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와룡산' 동편코스
좌청룡 잠 깰라…꼬리에서 머리까지 `조심조심`
사촌리 송암마을서 오름길 새 개척코스
때묻지 않은 완만한 경사…곳곳에 전망대
한적함과 조망 '두마리 토끼' 한번에 만끽
하산길 기차바위·사자바위 암릉 시원
예로부터 99개의 봉우리가 있어 '구구연화봉'이라 불렸던 경남 사천의 와룡산(와룡산·799m).
하늘에서 이 산을 내려다보면 좌청룡과 우백룡으로 불리는 두 마리 용이 여의주를 놓고 다투다 지쳐서
누워 있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와룡산이라 이름 붙여졌다고도 한다.
부산 경남의 남해 바다에 면해 있는 산 중에서는 가장 높은 봉우리인 와룡산은 정상인 민재봉은 물론,
수 많은 능선의 봉우리 어디에서 보더라도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빼어난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산이다.
게다가 조망뿐 아니라 상사바위 새섬바위 북바위 기차바위 등 올망졸망 솟아 있는 암봉과 기암괴석이 더해져
산 자체에서 뿜어내는 기운이 영걸차고 산행의 재미 또한 듬뿍 누릴 수 있어 인기가 높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이번 주 산행지로 와룡산을 선택한 것은
그동안 숨겨져 있던 코스 하나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이름하여 와룡산 동편 코스.
사천 와룡산은 어느 코스를 선택하더라도 육산과 악산의 특징이 적절히 조화된 명산임을 알 수 있게 된다. 하산길 중간 휴식을 취하던 취재팀이 기차바위와 사자바위(사진 가운데), 벌바위 등이 펼쳐진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있다. |
일반적인 와룡산 산행코스는 남양동 사무소 부근에서 출발해
도암재에 오른 뒤 새섬바위, 민재봉, 백천재, 백천사로 하산하는 코스와 그 역코스로 와룡동에서 출발해 천왕봉(상사바위) 새섬바위
민재봉을 거쳐 기차바위 와룡재 덕룡사로 하산하는 코스 등이다.
주로 민재봉을 중심으로 서편 능선과 계곡에서 산행이 이뤄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하는 사남면 사촌리 송암마을 출발 코스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코스다.
산꾼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고속도로 수준의 등산로'가 잘 발달돼 있는
와룡산이지만 이번 코스는 그 같은 유명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원시림 같은 숲길의 한적함을 만끽할 수 있다.
더구나 중간중간 만나는 멋들어진 전망대에서의 시원한 조망도
즐길 수 있어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새로운 코스와 조망미 등
일거양득을 바라는 산꾼들에게 안성맞춤일 듯 싶다.
전체 산행 코스를 요약하면 송암마을~445m봉 갈림길~전망대~526m봉~전망대~갈림길~
진분계갈림길(주능선)~민재봉(정상)~674m봉~청룡사갈림길~기차바위~선암사갈림길~사자바위~
와룡제갈림길~거북바위~448m갈림길(이곡갈림길)~장고개~용두봉~용두마을 순으로 연결된다.
전체 거리는 약 11㎞.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5시간20분 걸린다.
산행개념도를 봐도 이해할 수 있듯이 와룡산의 동북쪽 끝자락에서 출발해 남동쪽 능선을 타는 S자형 코스다.
GPS 트랙 / 트랙 jpg파일 |
승용차를 이용한 취재팀은 사남면 사촌리 송암마을의 송암소류지 계곡
입구에 주차한 뒤 100m가량 되돌아 나와서 능선 끝자락으로
산행 들머리를 잡았다.
오른쪽에 하천을 끼고 15m쯤 가다가 왼쪽 능선 오르막으로 붙는다.
5분가량 오르면 김해 김씨 묘가 나오는데 통과한 후 능선 마루금을 타고 계속 올라도 되고 무덤 위 왼쪽으로 난 길을 택해도 된다.
왼쪽 길은 어차피 3분 뒤 다다르는 전주 이씨 묘를 통과한 후
능선길과 만나게 돼 있다.
능선길을 계속 타면 영일 정씨 묘를 지나고 완만하고
걷기 수월한 오르막이 계속된다.
그 흔한 산악회 안내 리본조차 단 하나도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묻혀 있던 등산로지만 의외로 길은 잘 닦여 있다.
20분 정도 오르면 만나는 445m봉 Y자 갈림길.
오른쪽 능선길이 좋아 보이지만 종천리로 내려서는 길이니 버려야 한다.
왼쪽 길을 택해 살짝 내려서면 그야말로 평지같은 편안한 길이 이어진다.
온갖 종류의 산새 소리가 귀를 즐겁게 간지럽히니 취재팀 중 누군가는 휘파람을 따라 불어보기도 한다.
일행 중 한 명이 "아마도 와룡산 오름길 중에서 가장 완만하고 편한 코스일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흘려 들으며 20분을 가니 갑자기 왼쪽이 탁 트이는 전망대다.
발 아래로 송암소류지와 채석장, 취재팀이 타고 온 차량이 보이고
1016번 지방도 건너 내원저수지와 그 너머 향로봉 등이 한꺼번에 펼쳐진다.
다시 완만한 능선 오르막을 타면 15분 뒤 두번째 전망대다.
능선을 타면서 이미 왼쪽 지능선 한 개를 넘었기 때문에 이번에 펼쳐지는 그림은
계양소류지와 진분계소류지, 지방도 건너 고성땅의 봉암삼 등이 어우러진 모습이다.
진행 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눈앞에 촛대형태로 비쭉 솟은 기암이 보이고
그 머리 위로는 우뚝 솟은 647m봉이 있다.
제법 가파르게 올라야 할 것 같다.
탁 트인 전망대를 뒤로하고 걷는 길은 원시림 그 자체인 양 우거진 숲길.
잔가지는 많아도 바닥의 길 상태는 뚜렷하다.
완만하다 싶던 오르막 경사가 갑자기 급해진다.
산꾼들이 다니지 않은 탓에 여름의 초입인 지금까지도 낙엽이 수북하니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겠다.
오르막 중간에 만나는 두 번째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광. 멀리 고성 향로봉이 안개에 가려 보일듯 말듯하다. |
30분 정도 오르며 기분 좋게 한바탕 땀을 쏟으니
어느새 진분계로 내려서는 길과 만난다.
이 길은 사천시청 홈페이지에서 안내하고 있는 와룡산 산행코스 중
제5코스인 '사남 진분계~민재봉' 구간에 해당한다.
송암마을에서 이 지점까지가
이번 개척산행을 통해 새롭게 소개한 길이다.
역코스 산행자를 위해 갈림길에 리본을 충실히 달아 놓았다.
이곳부터 오른쪽으로 오르는 길은 소위 '고속도로'다.
길지 않은 너덜을 통과하기도 하지만
15분 만에 민재봉 북쪽 주능선상의 진분계갈림길에닿는다.
백천사가 있는 백천골이 서북쪽으로 펼쳐지고 북쪽 멀리로는 백천재와 하늘만당
그리고 와룡산 종주산행때 들머리 역할을 하는 용현면 신기마을 인근의 산봉들이 늘어선다.
여기서부터 남쪽 방향 300m 지점에 있는 민둥 봉우리인 민재봉까지는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
정상 인근의 평상에 점심식사를 하는 산꾼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臥龍山 민재봉(旻岾峯) 799m'라 적힌 정상석 앞에 서면 사방에 거칠 것 없는 조망이 펼쳐진다.
특히 남쪽 바다 방면으로 사량도와 욕지도 두미도, 남해 금산 등
한려해상국립공원이 그림처럼 펼쳐지니 막혔던 가슴이 한꺼번에 뚫리는 듯하다.
북쪽으로는 광양 백운산과 지리산 천왕봉, 남덕유산, 의령 자굴산 등이 역시 반갑게 인사한다.
이 같은 기막힌 풍광 중에서도 단연 압권인 것은 남쪽을 보고 섰을 때 중앙의 와룡골을 중심으로
왼쪽의 기차바위 능선과 오른쪽의 새섬바위 상사바위(천왕봉) 능선이 뻗어내려가 바다에 풍덩 빠지는 모습이다.
계획대로 취재팀은 왼쪽 기차바위 방면 능선을 타고 하산길에 접어들었다.
'좌청룡, 우백룡' 가운데 '좌청룡'에 해당하는 능선.
신나게 내달리면 15분 만에 674m봉을 지나고 다시 7분 뒤 청룡사갈림길.
'기차바위 0.2㎞'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직진하면 울퉁불퉁 바위들이 잇대어지는 기차바위다.
오른쪽 와룡골 너머로 우뚝 솟은 새섬바위~상사바위 능선이
씩씩한 필치의 하늘금을 그어놓고 있는 모습이 기막히다.
만일 백룡의 등비늘이 있다면 저런 모습이리라.
기차바위를 통과해 10분만 가면 만나는 599m봉을 통과하면
이번엔 왼쪽(동쪽)으로 깎아지른 벼랑이 그려내는 풍광에 숨이 막힐 듯하다.
경치를 즐기며 7분가량 걷다보면 왼쪽 벌바위를 거쳐 선암사 방면으로 떨어지는 지능선과의 갈림길.
소위 선암사갈림길이다.
오른쪽 직진 방향으로 '사자바위 거북바위 용두마을'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다.
곧이어 양옆의 거대한 바위 가운데로 난 내리막을 통과하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이 바위가 무슨 바위인지 알 수 없다.
이것이 '사자바위'라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는 10분 후 와룡마을로 내려서는
갈림길인 와룡제를 지나 바위가 있는 작은 봉우리에 올라 뒤를 돌아봐야 한다.
이때서야 비로소 "아, 포효하는 사자의 모습이구나"하고 깨닫게 된다.
그리고 딛고 선 바위가 거북바위로 불리는데 실제로는 거북이 모양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쉽지 않다.
조금 전 와룡제는 일반적인 산행에서 와룡마을 원점회귀때 애용되는 갈림길이다.
덕룡사를 거쳐 와룡저수지쪽으로 내려서게 된다. 능선길을 재촉하면 4분 뒤 40~50평가량 될만한 널따란 바위가 나타나는데 왼쪽 낭떠러지 위에 앉아 휴식하기에 딱이어서 취재팀이 '쉼터바위'라는 이름을 붙였다.
취재팀원들이 하산 도중 쉼터바위에서 남쪽의 삼천포항과 다도해 섬들을 바라보고 있다. |
10분 후 제법 커다란 바위가 있는 503.5m봉 앞에서 Y자로
길이 갈라지지만 어느 길을 택해도 다시 만나게 돼 있어 계속 직진.
10분 정도 내리막을 타고 안부에 닿은 뒤
다시 살짝 오르막을 타면 쌍무덤이 있는 448m봉 갈림길이다.
이곳에서 취재팀 중 일부는 왼쪽 지능선을 타고 이곡마을까지 내려섰고 나머지는 당초 계획대로 용두마을 방향으로 직진했다.
10분 후 철탑을 지나고 공동묘지를 통과하는데 정면에 삼천포항과
그 주변의 광활한 평야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날머리가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곧이어 임도를 만나는데 장고개다.
이금동과 와룡동을 연결하는 고갯길.
가로질러 정면의 산길로 접어들면 왼쪽에 페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는데 '고압전선 주의' 간판이 눈에 띈다.
10분 뒤 만나는 헬기장 바로 위 봉우리가 이번 산행의 마지막 봉인 용두봉(253.6m)이다.
'용의 머리'라는 뜻의 이 야트막한 봉우리가 결국 거대하게 누워 있는 용의 머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무덤이 있는 용두봉 정상은 주변의 나무들에 가려 조망은 기대할 것이 못된다.
이곳에서 날머리인 용두마을 배수로까지는 13분 정도 걸린다.
중간에 방공호에 딸린 인공 동굴이 있는데 그 내력이 궁금하다.
용두마을 날머리에서는 돌담길을 따라 넓은 공터로 나온뒤 오른쪽으로 돌면 용강정수장앞에 닿는데
이 곳에서 버스를 탈 수 있다.
◆ 떠나기 전에
- 고려 제8대 왕 현종 어린시절 노닐던 산
사천의 와룡산은 고려시대 대표적인 성군으로 평가받는 제8대 현종과
그 아버지인 왕욱 왕자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진주목 편등의 기록 등을 종합하면 고려 태조 왕건의 여덟째 아들이었던 왕욱이
자신의 조카인 제5대 왕 경종의 둘째부인이었던 헌정왕후와의 사이에 아들을 하나 두었다.
아들을 낳고 얼마지나지 않아 헌정왕후가 죽었고 조카비와 혼인한 죄로
왕욱과 그 아들은 사천 와룡산 아래에서 귀양살이를 했다.
어린 아들 순은 와룡사에서 즐겨 놀았다.
이후 유배생활 6년 만에 왕욱이 사망하자 홀로 남겨진 어린 아들은 궁궐로 옮겨졌다.
이 어린 아이가 바로 고려의 제8대 왕인 현종이다.
현종은 거란의 외침때 강감찬으로 하여금 귀주대첩을 통해 물리치게 하고
기민구제책을 시행하는 등 많은 업적을 남긴 현군.
그가 제5대 경종의 첫째 비이자 제7대 왕 목종의 어머니인 천추태후의 시기를 받아 강제로 승려가 되는 등
어린 시절부터 유년기까지 갖은 고초를 겪었던 것이
훗날 제위에 올랐을 때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많이 펼친 밑바탕이 됐다는 설도 있다.
현종의 잠룡(潛龍)기였던 어린 시절 즐겨 놀았던 곳이라고 해서 절 이름을 와룡사라 부르고,
산 이름도 와룡산이라고 했다는 설도 있다.
당시의 와룡사 터는 지금의 와룡동 와룡저수지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저수지는 이번 산행코스 하산길에 용두봉 쪽으로 향할 때 오른쪽 아래로 뚜렷이 보인다.
현재 모 방송에서 방영 중인 TV 역사드라마 '천추태후'에 훗날 현종이 되는 왕욱의 아들 '순'이 등장하고 있다.
◆ 교통편
- 삼천포버스터미널에서 30번 버스 이용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사천을 경유, 삼천포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버스는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40~5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이동시간 1시간50분.
삼천포버스터미널 앞에서 북부농협 인근 스마일마트앞에 사남면 사촌리 송암마을을 거쳐 가는 시내버스가 있다. 가천 우천행 삼포교통 30번 버스. 출발 시간은 오전 6시13분, 7시10분, 9시3분, 10시40분 등이다.
20분 걸린다.
날머리인 용두마을 용강정수장에서 삼천포터미널까지는 1㎞가량밖에 안돼 걸어서 갈수도 있고
택시(055-835-7000)를 불러서 이용하면 기본요금이다.
자가용을 이용할 때는 남해고속도로 사천IC에서 내려 사천공항 앞을 지나 3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사천읍 유촌리에서 통영 고성방면으로 좌회전, 1001번 지방도를 타고 가면 가천리를 거쳐 사촌리 송암마을에 닿는다. \송암소류지 골짜기를 찾아 그 입구에 주차한다.
산행 후 차량회수를 위해서는 택시를 이용하면 빠르다.
GPS 도움=GPS영남 (http://cafe.daum.net/gps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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