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테마여행] <49> 군소
한 마리가 1억 개 산란
군소는 연체동물문 복족강에 속하는 동물이다.
몸 빛깔은 흑갈색 바탕에 주로 회백색의 얼룩무늬가 많으나
서식환경에 따라 개체변이가 심한 종이다.
녹조류, 갈조류 등의 해조류를 좋아하며
머리에 있는 큼직한 한 쌍의 앞 더듬이가 토끼의 귀처럼 생기고 순해서
서양에선 '바다의 토끼'라 부르고, 어떤 사람들은
군소가 육지의 껍질 없는 민달팽이를 닮았다고 해서 '바다의 달팽이'라고도 부른다.
'다산의 상징'… 남해안 명절·제사에 산적 올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군소를 굴명충(屈明蟲)이라 하고
'모양은 새끼를 품은 닭 같고 꼬리가 없다.
머리나 목이 겨우 올라 있고, 귀는 고양이와 같다. (중략)…영남 사람들은 이것을 먹는다'라고 묘사하고 있다.
군소는 조개류와 같은 연체동물이지만 몸을 보호하는 패각이 없다.
대신 자선이라는 기관에서 군청색 색소를 뿜어내어 포식자의 접근을 막아낸다.
군소라는 이름도 여기서 유래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암수 한 몸이지만 물속에서 서로 껴안고 있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팔도 없는 매끈한 몸이 줄줄이 길게 달라붙어 있는 것도 기묘하지만
일단 한번 붙으면 좀처럼 떨어질 줄을 모른다.
군소는 다산(多産)의 상징이다.
3월에서 7월 사이에 걸쳐 해조류 사이에
오렌지색의 끈을 뭉친 것 같은 알을 낳는데,
생물학자들은 군소 한 마리가 한 달에 낳는 알의 수가 약 1억 개에 이른다고 한다.
군소는 약 2만개 정도의 신경 세포와 간단한 신경 회로망을 가지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에릭 캔들 교수는 군소를 재료로 학습과 기억의 세포 메카니즘을 밝혀 지난 2000년도에 노벨상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군소는 향이 독특해 남해안 바닷가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이다.
배를 갈라 내장과 색소를 완전히 빼내고 물에 삶아 주로 초장을 곁들여 먹는다.
쫄깃쫄깃하고 달짝지근하면서 쌉싸래한 맛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경상도 해안지방에서는 군소 꼬치를 혼례나 회갑 잔치 때 이용하며 명절이나 제사 때는 군소 산적이 빠지지 않는다.
이두석·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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