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대사의 '장군기'와 '호로병'
호로병 5개로 왜적 5만 명 물리친 대사
원효대사가 장군기를 꽂아 왜적 5만 명을 물리친 미륵바위. |
- 장소: 금정구 금성동
- 수영만 침입 목격한 원효대사
- 미륵바위에 신라 장군기 꽂아
- 호로병 신술 알지 못한 왜장
- 칼로 내리치자 그대로 죽어
원효대사(617~686)가 금정산 미륵암에 주석하고 있을 때다.
어느 날 동해를 바라보던 원효는 5만 명의 왜적이 수십 척의 배에
나눠타고 수영만으로 들어오는 것을 목격했다.
살생계율을 중히 여기는 원효는 왜적을 모두 죽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원효굴로 들어가 어린 사미승을 불러
"빨리 마을로 내려가 조롱박 모양의 호로병 5개를 구해오라"고 시켰다. 그리고는 독성각 우측의 미륵바위에 신라 장군기를 꽂고, 사미승에게
마을로 다시 내려가 수상한 자가 있거든 데려오라 지시했다.
왜적의 대장은 신라 군사의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아
우선 두 명의 정탐군을 뽑아 신라 뱃사람으로 변장시켜
적정(敵情)을 살펴보고 오라고 시켰다.
왜군의 첩자로 의심되는 두 사람을 발견한 사미승은
미륵암으로 유인하려고 하자 첩자는
이미 신라 군대의 방어태세가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사실을 알고
뒤돌아가려고 했다.
그 순간 장군기가 세워진 미륵바위 쪽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두 분 길손을 멈추시오.
어려운 걸음을 하셨는데 어찌 바로 가시려 하오."
미륵바위에서 우뚝 서 첩자의 갈 길을 제지시킨 이는 다름아닌 원효였다.
첩자가 도착하자 원효는
"그대들은 뱃사람으로 위장한 왜적이 아닌가"라고 호통을 치니
그중 한 명이 잽싸게 칼을 빼들고 원효를 겨누었다.
순간 "네 이놈! 고이 있지 못할까"라고 큰 소리로 꾸짖자 칼을 휘두르던 첩자는 맥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결국 첩자들은 무릎 끓고 엎드려 목숨만 살려달라고 애걸했다.
원효는 사미승에게 호로병 5개를 가져오라고 해 나란히 세웠다.
"똑똑히 보아라, 너희가 내 말을 듣고 일찍 물러나면 목숨은 보존될 것이나, 만일 어기면
너희 둘은 물론이고 5만 명 대군의 목숨이 모두 없어질 것이로다."
원효가 호로병의 잘록한 목 부위에 붓으로 동그랗게 선을 긋자 첩자 두 사람의 목이 조여들었다.
그리고는 호로병처럼 목에 선이 그어지면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순간 첩자 두 명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의 목과 호로병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보았느냐. 너희들이 내 말을 따르지 않을 때면 이 호로병의 목을 깨뜨릴 것이고,
그러면 너희들은 피를 토하고 죽고 말리라."
첩자들은 애걸복걸하며 목숨을 빌었다.
"정 그렇다면 살려주마, 한데 내 말을 듣거라."
원효는 5개의 호로병에 붓으로 동그라미를 그어 그중 3개를 첩자들에게 주면서
"이것을 줄 터이니 갖고 가서 너희 대장에게 여기서 본 것을 잘 설명하도록 하라.
밤새 회군하지 않으면 전멸을 면치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첩자들은 원효 앞에서 엉금엉금 기어나와 곧장 대장에게 달려가
자기들이 당한 일을 사실대로 고하며 호로병을 바쳤다.
"장군님, 미륵암에는 신술을 부리는 도사가 있습니다.
저희들은 겨우 목숨만 건져 나왔습니다.
그 대사는 저희 작전을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이 호로병을 가지고 우리 군사 5만 명을 전멸시킬 수 있을 겁니다."
대장은 크게 화를 내며 "맹랑한 소리로구나! 이따위 호로병으로 나를 속일 셈이란 말인가"하고
장검을 빼 단칼에 호로병을 내리쳤다.
호로병의 목이 대장의 칼을 맞고 깨지는 순간 대장은 피를 토하며 쓰러져 죽었다.
몹시 놀라 어쩔 줄 모르는 왜적들은 대장이 죽는 광경을 보고, 그 길로 뱃머리를 돌려 뺑소니쳐 돌아갔다.
원효가 장군기를 꽂아 왜적 5만 명을 물리친 미륵바위를 필자가 1990년 발견했다.
독성각 앞 미륵바위에 움푹 패인 구멍(깊이 60㎝)은 호국사찰의 전설이 서려 있는 표상이다.
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장·국사편찬위원회 부산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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