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봉화봉'

금산금산 2019. 4. 5. 20:09

포항 '봉화봉'



문득 툭 트인 바위에 오르니 길게 드러누운 낙동정맥 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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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포항이라고 하면 제철소로 상징되는 공업도시를 떠올린다.

또 이름으로도 알 수 있듯이 바다에 접해 있다.

하지만 이런 포항에도 한갓진 데는 있기 마련이다.

죽장면은 포항의 대표적인 오지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포항시의 서북쪽 경계로 면의 서쪽은 영천시와 맞대고 있고 북쪽은 청송이다.

포항에서 청송으로 이어지는 31번 국도와 내연산 방향에서 영천 쪽으로 가는 69번 지방도가 만나는 곳이

 죽장면이지만 포항에서 청송이나 영천 방면으로 가려면 한쪽으로 비켜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죽장면에서 포항시나 청송, 영천 어디를 가더라도 1시간 가까이 달려야 한다.

대중교통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죽장면 지동리에 포항 시내버스가 운행하기 시작했다는 게 뉴스가 될 정도로

 죽장면은 오지 중의 오지이다.




■ 포항 오지 중의 오지마을 죽장면 품어

   
근교산 취재팀이 봉화봉 정상을 지나 하산길에 만난 바위 전망대에서 조망을 하고 있다. 앞에는 낙동정맥 능선이, 멀리는 경주의 산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숨은 동네 죽장면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산이

 낙동정맥 줄기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봉화봉(烽火峰·638m)이다.

봉화봉의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자호천(紫湖川)이 흘러가고

 산의 북서쪽 자락에 죽장면 사무소를 비롯한 동네가 형성돼 있다.

두 개의 도로가 만나는 곳도 면사무소 앞이다.

봉화봉 산행은 크게 봐서 면사무소에서 출발해

 정상을 거쳐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온다.

전체적인 산행 코스는 죽장면사무소~죽장파출소~한옥 뒷담~

임도~격진령~뱀골 정상~봉화봉~범바위~함휘령~범벅재~임도

~입암서원~죽장면사무소로 이어지며

 총거리 10㎞에 순수 산행시간은 3시간30분~4시간,

 휴식을 포함하면 4시간30분~5시간 걸린다.

산행은 죽장면사무소를 나와 왼쪽에 있는 죽장파출소 왼쪽 골목으로 들어서서

 119 의용소방대 건물을 지나면서 시작한다.

골짜기 방향으로 100m가량 콘크리트길을 따라가면 길 쪽으로 유리 차양을 단 한옥이 나온다.

그 앞에서 작은 도랑을 건너 오른쪽 사면으로 올라간다.

밭 사이를 지나 잠시 올라가면 산길이 시작된다.

키 작은 관목을 제치고 올라가면 이내 소나무숲이 나오고 길은 사면을 따라 이어진다.

4~5분 더 가면 소나무를 베어낸 너른 터가 나오고 길은 이곳을 지나 위로 계속 가면 된다.

능선을 따라 오르면서 점차 고도를 높인다.

정면 나무 사이로 봉화봉이 살짝 보인다.





■ 영천·청송·경주까지 훤한 '낮은듯 높은 산'

   
죽장면사무소를 출발해 임도를 만나기 직전에 본 봉화산 북쪽 조망. 31번 국도가 굽이굽이 돌아간다.

10여 분 더 가면 다시 소나무를 베어낸 곳을 지나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만난다.

여기서부터는 임도를 따라 오른다.

5분가량 가파른 길이 이어지다가 경사가 누그러지는 지점에

 임도 오른쪽으로 무덤 1기가 있다.

왼쪽 임도 대신 무덤 뒤의 넓은 임도로 올라간다.

100m 정도 올라간 뒤 임도와 헤어져

 오른쪽 능선 방향으로 난 산길로 오른다.

곳곳에 굵은 나무들이 베어져 있다.

그 덕에 오른쪽으로 멀리 영천 보현산이 보인다.

여기서 7~8분 오르면 경사가 급해지는 지점을 지난 뒤 안부 위 삼거리다. 오른쪽으로 휘어져 가는 넓은 길 대신

 왼쪽 무덤 위로 이어지는 길로 간다.

5분가량 가면 능선 위에 올라서고 격진령 안내판이 붙은 이정표와 만난다. 올라온 방향으로는 '면사무소 1.4㎞', 왼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방향은

 '봉화봉 1.1㎞'이다.

오른쪽은 '광천 1.8㎞'이다.

산 남쪽의 정자리 일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왼쪽 봉화봉 방향으로 간다.

격진령에서 봉화봉까지는 큰 경사 없이 평탄한 길이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짧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차츰 고도를 높이면서 5분 정도 가면 작은 봉우리에 올라선다.

정면 가까이에 두 개의 봉우리가 보인다.

봉화봉은 그 뒤에 숨어 있다.

조금 내려오면 평탄한 길이 200m 넘게 계속된다.

다시 오르막을 2~3분 오르면 갈림길이다.

왼쪽은 면사무소 방향으로 여기선 오른쪽으로 간다.

50m가량 가면 넓은 길에서 벗어나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서는 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7~8분 가파른 길을 오르면 두 개의 봉우리 가운데 오른쪽 봉우리에 먼저 올라서게 된다.

평탄한 길을 거쳐 완만한 오르막길을 7~8분 가면 봉화봉 정상이다.

정상에는 '포항북남여의소대장친목회' 명의로 '자연을 보호합시다 봉화봉 610M'라고 쓰인

 스테인리스 사각기둥에 '봉화봉 637M'라고 쓴 돌이 기대어 있다.

참고로 2만5000분의1 지형도에는 정상 높이가 638m로 돼 있다.

정상 둘레로 나무가 빼곡해 조망이 시원하지는 않지만

 올라온 정면으로 침곡산을 비롯해 낙동정맥이 남북으로 펼쳐져 있다.

서쪽으로는 멀리 보현산과 가까이는 수석봉, 민봉산, 곰바위봉이 솟아 있다.

3개 면이 맞닿아 있다고 해서 면봉산으로도 불리는 민봉산은 포항의 최고봉으로 1113m다.

길은 10시 방향으로 이어진다.




■ 정상 지난 뒤엔 작은 봉우리 오르락내리락

   
입암서원을 지나 죽장면사무소로 가는 도중 가사천 가에 자리잡은 고택과 바위.

가파른 내리막을 100m 정도 내려가면

 경사가 누그러지면서 평탄한 능선길이다.

정상에서 7~8분 내려서면 오른쪽으로 바위 전망대가 있다.

동남쪽의 감곡리 마을과 감곡지, 낙동정맥 능선과 기계면 들판에 이어

 멀리 경주의 산까지 조망이 시원하게 트인다.

이 바위 전망대에서 10m 더 가면 면사무소 방향인 북서쪽으로

 툭 튀어나온 범바위 전망대가 있다.

다시 출발해 10여 분 작은 봉우리 두 개를 지난 뒤

 조금 가파른 오르막을 2~3분 오르면 함휘령이다.

나무가 둘러싼 정상에는 3×4m 정도로 바닥이 시멘트로 덮여 있다.

이정표에 '봉화봉' 1.1㎞' 올라온 길에서 왼쪽으로 '면사무소 2.4㎞',

 2시 방향으로 '범벅재 1.5㎞'로 돼 있다. 범벅재 방향으로 간다.

평탄한 길을 1~2분 가면 작은 봉우리에 올라선다.

길은 여기서 왼쪽으로 살짝 휘면서 100m 정도 가파른 내리막이다.

이어서 다소 평탄한 길을 40~50m 가면 삼거리다.

왼쪽은 입암마을로 바로 내려가는 길이다.

범벅재 방향은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5분 정도면 다시 작은 봉우리에 오른다.

길은 10시 방향 능선으로 이어진다.

낙엽이 두껍게 덮여 있어 길이 다소 희미하지만 따라가는데 어려움은 없다.

10분 정도면 안부를 지나 다시 오르막이다.

예전에는 능선 양쪽 마을을 잇는 고갯길이었음 직하다.

7~8분 힘들지 않은 오르막을 치고 가면 수풀이 뒤덮인 평탄한 봉우리에 '기계 436' 측량표가 바닥에 박혀 있다. 길은 오른쪽 2시 방향으로 내리막이다.

10분가량 내려가면 범벅재 임도와 만난다.

정면으로 오르면 오른쪽으로 휘어져 낙동정맥 줄기인 침곡산으로 연결된다.

범벅재에서 왼쪽으로 꺾어 편안한 임도를 따라 내려간다.

넓은 흙길이라 편안하게 산행 마무리를 할 수 있다.

15분가량 내려가 계곡을 건넌 뒤로 몇 차례 더 계곡을 건너지만 아래로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마지막 부분에 콘크리트 임도를 따라 200m가량 가면 자호천으로 흘러드는 가사천(佳士川)이다.

길은 콘크리트 잠수교로 돼 있어 신발을 벗고 건너거나 조금 위쪽에서 바위를 이어 밟고 건너야 한다.

가사천을 건너면 바로 69번 지방도에 올라서게 된다.

도로에 올라선 뒤 왼쪽으로 200m가량 가면 입암서원의 고풍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다.

키 큰 향나무와 보호수 은행나무가 서원 옆에 서 있다.

여기서 도로를 따라 20분 정도 가면 출발지인 죽장면사무소에 도착한다.





◆ 떠나기 전에

- 하산길 만나는 350여년 역사 입암서원

   
1657년 처음 건립된 입암서원. 고색창연한 서원 마당을 배롱나무가 지키고 있다.

봉화봉 산행을 마치고 내려서는 길에 입암서원(立岩書院)을 만나게 된다. 죽장면 입암리에 들어선 입암서원은 경상북도 기념물 제70호로

 조선 효종 때인 1657년에 건립됐다.

69번 지방도에 바로 접해 있지만 이 도로 자체가

 차량 통행량이 원체 적은데다 포항의 오지에 자리 잡은 탓에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넘쳐난다.

입암이란 말은 서원 옆을 흐르는 가사천 굽이에

 우뚝 서 있는 바위에서 딴 말이다.

서원에서 면사무소 방향으로 50~60m 떨어진 곳에

 물이 S자로 휘돌아나가는데

 그 한쪽에 고색창연한 고택 한 채와 '선 바위'가 있다.

입암서원은 여헌 장현광과 권극립, 정사상, 손우남, 정사진 등을 배향하고 있다.

고종 5년(1868)에 대원군의 서원 철폐 때 훼철되었다가 순종 원년인 1907년에는 화재로 묘우(廟宇)가 불탔다.

서원은 1913년에 복원됐고 묘우도 1972년에 새로 만들었다.

서원 주변에 있는 일제당은 서원에 앞서 1600년에 건립됐고 장현광, 정사진 등이 학문을 강론했다고 한다.

또 노계 박인로가 찾아와 입암가와 입암별곡을 남기기도 했다.

서원 옆에는 아름드리 향나무와 보호수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우뚝 서 있다.

마을 나무인 은행나무는 수령 300년으로 1992년에 지정됐다.

서원 마당에도 곱게 늙은 배롱나무 한 그루가 가지를 드리우고 있다.





◆ 교통편

- 경주IC 내려 안강 지나 31번 국도로

포항 봉화봉 산행은 대중교통이 자주 없는데다 원점회귀이므로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경주IC에서 내려 안강 방면으로 간다.

안강에서는 계속 68번 지방도를 타고 청송 방향으로 가다가 달성 네거리에서 좌회전한다.

여기서부터는 포항-영천 간 31번 국도를 타고 계속 가면 죽장면사무소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경주나 포항으로 가서 갈아타야 한다.

포항에서는 기계로 가면 죽장까지 운행하는 시내버스를 탈 수 있다.

돌아올 땐 죽장면사무소를 나와 오른쪽으로 30m 정도 떨어진 정류장에서 기계와 경주 방면 버스를 탈 수 있다.

오후 4시50분과 6시20분에 기계까지 가는 버스가 있으며 오후 6시에는 경주로 가는 버스가 있다.

기계에서 포항을 거쳐 부산으로, 경주에서 부산으로 가는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 이진규 기자 oc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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