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지 따라 이야기 따라

[고도 경주 속살 걷기] 고목과 물 흐르는 남천 멋드러지게 조화

금산금산 2015. 6. 10. 09:23

고목과 물 흐르는 남천 멋드러지게 조화

 

 

 

 

 

8코스 반월성 돌고 돌아 왕들의 침묵 속으로

 

 

 

 

                                                          

            
                                            ▲ 아래에 남천이 내려다 보이는 반월성길.

 

 

 

 

 

 

 

이른 아침, 새벽의 여명을 안고 반월성에 오른다.

소나무와 참나무의 숲이 세월을 흘리고 있다.

역사의 흔적을 피부로 느끼기에는 성(城)이 제일이다.

경주를 찾는 이는 많아도 반월성을 온전히 걷는 사람은 드물다.

기껏 계림에서 석빙고 지나 안압지로 내려오는 북쪽 일부만 걷는다.

이 반월성만 한 바퀴 걸어도 신라의 역사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돌과 흙이 사람의 발길에 반질반질해졌다.

역사의 흔적을 느끼려는 사람보다 주로 모자 눌러쓰고 마스크 끼고 앞만 보고 손 힘차게 흔들고 가는

아저씨 아줌마의 피나는 건강관리의 흔적이다.

길은 아름답다.

특히 반월성 동쪽 참나무 군락지에는 여러 갈래의 오솔길이 있어 시심을 묘하게 자극한다.

어느새 햇살 받은 나뭇잎들은 찬란한 금빛이 되어 반짝인다.

고목과 물 흐르는 남천은 멋진 교감으로 조화를 이룬다. 월정교와 교촌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성 위에 오른다.

절정의 아름다운 장면.


·침묵의 속삭임

계림에 들어서자 이상하리만치 나뭇잎들이 누렇다.

그래서 옛 사람들이 계림황엽(鷄林黃葉)이라 했구나!

천천히 걸었다.

솔숲 사이 동부사적지의 큰 고분들은 묘한 아름다움을 준다.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동부사적지 고분 중에 신라 제17대 내물왕릉이 있다.

그 왕릉 위에 누워본다.

바람은 봉분이 막아주고, 낙엽은 소복이 쌓였고, 햇살은 온기를 전해준다.

행복하게 글을 적어 본다.

갑자기 배가 허전해진다.

왜일까? 그러고 보니 카메라에 쓸 필름이 한 장뿐이다.

실탄(?)이 없어 배가 고픈 것이리라.


기울어진 첨성대를 스치듯 보고는 천마총이 있는 대릉원으로 향한다.

은행나무에 눈이 간다.

노랗게 물든, 은행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천마총에 이르자 빽빽하게 줄지어선 초등학생들을 만났다.

사진 몇 장 찍고는 급히 빠져나온다.

길 건너 노동·노서리 고분에 갔다.

언제와도 좋은 곳이다.

삶과 죽음을 떠올리는 침묵의 대화가 가능한 곳이기 때문이다.


금관총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서봉총을 지나 호우총, 서봉황대를 거쳐 봉황로 거리로 들어선다.

서울의 인사동이나 부산의 광복동 거리처럼

사람이 붐비지 않아도 언젠가는 문화의 꽃이 피리라 기대되는 곳이다.

여기서 설렁탕 한 그릇으로 허기를 채운다.


8코스(약 4㎞ 3시간): 안압지-반월성-계림-첨성대-대릉원-천마총-노서리 고분군-문화의 거리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