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화

[일본 731부대가 앗아간] 원통한 목숨, '비극의 진혼곡' 되어 울린다

금산금산 2018. 5. 2. 11:13

[일본 731부대가 앗아간] 원통한 목숨, '비극의 진혼곡' 되어 울린다



작곡가 안일웅 선생 음악회, ‘731-마루타 진혼기도 3’ 초연






- 무대 채운 밧줄·막·향냄새 등
- 틀 벗어난 40여 분의 단악장
- “어려운 현대 음악 선입견 깨려”
- 실내악 퍼포먼스로는 마지막
- 내달 11일 영화의전당서



“공연장에 들어서면 흠칫 놀랄 겁니다.

 사형수를 떠올리는 밧줄, 사람이 죽었을 때 내거는 조등(弔燈), 오방색 천과 연주자를 가리는 얇은 막,

 무대에서 전해지는 향 냄새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겠구나’ 생각이 들게 하죠.

동시에 의아하겠지요.

 음악회에 온 것이 맞는지, 연극 무대가 아닌지. 기존의 어떤 양식 틀에 맞추려 하지 않았어요.

 말하자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어울리도록 새로 만든 표현 양식이죠.

 전쟁 피해자에 대한 진혼의 의미를 깊이 담았습니다.”



   
작곡가 안일웅 선생.

작곡가 안일웅(78) 선생의 ‘731-마루타 진혼기도’

 시리즈의 세 번째 공연 ‘가려진 진실들’이 막을 올린다.

다음 달 11일 오후 8시 영화의전당(부산 해운대구 우동)

 하늘연극장 초연이다.

영화의전당은 공연 전후 날을 정해

 ‘731-마루타 진혼기도’의 2, 3번째 공연이

 영화의전당에서 초연한 것을 기념하는 기림돌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번 공연 준비와 함께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막바지 작업에 한창인 안일웅 선생을 만났다.



“일본 ‘731부대 생체 실험’은 인간 본능적 욕망에서 기인한

 비극이라 생각해요. 우리는 욕망도 있지만, 이것을 다스릴

 이성과 의지도 가졌어요. 전쟁의 비극은 그것이 깨졌기 때문이죠.

 안타깝고 억울하게 희생된 넋, 그 혼을 위로하는 것이

 이 작품의 메시지입니다.

 곡을 쓰면서 일본과 위안부, 생체실험사건을 생각했어요. 하염없이 눈물 흘리고 분개했지요.”



공연 양식은 여러 면에서 새롭다.

퍼포먼스와 무대 장치, 상징적 마임을 넣어 흡사 연극이나 음악극을 떠올리게 하지만

 여기에 따르는 스토리는 없다. 또 40여 분의 곡은 단악장이다.

전통적인 작곡법을 따르자면 형식을 갖춘 서너 개의 악장이 생기지만, 단악장을 선택했다.

 “관객과 더 넓고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악장 구분이 없어 연주자나 감상자가 힘들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반대로 악장의 개념보다 훨씬 짧은

 단위의 형식을 반복시켰어요. 의미와 표현은 살리되, 감상자가 지루해질 법하면 변화를 주어 음악을

 전환하는 거지요. 짧은 단위는 1분 30초를 넘지 않아요. 많은 이가 현대 음악을 어려워해요.

20세기 초 쇤베르크 같은 작곡가의 음률주의는 낯설고 힘들 수 있어요.

하지만 오늘날 창작되는 음악은 또 그렇지 않아요. 20세기 이후 음악을 뭉뚱그려 현대음악이라 부르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지요. 양식 변화도 뚜렷할뿐더러 사람들이 일단 ‘어렵다’는 선입견으로 시작하니까요.”



2015년 독일 ‘다름슈타트 현대음악제(TFNM)’에서 제1번이 세계 초연된 ‘731-마루타 진혼기도’

 시리즈 대장정의 마지막은 교향악이다. 이번 무대는 실내악 퍼포먼스로는 마지막이다.

공연이 끝나면 이달 말 그는 독일로 출국해 4번을 연주해 줄 오케스트라 섭외에 나선다.

‘라이프치히 방송교향악단’이 물망에 올랐다.

“조성을 초월했지만, 한국적 음계와 우리 정서를 담아냈습니다.

희생자들의 응어리진 한과 넋을 위로하려 애를 썼습니다.

 때문에 조국에서 실내악 시리즈 종결 작품이 초연되어 기뻐요.

 조금이나마 비극적인 전쟁 희생자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공연 VIP석 5만 원, R석 3만 원, S석 2만 원, A석 1만 원.


(051)780-6000

안세희 기자 ahn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