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무등산] `옛길'

금산금산 2018. 3. 20. 14:33

광주 [무등산] `옛길`




옛 선현 즐겨 찾던 길따라 순백의 `선경(仙境)`에 들다

'무등산 옛길' 개방 계기로 원효사 기점 원점회귀 산행

서석대 입석대 광석대 등 '무등 삼대석경' 단번에 감상

총길이 13.5㎞ 불구 길 평이해 걷는 시간 4시간 30분

코스 대부분 북사면… 날씨 따뜻해도 겨우내 눈꽃 활짝






'빛고을' 광주의 진산이자 광주 시민들에게 '어머니의 산(母山)'으로 통하는 무등산(無等山·1187m).

부산의 금정산이나 대구 팔공산, 대전 계룡산 등과 마찬가지로

 지역 주민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는 호남 내륙의 명산이다.

특히 무등산을 사랑하는 광주 사람들의 마음은 각별하다.

'광주(光州)'라는 도시 이름도 무등산의 서석대로부터 유래된 것은 차치하더라도

 지역 사람들의 역사와 삶 그리고 문화가 무등산에 오롯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선동렬 감독이 프로야구에서 활약할 당시 '무등산 폭격기'라는 별명을 얻었을까.

광주가 무등산이고 무등산이 광주다.



   
광주 무등산의 삼대석경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서석대가 하얀 눈꽃 속에 우뚝 솟아나 있다. 지난해 10월 '무등산 옛길' 2구간이 개통됨에 따라 서석대를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돼 산꾼들의 발길이 더 자주 닿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광주 사람들에게만은 '무한 등급'의 애정을 받고 있는 무등산에 

 취재팀이 찾아갔다.

지난 2005년 초겨울 한 차례 답사를 한 적이 있지만

 취재팀이 또다시 먼 길 마다 않고 달려간 이유는 분명하다.

수개월 전 소위 '무등산 옛길'이라는 신선한 코스가 개설돼

그동안 막혀 있던 길이 열렸다는 소식을 듣고 있던 차에

 이왕이면 설경이 아름다운 겨울철을 택해

 이 코스를 영남의 산꾼과 독자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다.



취재팀은 2개 구간으로 나눠진 무등산 옛길 중

 등산로 코스로 통하는 2구간 진입로에서부터 시작해

 출발지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 코스를 택했다.

이번 코스의 또 다른 묘미는 무등삼대(無等三臺),

 무등산 삼대석경(三大石景) 등으로 불리는

 서석대(瑞石臺) 입석대(立石臺) 광석대(廣石臺·규봉)를 비로소 모두 거친다는 점이다.

이전까지는 입석대를 거쳐 서석대 머리 위까지만 통행이 허용돼 있었기 때문에

 정면에서 서석대의 웅장함을 느끼기엔 부족했다.

하지만 '무등산 옛길' 2구간이 개통되면서 비로소 서석대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게 된 것.

또 규봉암을 품고 있는 광석대의 경우 증심사 원점회귀로 진행했던

 지난 2005년 1차 답사 때 들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던 곳이다.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전체 산행은

 원효사 입구 주차장~무등산공원관리사무소 앞 초소(우측으로)~

무등산옛길 2구간 진입로~제철유적지~주검동유적~물통거리~

치마바위~얼음바위 갈림길~작전도로 앞 안내판(초소)~서석대 전망대~서석대 정상(옛길 종점)~입석대~장불재~갈림길~지공너덜~

규봉암(광석대)~신선대입구 갈림길~신선대억새평전~꼬막재~

무등산장~공원관리사무소 앞으로 이어진다.

총 13.5㎞에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4시간30분 걸린다.

식사와 휴식시간을 포함해도 6시간이면 여유 있게 완주할 수 있다.



무등산은 1100m가 넘는 고봉이지만 전체적으로는 풍요롭고 후덕한 육산(肉山)의 풍모를 하고 있다.

원효사 앞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이번 산행 코스 역시 편안하게 걷다 보면

 어느새 1100m 고지인 서석대 앞에 이르러 눈꽃 속에 우뚝 선 주상절리대 기암을 보며

 선경(仙境)에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다가도 조금 뒤 다시 정신을 차려보면

 벌써 출발지로 돌아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오묘한 느낌의 산행지다.



원효사 앞 주차장 통제 초소를 지나 공원관리사무소 앞 안내소까지는 2분이면 족하다.

'무등산 옛길' 2구간 진입구간인 오른쪽 안내소 쪽으로 길을 잡는다.

취재팀을 발견한 광주광역시 문화관광해설사 이애심 씨가 "기존에는 서석대까지 임도 구간을 상당부분

 걸어서 가야 했고 거리도 7.5㎞에 달했지만 무등산옛길 2구간이 개통되면서 숲길을 따라 완만하게

 4.12㎞만 오르면 서석대에 닿는다.

거리와 시간, 걷는 맛 등 모든 면에서 절대 유리한 길"이라며 친절히 안내해 준다.

2구간은 '무아지경의 길'로 명명돼 있기도 하다.



   
무등산 입석대 앞에서 전남산악회 김관수(왼쪽) 회장을 만났다.

안내소에서 10m만 가면 왼쪽 숲길로 들어서는 입구에

 옛길 2구간 안내석이 있다.

임도를 버리고 숲길로 들어서자

 이 씨의 말처럼 완만하고 한적한 길이 먼 데서 온 길손을 맞아준다.

산길이라기엔 어색할 정도로 편안한 길이다.

총 11.87㎞인 전체 옛길 구간에

 300m마다 세워둔 이정표가 자주 눈에 띈다.

10분쯤 가면 제철유적지.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이던 김덕령 장군이 이곳에서 철을 생산,

 무기를 만들었던 곳임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다.

5분만 더 가면 주검동(鑄劍洞)유적.

역시 김덕령 장군과 의병부대가 칼과 창을 주조했던 곳.



편안하게 이어지는 숲길을 10분쯤 더 가면 물통거리 삼거리에 닿는다.

옛날 나무꾼들이 땔깜이나 숯을 나르던 산중길이며 1960년대부터 군 보급부대원들이 보급품을 지고 날랐던

 길이었는데 1980년 이후 사용되지 않다가 이번에 개방됐다고 한다.

왼쪽 길을 택해 오르는데 서서히 상고대가 드러난다.

20분 후 크지는 않지만 평평한 모양의 치마바위를 지나면서부터 길바닥이 얼음으로 변한다.

아이젠 장착 후 다시 조금 더 오르면 드디어 출입통제 구역인 무등산 정상 천왕봉이

 하얀 눈을 뒤집어쓴 채 인사를 건네온다.

치마바위에서 얼음바위 갈림길까지는 30분이면 충분하다.

옛길 표지판을 따라 왼쪽으로 진행한다.

나뭇가지에 핀 눈꽃들이 더욱 화려해지기 시작한다.

이미 주변은 온통 '눈의 나라'로 변해있다.

원효사에서 출발해 서석대에 이르는 코스는 무등산의 북사면에 해당된다.

따라서 맑은 날에도 햇볕을 받지 않기 때문에 해발 750m 이상 지대에서는 겨울 내내 눈꽃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단풍철에는 서석대 입석대보다 아름답다는 평을 듣는 광석대와 규봉암.

10분만 더 가면 하늘이 더욱 크게 열리고

 오른쪽 능선에 볼록하게 솟아오른 중봉과 TV중계소가 눈에 든다.

1~2분 후 작전도로 용 임도.

등산 안내도와 작은 초소가 있는데

 서석대로 가기 위해서는 임도를 건너 초소 앞을 통과해야 한다.

통제됐던 구간이 옛길 개통과 함께 새롭게 열렸다.

입석대와 함께 천연기념물 465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서석대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서석대전망대'까지는 10분이면 닿는다.

새하얀 눈꽃 터널을 통과해 전망대에 서면

 하얀 눈꽃 속에 거대한 수석처럼 검은 빛을 내뿜고 있는

 서석대의 장관에 말 그대로 '무아지경'에 빠지게 된다.

장불재나 중봉에서 먼발치로만 봐 오던 서석대를

 드디어 바로 앞에서 볼 수 있게 된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동의 물결이 흘러넘친다.

'수정병풍'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기도 한 서석대는 저녁놀이 질 때면 수정처럼 빛을 낸다고 한다.



전망대에서 왼쪽으로 살짝 우회해서 오르면 5분 후 서석대 정상부에 닿는다.

해발 1100m.

이번 산행 중 최고점이기도 하다.

'무등산 옛길 종점.

11.87㎞ 전 구간 완주를 축하합니다'라 쓰여있는 이정표가 반긴다.

이정표 번호는 40번.

참고로 300m마다 세워놓은 40개의 옛길 이정표 가운데 2구간 이정표는 27번부터 40번까지다.

서석대 정상에서는 북동쪽 가까운 곳에 무등산 정상인 천왕봉이 훤하지만

 그곳만은 여전히 군부대로 인해 출입 통제 구역으로 남아있다.

남서쪽에는 광주 시가지가 드넓게 펼쳐지고 남쪽 멀리로는 영암 월출산까지 조망된다.



   
서석대 정상으로 가는 길에 바라본 무등산 정상 천왕봉.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여전히 입산 통제구역으로 남아있다.

며칠 전 내린 비와 비교적 포근해 진 날씨 탓인지

 서석대에서 입석대로 가는 내리막 길은 눈과 상고대를 볼 수 없다.

남쪽 사면과 북사면의 차이다.

10분이면 입석대 앞에 도착한다.

비록 눈꽃은 없지만 여전히 수직 바위병풍 입석대의 장관은 경이롭다.

입석대 앞에서 근교산 취재팀과 우연히 만난 전남산악회 김관수 회장이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 팬"이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온다.

입석대에서 억새로 유명한 해발 900m의 장불재까지는

 10분이면 내려선다.



공원안내소와 벤치, 대피소 등이 있는 장불재에서

 규봉암과 광석대 쪽으로 가기 위해서는 벤치 사이로 난 왼쪽 길로 들어서야 한다.

정면 멀리 봄 철쭉으로 유명한 안양산이 쪼뼛하게 솟아 있다.

2분 뒤 갈림길에서 '규봉암 1.6㎞' 이정표 방향인 왼쪽 길을 택한다.

고도 차가 거의 없는 편평한 산길이다.

15분 쯤 가면 오른쪽 전망이 탁 트이는 너덜지대를 통과하는데 그 유명한 지공너덜.

10분쯤 더 가면 왼쪽으로 주상절리대의 바위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이윽고 신라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져 오는 규봉암.

무등삼대 중 하나인 광석대를 병풍처럼 머리에 이고 있는 암자다.

관음전 뒤로 우뚝 솟은 광석대는 입석대 서석대에 전혀 뒤지지 않는 멋진 주상절리대다.

특히 가을 단풍기의 아름다움은 '무등삼대' 중 으뜸으로 통한다.



규봉암 입구를 지나면 곧바로 갈림길.

오른쪽 내리막은 이서 영평마을로 내려서는 길이지만 취재팀은 꼬막재를 향해 직진한다.

역시 평지나 마찬가지인 편안한 길.

30분가량 기분 좋게 달리면 신선대입구 갈림길이다.

왼쪽 길을 택하면 곧바로 드넓은 초원이 나타나는데 일명 '신선대억새평전'이다.

장불재와 중봉 부근에 못지 않은 드넓은 억새밭으로 가을에 인기 있는 곳이다.

15분가량 가면 꼬막재약수터.

2분 뒤에는 옛날 보부상과 유생들이 화순과 광주를 오가는 지름길로 삼았던 고개인 꼬막재다.

주변에 꼬막처럼 생긴 작은 자갈이 많아서 붙은 이름이라고도 한다.

무등산장 입구 식당밀집지역까지는 편안하게 35분 정도만 내려서면 도착한다.





◆ 떠나기 전에

- '무등산 옛길' 개통은 광주시민 무등산 사랑 결과물

   
광주 문화관광해설사 이애심 씨가 '무등산 옛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무등산 옛길'은 광주광역시와 무등산을 사랑하는 50여 개 시민단체,

 무등산공원관리사무소 등이 합심해서 되살린 길이다.

이 지역 사람들이 옛날부터 자주 다닌 길이지만

 현대에 이르러 군부대 주둔 등의 이유로 통제됐던 길을

 되찾고자 한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전체 무등산 산행객의 70~80% 이상이 집중되던

 증심사 지구 중심의 산행 코스가 너무 많은 행락객들로 인해

 훼손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고

 원효사 지구로 유도하기 위한 목적도 없지는 않다.

지난 2008년 개설 프로젝트에 착수, 지난해 5월 1구간이 개통됐고 10월10일 2구간이 열렸다.

2구간을 합친 총길이는 11.87㎞. 무등산 정상 천왕봉의 높이인 1187m와 숫자가 같다.

산수동 장원초등~원효사에 이르는 1구간(7.75㎞)은 산책로 수준의 한적하고 '아주' 완만한 길이고

 원효사~서석대 사이의 2구간(4.12㎞)은 완만한 등산로 수준이다.

특히 2구간은 식생 및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오름길만 허용되는 일방통행로다.

하산길로는 이용할 수 없다.

그리고 전체 구간의 주요 지점마다 그곳에 얽힌 이야기를 담아 설명하는 '스토리텔링' 개념을 도입했다.

이미 지난 72년 무등산을 도립공원 겸 자연공원으로 지정하고 87년 통합공원관리사무소까지 개설한

 광주 사람들의 무등산 사랑이 또 한 번 빛을 발한 것이다.

금정산을 향한 부산 사람들의 애정 표현 방식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듯하다.





◆ 교통편

- 호남고속도로 창평IC에서 내려 소쇄원 쪽 우회전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를 거쳐 호남고속도로 창평IC에서 내린다. 6

0번 지방도를 타고 소쇄원 가사문학관 방면으로 우회전, 2.8㎞가량 가다가

 고서교차로에서 무등산 가사문학관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오른쪽에 광주호를 끼고 5㎞쯤 가다 가사문학관 앞에서 우회전,

 무등산 원효사 이정표를 보고 10분쯤 가면 원효사 앞 주차장에 도착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부산서부터미널에서 광주버스터미널까지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오전 6시10분부터 밤 9시30분까지 30~40분 간격으로 운행.

3시간10분 소요.

광주버스터미널에서는 첨단 9번 버스를 타고 문화의 전당에서 내린 후

 원효사행 1187번 버스로 갈아타는 방법과

 518번 시내버스를 탄 후 금남로4가 역에서 1187번 버스로 갈아타는 2가지 방법이 있다.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1187번은 무등산 정상 높이인 1187m, 무등산 옛길 총길이인 11.87㎞와 숫자가 같다.

  

  •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





  • 광주 '무등산'

     

     

     

     

    순백의 바탕에 그린 설화 눈이 부시네

    때아닌 폭설로 억새 대신 눈꽃 만발

    돌병풍 입석대·서석대 저절로 탄성

    증심사서 원점회귀 4시간40분 소요

     

     

     

     

     

    서석대와 함께 무등산 최고의 눈꽃 포인트인 입석대의 황홀한 설경.

     

     

     

    무등산(無等山·1187m).

    높이를 헤아릴 수 없고 견줄 만한 상대가 없어 붙여진 이름이지만

    산세는 산꾼들을 압도할 만큼 위압적이지 않고 둥그스름하다.



    광주시민들은 언제나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한 무등에 의지해 희로애락을 함께 해왔다.

    신년 해맞이도, 눈꽃여행도 여기서 하고 하늘에 대한 제사도 여기서 모신다.

    빛고을 예향의 대부분 예술품도 이곳에서 잉태된다.

    무등의 품 안에선 미추(美醜)와 빈부에 관계없이 늘 평등하다.


    무등에서 느낀 광주시민들의 애착은 금정에 대한 부산사람들의 그것보다 넓고 깊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그 사랑을 실천으로 옮겼다.

    천년만년 후손에게 있는 그대로 물려주기 위해 지난 89년 공원관리사무소를 설립,

    인근 화순 담양에까지 걸쳐있는 무등산을 통합 관리하고 있다.

    입만 열면 '금정산 보호'를 외치며 예산타령만 일삼는 부산시의 구두선이 하염없이 애처로워지는 대목이다.

    동시에 "문제는 실천의지"라는 무등산관리사무소 한 관계자의 정문일침과도 같은 한마디가

    아주 무겁게 다가왔다.



    아쉬운 점도 있다.

    호남의 들판과 능선이 한 눈에 펼쳐지는 요충지이다보니

    오래전부터 방송국 중계탑과 군부대에 점령당해 신음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산의 정기가 빠졌을까.

    부산으로 치자면 황령산의 중계탑과 장산의 군부대가 무등산에 모여 있다고 보면 된다.



     

    입석대의 멋진 풍광을 화면에 담으려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들.

       겨울 무등산엔 벌써 눈꽃이 만발했다.

       지난 4, 5일 이틀에 걸쳐 30㎝라는 어마어마한 폭설이 내렸다.

      기상관측 이후 세번째란다.

      농민들에겐 억장이 무너지는 악몽이지만

      산꾼들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순백의 바탕 위에 그려놓은 설경은 정말 다른 무엇과 견줄 데가 없는

       '무등(無等)' 그 자체였다.

      부드러운 산사면의 광활한 억새밭이 설화로 변신했고

      수정기둥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무등의 자랑 입석대와 서석대는

       '아!'라는 외마디 감탄사만 신음소리처럼 새어나올 뿐이었다.
     

    산행은 주차장~증심사 집단시설지구~증심교 갈림길~구름다리~무등산 춘설차밭(쉼터)~토끼등~동화사터 갈림길~하동정씨묘~덕산너덜~동화사터(샘터)~능선갈림길~방송국 송신소(중계탑)~중봉(복원지 안내도)~억새군락지~군작전도로~장불재~입석대~서석대~입석대~장불재~용추삼거리~중머리재~산불초소(서인봉)~새인봉 삼거리~약사사~증심사 입구~의재미술관~증심교~주차장 순.

    순수 걷는 시간은 4시간40분 안팎.

    이정표가 너무 친절하게 돼 있어 길찾기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산행팀은 오를 때 바짝 땀을 흘리고 편안하게 하산하기 위해 이같은 코스를 택했다.


    주차장에서 상가가 밀집한 집단시설지구를 지나면 증심교.

    오른쪽 중머리재 새인봉, 왼쪽은 토끼등 바람재 방향.

    오를 때 힘들게 바짝 땀흘리고 편안하게 하산하기 위해 왼쪽으로 간다.

    50m쯤 올라 오른쪽 구름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돌계단.

    17분 정도 뒤 쉼터.

    오른쪽 옆 산비탈 전체가 온통 춘설이라 불리는 작설차밭이다.

    차밭 아래에는 증심사. 다시 여기서 17분쯤 오르면 토끼등. 너른 터로 금정산 북문광장 같은 분위기다.


    정면 덕산너덜을 지나 동화사터로 오르기 위해 직진한다.

     5m쯤 뒤 갈림길. 오른쪽은 천제단 중머리재, 왼쪽으로 간다.

    하동정씨묘를 지나 동화사터까지는 오로지 급경사 오르막길.

    낙엽과 산죽이 번갈아 반기는, 비교적 한가한 길이다.

    약간 질퍽해도 걸을 만하다.

    시야가 트이는 너덜에서 잠시 아래를 내려보면 방금 온 토끼등과 저 멀리 월드컵경기장도 보인다.

    마침내 샘터.

    그 옆의 너른 터가 동화사터.

    토끼등에서 대략 30분.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이때부터 무등의 자랑 억새군락지가 새하얗게 펼쳐지고 정면 중봉과 저 멀리 그 유명한 서석대가

    마루금 위에 뾰족한 윤곽만 보인다.

     

    방송국 중계탑 방향으로 20분 뒤 갈림길.

    왼쪽 오르막길로 간다.

    오른쪽은 용추삼거리.

    5분 뒤 방송중계탑.

    왼쪽 전망터를 돌아 중계탑과 연결된 임도를 따른다.

    헬기장을 지나면 중봉(915m).

    이곳에 서면 지난 98년까지 군부대였음을 보여주는 '군부대 이전지 복원' 안내판이 서 있고

    서석대와 그전까지 안보이던 입석대가 가까이 와 있다.

    네시간 달려온 고생길이 환상적인 이 설경에 눈녹듯 사라진다.

    억새길을 따라 5분쯤 걸으면 군작전도로.

    광주와 화순의 경계로 해발 900m의 고갯길인 장불재는 여기서 오른쪽으로 700m.

    쉼터인 장불재가 무등의 삼대절경인 서석대 입석대 (규봉)광석대로 이어지는 교차로이다.

     

     

       이곳에서 오른쪽 건너편의 말잔등처럼 부드러운 백마능선도 하얀 눈을

       이고 있다.

       서석대 입석대는 여기서 각각 900, 400m에 불과하지만 광석대는

       무려 1.8㎞ 거리를 다녀와야 한다.

       산불조심 깃발 옆으로 열린 억새길을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입석대(1017m).

       서석대와 함께 무등산 최고의 눈꽃포인트다.

       깎아놓은 듯한 높이 10~15m의 돌기둥 30여개가 40m 이상 돌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과거 화산분출로 인해 용암이 굳으면서 균열을 동반해 그 모습이 얼핏

      무너진 신전같다.

       머리에 인 눈꽃은 알알이 작고 유난히 반짝거린다.

      여기서 500m 더 올라가면 같은 성인(成因)의 서석대(1100m).

      차이라면 입석대는 한 눈에 그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지만 서석대는

      그 위에 발을 딛고 있기에 사실 끄트머리에 서야 그 장대함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불과 500m 남짓한 천왕봉이 철조망으로 차단돼 있는 점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다시 장불재로 내려와 중머리재로 향한다.

    사실상 느긋한 하산길이다.

    용추삼거리를 지나 30분이면 닿는다.

    스님 머리에 비유돼 명명된 중머리재는 문자 그대로 밋밋한 고개.

    직진한다.

    5분 뒤 서인봉. 산불초소가 위치한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20분 뒤 새인봉 삼거리.

    애오라지 산길만을 고집한다면 직진해 정상이 임금님 옥새처럼 생겼다는 새인봉(璽印峰·490m)을 지나 하산해도 되고, 약사사와 증심사, 그리고 남농과 함께 호남의 양대 작가였던 의재 허백련 미술관을 구경하려면 오른쪽길로 내려서면 된다.

    새인봉 삼거리에서 주차장까지 대략 45분 걸리지만 절과 미술관을 모두 둘러보려면 이보다 시간을 더 잡아야

    한다.

     

     

     



    # 떠나기전에
    # 중계탑·군부대가 명산 '시샘'

    무등산도 알고 보니 최근에야 산길이 완전히 열렸다.

    호남 내륙의 고봉이다 보니 오랫동안 군인들의 차지였다.

    지난 81년에야 입석대와 서석대로 향하는 장불재의 통행이 허가됐고, 그로부터 9년 뒤인 90년 무등산의 자랑

    입석대와 서석대가 개방됐다.

    중봉은 99년에야 길이 열려 최근에야 식생복원을 거의 마쳤다.


    그러고 보면 부산의 금정산은 그동안 막힌 길도 없었고, 거기다 방송 중계탑이나 군부대가 없는 그야말로 등산하기에는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지금까지는 금정 북 동래 부산진구 등 4개 구청이 제각기 관리하고 있지만 만일 통합관리가 이뤄져 체계적으로 보존되면 무등산보다 훨씬 명산의 조건은 떼논 당상일 것으로 확신한다.

    총 면적 또한 23㎢로 30㎢의 무등산보다 좁다.

     

    불가항력적이라고 여겨지는 무등산의 방송국 중계탑이나 군부대 이전보다는 금정산의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이

    비록 '오십보 백보'지만 그래도 앞서서 실행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등산공원관리사무소는 현재 증심사 집단시설지구 이전 사업을 오는 2008년까지 500억원을 들여 추진중이다. 또 하나의 집단시설지구인 원효사 지구는 이미 마쳤다.


    이와 관련 공원관리사무소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른 도립공원에 비하면 아주 늦었어요."

    부산의 금정산은 언제 이런 날이 올까.

     



    # 교통편
    # 광주 옛 도청서 15, 555번 버스를

    광주 가는 방법은 두 가지.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선 오전 6시 첫 차를 시작으로 20~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시간40분 걸린다.

    서부버스터미널에선 오전 6시10분, 6시40분, 8시, 8시40분에 있다.

    3시간 걸린다.

     

     


    광주는 고속버스와 시외버스가 함께 운행하는 종합버스터미널.

    무등산 증심사로 가기 위해선 터미널에서 17, 117, 1000번 버스를 타고 옛 도청 앞에서 내린 후 거기서 다시 15, 555번 버스를 타면 된다.

    부산 가는 방법 또한 두 가지.

    노포동행 버스는 오후 20~3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오후 7시, 7시30분, 9시(막차)에 있다.

    심야버스는 밤 10시30, 자정에 출발한다.

    사상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10분, 5시, 5시40분, 6시30분, 8시(막차) 밤 10시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동광주TG~동광주IC~제2순환도로~무등산 보성 화순 방향 직진~(두암 무등산 이정표 무시하고)~장원교 지나~증심사 2.4㎞~산수터널~증심사 학운교차로~증심사 좌회전~주차장 순으로 가면 된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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