 24번 국도를 타고 좌회전 후 곧바로 긴늪삼거리에서

 청도 방향 25번 국도를 타고 우회전한다.

상동면 유천을 지나 신곡삼거리에서 좌회전 상동교를 건넌 직후 25번 국도를 버리고

 오른쪽 매전 금천 방향 58번 국도를 타고 동창천을 따라 가면 청도군 매전면 온막리에 닿는다.

예전리를 지나 온막리에 들어서면 온막교 건너기 직전 58번 국도 왼쪽에 '경의당(景義堂)' 재실이 보인다.

 그 옆 공터에 주차할 수 있다.


  •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


  • GPS 도움=GPS영남 (http://cafe.daum.net/gpsyn)






    청도 '용당산'

    흐드러진 야생화 계곡선 쉬엄쉬엄

    시원한 계곡과 편안한 오솔길

    무리없는 코스 가족산행 제격

    전망대 서면 동창천이 한눈에

     

     

    부산경남지역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청도 용당산은 야생화와 시원한 계곡, 빼어난 조망, 하염없이 걷고 싶은 편안한 오솔길을 갖춘 매력적인 산이다.

     

     

    산을 즐겨 찾는 산꾼들의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에는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기 위해 계곡을 주로 찾고, 어떤 이는 골바람이 귓잔등을 때리는 울창한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하염없이 걷기 위해 오르고 또 오른다.

    산은 사시사철, 심지어 아침 저녁으로 그 모습이 변한다며 변함없이 애정을 쏟는 순정파들이 있는가 하면 오롯이 고개만 내민 우리 야생화를 렌즈에 담으려는 마니아들도 예상외로 많다.

    주변 조망을 꼼꼼히 따지는 조망 예찬론자들도 빼놓을 수 없다.


    해발 596m로 몸집이 그다지 크지 않은 청도 용당산(龍塘山)은 낮은 지명도에 비해 까다로운 산꾼들의 입맛을 비교적 충실히 맞출 수 있는 그런 산이다. 여러 얼굴을 동시에 가진 산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인적이 드물어 한적한 데다 산행길 초입부분은 햇볕이 바로 내려쬐는 산사면 길이어서 패랭이 등 야생화 천지이다. 땀을 흘린 뒤 갈증이 날 즈음엔 시원한 계곡이 기다리고 있고 편안한 오솔길도 뒤이어 이어진다.

       
    솔나물

    또 주변 산을 배경으로 발아래 굽이치는 동창천을 낀 넓은 평야가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고 정상 아래 삿고개에는 드물게 자리잡은 농가가 산골생활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 용당산은 산행 내내 힘든 코스가 없고 길찾기도 쉬워 가족 산행지로 추천할 만하다.

    산행은 온막버스정류장~온막교회~철성 이씨묘~삼각점~야생화 군락지역~소 방목지역~계곡~삿고개 마을~용당산 정상~전망대~고성 이씨 재실~온막교회~온막버스정류장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4시간30분에서 5시간 정도 걸린다.

    경북 청도군 매전면 온막리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한 후 길을 건너면 온막복지회관. 정면 온막리 농산물집하장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가면 온막교회. 교회 옆 마른 개천을 건너면서 산행 시작.

       
    큰뱀무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쭉쭉 뻗은 대나무숲과 소나무숲, 그리고 이곳 청도 특산물인 감나무가 시야에 들어온다. 길 왼쪽 감나무밭 한쪽 귀퉁이에는 도라지꽃이 한창이다.

    200m 쯤 오르면 시멘트길이 끝나고 산길. 잡풀과 잡목이 등산로에 가득하다. 반드시 긴옷을 입도록 하자.

    길 왼쪽 철성 이씨묘를 지나면 곧 갈림길. 우측 오르막은 무덤가는 길이므로 계속 직진한다. 거무죽죽한 바위길이 끝날 무렵 왼쪽에 작은 전망대. 뜻밖에 국토지리정보원의 삼각점이 놓여 있다. 정면 뾰족 봉우리에서 오른쪽에 위치한 높은 봉우리가 용당산 정상이다.

    계속되는 산행길. 이번에는 야생화가 잘 자랄 수 있는 천혜의 요건을 갖춘, 확 트인 산사면길이다. 조선시대 천인계급이 쓰던 갓의 일종인 패랭이와 모양이 닮은 보랏빛 패랭이꽃, 꽃잎이 겨우 1.5㎝ 정도여서 허리를 굽혀야 볼 수 있는 노란 양지꽃, 그리고 큰뱀무 찔레꽃 며느리밑싯개 노랑붕이 닭의장풀 등이 눈에 띈다.

       
    패랭이

    한바탕 꽃구경을 하다보니 어느새 그늘 진 숲길. 산들바람이 부는데다 길도 부드러워 오랫동안 걷고 싶은 길이다. 잇단 너덜을 지나면 왼쪽 계곡 건너편에 수려한 기암절벽이 눈에 띄고 동시에 물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연이은 집채만한 바위를 지나면 돌길 오르막. 길 좌우 큰 암벽이 버티고 있다. 또 다른 산의 모습이다.

    물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10여분 뒤 갈림길을 만난다. 주변에 황소 대여섯마리가 방목되고 있다. 우측 오르막길이 진행방향이지만 여기서 10m만 더 직진하면 발을 담글 수 있는 계곡물이 나오므로 잠시 쉬어가도 좋다.

    이제 길 왼쪽의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5분 뒤 규모는 작지만 보기에도 시원한 3층 폭포는 빠뜨리지 말자.

    이후 계류를 건너면 오솔길이고 여기서 10분 정도 더 가면 갈림길. 정면에 폐가옥이 보인다. 지도상으론 민가가 있는 삿고개다. 왼쪽길은 대남바위산으로 향하는 길.

    직진한다. 주변 소나무가 유난히 크고 운치 있다. 삿고개마을에는 과거 17가구까지 살았지만 현재 1가구뿐이다. 이 집 마당을 지나 뒤쪽으로 나와 무덤을 지나면 다시 갈림길. 왼쪽 황토방 건물쪽으로 가면 삿고개 방향. 산행팀은 우측 비포장 임도로 간다. 거대한 고목이 홀로 서있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용당산 정상. 곧 갈림길이 나오면 우측길을 택한다. 이때부터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처음엔 길이 깔끔하게 나 있지만 올라갈수록 희미해져 길찾기에 유의해야 한다.

    30분 뒤 정상. 사방이 나무로 둘러쳐져 있고 무덤 1기가 있다. 하산은 마주보는 길로 내려선다. 잡풀을 헤치고 가야하는 고행길이다. 때론 솔잎이 눈을 찌르고 손바닥만한 신갈나뭇잎이 얼굴을 때린다.

    15분 뒤 앞이 트이면서 들머리인 온막마을이 시야에 들어온다. 저멀리 영남알프스가 장엄한 산세를 자랑하고 구만산과 육화산이 우뚝하다.

    김해 김씨묘를 지나면 또 다른 전망대. 왼쪽 효양산 통내산, 오른쪽 소천봉 용지봉, 정면 구만산과 육화산 암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15분 뒤 또 전망대. 오른쪽에 빨간색 막대가 꽂혀 있다. 산행중 부분적으로 보였던 동창천과 주변 평야, 그리고 온막마을이 한눈에 펼쳐진다. 노란 바위채송화가 지천인 암벽길에 이어 급경사길의 연속이다. 하지만 길은 비교적 또렷하다.

    철성 이씨묘를 지나면서 다시 길이 희미해진다. 이때부터 주능선을 벗어나 산허리를 돌아간다. 가시덤불을 헤쳐나가면 20분 뒤 올라온 길과 만난다. 여기서 30분 정도 가면 갈림길. 우측길은 올라온 길이고 직진하면 고성 이씨 재실에 닿는다. 수백년 된 은행나무를 지나 다리를 건너 온막버스정류장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

     

     

     

       

    ◇ 교통편 - 부산역 상동행 무궁화호, 직행버스 타면 온막리로

    부산서 청도 용당산으로 가려면 부산역에서 상동가는 무궁화호 열차를 타면 된다. 오전 8시5분, 낮 12시3분에 출발한다. 3500원. 원래 오전 5시30분, 6시5분 열차가 있었지만 15일부터 열차시간이 개편됐다. 상동역 앞 유천버스정류장(054-352-8039)에서 동곡행 직행버스를 타고 온막리에서 내린다. 오전 9시25분 출발. 1500원.

    온막합동정류소에서는 열차시간에 따라 상동역과 청도역에서 부산행 열차를 탈 수 있다. 청도행 버스는 모두 상동역을 경유한다. 상동행 버스는 오후 1시50분, 4시30분, 5시30분, 6시30분, 청도행 버스는 오후 1시30분, 4시, 6시10분, 8시에 출발한다. 상동행 직행 1500원, 완행 1300원. 청도행 완행 2450원. 상동역에서 부산가는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3시53분, 4시55분, 7시57분에 있다

     

     

     청도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 출발은 오후 4시45분, 5시42분, 6시38분, 7시48분, 8시43분. 4000원. 새마을호 열차는 오후 5시10분 1편이다. 6000원. 열차시간 문의 1544-7788.

    용당산 산행은 원점회귀 코스라 승용차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대체로 세가지 길이 있다. ▲경부고속도로 건천IC~20번 국도 창녕 방향~운문사·청도읍 방향~매전면소재지에서 밀양 방면 좌회전~매전면 온막리 ▲경부고속도로 서울산(삼남)IC~언양 35번 국도~석남사 또는 밀양 방면 24번 국도~궁근전삼거리서 경주 방향~운문령~삼계리 계곡~운문면 소재지~금천면 소재지~매전면 소재지서 왼쪽 밀양 방면~온막리 ▲남해고속도로 진영IC~밀양 방면 25번 국도~청도 방면 25번 국도~상동역 통과~다리 건넌 후 오른쪽 매전면 방향 58번 국도~유천서 매전면 소재지 못가서 온막리가 나온다.


    ◇ 떠나기전에 - 무심암 · 천불탑 등 주변 볼거리

    용당산은 청도읍 남쪽 사면을 감싸는 산으로 용각산에서 곰티재를 거쳐 오른쪽으론 오례산성, 왼쪽으로는 효양산으로 이어진다. 그 중심에 삿고개의 오지마을과 용당산이 맥을 이어 동창천으로 잦아든다.

    산간마을인 삿고개는 사방이 산으로 막혀 있고 하늘만 열린 벽촌마을로 누에치기 반시 등을 주수입원으로 생활한다. 산행 중 짬을 낸다면 자연과 어우러지는 사람의 삶이 어떠한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용당산 주변엔 볼거리가 특히 많다. 북지리 국도변의 무심암은 부부의 슬픈 전설이 내려오며, 성주가 가뭄에 기우제를 지냈다는 동창천의 성주바위, 벽돌 한장마다 불상이 새겨진 비룡곡의 불영사 천불탑 등이다. 모든 가지가 지면으로 처진 매전읍내의 처진소나무(천연기념물 제295호)는 수령이 200년 정도로 추정된다. 용당산은 시원한 동창천과 영남알프스의 산군 등 가족과 한번쯤은 꼭 찾아 볼 만한 곳이다.

    하산후 온막버스정류장에서 동곡행 버스를 이용해 매전이나 동곡에 하차한 후 운문사에서 출발하는 청도행 버스도 이용할 수 있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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