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테마여행] <44> 개불
갯벌 정화 능력 뛰어나 오독오독 씹히는 달짝지근한 맛 일품
평소 바다 생물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내륙 지방 사람들이
어물전을 구경하다 기겁을 하는 해산물이 있는데 그게 바로 개불이다.
생긴 모양이 마치 큰 지렁이 같기도 하고 동물의 창자 같기도 해 몹시 징그럽게 보이기 때문이다.
개불은 몸길이 10∼30㎝ 정도로
주둥이는 짧은 원통형이고
몸 빛깔은 붉은색이 도는 유백색으로
꼬리의 항문 부근에는 9∼13개의 털이 에워싸고 있다.
예전에는 지렁이와 같은 환형동물로 분류했지만
외관상 체절(몸의 마디)이 없어 지금은 의충동물로 분류된다.
개불은 몸의 마디가 없이 하나의 원통 모양으로 된 특유의 조직 때문에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또한 생개불은 콜라겐 함량이 높고 달짝지근한 맛을 내는 글리신과 알라닌이 풍부해
일반 생선회나 조개류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풍미가 있어 횟감으로 인기가 높다.
개불은 갯벌에 U자형 굴을 뚫고
이 구멍으로 해수와 공기를 순환시키면서 갯벌을 정화해
해양 생태계에서 매우 주요한 저서동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토양정화 역할이 뛰어난 지렁이를 '대지의 창조자'라 불렀는데
'바다 지렁이'라 불리는 개불은 갯벌 정화능력이 뛰어난 '갯벌의 창조자'라 할 만하다.
개불은 생긴 모양이 수캐의 생식기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말에 '개불상놈'이란 욕이 있다.
행실이 나쁜 사람을 이르는 이 욕은 '개 ○○ 같은 상놈'이란 의미이다.
또한 우리말에 '개뿔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하찮은 것을 경멸하는 태도로 이를 때 쓰는 말이다.
이 말은 '개 X도 모른다'는 말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데,
여기서 '개뿔'은 개의 '불', 즉 고환에서 유래된 말이다.
우리 모두 개불의 생긴 모양을 머릿속에 그려보자.
그러면 개불이 개의 고환을 닮은 것이 아니라
영락없이 개의 어디를 닮았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조선 순조 때 문신 김려가 지은 '우해이어보'에는
개불을 '해음경'이라 쓰고 생긴 모양이 말의 음경 같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에서는 겉모습이 창자를 닮았다고 해서 '하이장(海腸)'이라 부른다.
개불은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겨울이 제철이다.
이두석·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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