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백운산~영취산~장수 장안산’ 종주

금산금산 2018. 8. 21. 19:52

함양 '백운산~영취산~장수 장안산' 종주



백두대간~금남호남정맥 아우른 환상의 능선길

1000~1200m대 명산 3개 연결 종주산행

총거리 18㎞에 8시간 걸리지만 길은 양호

장안산 하봉에서 반드시 우측으로 하산

남쪽 지리산 북쪽 덕유산 동시 조망 장관



한반도의 등뼈인 백두대간이 남으로 쉼 없이 뻗어내리다 남덕유산을 거쳐 육십령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지리산을 향해 다시 힘차게 기운을 쏟아 내는 곳에 함양 영취산(靈鷲山·1075.6m)과 백운산(白雲山·1278.6m)이 있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전북 장안산 억새밭에서 주변을 살피고 있다. 가장 높은 봉이 호남의 진산이자 전국 8대 종산 중 하나인 장안산 정상이다.


함양 영취산은 백두대간 줄기에 자리 잡은 자존심 때문인지

 같은 이름을 쓰는 전국의 영취산 가운데 해발 고도가 가장 높다.

산 동쪽으로는 부전계곡이라는 아름다운 계곡을 끼고 있어

 여름철 계곡산행지로도 인기가 높다.

백운산 역시 광양 백운산(1218m), 정선 백운산(883m),

 밀양 백운산(885m), 원주 백운산(1087m) 등

 전국의 10여 개 '백운산' 가운데 가장 높은 산이다.



영취산과 백운산은 겹겹이 쌓인 산세가 깊고 험해

 일명 '천령(天嶺)'으로 불리는 땅인 경남 함양과 호남지역

 최대 오지로 알려진 전북 장수군의 경계를 이루는 산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영취산은 대한민국 산 군 분류에서 또 다른 의미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백두대간에서 분기돼 뻗어 나가는 산 군을 정맥 또는 정간이라고 부르는데, 호남지역과 금강 남쪽

 충청 남부지역 산줄기의 근간인 금남호남정맥이 바로 이곳 영취산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영취산에서 가지를 친 금남호남정맥은 전북 장수군 번암면 지지계곡

 최상단부에 있는 무령고개(일명 '무룡고개')를 거쳐

 장수 장안산(長安山·1236.9m)에서 처음으로 솟구친다.

영화 '남부군'에서 이헌상의 빨치산부대 남녀대원 500여 명이

 한꺼번에 멱을 감는 장면을 촬영했을 만큼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덕산계곡을 끼고 있기도 한 장안산은

 대한민국 8대 종산(宗山) 중 하나이자 호남의 진산으로 통한다.

군립공원 겸 산림청 지정 전국 100대 명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장안산은 정상부 북동릉의 광활한 억새밭을 끼고 있어 가을에 특히 인기가 높지만,

 봄 여름의 야생화 산행, 여름철의 계곡산행, 겨울의 눈꽃산행 등도 매력적인 '4계절 명품 산행지'다.



   
영취산 정상에서 강풍을 뚫고 산행 중인 등산객.

이들 3개 산을 모두 개별적으로 답사, 원점회귀 코스 위주로

 소개한 바 있는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이번 주 이 산들을 연결하는 '겨울맞이 특집 능선 종주산행'을 마련했다. 일명 '백운~영취~장안산 종주' 산행이다.

백두대간과 금남호남정맥의 일부 구간을 한꺼번에 탈 수 있는 데다

 남쪽으로는 지리산 주능선이, 북쪽으로는 육십령에서 할미봉

 장수 덕유산(남덕유산 서봉) 남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주능선이 보여주는 극상의 풍광도 접할 수 있는 코스다.

다만, 자가용 이용자의 차량 회수 어려움과 대중교통 이용 불편 등의

 이유로 개별적으로는 시도하기가 쉽지 않은 코스다.

그러나 겨울 산행의 백미라고 하는 능선산행을 원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하다.

   
밋밋한 장안산 하봉. 이후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하산한다.

들머리는 '호남 3대 오지'에 속한다는 전북 장수군 번암면 지지리 지지계곡의 노선버스 종점이고, 날머리는 장수읍 덕산리 범연동 버스종점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지지리 버스종점(삼거리)~중고개재(백두대간 합류)~

전망대~백운산 정상~1156m봉 전망대~선바위고개~영취산 정상~

무령(룡)고개~팔각정 앞 갈림길~괴목고개~억새밭~장안산 정상~

중봉~하봉~당동갈림길(이정표)~덕천고개~범연동 버스종점 순이다.

총 길이 18.9㎞에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6시간10분쯤 걸린다.

휴식과 식사시간 등을 고려하면

 족히 8시간은 잡아야 하는 만만찮은 코스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육산에 가까운 데다 등산로가 워낙 잘 닦여 있어

 페이스 조절만 잘한다면 별 어려움 없이 주파할 수 있다.

   
장안산 억새밭에서 본 백두대간 영취산~백운산 능선.

들머리 부근의 지지계곡은

 백두대간과 금남호남정맥 사이에 자리 잡은 심산유곡이다.

여름철에는 적지 않은 피서객이 찾는 곳이다.

남원발 지지계곡 행 노선버스의 종점에서 산행은 시작된다.

743번 지방도 상의 '삼거' 버스승강장에서 계곡 상류를 볼 때 오른쪽 1시 방향 콘크리트 내리막 길로 50m쯤 내려서면 만나는 임시화장실.

곧바로 계곡을 건넌다.

산 약초 재배 지역 입산금지 표지판 오른쪽으로

 유심히 살피면 몇 개의 리본과 함께 산길이 열린다.

이 길로 들어서면 중고개재까지 외길이다.

백두대간 상의 해발 730m 안부인 중고개재까지는 30분쯤 걸린다.

   
장수 장안산 정상석

정상까지 2㎞ 남았다는 이정표를 살핀 후 백운산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수많은 산꾼이 거쳐 갔을 백두대간 길은 계속되는 오르막이지만

 곳곳에 나무계단과 이정표가 설치돼 편리하다.

20분 후 971m봉 이정표를 지난다.

정면 멀리 무령고개, 왼쪽으로는 장안산 정상이 보이고

 오른쪽 1시 방향에는 백운산 상단부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백운산 정상은 그 이름값을 하려는 것인지

 흰 구름에 싸여 좀처럼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운무가 좀처럼 걷힐 것 같지 않더니 결국 빗방울과 우박이 섞여 내린다. 초겨울 능선 산행에서 각오(?)해야 할 상황이 벌어진 데 대한 우려에 앞서

 백운산~영취산 구간에서 맛볼 수 있는 멋진 조망을 즐길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이 더 크게 밀려온다.



   
백운산 정상석

로프구간을 지나 전망대 두 곳을 거쳐 오르던 중

 나무계단을 내려서던 한 무리의 백두대간 종주 꾼들을 만난다.

모두 궂은 날씨를 우려하는 말을 한마디씩 던지며 발길을 재촉한다.

'생태계복원중' 푯말에서 능선 마루금을 왼쪽으로 살짝 비켜 10분만 가면 무덤이 있는 정상 직전 갈림길.

오른쪽은 중봉 하봉 상연대 묵계암을 거쳐 백운교까지 하산하는 길이다. 정상은 왼쪽으로 1분만 가면 나온다.

널따란 헬기장에 늠름한 정상 석이 있고,

 조망안내도까지 설치됐지만 날씨가 좀처럼 도와주지 않는다.

백운산 정상에서 오른쪽(동쪽)은 서래봉을 거쳐 하산하는 길이지만,

 취재팀은 백두대간 주능선을 타고 영취산으로 향한다.

높낮이 차이가 크지 않아 대체로 쉬운 능선길이다.

20분 후 전망대인 1156봉에 닿는다.

날씨만 맑았다면 괘관산, 황석산, 거망산 등

 함양의 명산들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을 테지만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아쉽다.

다시 10분 후 이정표가 있는 1084봉을 지나고

 20분 후 휴식용 벤치 세 개가 설치된 1085봉을 통과하면 5분 만에 선바위고개에 닿는다.

왼쪽 11시 방향으로 가면 곧바로 무령고개로 내려설 수 있지만, 직진 오르막을 탄다.

10분 후 금남호남정맥 분기봉인 영취산 정상.

운무와 칼바람, 우박이 더욱 강해진다.

이곳에서 백두대간과 작별하고 왼쪽 내리막을 탄다.

금남호남정맥으로 접어든 셈.

나무계단이 설치된 길을 따라 10분쯤 내려가면 무령고개다.

간이매점과 화장실 주차장 등이 있어 쉬었다 가기 좋다.



   
영취산 정상석

곧바로 743번 지방도를 건너 장안산 등산안내도를 일별한 후

 나무계단을 타고 오른다.

10분쯤 가면 팔각정 갈림길.

오른쪽 100m 지점에 전망대인 팔각정이 있지만,

 날씨가 궂은 탓에 무시하고 왼쪽 정상 방향으로 간다.

2분 후 괴목고개를 지나도 길은 계속 완만하다.

무령고개에서 장안산 정상까지 거리가 3㎞나 되는데,

 표고 차는 불과 200m 안팎이니 산길은 완만한 오르막 그 자체다.

어른 평균 키 높이만큼의 산죽이 산행로 양옆으로 늘어서 있고

 바닥에는 살짝 내린 잔설과 우박이 녹지 않아 초겨울 능선산행의 운치를 더한다.

괴목고개에서 20분쯤 걸으면 사방이 탁 트이는 광활한 고원이 나타난다.

은근히 유명세를 타고 있는 장안산 억새밭이다.

산불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장안산 정상이 멀찌감치 보이고

 왼쪽(동쪽)으로는 영취산~백운산을 잇는 백두대간 주능선이 훤히 드러난다.

더 멀리 지리산 주능선도 보여야 정상이지만 구름에 가려졌다.



억새밭을 지나 덱과 나무계단을 통과한 후 정상까지 오르는 데는 35분 정도면 충분하다.

'호남의 진산'으로 불리는 장안산 정상에는 커다란 정상 석과 함께 이정표가 있다.

우측 밀목치 방향은 금남호남정맥 길.

하지만 '범연동 5㎞' 표시를 따라 왼쪽(남서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10분 뒤 중봉 갈림길에서는 직진한다.

오른쪽으로 하산해도 되지만 하봉까지 가기 위해서 곧장 직진하는 것.

15분 후 만나는 하봉은 별다른 표시도 없는 밋밋한 육봉이어서

 정상부에 큰 바위가 있는 중봉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하봉에서 100m쯤 편평한 길을 따라가면 갈림길처럼 보이는 곳을 만나는데, 이곳에서는 특히 주의하자.

절대 왼쪽 내리막 능선을 타서는 안 된다.

초반에는 길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얼마 내려가지 않아서 길이 끊어지고 위험한 곳도 적지 않게 만난다.

취재팀은 지지계곡 방향 원점회귀가 가능한지 조사하기 위해 진입을 했지만,

 결국 길이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 다시 주능선으로 되돌아왔다.

노란색 근교산 취재팀 리본이 보이더라도 절대 진입해서는 안 된다.

하봉을 지나 100m쯤 간 곳에서 만나는 이정표 없는 작은 갈림길에서는

 무조건 오른쪽을 택해 주능선을 계속 타야 한다는 말이다.

산행 개념도에도 왼쪽 내리막에 대해 '길 없음, 절대 출입 금지' 표시를 해 놓았으니 유념하자.

주능선을 타고 8분쯤 더 가면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 나온다.

일명 '당동갈림길'이다.

이정표의 '범연동 3.5㎞' 표시를 보고 오른쪽 내리막으로 방향을 잡는다.

곧이어 '구조요청위치 1002' 지점을 통과하고 안부를 거쳐 급경사 내리막을 타면

 '구조요청위치 1001' 표시와 이정표가 있는 덕천고개에 닿는다.

직진해도 되지만 이곳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날머리인 범연동 버스종점까지는 15분가량 걸린다.

정상에서 범연동까지 1시간20분쯤 걸린 셈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안전한 산행을 위해서는 하봉을 지나자마자 만나는

 작은 갈림길에서 반드시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 떠나기 전에

-개별 당일 산행 하기엔 부담…단체 산행 권장

함양 백운산에서 영취산을 거쳐 장수 장안산까지 이어지는 능선 종주산행 코스는

 개별적으로 당일 실행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구간이다.

 전체 산행거리가 20㎞에 약간 못 미치는 장거리라는 점에다 더 큰 문제는 접근성의 어려움이다.

준족이라도 7시간 이상 걸리고 일반적으로 8시간은 잡아야 주파할 수 있는 코스이다 보니

 해가 짧은 겨울철의 경우 어두워지기 전에 하산하려면 늦어도 오전 9시 이전에는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 부산에서 들머리인 장수군 번암면 지지리까지 가는 데만도 반나절이 걸리기 때문에

 전날 들머리 부근의 민박집이나 장수읍 남원 시내 등에서 1박을 하지 않는 한 당일 산행은 거의 불가능하다.



개별적으로 당일 산행을 하려면 자가용을 이용해

 부산에서 적어도 오전 6시에는 출발을 해야 9시 이전에 들머리에 도착할 수 있다.

산행 후 차량 회수를 하려면 장수읍 범연동에서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빠르지만

 들머리까지 거리가 멀어 택시요금만 최소 3만5000원 이상 나온다는 점도 부담이다.

따라서 개별 산행을 고집하기보다는 전세버스를 이용한 단체산행 또는

 가이드산악회를 통한 산행을 하는 편이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훨씬 수월하다.

이런 단점에도 백운산 영취산 장안산 능선 종주는 한껏 움츠러들기 쉬운 겨울철에

 큰마음 먹고 시도해볼 만한 황금 코스인 것은 분명하다.

겨울철에는 적설량이 많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아이젠과 스패츠 방한복 등의 기본 장비는 갖추고 출발하자.




# 교통편

- 88고속도로 남장수IC 내려 장수 방면 우회전

자가용을 이용한다.

남해고속도로를 거쳐 대전통영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함양JC에서 88고속도로 광주 함양 방면으로 옮겨 탄다.

30㎞쯤 진행하다가 남장수IC에서 내린다.

톨게이트를 나오자마자 논실삼거리에서 장수 방면으로 국도 19호선을 타고 우회전한다.

장수 방면으로 4㎞가량 가다가 번암면 노단삼거리에서 우측 지지계곡 방면으로 진입한다.

동화댐과 저수지를 왼쪽에 끼고 계곡 방면으로 12㎞쯤 가면 지지터널을 지나고,

 2㎞ 정도 더 가면 삼거리 버스종점 앞에 닿는다. 인근에 주차할 공간이 있다.


  •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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