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가을에 찾은 주남지·'우포늪'

금산금산 2017. 11. 3. 21:10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 찬란하게 빛나는 물비늘·억새꽃



가을에 찾은 주남지·우포늪






- 예전엔 물 모아두던 큰 저수지
- 시간 지나며 자연늪으로 변모

- 겨울철새들 월동지 터 잡으며
- 이름 알려지기 시작한 주남지
- 편의시설 늘고 사람 몰리지만
- 편하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도

- 네 개 늪으로 구성된 우포늪
- 생태관서 서쪽 목포제방까지
- 걸어도 분위기 느끼기엔 충분
- 전체 늪 도는 ‘생명길’도 볼만


늦가을 바람이 소슬하게 불어오면 산과 들판은 하루가 다르게 표정을 달리한다.

황금빛으로 물든 논은 하루아침에 추수가 끝나고 텅 빈 무채색의 무른 땅으로 변한다.

이처럼 빠르지는 않더라도 어디를 가나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는 건 다를 바 없다.



   
오후 늦게 주남저수지를 찾아 둑길 탐방로를 걷다 보면 어느새 서쪽 멀리 백월산 오른쪽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게 된다. 물억새나 갈대 모두 해가 기울 즈음 역광으로 보는 모습이 아름답다.



지리산이나 가야산처럼 화려한 단풍을 과시하지는 않지만

 부산에서 가까운 습지인 주남저수지와 우포늪은 요란스럽지 않고 차분하게 가을을 맞고 있다.


키 작은 수생식물이나 옅은 색으로 빛이 바래는 나무를 제외하면 대체로 무채색이다.

그러나 호수나 저수지도 햇볕이 비칠 땐 갈대꽃이 잠시 찬란하게 빛나기도 하고

 때 이르게 찾아온 오리와 기러기 같은 철새들이 요란을 떨기도 한다.





■ 물억새 흔들리는 주남지

   
우포늪 둘레로 한 바퀴 도는 8.4㎞ 거리의 우포늪 생명길 표시목.

주남저수지와 우포늪은 모두 낙동강에서 거의 비슷한 거리에 자리 잡은 자연늪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포도 그랬지만 요즘처럼 많은 이가 찾기 전 주남저수지는

 그저 너른 들판 가운데 자리 잡고 필요할 때 물을 대주는, 큰 저수지였다. 이름도 인근 동네 이름을 따 산남 늪, 용산 늪, 가월 늪으로 불렸다.

1980년대 들어 가창오리를 비롯한 수만 마리의 겨울 철새가 월동지로

 이곳을 선택하면서 이름이 알려졌지만

  그때도 교통이 불편한 이곳을 일부러 찾는 이는 드물었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과는 다른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길 수도 있었던 듯하다.

예전에는 몇 명씩 무리를 지어 찾아와서는 주남저수지의 둑길을 걷거나

 수면을 더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동판저수지에서 물에 비친 나뭇가지의 그림자를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또 논둑을 따라 걸으며 먹이를 찾는 기러기 떼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예전의 산남 늪은 지금도 산남저수지로 불리지만

 나머지는 주남저수지와 동판저수지로 바뀌었다.

이름이 바뀐 것보다 주남저수지 주변의 풍광은 더욱 크게 변했다.

가을이면 갈대를 감상하거나 겨울이면 철새를 보려는 탐방객이 늘면서

 탐방로도 정비됐고 람사르문화관과 생태학습관을 비롯한

  편의시설도 생겼다.

‘주남저수지’ 버스정류장 바로 옆이 주남저수지 둑이다.

몰리는 탐방객으로 인해 부산스러워 여유롭게 즐기기는 어렵지만

 또 그만큼 편하게 주남저수지의 가을을 느낄 수 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 무렵 둑길을 따라 걸으면

 햇볕을 받아 빛나는 억새꽃에 절로 시선이 쏠린다.


가끔 정적을 깨는 기러기 울음소리를 들으며 어둑해지는

 저수지 너머 야트막한 산 뒤로 지는 해를 보고는 발걸음을 돌린다.

그런데 주남저수지는 번창하는 수련 때문에 점차 옛 모습을 잃고 있다.

생태학습관 앞은 예전에는 갈대숲이 우거진 곳이었지만

 지금은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넓은 면적이 연밭으로 바뀌었다.

탐조대의 망원경으로 연밭을 잘 살펴보면 철을 지나 마른 연잎 사이로 오리들이 거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망원경으로는 시야에 한두 마리밖에 담을 수 없으니 탐방객으로서는 성에 안 찰 수도 있다.





■ 물그림자 발길 잡는 우포늪

   
우포늪생태관에서 따오기복원센터 입구에 닿기 전 나오는 쉼터에서 탐방객들이 우포늪을 바라보고 있다.

주남저수지에서 흘러나가는 주천강이 낙동강에 합류하는 지점에서

 상류로 50여㎞를 올라가면 적포에서 토평천이 합류한다.

토평천을 거슬러 7㎞를 올라가면 람사르 습지인 우포늪이다.

우포늪은 주남저수지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과정으로 만들어져

 형제나 다름없다.

1만5000년 전 빙하기에 낙동강은 깊은 계곡이었고

 1만 년 전 빙하가 녹기 시작해 6000년 전에는

  지금의 해수면 높이와 비슷해졌다.

이런 과정에서 강 양쪽에 자연제방이 쌓이고

 그 뒤로는 홍수 때 물이 차오르는 늪이 된 것이다.



우포늪은 주차장에서 곧바로 갈대와 저수지를 볼 수 있는

 주남저수지와는 달리 발품을 팔아야 한다.

우포, 목포, 사지포, 쪽지벌의 네 개의 늪 가운데 크기로

 첫째와 둘째인 우포와 목포 둘레를 온전히 도는 길이 있다.

그렇지만 우포의 분위기를 느껴보는 데는 우포 남쪽의

 우포늪생태관에서 서쪽으로 목포제방까지만 걸어봐도 충분하다.

길은 물가를 따라 나 있어 쉬엄쉬엄 가까이 다가온

 오리를 관찰해가며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


잠시 멈춰 서 갈대꽃을 바라보기도 하고 키 큰 나무 아래 웅덩이에 비친 반영에 발걸음을 멈추기도 한다.

1㎞ 남짓 걸어가면 왼쪽 산 사면의 따오기 복원센터에서 따오기들이 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부엉덤을 지나면 사초군락지를 가로질러 토평천을 건너는 징검다리를 만난다.

목포제방에 올랐다가 돌아와도 시간은 넉넉하다.

우포를 한 바퀴 도는 8.4㎞ 거리의 우포늪 생명길 코스도 걸어볼 만하다.



   
부엉덤에서 사초군락지로 가면서 볼 수 있는 웅덩이에 비친 나무 그림자.

우포늪은 창녕의 진산인 화왕산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맘때면 억새가 장관인 화왕산 정상이나 화왕산성을 벗어나는 길목인

 환장고개(서문)에서 해가 저물 즈음

 서쪽을 바라보면 햇살에 눈부시게 반짝이는 우포늪을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포늪 어디서나 동쪽에 병풍처럼 서 있는

 화왕산이 바라다보인다.

시각적으로 서로 조망점이 되기도 하지만

 화왕산과 우포늪의 관계는 더 직접적이다.

화왕산에서 발원한 토평천이 흘러드는 곳이 우포늪이다.

토평천 물줄기는 목포제방 아래서 우포늪을 벗어난 뒤

 쪽지벌과 우포 사이를 지나 서남쪽으로 낙동강까지 흘러간다.





# 정감 있는 토평천 징검다리…800년 역사 ‘주남돌다리’

■ 주남·우포늪 이색 돌다리

   
우포를 빠져나가는 토평천을 건너는 징검다리(위)와 주남지를 빠져나가는 주천강의 주남돌다리.

물이 있는 곳에 다리가 있다.

우포늪생태관에서 목포제방으로 가다 보면

 우포에서 흘러나가는 토평천을 건너야 한다.

 이곳에는 두어 명이 한번에 건너갈 수 있도록

 여러 줄의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여름철 우포의 수위가 상승할 때는 물에 잠겨 건널 수 없다.

이 돌다리는 근래 만들어진 것이지만

 주남저수지에 가면 유서 깊은 돌다리가 있다.

주남지에서 흘러가는 주천강을 따라 600m 정도를 내려가면

 ‘주남 돌다리’가 나온다.

800년 전 강 양쪽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인근 정병산에서

 길이 4m가 넘는 바위를 가져와 다리를 놓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좁은 강 양쪽에 교각 역할을 하는 돌들이 있고

 강 위에도 세 개가 더 서 있다.

그 위를 기다란 바위 4개로 덮었다.

지금의 다리는 1969년 홍수로 무너진 것을 1996년 복원한 것이다.

승용차로 주남저수지와 우포늪을 한 번에 찾는다면

 도중에 창녕군 영산읍에 있는 영산만년교도 짬을 내 들러보자.

동쪽 종암산과 영취산에서 흘러오는 영산천을 건너는 이 돌다리는 1780년 만들어진 무지개다리다.

하천 양쪽의 암반에 화강석으로 홍예를 만든 뒤 그 위에 자연석을 쌓고 흙으로 덮었다.

보물 제564호인 이 다리는 지금도 누구나 건널 수 있다.

경사가 완만하지만 막상 난간이 없는 다리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뜻밖에 고도감이 느껴진다.





■ 교통편

부산에서 주남저수지를 찾아가려면 버스나 열차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마산시외버스터미널과 마산역, 창원역에서 42번 시내버스를 타고 주남저수지 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같은 곳에서 40, 41번을 타면 주남저수지 정류장에서 1㎞ 떨어진

 주남삼거리 정류장에서 내려 걸어 들어가야 한다.

창원역 앞에서 마을버스 1, 2번을 타도 주남저수지 정류장에서 내릴 수 있다.

다만 대부분 노선이 배차 간격이 아주 길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람사르문화관으로 하면 된다.



우포늪에 가려면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창녕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창녕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200m 정도에 있는 영신터미널에서 우포행 버스를 타면 된다.

창녕에서 우포늪(생태관)으로 가는 차는 오전 6시50분, 8시, 오후 1시30분, 3시, 6시(막차)에 있다.

 창녕으로 가는 버스는 오전 7시10분, 10시55분, 오후 1시50분, 5시20분, 6시20분(막차) 운행한다.

승용차로는 우포늪생태관을 찾아가면 된다.

승용차로 다닌다면 우포늪과 주남지를 하루에 모두 찾을 수 있다.

글·사진=이진규 기자 oc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