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철강
연합철강은 1967년 창업주 권철현 전 회장이 일본 차관을 도입해 설립한 회사다. 부산 남구 감만동 바닷가에서 출범한 연합철강은 국내 최초로 자동차와 가전제품용 냉연강판을 개발하는 등 초기 철강업계의 선구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1970년에 시작된 새마을운동이 초가집을 없애고 양철 지붕 집으로 대체하는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타고 엄청난 특수를 누렸다. 해외부문에서도 1974년, 국내 최초로 수출 1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그런 연합철강의 앞길에 제동을 건 것은 정치권이었다.
1975년 미국에서 골수암 수술을 받던 딸에게 치료비를 송금한 권 전 회장이
외환관리법 위반 및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구속된 것이다.
이에 대해 지역 경제계에선 당시 윤필용 뇌물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던 권익현(훗날 민정당 대표 역임) 씨가
'권 전 회장의 사촌 동생'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정확한 진실은 알 길이 없지만 연합철강은 그 여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1977년 국제그룹에 인수되는 비운을 맞는다.
초기 철강업계 선구자 역할 도맡아
정치권 악연 딛고 유니온스틸 새 출발
정치권과의 악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새 주인이었던 국제그룹마저 1984년,
전두환 정권과의 불화설 속에 공중 분해되자
동국제강이 3번째 대주주로 들어선 것이다.
그 과정 또한 순탄치 못했다.
당시 기준으로 연합철강은 부채비율 361%(동국제강은 581%) 수준의 우량기업으로 분류되었기 때문이다.
회사 규모 역시 동국제강의 1.4배(연간 매출액 기준)에 달한 것도 이야깃거리였다.
"새우가 고래를 잡아먹었다"는 말과 함께 정치적 외압설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내부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국제그룹에 인수될 때부터 30% 지분을 유지했던 창업주 권 전 회장이 경영권 회복을 위해
법정 투쟁을 벌이는 등 갈등 국면이 계속된 것이다.
대주주들 간의 불편한 동거는 지난 2003년 권 전 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에야 막을 내릴 수가 있었다.
권 전 회장의 아들 호성(현 AK캐피탈 대표) 씨가 보유 주식 전량을
동국제강에 매각하면서 비로소 정상화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이후 연합철강은 간판을 유니온스틸로 바꾸어 달면서 새 출발을 선언,
현재 제2 도약기를 맞이하고 있다.
정순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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