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섬사람] 남해군 '조도·호도'

금산금산 2014. 10. 29. 19:22

[섬…섬사람] 남해군 '조도·호도'

 

 

찾아오기 어려워 깨끗한 모습 그대로 간직한 천혜의 자연

 

하늘에서 내려다 본 조도(맞붙은 두 개의 섬 중 위쪽)호도(아래쪽)가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남해군청 제공

 

 

- 하루 7번 왕복하는 도선타야 입도
- 외지사람 왕래 없어 청정해역 보존
- 어항 물양장 앞에서 해녀 자맥질도 해

- 힐링생태관광단지 '다이어트섬' 계획
- 2017년까지 4년간 236억 원 투입 개발


경남 남해군 미조면은 우리나라 국도 3호선의 시발지라는 명칭이 말해주듯

남해에서도 가장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봄멸치 위판고가 육지의 웬만한 농협 1년 매출을 빰칠 정도로 높아

명실공히 수산업 전진기지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조도는 미조에서 뱃길로 5분거리에 있는 오지의 섬마을이다.

통상 조도라 불리는 큰 섬과 작은 섬, 그리고 범섬이라는 명칭이 붙은 호도 등 3개의 유인도와 죽암도, 목과도 등 10여 개의 무인도로 이뤄져 있다.

이 섬들을 묶어서 '조도마을'이라고도 하지만 남해에서는 보통 '조도·호도'로 부른다.



■ 하나가 된 두 개의 섬

전체 면적은 32만여 ㎡다.

조도의 작은 섬에 14가구, 큰 섬에 5가구, 호도에 5가구가 살지만

해마다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큰 섬과 작은 섬 사이의 좁고 얕은 바다는 지금은 메워져

물양장이 들어서 있다.

중앙에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2층의 어촌체험센터가 자리잡았다.

두 섬이 이어졌지만 주민들과 남해사람은 모두 예전처럼

큰 섬, 작은 섬으로 호칭을 한다.

큰 섬에는 15년 전에 폐교된 미조초등학교 미남분교터가 있다.

한 때는 미남초등학교로 불려질 정도로 학생수가 많았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건물 모두가 헐어 없어졌고, 교실과 운동장 사이를 나눈 화단 및 교문의 두 기둥에

학교터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는 것이 고작이다.

남해에서 가장 때묻지 않은 섬으로 꼽히는 조도·호도는 미조에서 하루 7차례 왕복하는 도선(조도호)을 타고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외지사람의 왕래는 거의 없는 곳이다.

 지금까지 청정해역으로 남아 있을 수 있었던 이유다.

관광객이나 피서객의 왕래가 잦았더라면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민심도 날카로워졌을테지만

이곳 주민들은 순박하기 짝이 없다.

마을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생전 처음보는 취재진에게도 먼저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우리 마을 좋지요"라고 웃음을 섞어 말을 하면서도 "누구시냐. 어떻게 왔느냐"고는 묻지 않는다.

자연환경도 청정하기 이를 데 없다.

다른 항구 같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지만 이곳에서는 마을회관앞 물양장 앞에서도 해녀의 자맥질을 볼 수 있다. 연신 바다물속을 오르내리며 문어통발을 준비하는 어부에게 넌지시 말을 건네 봤다.

"저 앞 갯바위쯤이면 몰라도 항구 안에 뭐가 있다고 자맥질을 하십니까".

곧바로 답이 돌아온다.

"그런 말씀 마이소. 항구가 맑고 파도도 없으니 해삼이나 소라같은 놈들이 안쪽으로 피난을 온답니다".

작은 섬의 평편한 곳은 거의 개간이 됐다.

땅이 한뼘쯤만 돼도 채소를 재배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물통에는 빗물을 모을 수 있는 장치를 해 두고 있다.

빗물 이외에 물이라고는 없는 섬이기 때문이다.

부지런하고 억척스러운 섬사람들의 생활이 역력하다.

작은 섬을 둘러본 뒤에는 작은 고개를 넘어 큰 섬으로 갈 수 있다.

마을사람들은 이곳에 '조도 바랫길'을 만들었다.

하지만 마을길이나 밭에서는 사람 흔적을 찾기 힘들다.

바랫길은 언덕배기의 학교터를 지나 큰 섬을 우회할 수 있도록 조성됐지만 정작 이를 이용하는 주민들은 드물다. 오솔길은 톱으로 나무를 잘라 만들었다.

해안선을 따라 걷도록 되어 있어 도시인의 피로를 푸는 청량제 역할을 하기에는 충분하다.

호도쪽 갯바위에는 낚시꾼들이 많이 모인다.

물때만 맞으면 대물을 낚는 것도 가능하다.



■ 섬의 변신은 무죄

최근 남해군은 이 외딴 섬을 '다이어트섬'으로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고달픈 현대인의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특화된 생태관광지를 조성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군은 올해부터 오는 2017년까지 4년간 국비 100억 원과 지방비 136억 원 등

모두 236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접안시설 확충, 어촌체험센터 인근에 다이어트센터 건립,

큰 섬 야산에 숲속명상센터 조성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 호도에는 짚 트랙, 모험스포츠 관리시설, 전망대, 접안시설, 주차장 등의 기반시설이 들어선다.

군은 민간자본도 유치해 해수스파시설, 스파빌라, 수상가옥, 서바이벌게임장, 암벽장 등을 만든 뒤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섬 개발의 전체 윤곽은 건강휴양형과 문화체험형, 모험레포츠형 등을 혼합한 형식이다.

수익증대를 위해 주민들도 체험이나 자연음식 만들기 등에 참가할 수 있다.

군은 올해 기본계획과 실시설계를 의뢰하고 연내에 인허가 절차와 실시계획 승인을 완료한 뒤

늦어도 내년초에는 공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를 위한 올해 예산 10억 원(국비 5억 원, 도비 1억5000만 원, 군비 3억5000만 원)은 이미 확보된 상태다.

구체적으로는 용역비 8억 원, 사전영향성검토비 2억 원 등이다.

사업의 추진 경과에 따라 올 추경에 부지매입비 20억 원도 반영하기로 했다.

남해군청 박진평 관광개발팀장은 "조도·호도는 자연환경의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힐링체험지로는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수하다""외지인에게는 치유와 휴식의 공간으로, 주민들에게는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어르신들 불편없이 살피는게 제 일"

■ 남해군 섬마을 여성이장 1호 허복희 씨

 

- 1985년 미조면으로 시집와 인연 시작돼
- 부녀회 사회단체도 활발한 참여 마당발
- 16년간 이장했던 시아버지 대물림한 셈


"대다수의 섬마을이 그렇듯이 우리 마을도 주민들의 대부분이

고령인 데다 50~60대의 젊은 주민들은 뱃일에 바쁘다 보니

이장을 맡을 사람을 찾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마을 어르신들의 부탁으로 얼떨결에 이장을 맡아 지난 2년동안

열심히 다니기는 했는데 워낙 오지이다 보니 어려운 점이

두가지가 아니네요".

지난 2011년말 마을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이장에 추대된 허복희(50) 씨.

그는 남해군 섬마을의 여성 이장 1호다.

거창이 고향인 허 이장은 지난 1985년 미조면에서 직장에 다니는 남편을 만나 이곳으로 시집을 왔다.

지금은 조도의 작은 섬에서 어업을 하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산다.

이제 영락없는 섬 아낙이다.

허 이장은 미조면에서 마당발로 통한다.

 산골에서 이곳으로 시집와 섬마을 '억순이'가 된 그는 뱃일이나 집안일은 물론

부녀회나 사회단체 등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난 2005년부터 6년 동안 미조면 소재지인 사항마을 서기(총무)를 맡았는데, 마을 어르신들이

'남해에서 가장 큰 마을의 서기를 했으니 우리 마을 이장을 맡아라'라고 등을 떠밀어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조도에 살고 있는 시아버지(80)도 16년 가까이 이장을 했다.

며느리가 시아버지의 업무를 대물림한 셈이다.

허 이장이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분야는

혼자 살거나 외롭게 지내는 어르신들의 건강을 챙기는 것이다.

대부분 70세가 넘는 고령인 데다 젊어서부터 고생을 많이 해 몸이 허약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뱃길로 10여 분 거리인 미조와 조도를 하루에도 1~2차례 오가면서

마을 대소사를 챙기거나 어르신을 돌본다.

이 뿐만 아니라 면사무소나 군청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행사나 교육에도 빠지지 않는다.

마을을 위한 좋은 정보나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이 시행되면 마을에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허 이장은 "마을 어르신들이 호응을 잘 해줘 이장이 할 일이 없을 정도"라며

"앞으로도 마을 일을 좀 더 꼼꼼하게 챙기고 어르신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보살피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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