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동 고분군 베일을 벗기다] 3.
부산박물관 '1~3차 발굴조사' 성과
무덤 한 곳서 상자 10개 분량 갑옷 조각 쏟아졌다
▲ 긴 목 항아리(M3호분 출토) |
2011년 여름, 부산 [연산동 고분군] 중에서도 대형 고분에 해당하는 M3호분 발굴이 한창이었다.
"부곽 내부를 조사하는데 엄청난 양의 갑옷 편(조각)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어요.
아마 플라스틱 빵 상자에 족히 10상자는 담았을 걸요?
발굴 유물을 보면서 5세기 후반의 시대적 상황을 새롭게 해석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연산동 고분군]에 대한 부산박물관 1~3차 발굴 조사의 중심에 있었던
부산박물관 문화재조사팀 홍보식 팀장의 얘기다.
2009년부터 [연제구청]과 [부산박물관]에서 실시한 연산동 고분군 1~3차 발굴조사는
연산동 고분군에 대한 역사학자들의 인식과 가치를 한 단계 높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의 발굴 성과는 연산동 고분군을 [국가 사적지로 지정해야] 할 당위성을 만들어 주기에 충분했다.
■ 고총고분 조성의 특징
고총고분이 조성돼 있는 연산동 구릉(배산에서 뻗어 나와 있음)은
남쪽, 중앙, 동북쪽 등 [3곳의 넓은 지대]가 있다.
현재까지 조사를 통해 밝혀진 연산동 고총고분(18기)은
바로 이곳에 각각 대형 고분 1기(M3호분, M6호분, M10호분)를 중심으로
4~7기의 중·대형 고분이 모여 있는 형태로 조성돼 있다.
무장적 성격 강한 지배층 무덤
대형고분 중심으로 일렬로 군집
5C 후반 부산식 고배 대량 출토
조문객 접대 위한 '화덕'도 발굴
가장 낮은 지대에 위치한
[1군]은 M3호분을 중심으로 남-북 방향으로 일렬로 배치돼 있는 게 특징이다.
[M3호분]의 평면은 긴 타원형이고, 무덤은 차진 흙덩어리를 이용해 수평으로 쌓았다.
[2군]은 중심 고분인 M6호분 주변을 7기의 중·대형 고분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이다.
[M6호분]은 비교적 경사도가 심한 지형에 있어 삼각형의 크고 높은 토제를 활용한 성토 방식을 취했다.
[3군]은 고분군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데, [M10호분]을 중심으로 남북 방향으로 배치돼 있다.
홍 팀장은 "개별 고총고분에서 출토된 토기의 형식으로 봤을 때 중심 고분의 조성 시기와 각 군을 구성하는
고총고분의 조성 시기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신경철(고고학과) 부산대 교수는
"가족묘라기보다 지역 수장들과 그와 관련된 계보들의 무덤이 이룬 군집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 무덤 주체부 구조의 다양성 확인
연산동 [고총고분] 가운데 내부 조사가 이루어진 5기(M3, M4, M7, M8, M10호분)의 고분은
발굴조사 결과 모두 수혈식 석곽묘라는 공통점을 확인했다.
하지만 [5기]의 매장주체시설은 칸막이벽의 유무와 주·부곽 구덩이(묘광)의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른 구조를 가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요컨대, [M4호분]과 [M7호분]에는 석재로 된 칸막이벽이 있는 반면,
[M10호분]은 벽이 없는 단곽식(한 무덤 안에 한 개의 덧널을 갖춘 양식)인 것으로 조사됐다.
[M3호분]은 무덤 주·부곽에 별도의 뚜껑돌(개석)이 놓여 있는 완전한 형태의
이혈 주·부곽식(구덩이를 따로 파고 일(日)자식으로 배치)인데 반해,
[M8호분]은 중앙에 흙으로 칸막이벽을 두어, 별개의 무덤구덩이를 판 것으로 추측되나
주·부곽의 뚜껑돌은 연속적으로 놓여 있다.
이처럼 한 고분군 내에서의 다양한 구조와 특징은
당시 [부산지역 삼국시대] 고분 축조 방식을 연구·복원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된다.
■ 무장적 성격의 철제 유물 다량 출토
[M10호분]에서는 판갑, 찰갑 등의 무구류와 재갈, 등자, 안장틀 등의 마구류, 또 철촉, 철모, 철검 등의 무기류 등 무장적 성격을 대변하는 철제 유물이 다량 출토됐다.
특히 마구류에서 안장틀과 그 부속구의 조합을 알 수 있는 유물이 출토된 점이 주목된다.
또, [M3호분]의 경우 주곽에서는 다량의 찰갑, 투구편이, 부곽에서는 삼각판혁철판갑 등이 출토되었다.
일제강점기 연산동 고분군에서 나온 갑옷과 투구, [M8호분]의 찰갑과 판갑 등의 출토를 예로 보아
연산동 고분군 내 고총고분 대부분에는 갑옷과 투구가 부장되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측된다.
이를 근거로 연산동 고분군에 묻힌 [무덤의 주인공]은 무장적 성격이 강한 지배층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정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연산동 고분군에 묻힌 사람들은 정치적으로는 신라 쪽과 친밀한 관계를 맺었지만,
왜계 갑주나 대외 관계 유물 등으로 판단해 신라에 의해 지배받은 게 아니라
독자적 활동 세력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새로운 토기문화 확인
1~3차 발굴 결과, [연산동 고분군]에서는 앞 시기와 다른 토기문화도 꽃피웠을 것으로 추측됐다.
5세기 후반 부산지역에서만 출토되는 부산식 고배가 다량 출토됐기 때문이다.
[복천동 고분군]에서는 가야와 신라적인 요소가 결합돼 상하로 엇갈린 구멍을 뚫은
소위 품(品)자 형의 굽다리접시가 다수를 차지하며 색조는 주로 밝은 회색 또는 회청색을 띤다.
하지만, [연산동 고분군]의 굽다리접시는 이와 달리 짙은 흑색을 띠며 하나의 구멍을 가지는 게 특징이다.
또 [복천동 고분군]에서는 주로 물결무늬나 여러 겹의 선이 그려진 집선무늬로 토기를 장식했는데,
[연산동 고분군]에서는 곡선과 직선을 다양하게 활용한 원점무늬, 반원점무늬 등이 혼합된
기하학적이고 화려한 문양이 장식되어 있는 게 특징이다.
이는 당시 부산지역의 새로운 토기문화로 해석될 수 있다.
■ 새로운 장례 문화의 등장
그릇받침(M3호분 출토) |
[연산동 고분군]의 남서쪽 구릉 사면 끝 지점에는 봇돌(아궁이 양쪽에 세우는 돌)을 세우고 불을 피워 조리를 한 야외 화덕이 3곳에서 확인됐다.
화덕 바닥은 불을 맞아 붉게 탔고, 그 위에 조리를 한 독(옹)도 발견됐다.
특히 조리시설에서는 부지깽이도 함께 출토됐다.
이 조리시설은 과거 무덤을 만들 때 죽은 이에게 음식물을 올리거나, 혹은 먼 곳에서 조문을 온 사람을 대접하거나, 무덤 축조에 동원된 사람들에게 대접할 음식물을 조리하던 곳으로 추정된다.
[삼국시대]에 이미 장지에서 조문객을 맞이하고 음식을 주는 매장 습속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자료인 셈이다.
오리모양토기(M3호 봉분 밖 제사유구) |
특히 [M3호분]에서는 무덤의 축조 공정마다 다양하고 새로운 장송문화가 있었음도 확인됐다.
무덤구덩이 모서리에서 출토된 그릇받침의 굽다리접시 일부라든지 뚜껑돌 위에서 출토된 굽다리접시가
그 예이다.
또 다른 무덤구덩이 모서리에서는 조리행위를 했던 흔적도 확인됐다.
무덤 북쪽에는 큰 항아리를 깨뜨려 넣고 그 위에 오리모양토기를 같이 묻었는데,
새 형상물을 이용해 사후의 안녕을 기원하는 장례 의식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사진=부산박물관 제공
연산동 고분군 고총고분 배치도
[M3호분]은 고대 토목기술 규명 자료, 현존하는 국내 최대 구덩식 돌덧널 무덤/홍보식 부산박물관 문화재조사팀장
부산 [연산동 고분군] M3호분은 봉분 규모는 지름이 25.4m×19.6m이고, 높이가 4.5m로서 봉분 형태가 타원형이다. 연산동 고분군의 고총고분 중 M6호분과 더불어 규모가 가장 크다. 돌덧널은 주인공과 주인공이 착용한 신변 유물을 넣은 주곽과 주인공을 위해 순장자와 여러 종류의 많은 유물을 부장한 부곽으로 이루어졌다. 전체 길이가 19m, 너비 6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구덩식돌덧널임이 확인되었다. 부엽공법(敷葉工法)을 응용한 돌덧널 밀봉(密封), 높고 큰 봉분을 쌓을 때 노동력을 줄이고 용이하게 쌓기 위해 작업로를 만들고, 무너지지 않도록 견고하게 쌓기 위해 성질이 다른 점토를 겹겹이 쌓아 다지는 등 고대의 다양한 전통·첨단, 토목·건축기술이 확인됐다. 이는 삼국시대 토목 기술의 모습과 우리나라 전통 토목·건축기술의 원형을 구명할 수 있는 자료가 확인된 셈이다. 특히 [경주]는 물론 [복천동 고분군]에서도 출토된 적이 없는 부산지역의 독특한 굽다리접시(고배)가 출토돼 삼국시대 부산지역 문화의 독특함을 확인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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