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등성이' 여기저기 수많은 고분들' 솟아
6코스 서라벌을 한눈에...
▲ 서악동 고분군 |
선도산 서악동고분군 입구에 내리자 왁자지껄한 소리가 마음을 긴장케 했다.
초등학생 군단이다.
서악서원과 마을을 보면서 갈까도 하다가 내려올 때면 여기 거대한 고분은 어둠에 육중함만 남길 것 같아
원래대로 들어갔다.
힘차고 늘씬한 태종무열왕릉 귀부가 반겨준다.
당당한 거북이다.
쭉 뺀 목은 어찌나 당찬지.
전체적으로 군더더기하나 없는 완결한 걸작이다.
무열왕릉 앞에는 학생들이 오르고 구르고 야단이다.
왼쪽으로 돌아서자 사람 하나 없었다.
알 수 없는 거대한 4기의 고분은 비스듬히 사선으로 햇빛을 받고 있었다.
긴장되면서도 오히려 편안함을 안겨주었다.
뒤로 돌아 철문으로 나가자 가을이 물씬 풍겼다.
곧장 선도산에 올라 3층석탑으로 갔다.
햇살 받은 석탑은 하얀 속살을 드러내어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동시에 깊은 울림을 안겨주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산등성이 여기저기에는 수많은 고분들이 솟아있다.
신라 귀족들의 공동묘지 같다.
별로 크지 않은 왕릉들이 적당한 간격으로 누워있다.
여기 있는 4기의 무덤을 추사 김정희가 헌안, 문성, 진흥, 진지왕릉 이라고 추정했는데 믿기 어렵다.
헌안왕릉 옆에는 조선시대 어느 세도가의 묘가 약간 좁을 뿐이지 왕릉 높이만큼 커다랗게 조성돼 있다.
선도산 산길을 올랐다.
여리고 청정한 숲길은 이내 시커먼 소나무 군락으로 이어졌다.
몇 년 전 산불로 타죽은 나무들이다.
·상처 입은 마애불은 말이 없고
산길은 인생의 굴곡같이 가파르다가도 어느 순간 여유롭고 정겨운 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뒤돌아보면 자신의 살아온 흔적같이 굴곡이 아롱아롱 거린다.
성모사(聖母司)에 이르자 좁디좁은 채마밭이 정겨움을 더해주는데, 그래도 좀 넓은 밭에는 싱싱한 배추가
가을 햇살만큼 상큼하게 자랐다.
마애삼존불이 말없이 서라벌을 굽어본다.
부처의 시선으로 바라보자 서라벌이 꿈결같이 펼쳐진다.
서악동 고분군이 저 아래 봉곳하게 솟아있고 남산과 토함산이 아스라이 시야에 들어온다.
다시 마애불을 바라보니 본존불은 자신의 영광과 상처를 온몸으로 보듬고 서있었다.
본존불은 석질이 단단하지 못한 안산암이라 마모가 심해 오히려 현대적인 미감을 던져주고,
좌우 협시보살은 단단한 화강암으로 만들어 세워놓았다.
성모사 옆 바위에는 '성모구기(聖母舊基)'의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아래로 내려와 마을 골목 여기저기를 구경하는 맛은 상큼하다.
초등학생 떠난 학교는 직업학교로 그 역할이 바뀌었다.
그 옆에는 역시 글 읽는 선비 떠난 서악서원이 침묵으로 나그네를 맞이한다.
평지에 누(樓)가 있어 오히려 다른 건물들이 빛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관리 잘 한 덕분에 청마루에 걸터앉아 한옥이 주는 편안함을 즐겼다.
서원 문을 나서는데 선도산에서 종소리가 맑게 울린다.
성당의 종소리나 절의 종소리는 왜 이리 편안함을 안겨주는지.
지금같이 조그마한 산사에서 울리는 종소리는 마음을 파고든다.
6코스(왕복 4㎞ 3~4시간): 서악동고분군 입구-3층석탑-헌안왕릉-선도산마애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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