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바구 [예술]

[20회 부산국제영화제-아시아 영화의 창] 신진부터 거장까지…

금산금산 2015. 9. 26. 11:09

[20회 부산국제영화제-아시아 영화의 창] 신진부터 거장까지…

 

 

 

 

'저력의 아시아'

 

 

 

 

 

▲ 바스카르 하자리카(인도) 감독의 '우화의 강'.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32개국 52편의 작품이 초청된 '아시아 영화의 창'에서는

거장들은 물론 신진들의 독립영화를 대거 만날 수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자파르 파나히,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구로사와 기요시, 마니 라트남, 브릴얀테 멘도사, 조니 토, 소노 시온, 에릭 쿠, 바흐만 고바디, 가린 누그로호 등 거장들의 귀환과 함께 아시아를 대표하는 여성감독으로 손꼽히는 메이블 청과 실비아 창이 오랜만에 신작을 들고 찾아온다.

 

 



젊은 감독들 독립영화 비롯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거장들도 신작 들고 돌아와

총 32개국 52편 작품 초청
펑페이 등 여성감독作도 눈길



'아시아 영화의 창'에는 거장 감독들 외에 젊고 도전적인 감독들의 독립영화가 대거 선정됐다.

프라사나 자야코디의 '표범은 물지 않는다'(스리랑카), 수만 고쉬의 '안식처'(인도), 비주 비스와나스의 '오렌지 캔디'(인도), 자미 마흐무드의 '어머니의 기차역'(파키스탄), 바스카르 하자리카의 '우화의 강'(인도) 등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처음 소개하는 작품들은 아시아 독립영화의 저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메이블 청과 실비아 창 외 여러 여성감독들도 초청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만물생장'의 리위(중국), '3000일의 밤'의 마이 마스리(팔레스타인), '나히드'의 아이다 파나한데(이란), '너는 착한 아이'의 오미보(일본), '지하의 향기'의 펑페이(중국) 등은

아시아 여성감독의 판도를 새롭게 짜 나갈 감독들이다.



장르적으로는 뮤지컬 영화나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가 다수 포함 되어 있는 것이

이채롭다.

조니 토의 '화려한 샐러리맨'(홍콩), 하니 아부 아사드의 '더 아이돌'(팔레스타인), 로이스톤 탄의 '3688'(싱가포르), 바흐만 고바디의 '나라없는 국기'(이라크), 다이 시지에의 '야공작'(중국) 등은 음악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들여다 본다.



장양 감독의 '영혼의 순례길'(중국)은 관객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선사한다.

또한, 차이밍량의 '오후'는 감독 자신과 배우 리캉셍의 사적인 삶에 관한 긴 대화이기도 하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감독과 배우로서의 고뇌를 드러내고 있어 영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 를 함께 읽을 수 있다.



초청리스트 가운데 고키 하세이 감독의 '블랑카'는 부산영화제와 베니스영화제가 함께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첫 수혜 프로젝트다.

베니스에서 첫 상영을 마쳤고, 부산에서 관객을 만난다.

필리핀 마닐라를 배경으로 엄마 없이 힘들게 거리에서 살아가는 소녀가 새로운 인연을 만나 성장하고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가슴 따듯한 영화다.

마닐라 거리에서 구걸이나 도둑질로 먹고 사는 어린 소녀 블랑카는 돈이 모이면 엄마를 하나 살 꿈을 꾼다.

블랑카는 재능 있는 맹인 음악가 피터를 만나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돈으로는 사랑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바스카르 하자리카 감독의 '우화의 강'은 맹신과 희생 사이의 경계를 오가며 모성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공한다.

모성과 인간본성의 어두운 면을 얘기하는 인도 아쌈 지방의 우화를 영화로 옮겼다.

딸을 비단뱀에게 시집 보내려는 엄마, 의붓딸을 괴롭히다 죽음에 이르게 하는 엄마, '코끼리 사과'가 졸졸 따라다니는 엄마, 갓 태어난 아이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 등 4명의 엄마 이야기는 우화지만, 역설적으로 매우 현실적이다.


에드윈과 함께 가장 기대되는 젊은 감독인 조코 안와르 감독이 연출한 '내 마음의 복제'는 인도네시아의 현대사회의 축소판 같은 영화이다.

불법 DVD 복제가 정치권의 부패사건과 연루되면서 벌어지는 스릴러 물이다.

미용실에서 일하는 사리. 그리고 해적판 DVD에 자막을 다는 일을 하는 알렉, 이들은 곧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사리가 우연히 대통령 후보와 관련된 부패의 증거를 발견하면서

이들의 사랑은 위협을 받기 시작한다.


부산영화제와 베니스영화제의 지원을 받은 일본 고키 하세이 감독의 '블랑카'.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지난 2010년 APM(아시아프로젝트마켓)였고, 베니스를 거쳐 부산으로 온 펑페이 감독의 '지하의 향기'는 도시 이주민으로 지하 거주지에서 살아가는 한 청년의 힘겨운 삶과 그에게 다가온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대규모 인구 유입이 진행 중인 도시의 거주자들이 겪는 고통을 그린 작품이다.

베이징 교외의 지하주거지에 사는 젊은 이민자 용리는 목재 수집과 가구 판매를 하며

살고 있다.

얼마 후 용리는 용접공 자리를 얻게 되지만 사고로 그만 눈을 다치고 만다.

그리고 자신을 도와주는 여인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펑페이 감독의 '지하의 향기'.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스리랑카영화의 기대주 프라사나 자야코디의 신작으로 부산영화제 ACF 후반작업지원펀드를 받아 완성한 영화 '표범은 물지 않는다'는 한 소녀를 공격한 표범을 두고, 사냥꾼과 승려가 표범의 생사 여부에 관한 철학적 논쟁을 벌이는 과정을 통해 현실과 이상, 생존과 종교를 다루는 깊이 있는 영화다.

고마리라는 소녀가 표범에게 공격당한 이후, 표범의 생사를 두고 한 사냥꾼과 승려 간에 충돌이 생긴다.

생존을 위해 사냥을 하는 것과 종교적인 믿음을 위해 사람을 사냥하는 것의 철학적 차이를 둘러싼 근본적인 논쟁의 핵심을 찾아 본다.

 

 

이춘우 선임기자 bomb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