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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원도심 '땅굴 관광상품화' 한다

금산금산 2016. 4. 26. 20:05

부산 원도심 땅굴 관광상품화 한다




중구, 최근 네 곳 발견…일제시대 방공호 추정







- "가치있다" 관광자원화 계획
- 동구 좌천동굴은 갤러리로
- 연제 물만골벙커도 개발중


역사를 간직한 땅굴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 중구 동광동 용두산공원 기슭에서 발견된 땅굴.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서순용 기자




부산 중구는 최근 동광동 인근 축대벽에서 방공호 용도로 추정되는 땅굴 네 곳을 발견했다고 19일 밝혔다.

그동안 중구에 땅굴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실제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곳은 입구가 막혀 들어갈 수 없고, 나머지 세 곳은 진입할 수 있다.

네 곳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땅굴은 T자형 구조다.

반원 형태의 통로로 높이는 약 2m, 폭은 1.5m쯤 된다.

입구에서 10m가량 들어가면 양쪽으로 갈라져 2m 정도 더 나아갈 수 있다.

벽면 이음새 부분이 이질적이고, 두드려보면 울림소리가 통로나 천장과는 다르다.

중구 관계자는 "조사가 필요하지만, 벽 반대쪽으로 더 연결돼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확인된 땅굴 위치는 조선 시대 초량왜관의 책임자가 머물렀던 관수가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부산부청이 있던 부지로 알려졌다.

중구가 교수와 문화재 전문가 등에 1차로 자문한 결과 일제시대 방공호 용도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중구는 땅굴의 용도와 규모 등을 조사해 역사적 가치가 있으면 관광상품화할 계획이다.

중구 측은 "지난 4일 부산시에 정밀조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에 따라 문화관광자원 활용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중구에 앞서 동구와 연제구에서 확인된 땅굴은 이미 문화자원으로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동구는 오는 6월 개장을 목표로 좌천동 동굴집(길이 50m·폭 2m·높이 2m)을 갤러리로 꾸미고 있다.

동굴집은 일제 강점기 이후 방공호 역할을 했고, 이후에는 피란민 거주지와 주점으로 쓰였다.



연제구 황령산 자락 북측 골짜기 물만골 입구에 있는 지하벙커(4000㎡)도 관광자원으로 개발한다.

벙커는 일제강점기에 동굴로 있던 것을 1968년 군 작전 시설로 확대한 것이다.

경동건설이 2000년 이곳을 매입해 지난달 21일 벙커 개발을 위한 국제아이디어공모전을 냈다.

오는 7월 당선작을 발표한다.



동래구 쇠미산 덕석바위 밑에는 25m 정도 되는 자연동굴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이 동굴에서 아낙네들이 군포를 짰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산이 가파르고, 접근성이 떨어져 관광상품화 계획은 현재 없다.

자원을 활용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남구 용호동 장자등 포진지는 일제가 대한해협을 건너는 미군을 타격할 대포를 둘 목적으로 만든 곳이다.

남구가 2009년 지하 공간의 포진지를 역사학습체험장으로 조성하려고 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경진 기자 jnmin@