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섬'
졸복인 듯 졸복 아닌…
"복국 먹으러 갑시다."
이렇게 외치는 사람은 십중팔구 과음으로 인해 거북한 속을 달래고 싶어서일 테다.
복국 하면 생각나는 것이, 예전에 지인들과 함께 경남 통영에 들렀을 때,
졸복탕이 유명한 곳이 있다고 해서 안내받았을 때다.
졸복탕에는 몸체가 손바닥보다 작은 복어가 통째로 여러 마리가 들어간다.
그런데 졸복탕에 사용되는 복어는, 예전에는 졸복이 들어갔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최소한 근래에는 졸복이 아니라 복어류 중 가장 작은 종인 복섬이다.
졸복이라는 단어가 '작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탓에 명칭의 어긋남이 발생한 것으로 짐작한다.
우리나라 연안에는 37종의 복어가 서식하며, 식용할 수 있는 복어는
참복, 까치복, 황복, 자주복, 은밀복 등 10여 종에 불과하다.
복어는 양질의 단백질과 각종 무기질, 비타민 등이 풍부하여 수술 전후 환자의 회복식 재료로 많이 이용되고,
지방이 낮아 고혈압, 당뇨병 등 성인병 예방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또한 나쁜 콜레스테롤을 배출하고 알콜 해독에 좋으며,
식용 가능한 어종 중에서 콜라겐 함량이 가장 높아 피부미용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한편 복어에는 테트로도톡신이라는 강한 독이 있는데 열에 강하여 끓여도 잘 파괴되지 않는다.
그러나 독 함량이 많은 간, 알(난소), 피 등을 제대로 제거하고 먹으면 안전하다.
실제 복어 독으로 사망한 사람의 대부분이 낚시배와 가정에서 비전문가가 손질한 것을 먹고 발생하였다고 하니, 자격을 가진 전문가가 안전하게 다룬 복어를 섭취하면 복어 독에 대한 우려는 안 해도 될 것이다.
남해안에서 낚시를 하면 복섬을 종종 잡을 수 있다.
살아 있는 채로 만지면 배를 부풀려 커 보이려 하고,
잡힌 게 억울한지 뽀드득 뽀드득 이빨 가는 소리를 내는 것이 귀엽다.
속담에 원통한 일을 당하거나 원한을 가진 모습을 비유해 '복어 이 갈 듯 한다'고 하는데
작은 복섬도 큰 복어 못지않게 제법 성격이 있어 보인다.
크기는 작지만 제법 살집도 통통하고 쫄깃하다.
미나리와 콩나물을 어울러 졸복탕을 만들면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통영을 비롯해 부산, 경남 일원에서 맛볼 수 있다.
통째로 튀긴 졸복튀김, 된장을 살짝 풀어 담백한 맛을 내는 졸복매운탕도 인기가 있다.
심정희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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