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정안산’

금산금산 2017. 11. 24. 20:34

하동 '정안산'





북쪽 지리산, 서쪽엔 섬진강, 남쪽 바다까지…조망이 백미였네

섬진강 횡천강에 둘러싸인 아담한 근교산

해발 낮지만 재미 있는 코스…등산로도 완벽

천왕봉·노고단·광양 백운산 한눈에 펼쳐져

산행기조차 없던 숨은 명코스 발굴에 환호







지리산 안이 아니라 바깥에서 지리산 주능선을 조망할 수 있는 산들은

 경남 전남 전북 지방에 꽤 많이 발견할 수 있다.

해발 1915m인 천왕봉이 남한땅에서는 가장 높은 봉우리이다 보니 당연한 일일 터다.

하지만 선 자리에서 한바퀴 돌면 지리산 주능선과 쪽빛 남해 바다를 모두 바라볼 수 있는 산은 그렇게 많지 않다. 주로 지리산 남쪽 언저리에 위치한 하동 금오산이나 옥산, 광양 백운산 등이 그같은 범주에 속할 것이지만

 이 산들은 이미 명산으로 알려져 있는 데다 등반 자체도 꽤 힘이 든다.

하지만 하동군 횡천면과 적량면 양보면에 걸쳐 있는 '정안산(鄭晏山·448m)'

세상에 별로 알려져 있지 않으면서도 천왕봉을 중심으로 한

   지리산 주능선과 남해 바다를 동시에 바라 볼 수 있는, 아담하면서도 정겨운 산이다.




   
경남 하동군 횡천면과 적량면 양보면에 걸쳐 있는 정안산은 최근 등산로 정비작업이 거의 완성돼 산행을 하기에 아주 편안하다. 산꾼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 순수함을 간직한 데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지리산과 백운산 섬진강 남해 조망 또한 일품이어서 새로운 코스에 목마른 근교 산꾼들에겐 적격이다.

이번 주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다슬기가 서식할 정도로

 청정 1급수로 이름난 하동 횡천강 유역에 자리 잡은 정안산을 찾았다.

현재까지 그 어떤 산행 전문지나 신문, 인터넷상의 블로그,

 산악회 홈페이지 등에 정식 산행기가 소개된 적이 없을 만큼

  웬만한 산꾼들에게조차 생소한 산이긴 하다.

그러나 그렇게 높지 않으면서도 어디 내놓아도 손색 없을 정도로 빼어난    조망과 잘 정비된 등산로, 2차례의 급경사 로프구간 등

 아기자기한 코스와 볼거리, 옛 이야기 등을 두루 갖추고 있어

   말 그대로 '숨은 보석같은 근교산'이라 할 만하다.

날짜만 잘 맞추면 산행 후 날머리의 '횡천장(5·10일 장)'에서

  산나물 등 청정 먹을거리도 싼값에 살 수 있다.



산행은 하동군 적량면 동산리 상동산마을에 있는 용소 주차장에서 시작해 횡천면 횡천리 횡계마을 입구까지 이어지는 11.3㎞코스로 길이 좋고

 험하지 않아 걷는 시간 4시간30분 정도면 넉넉하게 주파할 수 있다.

구체적인 코스는 상동산마을 용소 주차장~용소보~

고절리 갈림길(임도로 좌회전)~폐축사~밤밭 갈림길~임도~이정표~

모구제~정안산성~정안산(봉)~산불초소~로프구간~철탑~마치고개~

매봉(358m)~횡계 앞산 갈림길~안부 이정표~삼각점(271m봉)~전주 이씨 묘~횡계마을 입구(비석)로 구성된다.



   
GPS 트랙 / 트랙 jpg파일

들머리인 용소 앞 주차장은 한 여름이면 물놀이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인지 꽤나 널따랗다.

'용소'는 청학동에서 발원한 횡천강이 횡천면을 거쳐

 적량면으로 이어져 급하게 휘도는 곳에 위치한 소(沼)로

  용이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을 안고 있다.

그러나 용소보가 건설된 후에는 '소(沼)'의 분위기는 찾기 힘들다.

다만 검푸른 물색을 감안할 때 그 깊이가 예사롭지 않음을 짐작할 뿐.



산행을 위해서는 용소보 위를 지나 남쪽으로 강을 건너야 한다.

용소보 아래 쪽은 바닥에 콘크리트 가설이 돼 있고 깊이도 깊지 않아

 여름철 물놀이장으로 인기가 높다고 인근 주민들이 귀띔한다.

보 아래쪽에서 한 할머니가 다슬기를 잡고 있는 모습이 평화롭다.



강을 건너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100여m 가다보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 산으로 오르는 임도를 따라야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곧 바로 폐축사를 지나면 포근함이 묻어나는 정겨운 흙길을 따른다.

능선길 주변에 밤나무가 지천인데 길가에 늘어선

 이름을 다 알기도 힘든 10여 종의 야생화가 환영인사를 하는 것인지 생글거린다.



축사에서 무덤을 지나 3분 정도 걷다 보면 밤나무밭 안으로 향하는 직진 큰 길과

 왼쪽 능선 오르는 길이 갈리는데 능선길을 택해야 한다.

기존 등반 안내 리본이 전혀 없는 코스이다 보니 노란색 '국제신문 근교산' 리본을 더욱 촘촘히 달아 놓았다.

넓은 길을 따라 50m가량 가면 또 한번 직진하는 큰길과 왼쪽의 능선 마루금상의 무덤쪽으로 향하는 길이

 갈리는데 이번에도 무덤 쪽으로 오른다.

초반부에 되도록 능선 마루금을 탄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취재팀이 정안산 산행 들머리인 용소보를 지나고 있다.

이후부터는 길 찾기가 쉽다.

무덤을 통과해 300m가량 가면 약간 된비알을 만나고

 곧이어 좌우가 탁 트인 언덕 위 밤나무밭으로 접어든다.

왼쪽(북동쪽)에 정안산 정상과 그 아래 횡천강이,

 오른쪽으로는 횡천강과 섬진강 합류 지점과

  섬진강 너머 멀리 우뚝 솟은 광양 백운산의 모습이 눈에 든다.

평지나 다름없는 길을 따라 5분만 가면 임도를 만나고

 100m쯤 더 가서 임도를 버리고 능선 숲길 오르막으로 접어드는데

  역시 주변에 야생화와 고사리 등 산나물이 널렸다.

15분 정도 천천히 올라 303m봉을 통과해 좀 더 오르면 20분 후 이정표가 있는 410m봉 삼거리다.

직진하면 정안산 1.1㎞, 되돌아가면 용소보 2.4㎞,

 우회전하면 갈녹치재 4.7㎞라고 표시된 이정표가 가야할 길을 알려준다.

런데 산행길 내내 느낀 것이지만 이정표가 새 것인 데다 산길 정비가 아주 잘 돼 있는 것을 보니

 하동군과 인근 여러 면에서 등산로 개척에 애쓴 흔적이 물씬하다.



삼거리에서 정안산 방향으로 길을 잡는데 제법 경사진 내리막이다.

15분 후 안부인 모구제. 왼쪽 계곡으로 내려서면 구학마을까지 1.2㎞걸린다고 알려준다.

정안산을 향해 직진. 한동안 내려왔으니 다시 올라야 한다.

무덤을 거쳐 10분가량 오르면 정상 바로 아래에서 돌담같은 정안산성이 맞아 준다.

산성을 통과하면 곧바로 사방이 탁 트인 정안산 정상이다.

정안봉이라는 정상 표지석 앞에 서면 북쪽 멀리로 지리산 중봉에서부터

 왼쪽으로 천왕봉 장터목 세석평전 영신봉 반야봉 노고단까지 이어지는 주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눈길을 계속 왼쪽으로 돌리다 보면 정안산의 서쪽에 해당하는 곳에 광양 백운산이 우뚝 솟았고

 남쪽으로는 하동 금오산이 지척에 다가서고

  그 오른쪽 아래로 섬진강 물줄기가 바다를 연모해 달려가는 모습이 선명하다.

광양만과 남해도, 사천 앞바다가 선명한 데다

 동쪽으로는 지리산 영신봉을 분기점으로 낙동강까지 뻗은 낙남정맥 줄기가 끝없이 펼쳐진다.

하동군의 의뢰를 받아 정상 부근에서 등산로 이정표 설치 작업중인 인부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북쪽 하산길로 길을 재촉했다.

얼마 못가 만나는 산불감시초소에서는 직진하는 길과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로 나눠진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주차장을 거쳐 임도를 따라 양보면 중쌍마을로 내려 서거나

 로프 급경사 구간을 우회할 수 있는 길이지만 취재팀은 직진.

곧바로 너비 3m 높이 2m 크기의 계란 형상 '깨진바위'를 지나면 로프가 설치된 급경사 구간이 시작된다.

비가 내리거나 겨울철 눈이 내렸을 때는 로프가 없으면 산행이 곤란할 정도로 급한 경사 길이지만

 산행객들에겐 그만큼 짜릿함을 선사해 준다.


10분가량 조심해서 내려 서면 편안한 능선길로 합류하는 삼거리다.

오른쪽 길은 조금 전 산불감시초소에서 로프구간을 우회하기 위해

 오른쪽 주차장 쪽으로 내려갔다가 돌아오는 구간.

능선을 따라 북쪽으로 계속 길을 잡으면 곧바로 철탑과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 갈림길에서는 왼쪽 길을 택해야 한다.

오른쪽은 지능선을 타고 상쌍 마을로 내려서는 길이니 주의가 필요하다.

왼쪽 길로 가면 곧바로 두번째 철탑이 나오고 20분가량 시원한 능선길을 달리면

 이정표가 있는 마치고개 갈림길이다.

이정표는 왼쪽으로 가면 마치마을 1.2㎞, 직진하면 횡계 3.7㎞임을 가리키고 있다.



   
정안산 하산길에 만난 '깨진바위'.

성주 이씨, 광산 김씨 합장묘가 있는 마치고개에서 15m만 직진하면

 오른쪽으로 '상쌍 1.1㎞'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고 5m 후 갈림길이다.

이 곳에서는 자칫하면 길이 넓어 보이는 왼쪽 사면 길을 택하기 쉬운데

 흔들리지 말고 능선 마루금을 타고 오르막을 올라야 옳은 길이다.

15분가량 가볍게 오르면 매봉(358m). 이어지는 능선길 왼쪽 아래로

 횡천면 소재지인 횡천리 시가지와 횡천강, 경전선 철로 등이 보인다.

10분만 가면 또 하나의 갈림길이다.

경사가 급한 왼쪽 능선은

 횡천역 쪽으로 바로 떨어지는 길이지만 희미하다.

횡계마을을 오른쪽으로 휘돌아 가기 위해 오른쪽 길을 택해 내리막으로 달린다.

7분 후 횡계마을로 내려서는 이정표가 선 안부 갈림길에 닿는다.

나무가지를 엮어 만든 간이 벤치가 있다.

이 곳에서 취재팀 중 일부는 횡계소류지를 거쳐 횡계마을로 바로 내려서는 코스를 확인하기 위해

 왼쪽 내리막으로 빠지고 나머지는 계속 직진.

곧바로 삼각점이 있는 271m봉을 지나 또 한번 제법 가파른 로프구간을 통과한 뒤 10분만 가면 무덤이 나온다.

무덤 주위 소나무가 가지런히 잘 가꾸어져 있다.

왼쪽 아래에 횡계마을을 두고 시계 반대방향으로 도는 이 구간은 길이 너무 잘 나 있어 거칠 것이 없다.

무덤에서 10분 후 만나는 임도를 따라 직진해 밤나무밭을 통과하면 남양 방씨 가족묘를 만난다.

묘지 끝나는 곳에서 왼쪽으로 콘크리트 임도를 타고 가다

 2분 후 포장도로를 버리고 흙길로 직진하면 진양 하씨 가족묘다.

계속 직진해 내려서면 갈림길에서 왼쪽길을 택하고 또다시 만나는 갈림길에서 둔덕 샛길 처럼 보이는

 왼쪽을 택했다가 30m 후 오른쪽으로 꺾어 고운 숲길을 지나면 길옆 매화나무에 매실이 주렁주렁 달렸다.

곧이어 가선대부 전주 이씨 묘를 통과하면 전주 이씨 비석 2개가 서 있는 횡계마을 입구 도로에 닿는다.

산행은 이 곳에서 마무리. 경전선 철로 아래로 난 길을따라 횡계교를 지나 200m만 걸으면 횡천농협 앞에 닿는다. 마침 횡천 장날이라 동네가 제법 왁자지껄하다.




◆ 떠나기 전에

- 고려시대 정안 장군 이름에서 산 명칭 유래

   
취재팀이 급경사 로프구간으로 막 접어들고 있다.

정안산 산행의 날머리인 횡천면 횡천리는

 조선시대 한때 하동군의 고을 현청이 있었을 만큼 번성했던 지역이다.

2번 국도변에 자리잡아 하동읍에서 청학동과 진주로 갈때

 반드시 거쳐야 하고 경전선 횡천역까지 있어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하다.

정안산 정기를 받아서인지 인물도 많이 난다.

현 고려대 총장인 이기수 교수도 횡천리 횡계마을 출신.



정안산이라는 이름은 고려시대 무인정권기 장군인

 정안(鄭晏) 장군의 이름에서 따 온 것이다.

하동 출신으로 인근 고을 최대 갑부이기도 했던 정안 장군은 고려 중기인 13세기 최씨 정권때 최우가 집권하자

 고향인 하동으로 낙향해 노모를 모시면서 산 정상에 산성을 쌓았는데 이 산성이 바로 정안산성이다.

그는 최우 사후에 최항이 집권하자 다시 벼슬길에 나섰지만

 최항의 폭정을 비판하다 백령도로 귀향간 후 그곳에서 독살당했다.

의기가 충만하고 무인으로서 무술 뿐 아니라 음악 의술 등에도 능했던 장군으로 칭송받고 있다.

한편 산행 후 괜찮은 먹을거리를 찾는 산꾼들은 하동읍내 경찰서 인근

 '여여식당'에서 재첩회비빔밥을 맛보면 괜찮겠다.

진한 재첩국물과 함께 싱싱한 재첩회와 야채 고추장을 버무린 비빔밥이 산행의 피로를 가시게 해준다.

하동읍에서 물어보면 대부분의 주민들이 알고 있을 정도이니 '믿을 만한' 식당인것 같다.




◆ 교통편

- 부전역에서 횡천역 행 무궁화호 타면 편리

부전역에서 오전 6시50분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타면 경전선 횡천역에 닿는다.

3시간10분 가량 걸린다.


버스를 이용할 때는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하동터미널(055-883-2663)까지 간다. \오전 7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며 2시간20분 소요.

하동에서 횡천행 버스를 타고 가다 적량면 동산리 상동산마을 앞에 내리면 된다.

오전 7시, 8시30분, 9시, 10시20분, 11시 등에 있다.

하동에서 부산 가는 막차는 오후 7시30분에 있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 하동IC에서 내려 하동읍 방향으로 19번 국도를 타고 가다

 비파삼거리에서 청학동 횡천 방면으로 우회전, 2번 국도를 탄다.

10분 정도 가면 적량면 동산리 상동산마을 적량주유소 앞에서 우회전, 철길 건널목을 지나면 용소주차장이 있다. 산행 후 차량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하동행 시내버스를 이용해도 되고 횡천택시(055-882-6252)를 이용해도 된다.




  •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


  • GPS 도움=GPS영남 (http://cafe.daum.net/gps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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