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바구

이야기 공작소 <14-6> [부산시민공원 스토리]- 시민공원의 '명품 나무'들

금산금산 2014. 7. 21. 15:58

이야기 공작소 <14-6>

[부산시민공원 스토리]-

시민공원의 '명품 나무'들

 

 

 

쓰레기더미서 찾아낸 100살 녹나무, 명품공원 속 명품으로 우뚝

 

 

 

 

- 고물상 한켠에서 자라던 희귀 녹나무
- 벌목 직전 공무원이 발견 시민공원으로
- 전국 네댓 그루뿐인 1억5000만원 짜리

- 범어정수장 명물 소나무 두 그루 부부송
- 헬기타고 이사, 새 보금자리서 알콩달콩

- 범어사 지키던 네 그루 소나무 옮겨오고
- 시민 기증 나무들도 튼실하게 뿌리 내려
- 새로운 가지 뻗고 새 잎 피워 숲을 이뤄
- 어머니 품처럼 넉넉한 그늘과 안식 제공

 

저게 무슨 나무일까?

무슨 나무길래 저리 생겼을까.

손바닥 펼치듯 가지를 활짝 펼쳐서 하늘을 떠받친 나무다.

가지 끝은 매서워 금방이라도 하늘을 할퀼 기세다.

할퀴지 못하도록 가지 끝마다 푸른 이파리 골무를 끼웠다.

가지 사이사이 스며든 햇살은 가지를 눈부시게 하고 가지를 펼친 나무를 눈부시게 한다.



마침내 개장한 부산시민공원!

[남문]은 부산진구 범전동 성지초등학교 방면에 있다.

남문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가지 끝이 하늘을 할퀼 것 같은 나무가 나온다.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저절로 찾아진다.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찾아지는 사람은 얼마나 귀한가.

나무는 언뜻 보기에도 귀해 보인다.

언뜻 보기에도 나이 들어 보이고 바람과 서리, 풍상이 들어 보인다.


# 녹나무의 꿈

   
녹나무가 시민공원으로 옮겨지기 전 재활용센터 한 켠에서 고물과 뒤섞여 자라던 때의 모습.

"원래 여기 있던 나무는 아닙니다."

부산시청 시민공원추진단 전익성 주무관이 햇살 가지 아래 서서

나무가 겪은 풍상을 늘어놓는다.

한 땀 한 땀 이어가는 말이 모두 맞는 말이라고

나무는 말끝마다 이파리를 끄덕인다.

나무가 원래 있던 곳은 자원재활용센터 마당.

연산동 부산시청 뒤편 고물상이 도시계획으로 헐리게 되자

나무 역시 잘릴 처지였다.

 

나무 이름은 녹나무.

나이는 백 살이 넘는다.

고물에 뒤섞여 고물이 되어 가던 나무가 이목을 끌게 된 건 [재활용센터]가 도로로 편입되면서였다.

연제구청은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로 묶인 이 일대를 작년 중순 정비하면서 [보상절차]에 들어갔다.

땅값을 보상하면서 수목 폐기처분비 250만 원을 별도로 지급했다.

백 살 녹나무를 베어 내고 갖다 버리는 데 드는 돈이었다.

녹나무 옆 25미터 메타세쿼이아도 베어야 했다.



나무 소유주인 [재활용센터 대표]는 '부산의 어머니 같은 나무'를 건드릴 수 없다며 시에 기증 의사를 밝혔다.

현장 답사에 나선 담당 공무원은 다행히 눈이 밝았다.

나무의 가치를 대번에 알아챈 것이다.


"이 정도 녹나무는 [제주도 세 그루], [남해군 한 그루]에 불과합니다."

 

재활용센터 [녹나무]는 높이 15m, 밑동 주름 1.2m에 이르는 보호수급.

전국에 네댓 그루뿐인 희귀수라고 전익성 주무관은 평가한다.

전문가 감정 결과는 나무가 가진 가치를 한껏 높였다.

돈으로 따지니 무려 1억 하고도 5000만 원이었다.

말 그대로 '억!' 소리가 났다.

나무 나이 60살 이상으로 밝혀진 [메타세쿼이아]는 2000만 을 호가했다.

나무를 부산시민공원에 옮겨심기로 했다.

하마터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뻔한 나무가 생명을 이어가고 역사를 이어가는 '결정적 순간'이었다.

나무가 나무인 만큼 옮기는 작업은 조심스러웠다.

이식하기에 앞서 뿌리 주변 흙을 파내는 [분 뜨기]에만 꼬박 20일이 걸렸다.

뿌리 하나하나 일일이 붕대를 감았다.

[이송작업]은 더욱 조심스러웠다.

저상 특수 트레일러를 이용한 이송은 2013년 제헌절 어두운 새벽에 이뤄졌다.



녹이 슨 나무를 보았는가/ 녹나무 푸른 이파리는/ 나무에 슨 청록/ 방금 녹을 벗겨 낸 것처럼/

나뭇가지 사이사이/ 햇살 광택이 반짝인다/ 녹슬고 벗겨 내기를/ 백 년이 더 된/ 부산시민공원 녹나무/

백 년이 더 된 햇살 광택이/ 나뭇가지 사이사이/ 방금 녹을 벗겨 낸 것처럼/ 반짝이고 있다 (동길산 시 '녹나무')



녹나무는 해안 방풍림으로 심었던 나무.

짠물, 짠바람에 강하다!

 

제주의료원 두 그루와 제주도 녹나무 자생지는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재질이 단단해 배를 만드는 나무로도 쓰였다.

경북 울진에서 출토된 8000년 전 신석기 목선과 2012년 출토된 김해 봉황동 3, 4세기 목선 소재가 녹나무였다.

해양도시를 상징하는 나무로 내세울 만하다.

꽃은 계절의 여왕 5월에 하얗게 노랗게 왕관처럼 핀다.


# 부부송의 묵언

   

부산시민공원거울연못을 지키는 부부송. 평가액이 4억 원을 웃돈다.

백한기 선임기자

공원에는 녹나무 말고도 눈여겨볼 나무가 넘친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수염 달린 고목들을 심심찮게 만난다.

영화에서처럼 양팔 양다리를 휘저으며 달려올 것 같은 나무가

수두룩하다.

그런가 하면 [마음을 애틋하게 자극하는 나무]도 있다.

잘 해 주지 못해서 미안한 사람,

잘 해 줬더라도 더 잘 해 주지 못해서 미안한 사람.

부부송(夫婦松)은 애틋한 마음을 자극하는 나무다.

부부송이 뿌리내린 곳은 공원 남1문과 남2문 사이 연못이다.

연못 양쪽 멀찍이 떨어져 마주보는 소나무 두 그루가 [부부송]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는,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떨어져 지내는 [상실감]은 또 얼마나 큰지는 그 사람이 떠나고 나면 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기 전에 잘 해 주라고, 잘 해 줬더라도 더 잘 해 주라고

 시민공원 부부송은 묵언으로 일러 준다.



[부부송]도 녹나무처럼 옮겨 온 나무.

애초 금정구 청룡동 범어정수장 나무였다.

작년 10월 산림청 헬기로 이송했다.

2010년 가덕도 팽나무를 바지선으로 이송한 적은 있어도 [헬기 이송]은 부산에서 부부송이 처음이다.

어떤 나무이기에 융숭한 대접을 받는 걸까.

나무를 자꾸 돈으로 환산해서 좀 그렇긴 하지만 평가액은 4억8000만 원!

'설마' 하다가도 막상 나무를 보면 '역시' 한다.

굽이굽이 굽이지고 훠이훠이 용트림하는 기상이 나무를 있어 보이게 하고 나무를 보는 사람을 있어 보이게 한다.

부부송이 위치한 연못은 '거울연못.'

 연못에 비친 나무를 거울처럼 보라고, 연못에 비친 불빛을 거울처럼 보라고 거울연못이다.

나무만 비칠까!

불빛만 비칠까!...

연못 주위에는 부부송과 대화해 보라고 목재 관람석이 있다.

관람석에 앉아 있으면 연못에 몸이 비치고 어느 한순간 몸에서 벗어난 마음이 비치리라.



# 사천왕 같은 소나무들

"공원을 지키고 부산을 지키는 사천왕이죠."

옮겨심기는 범어사 소나무도 마찬가지다.

[연지동 출입문 부근 네 그루 소나무]는 지난 2월 중순 범어사에서 이식한 나무다.

대웅전 양옆 두 그루씩 있다가 수종을 동백으로 교체하면서 범어사가 부산시민공원에 기증했다.

전익성 주무관 표현대로 절을 지키는 사천왕처럼 부산시민공원을 지키고 부산을 지키는

[네그루 소나무]가 되어 오가는 사람에게 절 받는 나무가 되리라.

나무에게 절 해 본 적이 있는가.

보는 사람이 있으면 민망해서 안 할지라도 아무도 없을 때 허리 깊숙이 기울여

 마음 깊숙이 기울여 절 해 본 적이 있다면 분명 깊숙한 사람이리라.

깊은 사람이리라.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무에게 절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보는 사람 아무도 없을 때 범어사 소나무에게 허리 깊숙이 기울이는 마음 깊숙한 사람이면 좋겠다.

나무가 있으면 숲도 있을 터.

시민공원은 곳곳이 숲이고 곳곳이 숲길이다.

도심에 터 잡은 숲이고 숲길이라서 존재감이 각별하다.

걸어서 또는 버스나 도시철도를 타고 가면 되는 곳에

새소리 품은 숲이 있고 감촉 푹신한 숲길이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백 년 만에 부산시민을 맞은 공원에 화답하려면 하루라도 일찍 가고 하루라도 더 가야 할 듯.

사람을 만나 눈도장 찍듯 공원에 눈도장을 찍자.

숲에다 대고 숲길에다 대고 눈도장 찍는 사람은 눈매도 풋풋하리라.



# 시민 참여로 일군 숲들

'나는 내 삶의 주인!' 부산시민공원 숲은 셋.

참여의 숲, 기억의 숲, 향기의 숲이다.

참여의 숲은 시민 참여로 일군 숲이다.

시민 헌수운동이 숲을 우뚝 세웠다.

큰 나무 1635그루와 작은 나무 5500여 그루가 숲을 봄 여름 다르게 하고 가을 겨울 다르게 한다.

참여의 숲을 따라서 들어선 100미터 참여의 벽은 감동적이다.

벽으로 쓰인 타일 한 장 한 장에 나무 기증자와 기증 나무, 한 마디가 적혀 있다.

 "삶의 주인공은 자신"이라는 허숙희 시민의 말 한 마디가 주는 여운은 100미터 벽보다 길다.

자매도시 정원, 시민 꽃밭, 체험실습장은 참여의 숲을 무성하게 한다.



부산시 자매도시는 후쿠오카, 상하이, 블라디보스토크.

[세 도시]에서 직접 설계한 자매도시 정원은

부산시민이 참여하는 정원을 넘어 세계시민이 가꾸는 정원이란 의미가 크다.

[후쿠오카]는 대나무 담장을 직접 제작했다.

[시민 꽃밭]은 시민이 직접 가꾸는 꽃밭이다.

텃밭이 아니기에 꽃 종류만 심을 수 있다.

체험실습장은 공원에서 운용하는 각종 프로그램, 가령 홈 가드닝, 도시농업 등을 체험하는 공간이다.

참여의 숲 나무도 그렇고 부산시민공원 모든 나무는 나무마다 명찰을 달았다.

명찰에는 QR코드가 있어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나무 이름, 크기, 기증자 등등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난다.

기억의 숲은 [공존의 공간]이다.

기억의 숲을 꽉 채운 나무는 플라타너스.

명찰에는 양버즘나무라고 적혀 있다.

플라타너스의 우리 이름이 양버즘이다.

나무껍질이 버짐 난 것처럼 보여서 그렇게 불린다.

기억의 숲 양버즘나무는 모두 98그루.

하야리아 부대 여기저기 산재하던 것을 한데 모아 양버즘나무만의 숲으로 조성했다.

일제 강점기와 미군부대 시절을 기억하자는 염원이 담긴 작명이고

과거와 현재의 공존이라는 숙제가 담긴 작명이다.

 

# 부전천과 전포천을 껴안고

부산시민공원 나무는 물소리를 들으며 자란 나무.

가지를 귀처럼 쫑긋 세워 일 년 삼백육십오일 물소리를 받아들인다.

공원을 가로지르는 물길은 부전천전포천.

부전천변 한 그루 나무는 고혹하면서 고집스럽다.

양버즘나무인데도 생긴 건 양버즘을 뛰어넘었다.

가로수 양버즘은 통행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고 수시로 가지를 쳐 대체로 반듯한 반면,

여기 양버즘은 이리 뒤틀리고 저리 뒤틀려 사방팔방 자유분방 제 고집대로 뻗어 나갔다.

일탈의 나무인 셈이다.

부전천 강바람 물바람이 키운 나무라서 '바람난 나무'라고 작명하면 어떻겠느냐고

전익성 주무관이 너스레를 떤다.

강바람 물바람에 신바람 난 나무니 뭐 어떻겠느냐며 덩달아 너스레를 떨어본다.

물이 넉넉한 만큼 깊은 우물이 있었다.

우물이 있던 곳은 범전동 본동마을 터주대감의 집.

삼각형 모양 마을이 미군부대를 파고드는 형상이라서 돌출마을로 불렸다.

지금은 공원에 편입됐지만 미군부대가 있을 때는 옹기종기 아흔 동 건축물이 마을을 이뤘다.

마을을 수용한 시는 우물 소유주의 의견을 받아들여 지름 1.5m, 깊이 20m 깊은 우물터를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조사 결과 120년 된 우물로 범전동에 오랫동안 거주한 개인의 소유지만 마을 사람이 공동으로 썼던

나눔과 공존의 미덕이 담긴 생활유산이었다.

부산은행이 10억 원을 기부해 전통양식으로 복원되었다.

빨래와 등목 등 청동조형물 다섯 점은 우물터에 운치를 더한다.



깊으면 얼마나 깊겠나 싶다가도/ 길어 올리면 길어 올린만큼 채워지는/ 그 깊이를 모를 속/ 맑으면 얼마나 맑겠나 싶다가도/ 내어주면 내어준 만큼 선해지는/ 바닥까지 다 보이는 사랑 (동길산 시 '우물')



   

이제 막 개장한 부산시민공원.

길어 올린만큼 채워지는 우물처럼 내어준 만큼 선해지는 사랑처럼 그 속은 깊고 맑다.

나무를 품은 속이고 하천을 품은 속이고 무엇보다 사람을 품은 속이다. 깊고 맑은 공원에 들어 공원의 일부가 되어 보자.

노을 스며드는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 몸은 물론이고 마음에도 노을을 들여 보자.

그대가 노을인 줄 알고 지나가는 사람 들 힐금힐금 쳐다보려니.

그대에게 말 걸고 싶어 슬금슬금 다가오려니.


동길산 시인

※공동기획: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부산시설공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