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테마여행] <45> 개조개
살 많고 감칠맛 '탁월'
경남 해안지방 제사상 반드시 올려...
개조개, 개두릅, 개살구, 개나리, 개꿈, 개떡 등등...
우리말 중에는 '개'자가 들어가는 낱말이 많다.
국어사전에서 '개'라는 접두어를 찾아보면
'야생의, 참 것이나 좋은 것이 아니다'라는 뜻으로서
명사 앞에 붙여 쓰며 본류에서 벗어난 아류라는 의미도 있다.
조개류 중에서 산업적으로 아주 중요하면서도 '개'자가 들어가는 조개로는 개조개가 유일하다.
왜 하필이면 그 많고 좋은 이름을 두고 개조개라는 이름이 붙은 것일까.
그 해답은 개조개의 껍데기를 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개조개 껍데기에는 여느 조개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무늬도 광택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성장선이 거칠고 울퉁불퉁하게 배열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개조개의 껍데기는 시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중략)'
문태준 시인의 '맨발'이란 시이다.
개조개가 슬며시 발을 내미는 모습에서
부처님이 열반에 들어 제자에게 관 밖으로 발을 내어 보인 모습을 연상하는
시인의 상상력이 참으로 놀랍다.
부처님은 길 위에서 태어나 평생토록 길 없는 길을 맨발로 걸어 다니다가 그 길 위에서 열반하셨다.
먼 곳에서 중생들을 교화하고 있던 제자 가섭은 늦게 도착하여 관 앞에 꿇어 엎드려 절하자
부처님이 관 밖으로 슬며시 두발을 내밀어 보였다.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그린 팔상도의 곽시쌍부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개조개는 거친 외양과는 달리 껍데기 안쪽은 선명한 보라색이 흰색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워 '내자패(內紫貝)'라 부르기도 한다.
개조개는 들어보아 무겁고 살짝 건드리면 발을 움츠리는 것이 신선하다.
경남 해안지방의 제사상에 꼭 올라간다는 개조개.
살이 많고 감칠맛과 향미가 뛰어나
구이, 볶음, 미역국, 해물탕, 된장찌개 등에 두루 쓰이는 중요한 식재료이다.
개조개는 사시사철 먹을 수 있지만 토실토실 살이 오르는 봄철 개조개가 가장 맛이 있다.
'유곽'은 제철 개조개를 이용한 경남 통영 지방의 향토음식이다.
살을 다져 살짝 볶아낸 개조개를 방아잎, 참기름, 고추장, 된장, 다진 파와 마늘 등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 다음
개조개 껍데기에 채워서 구워낸 개조개 양념구이다.
밥반찬으로도 좋지만 멍게와 함께 비벼먹는 '멍게유곽비빔밥'은 별미중의 별미이다.
향긋한 봄 향기가 난다.
이두석·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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