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부산의 [전설 보따리] <1> 효성에 감동한 '산신령'

금산금산 2013. 12. 28. 15:07

 

주영택이 발로 찾은 [부산의 전설 보따리] <1> 효성에 감동한 '산신령'

모래고개 꼭대기에 만병통치 약초가 …

 

 

 

 

 

효성에 감동한 산신령 이야기가 전해지는 부산 금정산성길의 모래고개.

- 장소 : 부산시 금정구 금성동

- 아픈 홀어머니 모시던 아들, 매일 새벽마다 간절한 기도
- 꿈속 노인말 믿고 겨울산행, 호랑이 도움받아 약초 캐내 어머니 병 낫고 행복하게 살아

금정산에 있는 산성마을에서 1km쯤 대천천을 따라 산성길을 내려가면 모래고개가 나온다.

이 고개는 산성마을과 구포를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로 구포장을 다녀오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다.

모래고개는 마사(磨砂)로 이루어졌으며, 숲이 우거져 호랑이가 살았다고 한다.

사람들이 구포장에 갔다가 오면 호랑이가 모래를 펄펄 날려, 이 모래고개에서는 사람들이 겁이 나서

빠른 걸음으로 지나다녔다고 한다.

이 고개 바로 동쪽에는 50여 호의 죽전마을이 있다.

마을 아래에는 금정산성 서문이 있고, 대천천에 세 개의 아치를 이룬 홍예수문이 자리한다.

크고 묵직한 돌을 쌓아 조성한 홍예수문은 말없이 낙동강을 지켜보고 있다.

바로 그 죽전마을에 홀어미와 효성이 지극한 아들이 살았다.

아들이 스무 살 되던 겨울에 어미가 병이 났다.

집안이 너무 가난하다 보니 변변한 약 한 첩도 쓸 수 없는 처지지만,

아들은 어미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정성껏 했다.

 

그러나 어미의 병은 차도가 없었다.


마침내 아들은 추운 겨울인데도 새벽마다 정화수를 마당가에 차려놓고 백일기도를 시작하였다.

이렇게 하기를 백여 일이 되던 날, 눈이 펑펑 쏟아지는 마당가에 정화수를 차리고 전처럼 기도하다가

깜박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 백발노인이 백호를 타고 앉아서 청년을 내려다 보고 말했다.

 

"나는 이 고을의 산신령이다. 너의 효성이 지극하여 특별히 너에게 어미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초를

알려 주겠으니 똑똑히 들어라. 이 마을 아래 모래고개 위의 산꼭대기에는 무슨 병이라도 고칠 수 있는

약초가 있을 것이니, 그걸 캐서 네 어미에게 달여 먹이면 병을 고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아들이 놀라 눈을 번쩍 떠보니 자기가 정화수를 떠놓은 소반에 엎드려 잠이 깜박 든 것이었다.

 

 

아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꿈이 신기하여 이튿날 아침 날이 새자마자 눈 덮인 모래고개 위의

산꼭대기를 오르기 시작하였으나, 눈이 많이 쌓여 엎어지고 넘어지면서 한 나절이 넘어서야

겨우 산 중턱까지 도달하였다.

 

그때 갑자기 큰 호랑이가 나타나 앞을 가로막고 서서 꼬리를 흔들며 자기의 등을 타라는 시늉을 했다.

아들이 자세히 보니 어젯밤 꿈에 본 그 호랑이였다.

산신령이 보내준 것이라 믿고 호랑이 등에 올라 타니, 호랑이가 커다란 바위 아래까지 데려다 주었다.

호랑이의 등에서 내려 보니 겨울인데, 눈 속에 파란 약초가 나 있어 그것을 캐어 품으니

이번에는 또 호랑이가 자기가 태워줬던 곳까지 와서 그를 내려 주었다.

아들이 집으로 내려와 약초를 달여 드리니 어미가 먹고 병이 나았다.

 

그 뒤 아들은 좋은 배필을 만나 결혼도 하고 마을 이장(里長)이 되어 어미와 더불어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가마골 향토역사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