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송 ‘태행산’

금산금산 2017. 12. 2. 18:51

경북 청송 '태행산'





주왕산국립공원 경내 숨어있던 최고봉…

알고보니 거대한 천연수목원

달기폭포 비경·달기약수탕 효험 즐기는 코스

인적 뜸해 천연 원시림·소나무 숲 한껏 만끽

가파른 오르막 3차례 오버페이스 조심

봉우리 2곳에 설치된 인공산책로 '갸우뚱'





'푸른 소나무'라는 뜻의 지명을 가진 경북 청송군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소나무가 군을 대표하는 나무다.

비단 주왕산뿐 아니라 지역 내 웬만한 산을 가더라도 푸르고

 곧은 아름드리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 산꾼들의 정신을 맑게 해준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이번 주 찾은 중대산~태행산 코스도 솔향에 흠뻑 젖을 수 있는 한적한 산행지다.

소나무뿐 아니라 굴참나무 피나무 등 수십 종의 나무들과 갖가지 야생화가 지천에 널려 있어

 마치 커다란 수목원을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주왕산국립공원 구역내에 포함돼 있지만 흔히 말하는 주왕산과는 동떨어진 북쪽의 봉우리로 취급받는 태행산은 국립공원 구역 중 가장 높은 봉우리인 만큼 한번쯤은 반드시 밟아 볼만한 산이다.

게다가 날머리에서 만나는 달기폭포의 비경 감상, 달기약수터에서 마시는 한모금 석간수의 알싸한 청량감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이번 산행의 묘미라 할 수 있다.

자연이 빚은 거대한 수목원인 청송 중대산~태행산 코스로 떠나보자.

   
청송 태행산은 주왕산국립공원 구역 북쪽 경계선에 걸쳐진 산이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만큼 오염도 되지 않아 청정한 숲의 향기를 흠뻑 머금을 수 있다. 취재팀이 산행 날머리에서 달기폭포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일단 전체 코스를 개괄하자면

 안논시골 고개(파천면 경계 표지판)~이정표~중대산~안부~

520m언덕~임도~도마치~묘~614m봉~임도오거리~파평 윤씨 묘~

896m봉~태행산~의성 김씨 묘~도토매기 안부 갈림길~묘~

도로 순으로 진행된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진행하다가 마지막 본격 하산시에는

 남쪽으로 꺾어져 떨어진다고 보면 된다.

전체 거리 10.1㎞에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5시간 걸린다.

중대산에서 해발 고도 200m 정도 뚝 떨어졌다가 다시 태행산을 향해

 표고차 500m 이상을 극복하며 오르는 만만찮은 코스지만

  그만큼 내리막도 길기 때문에 산행 시간은 시속 2㎞ 정도의

   보통 걸음을 걸을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들머리는 청송읍과 파천면 경계를 이루는 안논시골 고개다.

일단 동쪽에 우뚝 솟은 중대산 방향을 보면서 도로 옹벽을 넘어 능선으로 접어든다.

평평한 능선길. 얼마가지 않아 오른쪽 아래 소공원에서 올라오는 능선길과 합류한다.

5분후 완만하던 오르막은 갑자기 각도를 키우며 가팔라진다.

가야할 길이 머니 오버페이스하지 않도록 조절하면서 20분가량 오르면 중간 이정표다.

'중대산 0.6㎞'를 가리키고 있다.

조금 완만해진 오르막을 15분가량 더 오르면 해발 679.5m인 중대산 정상이다.



   
GPS 트랙 / 트랙 jpg파일

중대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훌륭하다.

남동쪽 멀리로 청송을 대표하는 주왕산국립공원의 아기자기한 연봉들이 줄을 서고 동쪽 건너편에는 가야할 태행산과 그 앞 896m봉, 그 아래

 614m봉도 눈에 든다.

중대산에서 내려서는 길은 크게 2가지다.

우선은 나무산책로를 따라 북쪽으로 400m가량 가서 만나는

 707m봉(노송과 벤치가 있음)에서 내려 선 후 오른쪽으로 90도 꺾어

 희미한 능선 등산로를 타는 방법과 그냥 곧바로 전망덱 아래 임도를

 따르는 방법이다.

취재팀은 되도록이면 편하고 안전한 길을 안내하고자 임도를 이용했다.

잰걸음으로 10분쯤 내려서면 안부다.

여기서 30m가량 가다 오른쪽으로 휘도는 임도를 버리고 정면 능선길로 들어선다.

완만한 오르막 능선길이지만 10분후 해발 고도 520m인 작은 언덕 끝에서 왼쪽 11시 방향으로

 길이 휘는가 싶더니 급경사 내리막이다.

5분 후 다시 만난 임도를 따라 100m가량 가다가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 능선길로 접어든다.

10분 뒤 능선 숲길이 끝나는가 싶더니 임도와 다시 만난다.

'MTB코스' 간판이 설치돼 있는 오거리인 이 곳은 '도마치'라는 이름의 고개다.

왼쪽으로 살짝 비켜나 보면 MTB코스가 산 허리와 어깨를 휘돌아 가는 것이 보인다.

길가엔 산딸기가 지천이다.



다시 조금전 능선에서 내려섰던 지점으로 돌아와 곧바로 임도 맞은편 능선길로 접어든다.

왼쪽으로는 좁지만 제법 긴 골짜기가 계속 이어진다.

5분 뒤 무덤 2개를 잇따라 지나는데 주변에 솔향기가 진하다.

청송군의 상징이라고 하는 푸르고 곧은 소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송이채취 구역 출입금지'라는 경고 간판도 더러 보인다.

도마치에서 출발한 지 20분 만에 왼쪽 골짜기가 끝나고 능선 삼거리에 붙는다.

곧바로 오른쪽 가파른 오르막을 탄다.

꽤 미끄럽기까지 해서 만약 비라도 내린다면 이 길로 오가기가 수월치 않을 듯하다.

20분가량 급경사를 오르면 정상부에 자그마한 바위가 선 614m봉.

그런데 이 곳에도 중대산과 마찬가지로 전망덱과와 인공산책로, 나무계단 등이 설치돼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깔끔하고 편한 설비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숲을 망친다'는 느낌도 지우기 힘들다.

나무계단을 살짝 내려서면 다시 임도와 만나는 오거리다.

화장실도 갖춰져 있다.



   
산행 중간지점인 614m봉 인공산책로. 태행산이 보인다.

왼쪽에서 올라온 MTB코스는 오른쪽 두갈래 길로 나뉘어 내려가게 되는데 이 곳에서 마을로 하산하려면 갈래길 중 '월외리 1.4㎞' 표지판을 따라

 내려서면 쉽다.

취재팀은 높이 1.5m짜리 작은 사다리를 타고 맞은편 능선길로 들어선다. 가파른 길을 20분가량 오르면 파평 윤씨 묘를 지나고 20분을 더 가면

 헬기장이 있는 896m봉이다.

드디어 주왕산국립공원 구역으로 들어선 것.

태행산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다 보면

 오래 된 국립공원 경계석이 2개 잇따라 나온다.

7분 후 도착하는 태행산(933m) 정상은 역시 헬기장 흔적과 삼각점만 있을 뿐

 제대로 된 정상 표지석은 보이지 않는다.

주변에 수목이 무성해 조망은 별로 뛰어나지 않다.

다만 주왕산국립공원 내 산군들 중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라는 점에 의미를 둔다.



하산길은 대둔산 방향으로 잡는다.

완만한 경사와 급경사가 반복되는 내리막은 중간중간 낙엽이 짙게 깔린 구간이 많아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

30분만에 의성 김씨 묘를 지나 급한 내리막을 타면 5분 만에 안부 사거리에 닿는다.

일명 '도토매기 안부'로 불리는 이곳에서 직진해 오르막을 타면 대둔산(900m)과 799.7m봉을 거치는

 낙동정맥길을 잠시 탔다가 절골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도 있지만

 취재팀은 오른쪽 계곡쪽으로 본격적인 하산길을 잡았다.

인적이 드물었던 듯 리본은 거의 없고 길도 뚜렷하진 않지만 진행에 큰 어려움은 없다.

다만 150m쯤 내려서서 만나는 계곡을 횡단하고 다시 300m쯤 내려가면 무덤을 만나는데

 이때부터는 길 찾기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무심코 무덤 터로 들어서면 길이 끊어져 있다.

다시 10m가량 후진해서 왼쪽 계곡으로 내려선 뒤 계곡을 통과해 30m쯤 가다가 길이 희미하면

 계곡과 멀어진다는 느낌으로 왼쪽 능선 사면을 따라 진행해야 한다.

100m쯤 가면 물 마른 작은 계곡을 건너고 다시 200m후에 만나는 계곡도 건넌다.

이 사면길을 탈 때 오른쪽 아래에 보면 다 허물어진 폐가가 보인다.

마지막 계곡을 건너 150m쯤 더 가면 갑자기 손수레도 다닐 수 있을 만한 넓은 길이 나온다.

그 길을 따라 300m만 내려오면 차가 다니는 도로에 도착, 산행을 마무리한다.

만약 무덤 위 계곡을 통과한 뒤 무심코 왼쪽 능선 사면을 휘도는 길이 아니라

 계곡에 나란히 붙은 길로 바로 내려섰다면 길찾기에 혼란을 겪을 수 있는데 당황하지 말아야 한다.

화전민이 개간한 듯한 제법 널따란 밭이 나오는데 이 밭을 통과해 심정적으로 '왼쪽으로, 왼쪽으로'를 되뇌면서

 왼쪽 사면길을 타면 역시 작은 계곡 2개를 통과해 어느새 신작로 같은 능선길과 만난다.

이 길에도 노랑색 '근교산 리본'을 촘촘하게 달아 놓았다.



   
태행산에서 안부로 향하는 길에 '초록잔치'가 한창이다.

도로에 무사히 도착, 산행을 마무리했는데

 길 옆 맑은 물이 흐르는 주내천 계곡이 예사롭지 않다.

주왕산국립공원을 빛내주는 대표적 명승지중 하나인 달기폭포를 향해

 도로를 따라 300m가량 걸으면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달기교가 나오고

 왼쪽에 높이 11m짜리 폭포수가 아름다움을 뽐내며

 쏟아지는 모습이 펼쳐진다.

하얀 포말을 그리며 떨어지는 폭포 아래 검푸른 물빛을 띤 '용소'는

 그 깊이를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주변 절벽과 어우러진 폭포수를 바라보노라면

 산행의 피로가 씻은듯이 사라져 버린다.




◆ 떠나기 전에

- 위장병 약효 달기약수로 조리한 닭백숙 유명

   
달기약수탕 중 천탕. 붉은색은 철분 함유물이라고 한다.

태행산 남쪽에 있는 달기폭포는 월외폭포라고도 불린다.

월외리에 있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이 폭포는 흔히 주왕산 주방계곡의 제1폭포와 대비되곤 하는데

 제1폭포가 오묘한 자연미를 지녀 여성적이라면

  높이 11m의 달기폭포는 그 늠름한 기상으로 인해

   남성적인 폭포로 알려져 있다.

비록 가뭄이지만 이 폭포의 수량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가뭄 얘기가 나왔으니 덧붙이자면, 도미치고개에서 아카시아꿀을

 채취하기 위해 벌통 30개를 설치한 주민 홍경식(70) 씨는

  가뭄 탓에 꿀도 제대로 걷히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홍 씨는 "아카시아에 꿀마저 바짝 말라 버렸어. 그러니 벌들이 배고플 수밖에"라며 한숨을 쉬었다

바위 틈을 뚫고 솟는 달기약수는 탄산과 철 성분이 많고 위장병과 피부병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원탕 신탕 중탕 상탕 천탕 등 5곳이 있는데 흔히 말하는 '설탕 빠진 사이다 맛'이다.

게다가 통에 담아 반나절가량 두면 붉은색 쇳가루 같은 것이 생겨 마시기에 주저될 수는 있지만

 몸에는 전혀 해롭지 않다고 한다.

이 물로 닭백숙을 하면 닭 냄새가 없고 육질이 부드러우며, 밥을 지으면 푸른색이 돈다.

천탕 앞의 소나무식당(옛 천탕식당·054-873-2707)에서 닭백숙과 닭죽으로 허기를 채울 수도 있겠다.

함께 나오는 닭죽과 산채나물 밑반찬을 곁들이면 3~4명 식사로 훌륭하겠다.




◆ 교통편


부산노포동버스터미널에서 청송행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오전에는 7시40분 한 대밖에 없다.

3시간10분 소요.

청송터미널(054-873-2036)에서 들머리인 안논시골 고개까지 가려면

 오전 10시20분 출발하는 옹점행 버스가 있는데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청송택시(011-820-6474 김원섭 기사)를 이용할 수 있다.

산행 후 달기폭포에서 청송읍으로 가려면 역시 택시가 가장 편하다.

청송에서 부산행 버스를 타려면 6시까지는 터미널에 가야한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는 경부고속도로 영천IC에서 내려 영천 시내를 통과하는 35번 국도를 타고

 안동 청송 방향으로 진행하다 몇 차례 지방도를 갈아타며 청송읍까지 간다.

청송군청앞 사거리에서 달기약수탕 방면으로 가다가

 부곡리 삼거리에서 파천면 옹점 쪽 왼쪽 도로로 가면 고개에 도착한다.

주차는 고개 넘어 오른쪽 공터나 고개 직전 소공원을 이용할 수 있다.

차량 회수도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


  • 김운만 산행대장 010-2606-8985 GPS 도움=GPS영남 (http://cafe.daum.net/gps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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