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숨쉬는 부산바다 <12> 오륙도
거센 물살 헤치고 만난 해양생물에 경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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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한 동료다이버를 오륙도를 배경으로 반수면촬영했다. 뒤편 왼쪽부터 등대섬, 굴섬, 송곳섬, 수리섬과 솔섬이 보인다. |
- 7년 전 섬 사이 급류로 다이빙 포기
- 난생처음 탈진 등 악몽 가시질 않아
- 최근 과거 실패했던 좁은 수로 피해
- 굴섬 동쪽면을 방패 삼아 수중 입수
- 산란 맞은 보라성게 직벽에 집단 서식
- 빨간부채꼴산호·무쓰뿌리돌산호 장관
- 솔섬에선 멸종 위기 홍합 등 자태 뽐내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24호로 지정된 오륙도는 육지에서 가까운 것부터 방패섬(2166㎡), 솔섬(5505㎡), 수리섬(5313㎡), 송곳섬(2073㎡), 굴섬(9716㎡), 등대섬(3416㎡) 이렇게 여섯 개의 섬으로 나누어진다. 1740년에 편찬된 동래부지 산천도에 따르면 동쪽에서 보면 여섯 봉우리가 되고 서쪽에서 보면 다섯 봉우리가 된다 해서 오륙도라 이름 지어졌다 한다. 방패섬과 솔섬의 아랫부분이 거의 붙어 있어 썰물일 때는 한 개의 섬으로 보이고 밀물일 때는 두 개의 섬으로 보인다는 데서 이름의 유래를 찾는 것은 19세기 일본 사람이 잘못 기록한 내용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섬 주변은 조류가 매우 빨라 뱃길이 위험하였기에 옛날 이곳을 지나는 뱃사람들은 항해의 무사함을 기원하기 위하여 공양미를 바쳤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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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호의 일종으로 아열대 바다에 주로 서식하는 무쓰뿌리돌산호류가 무리를 이루고 있다. |
스쿠버 다이빙을 오래 하다 보니 주위 사람들로부터 가장 위험했던 경험은 어떤 것이었느냐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남극과 북극의 얼음 바다에서 뼛속까지 파고들던 냉기도 겪어보고, 상어나 바다독사 같이 위험한 바다동물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기자가 겪은 가장 위험하고 힘들었던 경험은 부산의 랜드마크인 오륙도 바다에서였다. 오륙도에 대한 트라우마는 부산 바닷속을 기록하고자 하는 기자에게는 늘 숙제의 대상이었다.
7년 전인 2005년 가을. '부산의 무인도를 찾아서' 기획시리즈 취재를 위해 관용선을 타고 오륙도로 향했다. 배가 등대섬과 굴섬 사이에 도착하자 선장은 항로 표지 작업을 하러 가야 하니 40분 후에 데리러 오겠다고 한다. 안전한 다이빙을 위해서 다이버가 물속에 있는 동안 배는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하지만 배를 얻어 타고 왔다는 부담 때문에 선장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런데 배에서 뛰어내려 물속으로 들어가니 섬과 섬 사이에 만들어진 좁은 수로로 엄청난 빠르기의 물살이 흘러들고 있었다.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이빙을 포기하고 수면으로 올라오니 배는 영도 쪽으로 향한 채 점점 멀어져가고 있었다. 물살에 흘러가버리면 먼바다에서 표류하게 될 판이었다. 그 자리에서 배가 돌아오기까지 버텨야만 했다. 필사적으로 핀(Fin)을 휘저으며 물살에 맞서면서 난생처음 탈진이란 걸 경험했었다. 그 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륙도 다이빙을 몇 번 시도했지만 날씨 등의 사정으로 인연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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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섬에서 발견된 빨간부채꼴산호류의 모습이다. 나무섬이나 형제섬에서 발견된 것보다 크기가 작은 편이었다. |
지난달 드디어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7년 전 실패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수로를 피해 섬으로 접근했다. 섬과 섬 사이는 강한 물살이 흘러들고 있었지만 굴섬 바로 동쪽 면은 섬이 방패가 되어서 다소 안정적이었다. 바닥면까지 내려가자 수심 30m를 가리킨다. 나침반을 보며 서쪽으로 향하자 바닷속에 숨겨진 굴섬의 뿌리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여섯 개의 섬과 선착장이 있는 승두말은 12만 년 전에는 하나의 산 능선으로 이어져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몰아친 파도와 비바람은 산 능선의 약한 부분을 깎아내 여섯 개의 섬을 만들어 지금 오륙도의 모습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굴섬, 등대섬, 송곳섬, 수리섬, 솔섬, 방패섬이나 승두말 모두 뿌리 부분은 하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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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직한 홍합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껍데기에 따개비 등 부착생물이 덕지덕지 붙어 있어 얼마나 오랫동안 지냈는지 짐작하게 한다. |
수중 직벽을 더듬으며 조금씩 상승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직벽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보라성게들이었다. 한 마리를 잡아 배를 갈랐더니 알과 생식선이 가득 차 있다. 8~10월이 산란기이다 보니 보라성게들이 제철을 맞은 셈이다. 굴섬은 물살이 빠른데다 수심이 깊어 해녀들 손길이 닿지 않는다. 이곳의 성게들은 가장 강력한 천적인 사람의 손길로부터 어느 정도는 자유로울 수 있다. 조금씩 얕은 수심으로 올라오자 다양한 서식 종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빨간부채꼴산호류였다. 물살이 빠른데다 물이 맑아 산호류가 서식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빨간부채꼴산호 옆으로 무쓰뿌리돌산호 무리가 보였다. 무쓰뿌리돌산호는 경산호의 일종으로 아열대 바다에 서식하는 종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부산이나 경남 연안에서 이들이 발견되면 지구 온난화, 남해안의 아열대화 등의 틀에 맞춰져 뉴스의 초점이 되곤 했다. 그런데 사실 무쓰뿌리돌산호는 태종대, 영도, 나무섬, 형제섬, 광안리, 민락동 수변공원 등 부산 연안 어느 곳에서나 쉽게 발견되는 종이다. 굴섬 직벽을 따라 남쪽으로 향하자 직벽이 오른쪽으로 서서히 꺾어지면서 강한 물살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굴섬의 끝이자 등대섬과의 수로가 시작되는 지점이었다. 강하게 밀려오는 물살이 몸에 휘감아 돌자 7년 전 굴섬과 등대섬 사이에서의 일들이 새삼 떠올랐다. 직벽에 돌출되어있는 바위를 한 손으로 잡은 채 강한 물살을 버텨내는데 나름의 재미가 있다. 직벽에서 벗어나 상승을 시작하자 몸이 떠밀려가기 시작한다. 그래도 물 위에는 나를 기다리는 배가 있을 테니 오륙도 수로의 빠른 물살도 즐길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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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휴식 후 솔섬으로 향했다. 솔섬에서는 큼직한 홍합과 전복을 찾을 수 있었는데 홍합의 경우 얼마나 오랜 세월을 오륙도 바다에서 지냈는지 껍데기에는 따개비 등 부착생물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지금은 외래종인 진주담치들에게 서식환경을 빼앗겨 버려 남해안과 부산 연안에서 멸종 위기를 맞고 말았지만 과거 홍합은 우리나라 연안 어디에서든 흔하게 볼 수 있던 조개류였다. 홍합 주위에는 전복과 소라 등 조개류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솔섬을 비롯한 오륙도 섬들은 화산암으로 형성되어 있어 해조류가 부착하기 쉽다. 딱딱한 암반 지형과 풍성한 해조류는 이들 조개류에게는 훌륭한 삶의 공간을 만들어준다.
공동기획 : 국제신문, 국토해양부 영남씨그랜트, 국립 한국해양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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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는 보는대로 느끼는 삶의 여유이다. 왼쪽 육지에서 가까운 것부터 방패섬(2,166m²), 솔섬(5,505m²), 수리섬(5,313m²), 송곳섬(2,073m²), 굴섬(9,716m²), 등대섬(3,416m²) 이 정겹게 자리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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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쓰뿌리돌산호류의 모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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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섬 바다속에서 발견된 전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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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을 맞은 보라성게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