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모 돌보기'
死의 문턱… 자식으로서 감당해야 할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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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진료비 증가율(2015년 상반기 기준)이 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선배 A는 연로하신 부모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부모님 두 분 모두 80세가 넘으셨는데 어머님은 폐암 수술로 혼자 몸 거두시기도 어렵고,
지금은 요양원에 가 계신다.
아버님은 여전히 약주를 즐기시고 가끔 친구들을 만나 과음해 넘어져 다치신다.
약간의 치매 증상도 보인다.
집에 안 계신 어머니를 찾으면서 당신보다 먼저 죽으면 안 된다고 소리 지르곤 한다.
A는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아버님 전화에 자신도 지치고 있다고 말하며,
효심의 문제가 아니라 아버지 병이 나을 것 같지도 않은데,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연약한 상황에서 노인들이 보이는 태도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성별 차이도 있다.
옛말에 과부 방과 홀아비 방에 피는 것이 다르다고들 하지 않던가.
선배의 말을 듣고 나는 몇 가지 조언을 해 드렸다.
아버지는 지금 생로병사의 사(死)의 수준에 들어서고 계신다.
치매 현상은 지금이라도 진단을 받아 약을 먹어야 한다.
절대 낫지는 않고 진전이 더딜 뿐이지만 그 약은 드셔야 할 것 같다.
집에서 잡수시는 약주는 아마 끊기가 어려울 것이므로 과하지 않는 수준에서 잡수시는 걸 봐 드려야 한다
(이미 알코올 중독 수준이시고, 사실 병이 오셔야 끊는다).
친구들 만나 과음하는 것은 친구들을 안 만나게 하는 수밖에 없는데,
스스로 지키지 못하니 친구들이 이 일에 협조하도록 요청을 해 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어머니와의 관계는 평생을 일상의 섭생을 부인에게 의존해 오신 분이기에
내 죽기 전에는 자네도 죽지 말라는 심정일 것이다.
이기적이긴 하나 그런 시대에 사셨기에 이해해야 하고, 자식들에게 응석 부리는 것은 당신 공부 좀 하라고 그러는 것이니,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아무리 스트레스가 쌓여도 그건 아들인 당신이 감당해 낼 몫이니 받아들이라고 했다.
사실, 노인들은 변화를 싫어하면서 주위에 의존도가 높아지는 발달 단계의 특성을 나타내는 분들이다.
스스로 건강관리를 하고, 알아서 섭생도 챙기고(어른답게?) 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연로하면 자녀들이 돌보아야 하고, 부득불 자녀들의 손길이 힘들면 시설에 가야 한다.
워낙 현대인의 삶이 시간관리 면에서나 심리적 부담 면에서, 어른 모시기에 유리하게 편성되지 않고 있음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운명이다.
특히 이제 노년기에 들어서는 전후 세대들은 '내 자식이 A 씨처럼 하소연하게 된다면?'을 놓고
깊이 성찰해 봐야 한다.
사(死)의 입구에서 내가 어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단지 내가 그래도 혼자 일상을 챙기고, 착한 치매 정도에 걸리도록 기도하는 수밖에는….
늙음과 죽음을 맞이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이기숙
전 신라대 교수
국제죽음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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