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무주 '백운산'
원시림 뚫고 걷고 또 걸으니,
苦盡甘來<고진감래> 던가 비경이 반기네
덕유산 국립공원 북쪽 끝자락 능선 산행
길 험해도 미답지 걷는 기분만은 짜릿
백두대간·향적봉 굽어보는 조망도 일품
구천동 계곡 수성대서 탁족으로 피로 풀어
덕유산을 떠올리면 늘 부드러운 능선과 넉넉한 품새가 먼저 떠오른다.
겨울 눈꽃 산행지로 최고의 걷는 맛을 선사해 주고
가을이면 적상산과 함께 불타는 듯한 단풍을 선사해 주기도 한다.
덕유산 산행을 할 때는 주로 남덕유산(1507m) 주변이나 주봉인 향적봉(1614m)과 중봉(1594m) 연계 코스가
일반적이고 주능선에서 비켜날 경우 같은 국립공원 구역에 속하는 적상산(1034m) 산행도 꽤 인기 있는 편이다.
특히 덕유산 종주라고 하면 주로 경남 함양군 서상면 영각사에서 시작해 남덕유산을 거쳐
삿갓봉 무룡산 백암봉(백두대간 분기점) 향적봉을 거쳐 전북 무주군 백련사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같은 관행은 실제로 덕유산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면 기존의 덕유산 종주산행은 실제 남북으로 길게 뻗은
덕유산 국립공원 구역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전북 무주의 백운산과 깃대봉은 덕유산 국립공원의 최북단에 솟은 봉우리들이다. 그동안 향적봉 및 주능선, 적상산 등에 가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만큼 원시림을 간직하고 있어 더욱 더 산꾼을 유혹한다. 취재팀이 날머리인 수성대에 섰다. |
이번 주 전북 무주의 백운산(1010m)과 깃대봉(1055m)
연계 산행은 그동안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덕유산 공원 구역내
북쪽 끝단의 숨겨진 코스를 소개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상당 부분 개척산행이나 마찬가지인 이 코스는 특히 사람의 발길이
뜸하다 보니 길은 다소 험하지만 그만큼 신선한 기분을 맛볼 수 있고,
고된 산행 후에는 구천동 33경 중 6경이자 구천동 3대 비경 중
하나로 손꼽히는 '수성대(水城臺)'에서 탁족(濯足)의 시원함과
여유를 한껏 즐길 수 있는 이점도 있다.
그런 면에서 초여름을 향해 달리는 요즘 한번쯤
가 볼 만한 코스라 할 수 있겠다.
향적봉, 적상산 등의 유명세에 가려져 있던
무주 백운산~깃대봉 코스 산행 중 남북으로 휘달리는
백두대간 주능선의 호쾌함도 조망할 수 있는 점은
놓치기 아쉬운 보너스다.
단, 능선길에 급경사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은 데다 길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산죽과 잡목이 우거진 구간이
간간이 나오기 때문에 결코 만만치 않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중간에 식수 보충할 곳이 없어 마실 물을 미리 넉넉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자.
전체 산행 경로는 반딧불이 축제로 유명한 전북 무주군 설천면의 두길리 신두마을 회관에서 시작한다.
신두마을 회관~통정대부 밀양 박씨 묘~지능선 갈림길~바위 오른쪽 급경사면~이정표(재난구조 위치 백운 22)~쉼터 겸 전망대~백운산 정상~970m 암봉~1022m봉~깃대봉~청량산 전위봉(1120m)~1060m암봉(우회)~
옥소골 갈림길~갈림길(주능선 이탈)~삼각점(566.6m)~수성대 입구(37번 국도)~수성대로 이어지는 9.8㎞ 코스. 거리는 10㎞ 안쪽이지만 걷는 시간만 5시간20분가량 걸린다.
점심식사와 휴식을 합치면 6시간 30분 정도는 잡아야 할 듯.
GPS 트랙 / 트랙 jpg파일 |
들머리인 신두마을 회관은 구천동 33경 중 제1경인 라제통문에서
무주리조트(구천동) 방향 약 400m 지점, 37번 국도변에 있다.
신두마을 회관에서 북서쪽으로 난 콘크리트 포장 마을 안길을
통과한 뒤 갈림길에서 왼쪽길을 택해 계속 오르면
5분 뒤 통정대부 밀양 박공 묘를 만난다.
곧바로 20m 위 갈림길에서는 왼쪽 길을 택해 계곡 안으로 들어간다.
정면 멀리 우뚝 솟은 백운산 정상이 보인다.
얼마 못 가 콘크리트 포장로는 경운기 1대가 겨우 다닐 만한
흙길로 변하고 5분 후 왼쪽으로 물 마른 계곡을 건너 20m쯤 가면
작은 지능선이다.
이곳에서 능선을 넘어가는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 능선 칼등으로 오른다. 위도상 북쪽이어서인지 길가엔 아직도 때늦은 진달래가 만발하고 간혹 개철쭉도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이후 5분 사이에 무덤 3개를 잇따라 지나고 잠시 뜸하던 무덤이 5분 뒤 능선상에 다시 나타나면
왼쪽으로 진행한 뒤 20m 후 만나는 조그만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꺾었다 곧바로 능선의 왼쪽 사면을 타고 오른다. 왼쪽 아래 계곡은 제법 깊은 맛이 나지만 물은 말라 있고, 사면을 따라 오르는 길은 낙엽에 덮인 폭 20~30㎝의
좁은 길이어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계곡상단부를 통과해 곧바로 치고 오르면 비교적 뚜렷하던 길이 갑자기 희미해지는데
당황하지 말고 안내리본을 참고해 조금 더 오르다가 오른쪽으로 사면을 탄다.
10분 후 좀 더 큰 능선에 올랐다 싶으면 어느새 오른쪽 완만한 능선을 따라 올라 오는 뚜렷한 길과 합류한다.
왼쪽으로 100m가량 더 오르면 다시 오른쪽 계곡을 따라 올라오는 길과 합쳐지는 삼거리가 있고
직진해 300m가량 편안하게 걷다보면 왼쪽에서 올라오는 능선길과 합류하는 삼거리가 재차 합류한다.
이곳까지 삼거리, 갈림길이 수차례 나왔지만 실제 안내 리본을 참고해 진행한다면 그렇게 헷갈리지는 않는다.
길 합류지점에서 오르막을 따라 오른쪽으로 200m가량 진행하면
제법 커다란 바위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다시 길이 희미하다.
바위 오른쪽으로 리본을 따라 올라 다시 오른쪽 급사면을 타고 조심해서 올라보자.
10분가량 험로를 거치고 나면 어느새 이정표까지 세워진 반듯한 길이 나온다.
'119 재난구조 백운 22'라고 쓰인 기둥과 이정표를 지나 1.5㎞가량 남은 백운산 정상을 향해 오르면
잇따라 이정표가 나오고, 겨울철 폭설에 대비한 밧줄과 지그재그형 등산로를 지나니 15분 만에
갑자기 전방이 탁 트인 쉼터 겸 전망대에 닿는다.
남서쪽으로 취재팀이 가야할 깃대봉 청량산 방향 능선과 멀리 남쪽으로는 우뚝 솟아 있는
덕유산 주봉인 향적봉과 설천봉, 그 아래 무주리조트 스키 슬로프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계곡 너머 솟아 오른 가칠봉 뒤로 백두대간 주능선이 남북으로 치달리는 모습도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너럭바위에 조성된 이 쉼터는 점심식사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길을 재촉해 이정표를 참고해 잘 닦인 등산로를 따라 백운산 정상까지 오르는 데는 20분이면 충분하다.
들머리에서 4㎞ 지점의 백운산 정상엔 표지석이 서 있고 멀리 북쪽으로 각호산과 그 오른쪽으로 영동 민주지산,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를 가르는 삼도봉 등 내륙의 1000m급 명산들이 줄지어 인사를 한다.
바로 밑 들판에는 설천면 소재지인 소천리 시가지와 반딧불이 공원도 눈에 들어온다.
무주 백운산에서 깃대봉으로 향하는 능선상의 전망대에 서면 동북쪽으로 백두대간 주능선이 확연히 들어온다. |
정상 바로 밑에 쉼터(서쪽)와 반딧불이공원(북쪽)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는데 하산길은 이정표상 서쪽인 쉼터 방향으로 잡는다.
깃대봉을 향해 가는 능선길이다.
곧바로 헬기장이 나타나고 5분가량 짤막한 내리막이 이어진 뒤
안부에 서면 시원한 골바람이 산꾼의 땀을 식혀준다.
다시 가파른 오르막이다. 보통 가파른 것이 아니라
마치 유격훈련을 하듯 바위를 잡고 기어서 올라야 할 정도의
짜릿한 급경사. 조심해서 오르면 어느새 백운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볼 때 눈에 들어왔던 뾰족한 970m 암봉이다.
암봉 정상에 서기에는 위험해 정상 아래 3m지점에서
오른쪽으로 우회해 다시 내리막을 탄다.
내리막과 오르막을 반복하면 20분 후 다음 봉우리인 1022m 암봉을 지난다.
살짝 내려섰다가 오르막을 향하면 왼쪽으로 또 다시 전망대가 나오는데
남쪽의 향적봉과 동쪽의 백두대간 주능선이 더욱 더 확연히 드러난다.
이곳부터 깃대봉 정상까지는 6~7분이면 닿는다.
깃대봉 정상은 주변에 잡목이 많아 조망이 썩 뛰어나지는 않다.
대신 나무밑에 앉아서 땀을 식히기 좋은 장소다.
청량산 방향으로 길을 진행하는데 살짝 내려섰다가 다시 제법 가파른 오르막을 친다.
안부에서 조금 더 오른 지점부터 청량산 전위봉까지의 오르막길은 산죽으로 뒤덮인 험로다.
원래 길은 맞지만 실제로는 길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산죽을 헤치며 칼등을 타고 가야 한다.
마찬가지로 산죽에 휘덮인 청량산 전위봉 정상까지 깃대봉으로부터의 거리는 1㎞밖에 안되지만
시간은 40분이나 걸린다.
청량산 전위봉에서 북서쪽으로 200m만 가면 청량산 정상(1122m)이지만
남쪽 능선을 타고 성지산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역시나 길은 산죽에 덮여 잘 보이지 않다가도 조금 더 가면 다시 나타나는 등 선명한 편은 아니다.
그만큼 호젓하다는 말도 될 것이다. 오른쪽 아래로 무주호와 적상산을 조망할 수 있다는 것도 작은 위안거리다.
15분쯤 가면 갑자기 뾰족하고 거대한 암봉이 능선상에서 우뚝 솟아 있는데
왼쪽 급경사 사면을 따라 우회해서 다시 능선에 오른다.
우회하는 데만 7~8분 정도 소요.
20분가량 능선을 더 타면 오른쪽 계곡을 따라 옥소골로 하산하는 길이 있다.
갈림길에서 계속 능선을 타고 직진하다 보면 중간 중간 콘크리트로 만든
오래된 국립공원 경계석이 3~4개 나온다.
사실 이 경계석들이 없었다면 과연 이 길이 국립공원의 일부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원시적 풍경이 계속된다.
15분 후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하는 갈림길이다.
주능선을 계속 타고 가면 성지산과 구천동터널 위, 김해산 두문산을 거쳐 설천봉 향적봉까지 갈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덕유산 종주 산행길을 만들 수 있겠지만 수성대 방향인 왼쪽 지능선을 타고 내려선다.
기존 등반 안내 리본이 하나도 없지만 능선을 타고 내려가는 외길이어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신나는 내리막을 50분가량 타면 지형도상에 566.6m로 표기된 삼각점이 나오고
10분만 더 내려서면 어느새 37번 국도에 닿는다.
수성대 입구다.
계곡의 수성대까지는 한적한 비포장길을 따라 3분이면 닿는다.
구한말 충절을 지켰던 송병선이 세운 '서벽정' 아래 계곡으로 내려서면
출렁다리 아래로 맑은 계류가 흐르는 수성대다.
잠시 지친 발을 담그고 세수를 하면 세상 시름이 다 날아가는 듯하다.
◆ 떠나기 전에
- 들머리 도착 전 구천동 계곡 비경 즐비
본격적인 산행을 하기 전 자가용을 이용해 들머리인 신두마을까지 갈 때 꼭 들러 볼 만한 곳이 있다.
49번 지방도를 타고 구천동터널을 통과해 곧바로 오른쪽 갓길로 빠져 나와 만나는 방배 삼거리에서
북쪽 설천 무주 방면으로 37번 국도를 타면 1㎞쯤 후에 구천동 33경 중 12경인 수심대.
출렁다리와 함께 계곡 옆 기암과 벼랑이 빼어난 풍치를 보여준다.
400m쯤 더가면 11경이자 수성대와 함께 구천동 3대 비경 중 하나로 꼽히는 '파회'도 만난다.
파회에는 도로변 바위 위에 신라 때 일지 스님이 지팡이를 꽂아 변했다는 천년송이 있어 신비함을 더한다.
신두마을 회관 앞에서 400m쯤 더 가면 신라와 백제의 경계이자 문화교류의 장 역할을 했던 라제통문이 있다.
구천동 33경 중 제1경. 구천동에선 9~10일 철쭉제도 열린다.
◆ 교통편
- 영동 무주 거쳐 구천동행 버스 갈아타야
대중교통 이용은 다소 불편하다.
일단 경부선 열차를 타고 충북 영동역까지 간 다음,
영동역 앞에서 무주행 버스로 갈아탄 후 무주에서 다시 설천면을 거쳐 구천동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한다.
부산역발 영동행 무궁화호는 오전 5시10분과 5시45분, 6시50분, 7시50분, 9시10분에 있다.
2시간50분 걸린다.
새마을호는 오전 6시35분에 출발, 소요시간은 2시간30분이다.
영동역 앞에서 무주까지는 40분~1시간 간격으로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50분까지 하루 13회 운행하는 농어촌버스를 타면 된다.
40~50분 소요.
무주공용터미널(063-322-2245)에서 설천면 신두마을까지는 구천동행 버스를 타면 된다.
오전 8시, 9시5분, 11시25분 등 하루 10차례 운행, 15~20분 소요.
오전에는 8시25분에 출발하는 1대밖에 없는 것이 단점이다. 1시간10분 소요.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대전-통영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덕유산IC에서 내려 바로 좌회전, 19번 국도를 탄다.
안성면을 거쳐 무주리조트 방향으로 가다보면 사산삼거리에서 49번 지방도로를 타고 우회전,
치목터널과 구천동터널도 통과한다.
구천동터널 출구에서 오른쪽 램프웨이로 빠져 방배삼거리에서 39번 국도를 타고
설천 무풍 방면으로 좌회전해 10분쯤 가면 왼쪽에 신두마을이 있다.
산행 후 차량 회수를 위해 수성대에서 신두마을까지 가려면
구천동에서 무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가 타거나, 설천 개인택시(011-498-3037)를 이용하면 된다.
문의=국제신문 주말레저팀 (051)500-5169 김운만 산행대장 010-2606-8985
GPS 도움=GPS영남 (http://cafe.daum.net/gps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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