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飯事] 18. 자사호 1 - '숨쉬는' 찻그릇
발효차 우려 낼 때 쓰는 소형 찻주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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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 생산된 자사호. 모양과 색깔이 다양하다. 도림원 제공 |
그중에서 '자사호(紫沙壺)'는 차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 다소 어색한 용어일 것 같다.
한자어 그대로 해석하면 '자줏빛 모래로 만든 병'이다.
이른바 보이차와 같은 발효차를 우려낼 때 사용하는 소형 찻주전자라고 보면 된다.
여기서 '자사'는 중국 장쑤성 이싱(宜興)지역의 딩산(丁山)에서 생산되는 자줏빛 점토다.
이싱지역은 지금도 자사 흙 가공공장과 도자단지로 유명하며, 해마다 수많은 차인과 관광객이 찾고 있다.
자사는 다른 흙에 비해 철분 함량이 높다.
특히 양화철, 석영, 운모, 고령토 등과 섞여 구워지는 과정에서 다양한 색을 연출한다.
자사호는 철분 함량이 높을 수록 색깔도 짙게 나타난다.
자사를 흔히 '오색토' '오복토'라는 말로도 바꿔 부르는데
크게 청록색, 적홍색, 황색, 흑색, 백갈색 등이 나타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사의 색상이 최소한 200가지는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사호]는 유약을 바르지 않고 1천100∼1천270도의 고온에서 굽는다.
유약을 바르지 않았으니 숨을 쉴 수 있는 기공이 많다.
전문가들은 자사호의 공기 호흡률이 도기와 자기의 중간쯤이라고 추정한다.
수분 흡수율은 대략 2% 이하다.
말 그대로 숨쉬는 그릇인 것이다.
국내에 보이차가 유행하면서 자사호를 가진 차인이 많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들이 보유한 자사호 중에는 자사호라고 말할 수 없는 것도 많다.
한 지인이 애지중지하던 자사호 감정을 의뢰해 살펴보니 자사호가 아니었다.
장식품으로는 쓸 만했지만 흙이 좋지 않아 차를 마시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설명해 주었다.
색깔과 모양이 비슷하다고 다 자사호인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자사로 만든 것만이 자사호다.
좋은 자사로 만든 자사호라야 찻물의 맛과 신선도가 최적으로 유지된다.
특히 자사호는 오래 사용할수록 좋은 다기가 되는데,
심지어 하나의 차를 하나의 자사호에만 사용했다면
자사호에 밴 그 차 특유의 향과 맛 덕분에 그냥 맹물을 부어도 여전히 그 차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dorimwon@hanmail.net
이근주
한중차문화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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