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약', 꿀에 섞으면 곤란
어린이 약은 어른 약보다 조금 복잡하다.
조제하는 시간도 어른 약보다 배로 드는데, 약을 빨리 주지 않는다며
재촉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내 아이를 위한 약이 아닌가!
오히려 약사에게 여유를 가지고 꼼꼼하게 조제를 해달라고 당부해야 한다.
보호자가 어린이 약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듣지 않고 주의사항도 지키지 않아서 탈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이에게 약을 잘못 먹이는 것이다.
5세 여아를 둔 30대 여성이 "이상하게 약이 부족하다"고 약국으로 전화했다.
"복용법대로 정확하게 먹였냐?"고 물었더니 "세 번씩 잘 챙겼다"고 했다.
그런데 그 약은 아침과 저녁, 하루에 두 번 먹이는 알레르기성 비염약이었다.
많이 먹으면 졸음이 올 가능성이 높다.
투약봉투나 약병에도 그 사실을 적어 스티커로 붙였다.
그럼에도 정작 그 여성은 봉투를 살펴보지도 않고 하루 세 차례 약을 먹인 것이다.
용량이 조금 많아진다고 해를 끼치는 약이 아니라 다행이었지만,
만일 항생제나 해열진통제였다면 큰일 날 일이었다.
기본적인 어린이 약 복용법을 알아둬야 한다.
아이에게 물약을 먹일 때 기관지에 약이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머리를 약간 뒤로 젖혀야 약이 식도로 들어가지 않는다.
기관지로 약이 들어가면 자칫 흡인성 폐렴에 걸릴 위험이 있다.
가루약을 싫어하는 아이라면 미지근한 물에 약을 녹인 후 설탕이나 올리고당을 살짝 섞어서 먹이면 된다.
이때 첫돌 이전의 아이라면 꿀물에 가루약을 타서 먹여선 안 된다.
꿀에는 마비를 일으키는 신경 독소인 보튤리늄 독소를 생성하는 박테리아가 들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루약을 우유(분유)에 섞어 먹여도 되는지를 묻는 엄마들이 많은데, 약은 우유와 함께 먹이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항생제는 약효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아예 물약에 가루약을 섞어서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대수롭지 않은 듯하지만, 매회 약의 용량 조절도 안 되고 어떤 화학 반응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어 위험하다.
물약과 가루약은 반드시 따로 먹여야 한다.
만약 아이가 약을 여러 번 먹는 걸 힘들어 한다면 먹이기 직전에 두 약을 섞는 것이 그나마 안전하다.
최창욱
부산시약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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