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온천'의 유래
백학, 눈처럼 내려앉아 다리 고친 웅덩이
용신을 모시는 사당인 용각 옆에 있는 온정개건비. 녹천탕 인근에 위치해 있다. |
- 장소: 동래구 온천동
- 홀로사는 다리 불구 노파
- 나물캐다 발견한 김나는 샘
- 다리 담그니 말끔히 나아
- 유명세에 대궐 어르신도 행차
지금으로부터 천수백 년 전, 동래 지역의 한 마을에
노파가 홀로 살고 있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악성 관절염으로 오른쪽 다리를 쓰지 못하는
절름발이였다.
해서, 그는 비탈에 일궈 놓은 밭에서 채소를 가꾸거나
마을사람들의 잔심부름을 하며 겨우 끼니를 해결했다.
이른 봄 노파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지치고 쇠잔한 몸을 이끌고
들판으로 나갔다.
마을에서 제법 떨어진 금천마을 인근의 늪지대 부근에서
나물을 캐기 위해서였다.
배가 고파오고 다리와 허리도 쑤셔 노파는
잠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쉬고 있었다.
그때였다.
백학(白鶴) 한 마리가 몹시 지친 듯한 날갯짓으로
눈앞의 빤히 보이는 늪지대에 내려앉았다.
무심히 백학을 보던 노파는 새삼 눈을 크게 떴다.
백학이 다리 하나를 절며 곧장 쓰러질 듯 절룩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쯧쯧, 어쩌다 저렇게 다쳤을꼬. 불쌍도 하여라.
꼭 다리 하나를 못 쓰는 내 신세와 같구나.
저러니 다른 무리들과 함께 제대로 날아다니지도 못하고
저렇게 혼자 떨어진 게지."
노파는 백학이 측은하고 불쌍해 자기 몸 아픈 것도 잊고 지켜보다가
다시 나물을 캐기 시작했다.
백학은 노파가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그 늪지대에 마냥 머물고 있었다.
정상에 백학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아 있는 신온정비. 호텔농심의 인근의 스파 백학가든에 위치해 있다. |
사흘째 되는 날에도
백학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얼마나 심하게 다쳤으면
저렇게 오도가도 못하고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라고 생각하며 그 노파는 백학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그 백학은 거짓말처럼 다리를 절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분명코 사흘 전에는
다리를 절고 있었는데."
노파는 다시 한 번
백학의 다리를 지켜 보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백학은 땅을 걷어차며 힘차게 하늘로 솟아올라 날아가버렸다.
백학이 사라진 하늘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노파는 백학이 머물렀던 곳으로 한 발 더 다가가 보았다.
그곳에는 움푹 팬 작은 웅덩이 하나가 있었다.
뜨거운 김이 솟아 올라 노파는 물속으로 가만히 손을 넣어보았다.
뜨끈뜨끈한 것이 참을 만했고 미끌미끌하고 무척 부드러웠다.
약물이었던 것이다.
백학은 이 더운 약물에 다리를 고치기 위해 온 것이 분명했다.
노파는 계시처럼 떠오르는 생각에 얼른 옷을 걷어 두 다리를 더운 물에 담갔다.
아니나 다를까.
금세 따뜻한 온기가 온몸에 퍼지면서 땀이 나며 그때까지 쑤시던 통증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듯한 상쾌함을 느꼈다.
이후 노파는 매일 그 웅덩이를 찾아 다리를 담그고 편히 쉬었다.
효과가 나타나 오른쪽 다리가 거짓말처럼 풀리며 움직여지는 것이 아닌가.
"용왕님 감사합니다. 이 늙은이의 다리를 이렇게 고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노파의 다리가 고쳐진 것을 확인한 금천마을 사람들은 너도나도 그 웅덩이를 찾기 시작했다.
피부병으로 고생하던 사람들도 그 약물의 천원(泉源)에 깔끔하게 회복됐다.
이 웅덩이가 바로 동래온천의 천원이며, 이후 이 온천의 효험이 나라 전체로 퍼지자
한양의 대궐 어르신들까지도 이곳 동래온천으로 행차하게 되었다.
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장·국사편찬위원회 부산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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