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부산 컬처로드 연다] 3부 원도심' 전통시장·창고'

금산금산 2015. 5. 16. 21:51

원도심 '전통시장·창고'

 

 

 

 

 

붉은 벽돌 적산가옥 원형 그대로… 생생하게 만나는 근대 부산

 

 

 

 

 

 

▲ 영도대교 옆 점바치 골목.수십 개가 되었던 점집들이 사라지고 지금은 2곳만 운영 중이다. 영도대교 도개를 잘 볼 수 있어 정오 전후에 사람이 몰린다. 김병집 기자 bjk@

 

 

 

 

 

 

 

영도다리 인근의 중구와 영도구 전통시장은 예전부터 서민들의 삶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곳이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시장과 창고들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얼굴이 조금씩 바뀌었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근대 부산의 도시 형태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번 컬처로드에 동행한 상지건축 홍순연 박사는 "근대 도시 부산의 형성과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코스이다.

근대의 도시에 현대가 얹혀 있는 모습이다. 근대 부산이 형성될 때 만들어진 길과 항만, 건물에서 현대인들이 살아가고 있다. 그런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컬처로드는 자갈치 건어물 시장을 출발해 영도대교와 점바치 골목, 남항동 창고군을 지나

삼진어묵박물관까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코스로 준비했다.

 

 



자갈치 건어물 시장 240개 점포
남항동 일대 벽돌 공장·창고들
시간 멈춘 듯 옛 모습 그대로 보존

인적 드물었던 영도대교 점바치 골목
다리 도개로 다시 관광객 찾아와
삼진어묵체험관, 연일 인파로 북적

 

 

 



■ 시간이 멈춘 일제 적산가옥

시장 현대화 사업으로 이제 부산의 많은 전통시장이 아케이드 시설로 변했지만 자갈치 건어물 시장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붉은색의 벽돌, 나무 지지대로 이어진 천장 골조, 건물과 건물사이의 방화벽까지 일제강점기 적산가옥의 형태를 고스란히 발견할 수 있다.

형태가 조금 다른 건물조차 앞면만 모습을 바꾸었을 뿐 가게 내부 골조와 건물 옆 벽은

일제강점기 가옥 형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어 마치 숨은그림찾기에 성공한 기분이다.

 

 

 


일제강점기 적산가옥의 형태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자갈치 건어물 시장. 김병집 기자 bjk@

 

 

일제강점기 시절 보부상으로 튼튼하게 엮인 상업망을 뚫기 힘들었던 일본 사람들이 선택한 것이 부산항에

들어오는 고등어, 정어리 가공이었다.

현재 건어물 시장은 이들 생선을 보관, 가공하는 작업에서 시작했고 지금도 어망을 보관했던

창고가 그대로 남아있다.

소금 공장과 정유 공장도 차례로 들어섰다.

환기가 중요한 작업장의 특성에 따라 설치된 1, 2층의 커다란 덧문은 여기 건어물 시장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형태이다.


현재 240여 개 정도의 점포가 적산가옥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가게 내부로 들어가면 위층으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 얇은 나무판으로 붙은 비닐 판벽은

요즘 건축물에선 발견할 수 없는 것들이다.


건어물 시장을 나와 영도대교 쪽으로 걸어오면 다리 아래 점바치 골목이 있다.

1932년 4월 착공해 1934년 11월에 개통된 영도대교는 건설 당시 하루 6번씩 도개해 부산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개통 당시 6만의 인파가 몰렸을 정도였다.

6·25전쟁 때는 피란길에 가족을 잃어버린 이들이 영도대교로 가면 가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몰려들었고 이들의 사연을 들어주는 점쟁이들이 몰리면서 자연스럽게 점바치 골목이 형성됐다.

50, 60년대는 영도대교 인근에 수십 개의 점집과 철학관이 들어섰고 길에 앉아 점을 봐주는 노점 점쟁이들도

성행했으나 현재는 2곳이 영업을 하고 있다.

두 곳 모두 70~80대 노인들이라 이분들이 돌아가시면 점바치 골목의 맥은 끊어지지 않을까 싶다.

인적이 드물었던 점바치 골목은 요즘 매일 정오를 전후해서 다시 사람이 몰린다.

영도다리 도개 행사를 보러 오는 관광객들이다.

평일에 200~300 명, 주말엔 500여 명이 몰리지만 휴게 시설, 편의 공간이 없는 영도대교 주변은

관광객들을 머물게 하지 못한다.

부산 중구청은 현재 영도대교 인근과 건어물 시장을 정비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어

조만간 이곳의 풍경도 달라질 것 같다.

 


■ 옹기종기 남항동 창고군

영도대교를 건너 영도경찰서를 지나면 남항동 창고 지역에 닿는다.

윌로펌프와 7번가 피자 골목으로 들어가면 일제 초창기 벽돌 공장과 창고들의 모습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 영도 지역은 붉은색 벽돌을 생산하는 공장들이 많았다.

전성기 때는 벽돌 공장만 11개가 있을 정도였고 지금도 영도에서 생산된 벽돌로 만든 건물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당시 만든 벽돌은 21~23㎝로 현재 벽돌 길이보다 조금 길다.

남항동 창고군은 물류 이동이 활발했던 항만을 끼고 급속히 발달했다.

현재도 나무틀에 벽돌을 쌓아 만든 벽체 위에 지붕을 얹고 활처럼 휜 입구를 가진

일제강점기 건축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남항동 창고에서 바다를 끼고 부산대교 옆으로 걸으면 일식 기와를 얹은 작은 집들이 줄줄이 나타난다.

근대 도시 발달 형태와 당시의 건축물에 2015년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무척 재미있다.



남항동 창고 지역 맞은편 대평동 일대 역시 사연을 가진 지역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종일 선박을 수리하는 조선소의 망치 소리가 끊이지 않아 일명 '깡깡이 조선소'로 불렸다.

선박을 새로 단장할 때, 배에 붙은 조개나 녹을 망치로 두들겨 떼어내야 했고 이 작업을 대부분 아줌마가 했던 것. 작은 줄에 몸을 맡긴 채 망치를 두드리는 모습은 늘 아슬아슬해 보였다고 한다.

'깡깡이 아지매' 중에 난청이 된 경우도 있고, 밀폐된 공간에서 페인트칠을 하다 질식사하는

안타까운 사고도 많았다.

영도 삼진어묵체험관.어묵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고 어묵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어 인기가 많다. 김병집 기자 bjk@

 

 

남항동 창고군에서 부산대교 쪽으로 가면 요즘 영도에서 가장 '핫(hot)'한 건물을 만난다.

삼진어묵박물관이다.

1952년 영도 봉래시장 입구에 설립된 삼진어묵은 피란민이 부산으로 대거 유입되며 호황을 맞이한다.

이후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2대, 3대로 이어지며 삼진어묵은 새로운 활기를 찾고 있다.

백화점에도 입점했고 어묵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삼진어묵체험관은 연일 사람들이 붐비고 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공동기획 ·동아대 디자인환경대학 지역유산재생연구팀


 

 

원도심 전통시장 투어 '건축문화제 인기' 코스

 

부산국제건축문화제는 시민들과 함께하는 도시건축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소개된 전통시장 코스 역시 지난해 건축문화제 투어 코스로 함께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건축문화제는 올해도 3월부터 12월까지 매월 한 차례 부산의 테마 건축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낙동강변, 부산야경, 원도심 근대건축, 가덕도, 감천마을 등이 준비돼 있다.

이번에 소개된 전통시장 코스는 올해 투어에는 들어가지 못했으나

건축문화제 홈페이지(www.biacf.org)에는 코스에 대한 설명을 확인할 수 있다.

부산관광공사는 영도대교 주변 지역을 돌아보는 투어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자갈치 시장과 영도대교, 깡깡이 조선소, 남항시장, 봉래시장, 삼진어묵을 돌아보는 코스로 홈페이지(http://bto.or.kr)에서 신청하면

문화관광해설사가 무료로 동행해 설명해준다.

김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