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천자봉~시루봉'
시리바위 아래서 신비로움에 젖고… 안민도로 걸으며 숲 향기에 취하고…
진해시가지 동쪽 자연 성벽같은 능선길
드림파크 기점 삼은 원점회귀 코스
4시간 안팎 편하게 걷는 가족산행지
거가대교 가덕도 거제도 한 눈에 조망
경남 진해는 행정구역상 '시(市)' 단위였지만 통합 창원시가 탄생하면서 '구(區)' 단위로 재탄생했다.
봄이면 시가지 전체가 벚꽃으로 뒤덮이는 아름다운 항구도시이자 대한민국 해군의 모항이기도 하지만,
이제 더 큰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 행정구역 명칭의 격하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터.
하지만 진해가 산꾼들로부터 인기 있는 도시라는 점은 아직 잘 모르는 이가 많다.
남쪽에는 옴폭한 진해만 바다가 있지만, 나머지 3방향에는 장복산 덕주봉 웅산 시루봉 천자봉으로 이어지는
400~700m대 산줄기가 병풍처럼 도시를 감싸고 있다.
걸음 날랜 산꾼들은 하루에 장복산에서 천자봉까지(또는 그 반대 코스로) 종주산행을 하기도 하고
여유 있는 산행을 즐기는 이들은 각각의 산들을 독립적으로, 또는 두세 개 산을 연계해 산행하기도 한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정상부에 우뚝 솟은 바위가 인상적인 진해 시루봉을 향해 걷고 있다. 시리바위 또는 곰메바위로도 불리는 시루봉 정상 왼쪽으로 웅산 정상과 멀리 불모산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
진해의 산이 인기 있는 이유는 자명하다.
해안에서 가까운 까닭에 정상부에서 바라보는 남해안의 풍광이
말할 수 없이 빼어난 데다 여러 암봉과 기암이 즐비한
능선을 걷는 산행의 맛 또한 좋기 때문이다.
이번 주 여러 진해의 산들 가운데 천자봉(天子峰·506m)과 시루봉(653.5m)을 연계한 원점회귀 산행 코스를 답사했다.
사실 천자봉과 시루봉은 수년 전 소개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대밭령에서 올라 웅산을 거쳐 안민고개 방향로 가다가
석동으로 하산하는 코스였기에 자가용 이용자들에게는
차량 회수에 적지 않은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 때문에 몇몇 독자들로부터 천자봉과 시루봉을 연계한
원점회귀 코스를 소개해 달라는 요구가 몇 차례 있기도 했다.
이번 천자봉~시루봉 산행에서는 수년 전 답사 때와는 또 다른 재밋거리도 발견할 수 있었다.
거가대교는 물론이고 대교의 양쪽 끝인 가덕도와 거제도를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게다가 부산과 경남 대부분 지역으로부터 접근성도 좋고 남녀노소 누구라도 큰 힘 들이지 않고 산행할 수 있으니 한 해의 끝머리에 가족과 함께 가볍게 다녀와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 적극적으로 추천할 만하다.
특히 산행 기점인 진해드림파크는 숲 체험장과 목재체험 전시관,
동백나무와 편백 숲 등이 조성돼 어린 자녀와 함께 둘러볼 수도 있다.
산행 후반부에는 진해의 명품 산책로인 '안민도로'를 따라 편하게 걸으며
숲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어 가족 산행지로는 금상첨화다.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
산행은 진해구청(옛 시청) 인근 진해드림파크에서 시작해
출발지로 돌아오는 코스로 구성된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드림파크 주차장~드림파크 내 연못(광석곡소류지)~영산 법화사 불상~임도(안민도로)~정자 쉼터 앞 산행로 입구~
능선 갈림길~천자봉 정상~수리봉~철탑 등산안내판~갈림길~
483.2m 봉~바람재(정자)~시루봉(시루바위 또는 곰메바위)~
바람재~시루샘터~안민도로~해병 훈련체험장~목재체험 전시관 이정표~사방댐~대형 주차장 앞 갈림길~청소년수련원~주차장 순이다.
총거리 11㎞에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이다.
휴식을 포함해도 5시간 내 마무리할 수 있다.
진해드림파크 주차장 화장실 오른쪽에 있는 드림파크 안내도를 지나면
곧바로 미니 골프코스 안내 초소가 있다.
광석곡 계곡에 널따랗게 조성된 드림파크 뒤로
마치 독수리가 날아가는 듯한 모습의 직벽 암봉인 수리봉, 그 오른쪽의 천자봉 정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곧이어 음식점 앞을 지나면 법화사 갈림길.
오른쪽 법화사 방향 임도를 따라도 되지만 연못이 나올 때까지 직진한다.
드림파크 내 잔디밭에서 어린이들이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뛰어놀고 있다.
들머리에서 연못까지는 10분 남짓.
연못 오른쪽 주차장을 지나면 곧바로 콘크리트 포장임도다.
오른쪽으로 200m가량 가면 왼쪽에 '동백나무숲' '굴거리나무숲' 이정표가 있다.
이정표 쪽으로 난 길로 들어서서 200m쯤 걸으면 Y자 갈림길.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되지만, 일단 우측 흙길로 진입한다.
낙엽이 깔려 걷기 좋은 길이다.
우측 계곡에 영산 법화사가 보인다.
법화사를 오른쪽에 끼고 계속 오르면 키 3m가량의 석가모니불 입상이 나온다.
조성된 지 40년이 넘었다고 한다.
불상 앞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조금 전 Y자 갈림길에서 헤어졌던 왼쪽 길과 다시 합류, 오르막으로 방향을 잡는다. 곳곳에 긴 의자와 평상 등이 있어 쉴 만한 곳이 많다.
천자봉 정상에 바라본 진해의 산들. 멀리 여인의 젖꼭지를 닮은 시루봉 정상이 도드라져 보인다. |
5분 후 비포장 임도인 안민도로에 닿는다.
이정표상 '만장대 1.3㎞' 방향인 우측으로 방향을 잡고 안민도로를 따라
7분쯤 걸으면 오른쪽에 정자 쉼터가 있는 등산로 입구다.
119 표지 목이 서 있는 왼쪽 비탈로 치고 오른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나무계단 등으로 깔끔하게 정비된 등산로 중간마다 벤치가 제법 많다.
15분 만에 널찍한 안부 갈림길.
우측은 대밭령으로 가는 길이지만 정상은 왼쪽이다.
나무 덱 계단이 설치돼 걷기에는 편하다.
계단을 오르다 뒤돌아보면 진해만과 거제도 가덕도
그리고 거가대교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한 해 동안 쌓였던 마음속에 묵은 때가 일순간 씻어져 내리는 듯한 기분이다.
15분 만에 도착한 천자봉 정상.
자그마한 정상석에는 해발고도 465m로 표시됐지만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506m다.
GPS 수신기의 고도계에도 509m로 표시되고 있으니
아무리 기기의 허용 오차를 고려하더라도 465m는 아닌 것 같다.
천자봉 정상 남쪽으로 가덕도와 거제도가 보인다. |
'하늘의 아들'이라는 뜻의 천자봉 정상에 서면
동쪽으로 부산 신항과 가덕도 부산 사하구 일부 지역이,
남쪽으로 거가대교 거제도, 북쪽으로는 여인의 젖꼭지를 닮은 듯한
시리바위(일명 곰메바위)의 모습이 도드라져 보이는 시루봉과 웅산 정상, 불모산 등이 보인다.
서쪽으로는 진해 시가지와 안민고개 장복산에 이르기까지
병풍 같은 산줄기가 훤히 드러난다.
참으로 기막힌 풍광이다.
10분 후 서쪽으로 깎아지른 절벽을 이룬 수리봉을 살짝 우회해 10분만 더 가면 철탑과 산행안내도를 지난다.
살짝 내려서면 안부 갈림길. 왼쪽은 천자암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취재팀은 직진, 능선을 계속 탄다.
483.2m 삼각점 봉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갈림길이 나오는데 '웅동 행군로'라는 오래된 푯말이 보인다.
그렇다.
시루봉 일대는 해병대 훈련소가 포항으로 이전한 1980년대 이전까지
대한민국 해병대원이라면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었던 악명 높은 훈련장이었다.
50대 중반 이후의 예비역 해병들에게는 그만큼 아련한 추억의 산이다.
산 아래에서 보면 독수리를 닮은 암봉인 수리봉의 위용. |
편평한 능선을 따라 10분쯤 가면 정자 쉼터가 있는 바람재 갈림길.
왼쪽은 자은초등학교로 하산하는 길이다.
취재팀은 시루봉까지 갔다가 이곳으로 돌아와
하산하기로 하고 일단 직진한다.
천자봉 정상부와 마찬가지로 나무 덱 계단이 설치됐다.
계단을 오르다 돌아보면 수리봉과 천자봉,
그 우측으로 진해만의 풍광이 드러난다.
15분 후 나무계단을 다 오르고
한고비 지나면 운동기구가 설치된 체육공원.
이곳에서 바라본 시루봉의 시리바위가 더욱 이국적으로 다가온다.
'해병혼'이라는 흰색 글씨가 새겨진 둥그스름한 산봉 정상에 마치 마고 할미가 갖고 놀던 대형 공깃돌을 살짝
내려놓은 듯한 시리바위는 떡시루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일찍이 곰메바위, 곰바위 등으로 불렸다.
시루봉 정상까지는 불과 5분 정도면 닿는다.
높이 10m 둘레 50m의 시리바위를 한 바퀴 돌면서 자연의 빚은 경이에 다시 한 번 탄복하고 되돌아선다.
바람재까지는 15분쯤 걸린다.
바람재에서 자은초등학교 방면으로 하산하는 길은 넓고 편한 내리막이다.
10분 후 약수터인 시루샘터에서 시원한 약수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인 후 계속 내리막을 탄다.
10분 후 자은본동 갈림길을 통과, 3분만 더 가면 임도 산책로인 '안민도로'와 만난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임도 산책로를 따른다.
5분 후 해병훈련체험장을 지나고 20분쯤 더 걸으면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있다.
'안민도로'에서 이탈, '드림파크 목재체험장 0.3㎞'라 표시된
이정표 방향으로 내려서면 편백 숲 사이로 조성된 나무 덱을 통과한다.
편백의 향기를 원 없이 맡는 길이다.
12분 후 닿는 사방댐에서 실내 목재체험 전시관 방향으로 돌계단을 내려간 후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내리막을 탄다.
아담한 연못과 팔각정 등을 지나 대형 주차장 앞 갈림길에서 왼쪽 청소년수련원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6분 후 청소년수련원에 닿으면 건물 뒤쪽 제2야영장을 거쳐 출발지까지 6분이면 닿는다.
◆ 떠나기 전에
- 거대한 바위 솟은 시루봉 신라때부터 신성시
진해 주민들의 그린 산책로인 '안민도로' 구간 중 일부. |
시루봉은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시리바위'로만 표시돼 있다.
높이 10m 둘레 50m 크기의 거대한 떡시루 모양의 바위가 둥그스름한
봉우리 꼭대기에 솟은 형상만으로도 신비스런 자태를 보여주는 산이다.
이 같은 생김새 때문에 시루봉은 '진해의 진산'인 웅산(熊山·710m) 자락의 한 봉우리이면서도 오래전부터 오히려 웅산 정상보다 더 신성시됐다.
신라 시대 때부터 국태민안을 비는 제사를 지낸 명산 중 하나였고,
조선 시대에도 고을에서 춘추 대제를 지낼 때
'웅산 신당'을 두어 산신제를 지내던 곳이다.
또 조선 후기 명성황후가 세자 순종을 출산한 후
세자의 무병장수를 비는 백일기도를 올린 곳이기도 하다.
시루봉(시리바위)은 지질학적으로도 연구 가치가 높은 곳으로 통한다.
지질학계에서는 시루봉 시리바위를 대규모의 용암 분출에 의해 생긴 안산암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금의 모양은 산 바깥 부분이 오랜 세월을 겪는 동안 침식되거나
기슭으로 무너져 내리는 가운데 치밀한 부분만 남아서 정상부의 바위를 이루고 있다고 본다.
시리바위 암석면에 나타난 수평 분리는 용암이 식을 때 만들어진 냉각분리로 짐작만 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생성 원인은 아직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미국 와이오밍주 동북부에 있는 미국 제1호 국가기념물인 '악마의 탑'과
시루봉의 지질학적 특징이 같다고 알려졌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시루봉과 악마의 탑은 모두가 자연의 신비 그 자체로 평가받고 있다.
◆ 교통편
- 부산역서 시내버스 타고 용원에서 갈아타야
부산과 진해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갈 수 있다.
부산역에서 용원행 520번(20~25분 간격), 또는 사하구청 앞이나 부산도시철도 하단역 버스정류소에서
용원행 58-2번(10~15분 간격)을 타고 용원에서 내린다.
용원에서는 진해 시내버스인 305번(15분 간격) 또는 315번(30분 간격)을 타고
진해 시가지 방향으로 가다가 대밭령을 지나 진해구청 앞에서 하차하면 된다.
진해구청 우측 벽산아파트 뒤에 진해드림파크 주차장이 있다.
자가용을 이용할 때 을숙도를 거치거나 남해고속도로 가락IC에서 내려 진해 방향으로 간다.
2번 국도를 타고 용원, STX조선소, 대밭령을 차례로 지나 10분쯤 가면 진해구청 직전 사거리에 닿는다.
진해드림파크 표지판을 보고 우측으로 진입, 벽산아파트 뒤편으로 가면 드림파크 주차장에 닿는다.
진해 천자봉~웅산
'
벚꽃 천지 진해를 발아래 두고 걷다
산행내내 시가지·진해만 환상 조망'
지도를 펴놓고 진해시를 곰곰이 살펴보면 예부터 왜 진해가 따뜻한 해양도시라고 불렸는지 짐작이 간다. 진산인 장복산과 덕주봉 웅산 천자봉이 시가지를 병풍처럼 동그랗게 에워싸
북서풍을 막아주고 남으로는 진해만 쪽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해풍이 봄소식을 전해온다.
풍수에서 흔히 말하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전형이다.
관점을 달리해 산꾼들의 입장에서 보면 창원과 경계를 이루는 진해의 북쪽 산줄기는
진해 시가지와 호수처럼 평온한 진해만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금정산 백양산 장산 천마산 등 여러 산을 갈아타야 시의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조망할 수 있는
부산의 여건과 비교하면 분명 대비된다.
진해의 산줄기는 의외로 간단하다.
북쪽의 장복산에서 출발, 반시계 방향으로
덕주봉~안민고개~웅산~시루봉~천자봉을 거쳐 대발령에서 끝을 맺는다.
진해만의 해안선 방향과 거의 나란히 달리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보는 각도만 달리할 뿐 거의 시종일관 진해 시가지와 진해만을 발아래 두고 능선길을 내달리는 셈이다.
지금 산 아래 만발한 벚꽃이 꽃비가 되어 흩날릴 쯤이면 막힘없는 능선길 좌우에는
연분홍 진달래가 바통을 이어받아 산등성이를 온통 연분홍빛으로 물들인다.
'바다와 꽃'.
이번 진해 산행의 테마로 잡아도 무난할 듯 싶다.
23일 시작되는 군항제부터 진달래가 꽃잎을 떨구는 다음달 초순까지가 적기이다.
산세 또한 근육질의 암봉이 잊을만하면 예의 그 모습을 드러내 산행의 재미를 배가시켜 준다.
2년 전 장복산 쪽에서 출발, 안민고개를 거쳐 웅산·불모산 갈림길에서 창원 성주사로 하산한 산행팀은
이번엔 대발령에서 역방향으로 올라 천자봉 웅산을 거쳐 석동으로 하산했다.
천자봉 정상에 서면 정면인 북쪽으로 여성의 젖꼭지 모양을 닮은 시루봉과 그 왼쪽 뒤로 웅산 불모산(통신탑)이 시야에 들어온다. 웅산 왼쪽으로 진해와 창원을 경계짓는 장복산 산줄기가 이어지고 그 뒤로 비음산 정병산 등 창원의 산이 희미하게 확인된다. |
구체적 산행경로는 장천동 대발령~천자봉 산림욕장(391봉)~천자봉(506m)~502봉~483봉(삼각점봉)~쉼터~시루봉(666m)~헬기장~706봉~웅산가교~웅산(710m)~불모산 갈림길~석동 갈림길~석동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 정도.
초보자도 별 문제 없이 다녀올 수 있을 정도로 산행은 아주 쉽고 재밌다.
부산과 진해를 잇는 2번 국도변 대발령 쉼터 맞은편, 산으로 향하는 포장로가 들머리다.
산불감시초소에서 서명을 한 뒤 다시 포장로로 오른다.
10분 뒤 갈림길. 우측으로 향한다. 생기처인지 유난히 새소리가 활기차다.
비록 임도 주변이지만 벚꽃과 생강나무꽃, 그리고 발아래 제비꽃이 춘심을 자극한다.
포장로가 끝나면서 좌측으로 시야가 트인다.
벤치 옆 곡각지점에서 왼쪽 산길로 10여 분 급경사길로 오르면 다시 포장로.
바로 산길로 진입하면 이내 팔각정이 위치한 천자봉 산림욕장. 지형도 상의 391봉이다.
정면에는 천자봉이 우뚝 솟아 있다.
이름 그대로 명 태조 주원장과 조선 태조 이성계의 전설이 서려 있는
이곳 정상을 향해 제를 지내는 산신단(山神壇)도 마련돼 있다.
정상을 향해 직진한다. 15분이면 닿는다.
도중 만나는 우측 갈래길은 정상을 거치지 않고 우회하는 길이다.
철탑 옆 정상에 서면 진해 시가지와 진해만, 그리고 그 너머로 거제도와 가덕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호수처럼 잔잔한 물결 위에 점점이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의 풍경은 한려수도가 안부럽다.
정상석 뒤론 시루봉 웅산 불모산이, 불모산 왼쪽 뒤로 비음산 정병산 등 창원의 산이,
시루봉 오른쪽 뒤로 화산(철탑) 굴암산 마병산 보배산이, 정상석 왼쪽 진해만 뒤로
장복산 덕주봉 안민고개 등이 확인된다.
이제부터 본격 능선길.
천자봉에서 바라본 북쪽 암봉을 향해 나아간다. 곧 만나니까.
발아래 직벽인 이곳에 서면 진해만 한 가운데 위치한 조그만 섬인 대죽도와
해군사관학교를 품고 있는 곶출산이 유난히 눈에 띈다.
제비꽃 |
삼각점이 위치한 483봉과 정자 쉼터를 지나면
시나브로 시루봉이 코 앞에 와 있다.
502봉에서 대략 30분.
정자 인근에는 자은동 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열려 있어
비로소 시민들이 많이 보인다.
지그재그형 나무덱을 두 차례나 오르면 마침내 시루봉. 정자에서 대략 20분.
멀리서 보면 고행길 같지만 막상 부딪쳐 보면 생각만큼 힘들지 않다.
높이 10m, 둘레 50m의 거대한 암봉인 시루봉은 곰의 형상을 닮아 곰메(바위) 또는 웅암으로 불리며,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여인네의 젖꼭지다.
시루봉 뒤 헬기장으로 향한다.
정면으로 근육질의 웅산 암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보석같은 숲길을 지나 25분쯤 뒤 집채만한 암봉이 떡 버티고 있다. 706봉이다.
20m 직벽이며 밧줄이 매여 있다.
정면 돌파해도 되고, 왼쪽으로 약간 돌아 올라도 되고, 아예 숲길로 에돌아가도 상관없다.
돌탑의 흔적이 남아 있는 암봉 정상에선 시야가 더 넓어져
장복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우측의 창원 시가지도 보인다.
이어지는 산길. 흔들리는 구름다리인 웅산가교와 추락방지 난관을 잇따라 통과하면
그리 높지 않지만 뾰족한 암봉이 앞을 가로 막는다.
706봉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그래도 지형도 상의 710봉으로 웅산이다.
산자고 |
오른쪽으로 에돌아 내려서면 이내 불모산 삼거리.
산행팀은 우측 통신탑이 여럿 서 있는 불모산 대신
왼쪽 안민고개 또는 장복산 방향으로 내려선다.
막힘없는 능선을 기준으로 '좌 진해, 우 창원'이 선명하다.
왼쪽 저 멀리 고개를 돌리면 방금 내달려온 능선길이
한눈에 펼쳐진다.
나무덱을 내려서면 등로 좌우에 진달래가 지천이지만 꽃망울이 터지기 직전이라 아쉽기만 하다.
등로는 방화선 위로 조성돼 동서남북 어느 곳을 둘러봐도 시원스럽기 그지없다.
수려한 산세는 아니지만 바다를 끼고 있어 은은하면서도 운치있다.
이렇게 25분, 등로 우측에 '석동갈림길'이라 적힌 '119 조난위치' 안내 표찰이 보인다.
하산로를 알리는 이정표다. 진해 시목(市木)인 향이 진한 편백숲터널과
부드러운 솔가리길을 20여 분 걸으면 임도. 우
측으로 30m쯤 가면 왼쪽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6분 뒤 산을 벗어나며 여기서 큰 도로인 산업도로까지 7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시루봉, 해병대 악명 높은 지옥의 훈련 코스
진해 천자봉~웅산 산행을 하다 보면 주봉이 어디인지,
주봉의 높이가 얼마인지 아직 정확하게 정립돼 있지 않다.
산행팀이 걸어온 순서대로 이참에 한 번 되짚어본다.
우선 천자봉. 정상석에는 465m라고 적혀 있지만 국토지리정보원이 펴낸 최신 버전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506m로 표기돼 있다.
이는 곧이어 만나는 502m 암봉에서도 해발고도가 비슷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여성의 젖꼭지를 닮은 시루봉.
웅산에 속하는 하나의 큰 암봉으로 독립 봉우리가 아니다.
온라인 상의 산행 관련 사이트에는 시루봉(웅산)으로 적고 있으며 진해시청 홈피에도
산 이름 목록에 웅산 대신 시루봉으로 표기돼 있다.
웅산 시루봉으로 시정돼야 한다.
생긴 모양새가 독특해 전해 내려오는 사연도 많다.
신라 땐 국태민안을 비는 고사를 지냈고, 명성왕후는 순종을 낳은 후 세자의 무병장수를 비는
백일제를 올렸다고 한다.
특히 시루봉은 해병대 신병훈련소가 진해에서 포항으로 이전한 1980년대 중반까지
해병대의 지옥의 행군 코스 종착역이었다.
신병들은 이곳에서 부모님이나 애인의 이름을 목청껏 부르면서 훈련의 고달픔을 달랬다고 한다.
밧줄이 매달려 있는 706봉.
집채만한 근육질의 암봉인 이 봉우리가 산세로 봐서 웅산의 주봉이 돼야 될 듯하다.
불모산 갈림길 인근의 710봉은 규모가 턱없이 작아 웅산의 주봉이라 하기엔 너무 초라하다.
여기에 웅산에는 시루봉의 안내판 이외에는 주봉을 알리는 정상석이 없지 않은가.
진해시는 이를 참조해 전국의 많은 산꾼들이 즐겨 찾는 천자봉과 웅산에 새로운 정보를 담은
정상석을 세우기 바란다.
# 교통편
- 사상 서부터미널 10~20분 간격 시외버스 출발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진해 인의동 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전 6시부터 10~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sTX조선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300m쯤 버스 진행방향으로 걸으면 천자봉 산행 들머리를 만난다.
날머리 석동에선 큰 도로인 산업도로에서 길을 건너지 않고
107, 117번을 타고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내린다.
여기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밤 9시30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김해공항~진해 부산항 신항 2번 국도~진해 녹산산단~진해 용원삼거리~마산 진해 2번 국도~마산 창원 진해시청~죽곡휴게소~STX조선 입구~천자봉 들머리 산불감시초소 인근 공터에 주차하면 된다.
날머리 석동에서 차를 회수하기 위해선 길을 건너 115번 버스를 타면 된다.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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