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계족산‘

금산금산 2018. 8. 28. 18:23

구례 '계족산'



광대바위 오르니 지리·백운산, 섬진강이 한눈에…

700m대 낮은 산이지만 조망 만은 압권

8.5㎞ 남짓한 코스 4시간에 주파 가능

광대바위 부근 짜릿한 암릉미 만끽

눈 쌓인 낙엽길 미끄러지지 않게 주의



은모래 가득한 강이 있다.

금빛 햇살을 받은 물살이 은빛으로 빛난다.

이 강을 경계로 백두대간 끝자리 지리산과 호남정맥 줄기인 광양 백운산 능선이 강물처럼 흐른다.

이 강은 바로 영호남을 경계 짓는 물줄기인 섬진강.

아무리 높고 큰 산줄기도 이렇게 낮고 평화로운 강을 넘지 못한다.

그래서 '산자분수령'이라고 했던가.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구례 계족산 정상 부근에서 광양 백운산 능선을 살펴보고 있다. 섬진강 변에 위치한 계족산은 지리산과 백운산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봉이면서 아기자기한 암릉길도 갖추고 있어 겨울철 당일 산행지로 적격이다.

한겨울 전남 구례 계족산(鷄足山·705m)으로 가는 길은 시린 하늘과 강물, 그리고 이 강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뻗은 커다란 산줄기가

 하얀 눈에 덮인 신비로운 풍광을 두루 즐길 수 있는 황홀한 길이다.

산행을 나설 때 가끔 그 산 자체가 뿜어내는 향기뿐 아니라

 산을 찾아가는 길에서 만나는 진한 향수에 가슴이 저민다.

구례 계족산이 바로 그런 산행지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산 줄기가

 마치 닭의 발처럼 뻗어 있다고 해서 계족산이라고 불렸을까.

섬진강 변 계족산은 지리산과 광양 백운산 사이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아기자기한 암릉과 멋들어진 전망바위들,

 그리고 걷기 편한 길과 흔히 볼 수 있는 쭉쭉 뻗은 낙엽송과 적송이 뱉어내는 숲의 향기가 매혹적이다.

게다가 큰 산들과 강이 주변에 두루 펼쳐져 있으니 이 작은 산에서

 산행하는 것만으로도 대자연의 웅대한 힘을 크게 느낄 수 있다.



계족산은 하동에서 19번 국도를 타고 구례 방면으로 가다가

 '석주칠의사전적지'를 지나자마자 섬진강 건너편 남쪽에 보이는 산이다.

이 산에서 좀 더 서북쪽으로는 사성암(四聖庵)으로 유명한 오산과 둥주리봉이 솟아 있다.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취재팀은 원점회귀를 하게 되면 산행의 맛이 떨어지는

 계족산의 특성상 들머리를 구례군 간전면의 면 소재지인 간문리

 간전농공단지 옆 등산안내판 앞으로 잡고

 날머리는 간전면 삼산리 신촌마을로 잡았다.

농공단지 등산로 입구~병풍바위 갈림길~능선 이정표~중상봉~

정재~계족산~730.0m 삼각점봉~광대바위~광대바위 전망대~

전망바위~삼산리 능선 갈림길(삼신재)~화약고~삼산리 순.

총 거리 8.5㎞에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4시간가량 걸린다.

하동에서 19번 국도를 타고 화개장터를 지나 구례군으로 진입,

 '전망 좋은 곳'이 잇따라 나오고 10분쯤 가면

 왼쪽에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간전교가 보인다.

이 다리를 건너면 우측 1시 방향에 아담하게 솟은 계족산이 보인다.

그 아래 공장 건물 몇 동이 자리 잡은 간전농공단지가 있다.

농공단지 우측 끝에서 문척면 방향으로 200m쯤 가면

 등산안내판과 '계족산 등산로' 푯말이 보인다.

이곳이 들머리다.

'계족산 3.3㎞' 표시를 힐끗 보고 난 후 완만한 오르막인 콘크리트 포장 임도를 따라 진입한다.

과수원이 사이로 난 길 양옆으로 산나물 채취 금지, 고사리 채취 금지 등을 알리는 경고판이 여럿 보인다.

뒤돌아보면 섬진강 줄기와 지리산 줄기가 동시에 눈에 들어온다.

콘크리트 임도가 끝나고 비포장 임도를 좀 더 따르면 '능선 갈림길'이라 쓰인 이정표가 있다.

들머리에서 10분 걸렸다.

'계족산 2.6㎞' 방향으로 직진하면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계족산 광대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광대바위.

구례군 측에서 산행로 정비를 깔끔하게 해 놓아 걷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곧게 뻗은 낙엽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마음마저 편안하다.

바닥에는 간밤에 내린 눈이 채 녹지 않았다.

25분쯤 천천히 오르면 병풍바위 삼거리.

왼쪽은 병풍바위 아래를 거쳐서 중상봉으로 이어지는 길인데,

 낙석 등의 위험이 있어 겨울철임을 고려해 오른쪽 길을 택한다.

5분 후 능선 이정표가 있는 화정갈림길.

이제부터는 능선만 타면 된다.

왼쪽으로 틀어 6분 정도 오르면 벼랑 위에 무명 묘가 있는 작은 봉우리.

왼쪽 편으로 광양 백운산 자락 능선이 확연히 드러나고,

 들머리와 간전면 소재지 일대도 눈에 들어온다.

북쪽으로는 섬진강과 지리산 왕시루봉도 가깝게 다가온다.

능선길을 20분쯤 더 따르면 중상봉.

낙엽이 완연하다.

왼쪽으로는 병풍바위 또는 중평마을로 내려서는 길이 있지만 직진한다. 계족산 정상까지 1.1㎞ 남았다.

전주 이씨 묘를 지나고 광산 김씨 묘가 있는 524봉에서 다시 한 번 백운산 자락을 한 차례 조망한 후 살짝 내려서면 곧바로 안부 갈림길인 화정재. 오른쪽은 화정마을로 내려서는 길이고 정상으로 가려면 직진해야 한다.

작은 언덕을 하나 넘으면 헬기장을 지나고 얇은 눈이 깔린 길을 따라 오르면

 전망대를 거쳐 30분 만에 작은 무덤이 있는 정상에 이른다.

산불 감시용 무인 카메라가 설치된 계족산 정상에서는

 서쪽의 구례읍 방면 들판과 동쪽의 백운산 자락 국사봉과 밥봉 등이 눈에 들어오고,

 북쪽의 지리산 능선도 훤하다.

가깝게는 노고단에서 멀게는 천왕봉까지 지리 주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계족산 들머리 부근에서 섬진강과 왕시루봉이 보인다

이정표 상의 '삼산리 4.4㎞' 표시를 따라 내려선다.

10분 정도 내려가다 안부를 지나면 다시 오르막.

작은 봉우리를 지나 서서히 시작되는 암릉길을 따라 한 굽이 더 오르면

 흔들바위 모양의 자그마한 바위가 도드라져 보이는 '730.0m봉.

삼각점이 설치돼 있고 조망이 탁 트인 이 봉우리가 계족산 정상보다

 무려 25m나 높아 당연히 계족산 정상의 지위를 차지해야

 옳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지나온 계족산 정상을 바라보면

 확실히 이 봉우리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0m쯤 더 가면 이정표는 없지만, 능선이 좌우로 갈라지는 갈림길.

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오른쪽은 지능선을 따르는 희미한 길이지만 리본이 여러 개 달린 왼쪽 길이 주 산행로다.

당연히 왼쪽 길을 따라 내려선다.

   
서설이 쌓인 등산로에서 겨울이 깊어지고 있음을 본다.

갑자기 눈앞에 날카롭게 솟은 거대한 바위가 나타난다.

일명 광대바위다.

왼쪽은 천 길 낭떠러지.

오른쪽으로 살짝 우회해서 로프 구간으로 다시 올라서면

 광대바위 이정표가 나타난다.

이곳이 바로 계족산 최고의 풍광을 자랑하는 지점이다.

남동쪽으로 갈미봉과 월출봉 도솔봉 백운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산줄기와 주변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마치 파도가 일렁이는 듯한 모습으로

 펼쳐지고 진행 방향 다음 봉우리인 광대바위 전망대도 드러난다.

오른쪽으로 살짝 틀었다가 다시 왼쪽으로 꺾으며 나아가는 암릉 구간은

 비교적 순탄했던 지금까지의 산행로와는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로프 구간을 주의해 내려선 후 다시 조금 오르면 광대바위 전망대.

이곳에서 지나온 광대바위를 바라보면 직각으로 깎아지른 절벽의 위용을 맘껏 바라볼 수 있다.



   
전남 구례 계족산 광대바위에서 남쪽으로 바라보면 호남정맥 산줄기가 마치 파도처럼 일렁이는 듯하다.

이어지는 암릉길을 10분쯤 더 가면 작지만 도드라진 바위 전망대를 만나는데, 이곳에서 길은 왼쪽으로 꺾이면서 급경사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낙엽이 많아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길이다.

경사도가 높다 보니 산길이 지그재그 형태로 이뤄져 있다.

20분쯤 가면 이정표 상에 '삼산리능선삼거리'라 표기된 갈림길.

일명 삼신재다.

직진하면 매재능선삼거리를 거쳐 매재마을로 하산할 수 있지만,

이곳에서 '삼산리' 방향인 왼쪽으로 본격적인 하산길에 접어든다.

인적이 많지 않은 탓에 낙엽이 수북이 쌓여 제법 미끄럽다.

하지만 길은 뚜렷하기 때문에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외길을 따라 15분쯤 내려서면 갑자기 길이 넓어지는 안골능선삼거리.

이곳부터는 임도다.

날머리인 삼산리까지는 계속 내리막 임도를 따르면 되는데 30분쯤 걸린다.

임도를 걸으면서 왼쪽으로 고개를 들면 조금 전 지나온 광대바위 주변 절벽의 위용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안골능선삼거리에서 10분쯤 내려섰을 때는

 감시초소와 안전철조망까지 있는 화약저장고를 지난다는 점도 염두에 두자.

삼산리 신촌마을 앞 도로에 닿으면 왼쪽으로 300m쯤 이동해 버스를 탈 수 있다.





# 떠나기 전에

- 산행 후 전통 가옥의 '백미' 운조루 둘러볼 만

걸음이 빠른 산꾼들은 구례 계족산을 산행할 때

 인근 둥주리봉 또는 오산과 연계한 장거리 코스를 고집하는 이가 더러 있다.

산길이 그렇게 험하지 않으면서도 풍광이 빼어나고 부산에서의 이동 거리도 짧지 않기 때문에

 이왕이면 한 번에 마무리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그러나 계족산 등산로입구에서 오산까지 갔다가 사성암을 거쳐 하산하는 구간은 총 거리만 약 25㎞에 달한다.

상당히 긴 코스다.

해가 짧은 겨울철 산행으로는 왠만한 준족이라고 해도 쉽지 않은 거리다.

종종 장거리 산행에 대한 욕망이 꿈틀거리기 마련이지만, 가능한 그 같은 욕심을 자제하는 것이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위해 더 이롭다는 점을 되새겼으면 한다.

계족산 산행 후에는 인근에 있는 토지면 오미리의 고택인 운조루와 천년고찰 화엄사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운조루는 영조 52년(1776년) 낙안군수 유이주가 건축한 고택으로

 조선 후기 귀족 주택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는 몇 안 되는 건축물이다.

 一자형 행랑채, T자형 사랑채, ㄷ자형 안채가 그대로 보존돼 있고 사당과 연당이 남아 있다.

건립 당시에는 78칸이었지만 2007년 문화재청의 실측 조사 결과 63칸이 보존되어 있다. 명당터로도 유명하다.





# 교통편

- 구례행 시외버스 오전 7시부터 1시간 간격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구례행 버스는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약 3시간 소요.

구례터미널에서 간전면행 군내버스로 갈아탄다.

오전 6시50분, 7시, 8시30분, 9시20분, 11시20분 등에 있다. 20분 소요.

산행을 마친 후에는 삼산리 버스정류소에서 구례행 버스를 탄다.

오후 3시10분, 4시10분, 5시10분, 6시10분, 7시10분, 8시(막차)에 있다.

자가용 차량 회수를 하려면 이 버스를 타고 가다가

 버스기사에게 간전농공단지 인근 계족산 등산로 입구까지 가는지 문의한 후 결정해야 한다.

같은 구례행이라도 노선이 2개이기 때문.

간다고 할 경우 편리하게 등산로 입구에서 내리면 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간전면 소재지인 간문리(대평) 정류소에서 하차, 10분쯤 걸어야 한다.

자가용 이용시 남해고속도로 하동IC에서 내려 19번 국도를 타고 하동 구례 방면으로 우회전,

 하동읍과 화개장터를 지나 구례방면으로 간다.

석주칠의사전적지를 지나 만나는 토지면 파도리 삼거리에서 간전 사성암 방면으로 좌회전, 간전교를 건넌다.

1㎞가량 직진 후 만나는 대평마을 사거리에서 사성암 문척 방향(861번 지방도)으로 우회전,

 1㎞쯤 더 가면 도로 왼쪽에 '계족산등산로입구'가 있다.


  •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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