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바구

[부산 오디세이] 부산에서만 맛본다! 부산에서만 보인다! 부산에서만 즐긴다!~

금산금산 2015. 9. 10. 08:46

부산에서만 맛본다! 부산에서만 보인다! 부산에서만 즐긴다!~

 

 

 

 

"여기 또 무슨 사건 났어요? 에이, 사건 나면 여기에 수사본부 차리는거 다 알거든요."

"주디 조심해라. 어, 간짜장 시켰는데?"

"간짜장 하나 왔잖아요. 저기 소스랑."

"뭐가? 계란 후라이 와 없는데?"

"무슨 계란 후라이요? 그런 거 원래 없∼거든요."


 
서울 간짜장 : 얘, 너 왜 계란 프라이 덮어쓰고 있니?
부산 간짜장 : 뭐라꼬? 니가 간짜장이라꼬?

 


최근 개봉된 곽경택 감독의 영화 '극비수사'의 한 대목이다.

납치범이 서울에 있다는 말을 듣고 상경한 부산 형사들이 수사본부를 차려놓고 간짜장을 시켰다.

그런데 서울 중국집에서 배달된 간짜장에 달걀 프라이가 없다.

우째? 간짜장에 달걀 프라이가 없다니!...


부산을 포함한 경상도 사람들에게 짜장면과 간짜장의 차이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고명으로 달걀 프라이를 올렸느냐, 그렇지 않으냐다.

형사의 목소리가 격앙된다.

"그라모, 서울은 간짜장에 계란 후라이 말고, 요 메추리 알 준다, 그 소리가?"

 

 


 

 

 

그렇다.

달걀 프라이와 시원한 오이채를 함께 올려주는 것은 부산을 포함한 경상도식 간짜장이다.

수도권에서는 영화처럼 메추리알을 얹거나 완두콩, 옥수수를 고명으로 올린다.


요리 연구가 백종원 씨도 TV에 출연해 간짜장을 만들었다.

요리가 완성될 무렵 "하나를 빠트렸다"며 뭔가를 찾는다.

이때 부산사람이라면 으레 달걀 프라이를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외친 것은 부추였다.

 아, 그는 충남 예산 출신이다.


달걀 프라이가 없는 간짜장! 부산사람들은 묵과하기 힘들다.

그래서 더더욱 서울을 포함한 외지 사람들은 부산 간짜장을 보면 신기해한다.


어느 도시에나 독특한 관습이 있다.

그 관습은 오랜 세월을 거쳐 굳어진 지역 사람들의 공통된 습관 같은 것이다.


부산도 마찬가지다.

 일제강점기, 6.25전쟁, 산업화 과정 등을 거치면서 시나브로 자리 잡은 습속이 많다.

그중에는 전국화된 것도, 전국화되고 있는 것도 있지만, 여전히 부산만의 관습으로 남은 것도 있다.

부산사람들에게는 별 것 아니지만 외지 사람들에게는 신기한 풍속과 풍경을 찾아 나섰다.

이른바 '부산 오디세이'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처럼 모든 남자를 돼지로 바꿔 버리는 마녀 '키르케', 사람을 잡아먹는 외눈박이 거인족이 사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 그 이상으로 재밌고 신기한 모험이 될 수도 있다.

 

글·사진=백현충 선임기자 cho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