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섬사람] 통영 '비진도'
또다른 이름, 미인도에 걸맞은 그림같은 풍광
선유봉에서 바라본 비진도 전경. 안섬과 바깥섬이 둥글고 붕긋하게 솟아 있고, 이 두개의 섬이 긴 사주로 연결돼 여자의 가슴가리개와 같은 모양이다. 그래서 비진도에서는 어머니 품과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통영시 제공 |
- 외항선착장~선유봉, 5㎞ 코스
- 바다백리길 중 으뜸 산호길 눈맛 시원
- 해무에 가려 비경 못보면 아쉬움 가득
- 북쪽과 남쪽 두 개의 섬을 사주가 이어
- 산호빛·몽돌 해수욕장 휴양지로 최고
- 걷기 열풍에 사계절 방문객 급증
경남 통영항에서 남쪽으로 10.5㎞ 떨어진 비진도(比珍島)는 보배와 비교될 만큼 아름다움을 가진 섬이다.
뱃길로 40여 분 거리인 이 섬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통영항에서 여객선이 출항하자 이내 뱃전에 갈매기들이 수십 마리 모여들면서 군집을 이룬다.
여객선에서 파는 먹이를 던져주자 잽싸게 낚아 채 비상하는 모습은 또다른 볼거리다.
뱃길은 한산도와 오곡도 등 올망졸망한 섬들을 구경할 수 있어 결코 지루하지가 않다.
배는 어느새 비진도 내항마을에 손님을 내린 뒤 외항마을에 도착했다.
먹이를 받아먹던 갈매기들도 외항마을까지 따라 왔다.
비진도는 내항과 외항 등 두 마을로 연결돼 있다.
두 곳은 걸어서 30분 거리다.
■ '미인도'라 불리는 빼어난 경관
전국에 이름난 산호빛 모래해수욕장을 가기 위해서는
외항마을에 내려야 한다.
외항 선착장에 내리자마자 펼쳐지는 풍광은 숨이 턱 막힌다.
길다란 백사장과 산호빛 바다를 보고 있으면 이국적인 느낌마저 든다.
비진도의 또다른 이름인 미인도는 그만큼 아름답다.
감탄은 이르다.
비진도를 제대로 알려면 '산호길'을 탐방해야 한다.
한려해상국립공원 관리공단이 최근 통영의 6개 섬에 조성한
'바다 백리길' 중 으뜸이 '산호길'이기 때문이다.
외항 선착장에서 선유봉(312m)에 오른 뒤 하산하는 5㎞ 코스로 약 3시간이 소요된다.
초입 등산로 좌우로 비탈지를 개간한 다랑이밭이 눈길을 끈다.
동백나무, 구실잣밤나무, 곰솔(해송) 등 섬에 자생하는 수종에 대한 안내판이 곳곳에 설치돼 있어
섬 생태를 익히기에도 좋다.
망부석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미인바위는 콧날이 오똑한 여인의 옆 얼굴을 연상시킨다.
이 곳에서 10분 정도 오르면 산호길의 최고 절경 감상 포인트인 미인도 전망대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다색깔은 그야말로 영롱한 산호색이다.
쪽빛 바다의 절경은 가파른 절벽의 해안절경이 펼치지는 노루전망대에서 장관을 이룬다.
이같은 비경을 조망하기 위해서는 사전 일기예보 파악이 필수다.
가끔씩 해무에 가려 비경을 감상 못할 때면 아쉬움이 크다.
■ 어머니 품속 같은 포근한 섬
선유봉에서 바라보는 비진도는 여자의 가슴가리개와 닮은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비진도에 들어서면 어머니 품에 안기는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북쪽 섬(안섬)과 남쪽 섬(바깥섬)이 둥글고 붕긋하게 솟아 있고, 이 두 개의 섬을
긴 사주(해안에 발달하는 모래나 자갈로 이루어진 퇴적지형)가 이어주고 있다.
마치 모세의 기적을 방불케 한다.
섬의 서쪽은 산호빛 모래해수욕장, 동쪽은 몽돌 해수욕장이다.
모래해수욕장은 해안선의 길이가 550m나 되는 천연 백사장이다. 모래가 부드럽고 수심이 얕은 데다 수온도 알맞아 여름철 휴양지로서 최적지로 꼽힌다.
몽돌해변에서는 아직까지 해녀들이 물질을 하는 곳으로 해산물이 풍부하다.
검은 잠수복을 입고 오리발을 흔들며 바다 속으로 사라진 해녀들은 한참 후에 물 위로 불쑥 머리를 내민다.
섬에는 상록수들이 많으며 천연기념물 제 63호인 팔손이나무 자생지는 아주 유명한 상록수림이다.
모래해수욕장 중간에 위치한 소나무 숲 공원은 피서객이나 섬 사람들에겐 늘 편안한 휴식처로 자리잡고 있다.
■ 사시사철 휴양 섬
비진도는 최근들어 사계절에 상관없이 탐방객이 늘어나고 있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해수욕장을 찾는 여름 한철 피서객이 집중했지만 '산호길' 조성 이후 급증 추세다.
더불어 섬이 새로운 관광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오히려 여름보다 봄, 가을에 탐방객이 집중되고 있을 정도다.
겨울 바다를 즐기기 위해 요즘 시기에도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고둥, 소라 등 각종 해산물과 자연산 활어회 등을 맛볼 수 있고 비진도 섬을 한바퀴 도는
해상투어 체험도 가능하다.
일출과 일몰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이 섬을 찾는 또다른 매력이다.
56가구 100여 명이 살고 있는 조그만 섬이지만 국내 여느 섬보다 생활이 풍족하다.
해산물이 풍부해 각종 어선어업으로 소득을 올리고 있는데다
섬 주민의 절반 가량이 펜션과 민박을 운영하면서 또다른 수입을 창출하고 있어서다.
비진도로 가는 배는 통영항 여객선터미널에서 오전 7시, 11시, 오후 2시 30분 세차례 운항한다.
돌아오는 배는 오전 9시30분, 오후 1시40분, 5시에 비진도를 출발한다.
여객선은 비진도 내항에 먼저 들린 뒤 외항에 도착한다.
선사 문의는 한솔해운(055)645-3717
# 지상낙원 여기, 떠나 못살아
■ 외항마을 신현곤 이장
산호빛 모래해수욕장이 위치한 외항마을의
신현곤(58·사진) 이장은 '비진도 지킴이'로 통한다.
이 섬에서 태어나 줄 곳 이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30년 전 '29살의 젊은 이장'이라는 호칭 아래
비진도의 최연소 이장을 지내기도 했다.
신 씨는 "물 맑고 공기 좋고 인심 좋은 비진도가 지상 최대 낙원"이라고
말할 정도로 비진도 예찬론자다.
그는 "비진도가 좋아 섬을 떠날 수가 없었다.
이 섬을 떠나 생활하는 것은 생각하기 조차 싫다"고 잘라 말했다.
휴양섬에 살면서 유유자적할 것 같은 그의 하루 일과는 생각 외로 빠듯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바다에 설치해 놓은 정치망어장에 물고기가 들었는지,
그물에 이상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비진도는 사시사철 볼락과 메가리 등 다양한 어류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어자원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오후에는 섬마을 주민들의 대소사와 마을 업무 등을 일일이 챙기느라 분주하다.
신 씨는 "비진도는 살기 좋은 섬마을"이라고 힘줘 말한다.
섬마을 주민들이 대부분 어선어업과 펜션, 민박업 등으로 생활이 여유로운 데다
어촌계 소득도 만만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촌계는 1종 공동어장 지선에 전복 양식사업을 펼쳐 벌어들이는 수익을 마을 주민들에게 분배하고 있다.
연간 300만 원은 수월찮게 나눠가질 정도다.
특별히 돈 쓸 데가 없는 섬마을 노인들의 생활비로는 이 수익만으로도 거뜬하다.
이 같이 마음 편히 살아가는 비진도 주민들에게 최근 들어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섬의 서쪽에 있는 모래해변의 모래가 파도의 영향으로 동쪽 몽돌해변으로 자꾸 넘어가 유실되면서
모래해변이 축소되고 있어서다.
섬 주민들은 두 섬을 이어주는 사주 위에 십수년 전 콘크리이트 길을 조성한 것이
지금에 와서야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 씨는 "모래가 더 이상 유실되지 않도록 콘크리이트 길을 더 높이 쌓든지,
아니면 길을 아예 걷어내든지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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