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숨쉬는 부산바다 <13> 멍게
날카로운 가시 대신 향긋한 맛 품은 바다의 장미
멍게들이 암초에 촘촘하게 붙어 멍게 밭을 이루고 있다. |
- 바닷물 몸속으로 빨아들였다 내뱉는 습성
- 오염된 곳에서 살면 정상적일 수 없어
- 자연산 구분 무의미… 오히려 관리된 곳 나아
- 뿌리 크기 들쭉날쭉한 것으로 구별 가능
- 경상도 사투리 멍게가 표준어 우렁쉥이 제쳐
- 남성 성기를 뜻하는 순 우리말 어원 속설도
상큼하고 향긋한 향으로 입맛을 자극하는 멍게는 친숙한 해산물이다. 부산 바닷속 어디에서든 멍게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수심이 깊고 조류가 빠른 나무섬, 북형제섬, 남형제섬 바닷속에는 큼직큼직한 멍게들이 암초에 촘촘히 붙어 있다. 이런 지역을 속칭 '멍게밭'이라 부른다. 어민들에게 멍게밭은 자연산 멍게라는 프리미엄으로 소득에 큰 보탬이 된다.
통영 멍게 양식장의 모습이다. 스쿠버 다이버가 줄에 붙여둔 멍게 포자의 생육상태를 살피고 있다. |
멍게가 식용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은 1950년대 이후부터이다. 예전에는 양식법이 개발되지 않아 해녀나 잠수부의 채집에만 의존하던 귀한 해산물이었지만, 최근 들어 양식법이 성행하면서 쉽게 멍게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경남 통영 인근 해역은 우리나라 최대의 멍게 양식 지역이다. 수온이 적합하고 청정해역으로 관리되고 있어 멍게가 살아가는 데 최적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연산 멍게에 대해 집착한다. 자연산 멍게라고 하면 어디에서 잡은 것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바닥면이 썩어 악취가 풀풀 나는 항 내에서 잡아들인 것도 자연산 멍게라고 불리는 것을 보면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물속에서 입수공(위)와 출수공을 활짝 열고 있는 멍게는 꽃이 꽃잎을 펼친 듯 아름답게 보이다. |
결국 관리되고 있는 청정해역에서 양식되는 멍게가 더욱 안전하다는 이야기이다. 즉석에서 해산물을 파는 물양장이나 갯바위 인근 바다에 들어가 보면 멍게를 가득 넣어둔 큼직한 망태기들이 줄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곤 한다. 양식장에서 물차로 배달되어온 멍게들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해녀들이 바닷속으로 들어가 망태기의 멍게를 옮겨 담아 오는 것은 모르고 그 바다에서 잡은 자연산인 줄 알고 반기는 촌극을 빚기도 한다.
한국해양대학교 부두에서 발견된 투명곤봉멍게류이다. 붉은색 식용멍게와 어우러져 있다. |
몸을 수축한 멍게를 살펴볼 때 입구가 플러스(+) 모양인 것이 입수공이며 마이너스(-) 모양인 것이 출수공이다. 출수공은 입수공보다 아래쪽에 있어 배출된 물이 입수공으로 다시 흘러들어 가지 않게 되어 있다.
불가사리가 아직 성체가 되지 않은 멍게를 포식하기 위해 접근하고 있다. |
단체 멍게는 우리가 흔하게 보는 식용 멍게를 생각하면 된다. 반면 군체 멍게는 무성생식으로 개체 수를 늘리면서 서로 몸의 일부를 연결해 무리를 이루고 사는 종으로, 일반 사람들은 볼 기회가 극히 드물다.
단체 멍게든 군체 멍게든 멍게류의 한쪽 끝은 물체에 부착되어 있고 그 반대편에 입수공과 출수공이 자리해 있다. 영도구 동삼동에 있는 한국해양대 인근 해역에는 여름철이면 단체 멍게 중 곤봉멍게류와 유령멍게류를 발견할 수 있는데 퍽 이채롭다.
인간과 같은 척추동물은 발생 초기 배(胚)에 가지고 있던 척색이 척추로 발전하지만, 멍게는 유생기에 꼬리 속에 들어 있는 척색이 성체가 되면서 퇴화하기에 미색동물(尾索動物)로 분류한다. 현재 멍게는 동물 중 일곱 번째로 유전자 지도가 그려졌으며,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의 초기 진화 관계를 규명하는 열쇠가 되고 있다.
■멍게의 어원
나무섬의 멍게들이다. 자신의 몸을 숨기려는 듯 갯고사리를 붙여 두고 있다. |
멍게는 우렁쉥이의 경상도 사투리였지만 표준어인 우렁쉥이보다 더 널리 쓰이게 되자 표준어로 받아들여진 말이다. 민간에서는 멍게의 어원을 해학적으로 풀이하는데 '우멍거지'가 그것이다. 우멍거지는 포피가 덮여 있는 포경 상태의 남자 성기를 가리키는 순수 우리말이다. 실제로 멍게를 가만 들여다보면 우멍거지와 닮은 데가 있다.
껍질에 싸인 채 출수공을 이용해 몸속에 있는 물을 쏘아대는 습성이나, 껍질 윗부분을 자르면 그제야 드러나는 속살도 그러하다. 그렇다고 멍게를 두고 우멍거지라 바로 부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전해지는 유래가 우멍거지의 가운데 두 글자를 골라낸 '멍거'이다. 이 멍거가 모음추이 현상으로 멍게로 불리게 되었다. 멍게를 두고 영어권에서는 '피낭'이라는 뜻의 'Tunicate' 또는 '바다 물총'이라는 뜻의 'Sea squirt'라 부른다.
공동기획 : 국제신문, 국토해양부 영남씨그랜트, 국립 한국해양대학교
남형제섬 바다속. 멍게들이 무리지어 있는 모습이 꽃밭을 이루고 있는 듯 보인다. |
바다속에 멍게를 담아둔 망태기가 줄에 매달려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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