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산티고개~남암산’

금산금산 2017. 11. 21. 21:00

울산 '산티고개~남암산'





그늘 그리운 초여름 산행, 조망 대신 숲길

산티고개부터 밤티고개까지 완만한 능선 숲길 연속

중간지점 34번 지방도서 기존 남암지맥길 일부 폐쇄

왼쪽 200m 떨어진 능선 새 루트 이번 산행에서 개척

12㎞ 코스 대부분이 흙길… 부담없는 가족산행 추천





여름의 초입, 기온이 올라가면서 산행 중 땀도 많이 차고 자연스럽게 힘도 더 들기 마련이다.

이즈음이면 많은 산꾼들이 산행지를 택할 때 양지 바른 능선길보다는 그늘 드리운 숲길을 더 선호하게 된다.

녹음도 몰라보게 짙어졌으니 잘만 택하면 산행의 대부분을 숲속에서 삼림욕하듯 보낼 수도 있다.

   
정족산 북쪽 끝인 산티고개에서 남암산 정상까지 가는 길은 남암지맥길을 걷는 호젓한 코스다. 특히 등산로 대부분이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그늘인 데다 부산에서 거리도 가까워 초여름 산행지로 제격이다.



울산 울주군의 '산티고개~남암산(南巖山·543m)' 코스는

 이 같은 요구에 딱 맞는 근교 산행지다.

부산에서 가까운 데다 해발 고도도 그렇게 높지 않아

 웬만하면 따가운 햇살을 받지 않고 그늘로만 걸을 수 있기에

  한나절 가볍게 다녀올 수 있다.

또한 이 구간은 남암산을 기점으로 서쪽으로 흘러 정족산 정상 밑

 무제치3,4호 늪 부근에서 낙동정맥과 만나는

  '남암지맥' 주요 구간이라는 점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다.


'울산의 금정산'으로 불릴 만큼 울산 산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문수산(599m)의 남쪽에 우뚝 솟은 이웃 산이면서도

    문수산에 비해 여전히 소외된 산이 남암산이다.

아마도 조망미와 유명 사찰 등 일반적으로 산꾼들이 좋아할 요소가 적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산행은 울산 울주군 웅촌면 은현리와 삼동면 작동리 경계지점인 산티고개에서 시작한다.

산티고개~유니온랜드(공장)앞~삼각점 아래 분성 김씨 묘~임도~철탑~민우농원 입구 지방도~

제일레미콘 왼쪽 능선~학성 이씨 묘~사거리~남암산~마당재~밤티고개 순.

실제 거리 12.3㎞에 걷는 시간만 5시간가량 걸린다.

휴식과 점심 식사 등을 고려해 각자 자신의 여건에 맞는 전체 산행시간을 추산할 수 있겠다.



들머리인 산티고개에서 '청림농원'이라 쓰인 입석 간판을 보면서 동쪽 임도로 들어서면

 곧바로 널따란 산행로가 200m가량 이어지는가 싶더니

  다시 일신건설 창고 앞 주차장과 유니온랜드 공장 경비실 앞에 닿는다.

공장 울타리를 따라 왼쪽으로 100m쯤 가면 담장이 끝나는데 본격적인 산행은 이곳부터 시작이다.



   
취재팀이 산행 중간 지점인 34번 지방도로 내려서고 있다. 정면에 보이는 가장 높은 봉우리가 남암산 정상이다.

200m쯤 위 오른편 무덤 지나 만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능선으로 길을 잡는다.

숲 속 어디선가 코 끝을 톡 쏘는 듯한 향기가 난다 싶었더니

 취재팀 중 한 명이 "산초나무네. 잎을 잘라서 비린내를 없애지.

 추어탕 생각이 절로 나는데…"라며 입맛을 다신다.

길은 이미 짙은 녹음이 햇볕을 차단해 준 덕분에 그늘의 연속이다.

완만한 능선을 타고 10분가량 가면

 아무 특징 없는 능선 중간에서 길이 갈라진다.

자칫하면 길이 넓어 보이는 쪽으로 직진할 수 있지만

 왼쪽 길을 택해야 정답이다.

안내 리본이 여러 개 달려 있으니 참고하자.



걷기 편한 길을 따라 15분쯤 더 가면 무덤이 하나 나오는데


 정면 작은 봉우리를 오르지 않고 오른쪽 사면을 타고 시계방향으로 살짝 돌아 가면

   삼각점이 있는 259.6m봉 아래 분성 김씨 묘를 지난다.

힘들이지 않고 25분가량 숲길을 걷다 보면 만나는 253m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재차 30분가량 걸으면 묘가 하나 나오는데 이곳에서 10분만 가면 임도를 만난다.

오른쪽 길을 택하면 웅촌면 대복리 마을로 바로 내려설 수 있지만

 취재팀은 전방으로 직진. 갈색 융단같은 낙엽이 '초록 비단'에 덮여 가고 있는

  임도 숲길은 오가는 사람없이 고요한데 이름모를 산새 소리만 길 걷는 나그네의 벗이 되어 준다.

10분가량 가면 임도가 갈라진다.

 반듯한 직진길을 버리고 왼쪽 임도로 들어서야 능선을 제대로 타는 방법이다.

300m쯤 더 걸으면 철탑(No 37)을 만나는데 이곳부터는 한동안 따스한 햇살이 머리 위로 쏟아진다.

오른편으로 (주)정화포장이라는 업체명을 가진 공장을 끼고 내려서면

 왼편이 탁 트이면서 감나무가 빼곡한 과수원.

정면 멀리 우뚝 솟은 남암산 봉우리가 보이고 길가엔 하얗고 동그란 홀씨를 잉태한 채

 햇살 속에 흔들리고 있는 민들레 수백 송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살짝 고개마루를 넘으면 주원우드 입구.

넓은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100m가량 가면 34번 지방도를 만난다.



이곳에서 취재팀은 본의 아니게 소위 '알바'를 하고 말았다.

당초 코스는 지방도 건너편에 보이는 민우농원 출입문으로 들어서서

 곧바로 왼쪽 능선을 타고 올라야 하는데 500m가량 올라서다 땅 주인에게 그만 '퇴짜'를 맞은 것.

땅 소유주의 말인즉, "등산객들이 간혹 이 길을 지나는데, 사실 이 땅은 수십년 전에 매입한 뒤

 도시에서 직장생활 하느라 관리를 못하다가

  최근부터 유실수와 채소를 심고 과수원 겸 농원으로 조성 중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출입을 삼가 달라"는 취지였다.


주말 평일 가릴 것 없이 등산객의 출입을 막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아무리 남암지맥길이라 하더라도 땅 소유주가 "입장 바꿔 생각해 보라"며

  정중히 요구할 경우에는 둘러갈 수밖에 없는 일 아닌가.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왠지 한 구석이 먹먹해지려는 마음을 달래며 취재팀은

  다시 민우농원 입구 지방도까지 되돌아 내려왔다.

우회로를 찾기 위해 휴대 중인 지형도와 GPS를 살피니 민우농원 입구에서

  도로를 따라 통도사 방향으로 300m만 가면 만나는 능선을 통해 산행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곧장 실행.

아니나 다를까.

제일레미콘 입구를 지나 울타리가 끝나는 부분에 능선으로 오르는 작은 계단길이 열려 있었다.

무덤 2~3개를 지나며 능선을 오르는데 의외로 길이 잘 나 있어 산행에 불편함은 없다.



   
GPS 트랙 / 트랙 jpg파일

이 지능선의 정점에 서면 갈림길이다.

오른쪽으로 확실하게 꺾어 길을 재촉하니 오르막길이 점점 희미해진다. 하지만 길을 잃을 정도는 아니니 큰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겠다.

20분 정도 제법 가파른 길을 따라 오르니 311m봉 갈림길이다.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임도처럼 넓은 길은 당초 예정했던 코스의 일부다. 땅 주인에게 퇴짜를 맞지 않았더라면

 10분이면 올랐을 길을 무려 40분 이상 돌아와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새 루트를 개척했다는 의미도 있으니

 너무 억울해 할 일만은 아닌 듯하다.

왼쪽 길을 택해 살짝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막을 오르면

 학성 이씨 무덤을 만나는데 여기서 임도는 끝난다.

무덤을 지나 오솔길을 따라 오르면 360m봉을 지나 사거리를 만난다.

사거리 옆 나무 기둥에 '남암지맥 사거리 354m 준·희'라 쓰인

 흰색 푯말이 걸려 있다.

근교산 곳곳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바로 그 준·희 푯말이다.

직진해서 5분쯤 더 가면 두 번째 사거리가 나오는데

 이곳에서는 오른쪽으로 꺾어 30m만 가면 다시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 오르막으로 치고 올라야 한다. 남암산 정상으로 마지막 피치를 가해야 하는 지점이다.



도중에 또 한 번 낯익은 리본을 만난다.

붉은 바탕에 검정색 글씨로 '그대와 가고싶은 山, 그리움으로 솟아나고…,

그리움, 보고싶은 마음! 준·희'라고 적혀 있다.

아는 산꾼도 있겠지만 사실 부산 인근은 물론, 경남북 일대 산행 중 자주 접하게 되는 '준·희'라는 별칭은

 국제신문 근교산 산행대장을 역임한 바 있는 영남지역 근교산의 개척자이자 원로 산악인인 최남준 선생이

  스스로 붙인 것이다.

자세한 사연은 본인과 그의 가까운 지인들만 안다.



20분가량 한눈 팔지 말고 오르면 어느새 '543m 정상석'이 서 있는 남암산 정상.

널따란 공터에는 정상석 외에도 한 업체가 세워 놓은 또 다른 비석도 있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려면 가장 낮은 곳부터 시작하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정상 조망은 그다지 빼어나지는 않다.

동쪽 멀리 나뭇가지 사이로 울산 시가지와 동해 바다가 보이지만 확 트인 것은 아니다.

북쪽의 문수산 방향 산행로 입구에는 '등산로 정비공사 중이니 우회하시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취재팀은 동남쪽 밤티고개 방향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정상 바로 아래 갈림길에서 왼쪽 길을 택해 15분 정도 더 신나게 내려서면 마당재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가면 청량면 청송마을로 내려서는 길. 하지만 오른쪽으로 잡는다.

 5m 뒤 또 한번의 갈림길에서는 왼쪽 길이다.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은 웅촌면 대복리 장백아파트행.

왼쪽 길을 따라 5분 정도 내려서면 또 한번 갈림길이 나오는데 역시 왼쪽 길을 택해야 하고,

 15분 뒤 나오는 갈림길에서 역시 왼쪽 내리막을 택한다.

반듯한 직진 길이 아니라 소나무 재선충 방재 훈증 천막이 수십개 보이는 왼쪽 길을 가리킨다.

이후 10분 동안의 내리막은 외길이다.

차량 소음이 꽤나 크게 들린다 싶더니 마치 고속도로 같은 7번 국도다.

산행 종점인 밤티고개에 도착한 것이다.






◆ 떠나기 전에

- 울산 지명 유래된 옛 소국 우시산국의 중심이었던 산

울산 울주군 웅촌면과 삼동면 청량면에 걸쳐 있는 남암산은 쌍둥이 산이나

 마찬가지인 북쪽의 문수산에 비해 그 유명세가 덜하다.

문수 보살이 그 산세에 반해 터를 잡고 살았다는 전설과 문수사 등의 절을 안고 있는 데다

 조망미 또한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문수산의 그늘에 가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연구해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재까지 울산이라는 지명 유래와 관련해 가장 신빙성있는 것으로 알려진 논리는 신라가 형성되던

 삼국시대 초기에 웅촌 일대를 중심으로 번성했던 고대 소국인 '우시산국(于尸山國)'에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그 웅촌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산이 바로 남암산이니만큼 어쩌면 '울산의 진산'을

 문수산이나 무룡산으로 볼 것이 아니라 남암산이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속절없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의태자의 동생인 범공(본명 김신)이 신라 패망과 함께 해인사에서 입산,

 스님이 됐다가 만년에 암자를 짓고 살았던 산도 남암산이다.

울산읍지에는 그래서 '김신기산'으로 표기하고 있다.

또한 이번 탐방 코스에서는 조금 비껴나 있었지만 남암산 북쪽 자락의 청량면 율리 청송마을에는

 신라시대 사찰인 청송사 절터가 있는데 보물 382호인 청송사지삼층석탑과 수많은 부도,

  각종 문양을 새긴 석축 등 유적 유물이 드넓은 골짜기에 산재해 한때는 거대한 사찰이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문수사에 결코 뒤지지 않는 기세다.

산행 후 시간이 나면 청송사지를 둘러보는 것도 괜찮을 성싶다.

아울러 산행 후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한 '맛집'을 찾는 산꾼들이라면

 웅촌면 소재지인 곡천리의 웅촌식육식당을 찾아가 볼 만하다.

'암퇘지 삼겹살'로 이름난 고기 자체가 두껍고 싱싱하다는 평가 때문인지 늘 만원이다.

주말엔 줄을 서야 할 때가 많다.





◆ 교통편

- 웅촌초등 앞에서 산티고개행 버스 오전 2회 운행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산티고개까지 가려면

 부산 노포동을 기점으로 버스를 두 차례 갈아타야 하는 불편이 있다.

우선 노포버스터미널에서 7번 국도를 경유하는 울산행 버스를 타고 웅촌초등 앞까지 가야 한다.

심야가 아닌 일반 버스는 오전 5시40분부터 밤 10시까지 10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소요시간은 35분가량 걸린다.



그 다음 웅촌에서 산티고개까지 가려면 웅촌초등앞에서 산티고개행 시내버스를 타야 하는데

 오전에는 7시10분과 11시 등 2차례 있다.

하지만 울산 시내 도로의 교통정체 여부에 따라 연동될 수밖에 없어 버스 시간은 다소 유동적이다.

산행 후 밤티고개에서는 버스가 정차하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콜택시를 불러 웅촌면 소재지까지 간 후에 부산행 직행버스를 타면 된다.

10~15분 간격 운행.



자가용을 이용해 들머리인 산티고개까지 가기 위해서도

 일단 7번 국도를 타고 울주군 웅촌면 웅촌초등학교 앞까지 가야 한다.

웅촌초등 앞 육교 밑 삼거리에서 좌회전, 9번 지방도를 타고 검단리 방향으로 가다가

 은현리 삼동 방면으로 우회전해 16번 지방도로를 탄다.

은현공단을 지나면 삼동면 작동리로 넘어가는 산티고개다.

들머리에 공장 뒷마당 같은 넓은 공간이 있어 주차하기 쉽다.

산행 후 7번 국도상의 밤티고개에서 차량을 회수하러 산티고개로 돌아가기 위해서

는 웅촌콜택시(052-225-3155)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수월하다.

  

  •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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